[찾아가는K] “내 일처럼”…참사 돕는 공항 옆 마을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탑승자 대부분의 터전이었던 광주·전남은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겼습니다.

[추모객/광주시 광산구 : "슬픔을 같이 동참하고자 그냥 왔습니다. 딸에게도 이런 어려운 때 같이 마음을 표현하는 게 어떻게 보면 국민된 도리고 사람된 도리라고 생각해서 왔거든요."]

유가족들이 한달음에 달려온 무안국제공항.

비통한 사고 수습에 눈물로 가득한 일주일이 지나는 사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건네기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잇따랐습니다.

그중에서도 공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마을 주민들이 눈에 띕니다.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사연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갯벌과 해수욕장을 갖추고 있어 일출과 일몰 명소로 꼽히는 톱머리마을.

무안공항과는 불과 3백여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마을 주민 30여 명은 대부분 펜션과 식당을 운영하는 등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무안공항에서 국제선 정기 운항이 시작되며 여행객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상황.

특히 연말·연초는 해넘이와 해맞이 행사까지 있어 날마다 수백 명이 몰리는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여객기 참사로 행사는 모두 못 열게 됐고 있던 예약도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이 펜션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14팀 중 8팀이 취소했습니다.

그래서 전기와 이 바닥에 난방도 전부 꺼놓은 상태입니다.

마을에 있는 다른 펜션과 숙박업소도 사정은 마찬가지고, 식당도 손님이 뚝 끊겼습니다.

지역 경제의 충격이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큽니다.

[정경례/○○펜션 : "매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안 좋은 데다' 이런 말이 안 나오기를 또 그러지 않기를. 마을은 사람 사는 곳이고 여기도 장사하는 곳이다 보니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한자리에 모인 주민들.

하지만, 뜻밖에도 이들이 논의하는 건 생계 대책이 아니었습니다.

추운 겨울 비보를 접한 유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돕는 이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회의를 연 겁니다.

["날씨가 추운 관계로 청사 안에 가서 직접 전달해 주는 게 어떻겠냐, 그렇게 한번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리 주민 여러분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하시죠. 좋은 생각입니다.)"]

회의를 통해 주민들이 내린 결론은 '커피 백 잔 나눔'.

앞서 지난 2일에도 마을 주민들은 커피 2백 잔을 준비해 무안공항에 나와 있는 경찰과 자원봉사자 등에게 건넸습니다.

도움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마을 물품 구입과 어르신 식사 대접을 위해 소중히 모았던 마을발전기금으로 마련했습니다.

커피는 청년을 비롯한 주민들이 운영하는 카페 4곳에서 나눠 구입했습니다.

봉사를 하며 마을에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입니다.

[서웅식/○○카페 : "다 힘드신데 계속 저렇게 새벽까지 서 계시고 그러신 분들 도와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다 힘들 때 이렇게 당연히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준비한 커피를 챙겨 공항으로 향한 주민들.

활주로 인근을 지키고 있는 경찰에게 커피를 한 잔씩 직접 나눠주는 이들은, 추위를 뚫고 현장에 합류한 마을 어르신들입니다.

[유희주/마을 주민 : "수고하십니다. 우리가 봉사활동, 우리 톱머리 마을에 사는데 수고하시니까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하시고.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항 안에서는 자원봉사자와 공무원 등에게도 따뜻한 커피를 건넵니다.

유가족들이 장례를 치르러 가면서 무안공항은 비교적 한산해졌지만, 여전히 사고 조사와 현장 유지를 위해 투입된 인력이 많은 만큼 주민들의 손길도 분주합니다.

주민들은 일회성 도움을 넘어 지속적인 봉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진남원/톱머리마을 이장 : "이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그 이후에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또 나름대로 떡국 나눔을 하든 다시 한번 커피 나눔을 하든 그런 차후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만큼, 주민들의 심리적·경제적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의 형편을 돌보기보다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미는 쪽을 택했습니다.

이런 마음이 조금씩 모여,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이 약간이나마 덜어지길,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