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픽] “집 떠나와 열차 타고”…부치지 못한 북한군 손편지

입력 2024.12.31 (18:19) 수정 2024.12.3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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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이슈픽입니다.

하얀 모눈종이에 빼뚤빼뚤 적힌 한글.

'2소대 2조 상세명단' 이란 글씨가 보입니다.

KBS가 입수한 파병 북한군의 한 분대 명단입니다.

가장 어린 군인은 2006년생, 18살, 가장 나이가 많은 군인도 2000년생, 24살입니다.

[북한군 추정 남성 : "드론, 드론, 계속 날아와 계속!"]

광활한 눈밭에서 북한 병사들이 마주한 것 살상용 드론이었습니다.

겁에 질린 듯 허공을 응시하는 표정.

나뒹구는 포탄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북한군 주장 남성 : "(나머지 부대원은) 모두 전사했습니다. 저는 전우들의 시체 밑에 숨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성탄절 즈음 우크라이나 언론이 북한군 병사 1명이 생포됐다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습니다.

전투 중 부상을 입었는지 고개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 결국 생포 하루 만에 숨졌습니다.

전사한 북한군 병사의 품에서 발견된 손 편지도 공개됐습니다.

꾸깃꾸깃한 종이에 볼펜으로 써 내려간 편지.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 땅에서 생일을 맞는 나의 동무'.

전우의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엔 작성된 날짜만 있을 뿐 이후의 흔적은 없습니다.

세상에 수 많은 편지가 있지만 전쟁터에서 날아 든 편지엔 인간의 가장 내밀한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8월, 학도병 71명이 북한군과 맞서 싸운 포항여중 전투.

이 곳에서 스러져 간 젊은 한국군 수첩에서 편지가 발견됩니다.

수신자는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십여명의 적들을 수류탄을 던져 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전쟁의 비극이 남긴 애절한 편지들 요즘 북한 청년들 사이에서 애창곡이 된 노래가 있습니다.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입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삽입곡이기도 하죠.

요즘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북한 청년들이 많다 하니, 남이나 북이나 사람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만 2천여 명에 달하는 파병 북한군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라 하여 이름도 ‘폭풍군단’이지만 눈 덮인 이역만리 땅에선 그저 러시아의 총알받이로 소모될 뿐입니다.

현재까지 사상자 수는 약 3천 명 부치지 못하는 편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쓰여지고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이슈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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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31 18:19:31
    • 수정2024-12-31 18: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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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모눈종이에 빼뚤빼뚤 적힌 한글.

'2소대 2조 상세명단' 이란 글씨가 보입니다.

KBS가 입수한 파병 북한군의 한 분대 명단입니다.

가장 어린 군인은 2006년생, 18살, 가장 나이가 많은 군인도 2000년생, 24살입니다.

[북한군 추정 남성 : "드론, 드론, 계속 날아와 계속!"]

광활한 눈밭에서 북한 병사들이 마주한 것 살상용 드론이었습니다.

겁에 질린 듯 허공을 응시하는 표정.

나뒹구는 포탄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북한군 주장 남성 : "(나머지 부대원은) 모두 전사했습니다. 저는 전우들의 시체 밑에 숨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성탄절 즈음 우크라이나 언론이 북한군 병사 1명이 생포됐다며 사진 한 장을 공개했습니다.

전투 중 부상을 입었는지 고개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 결국 생포 하루 만에 숨졌습니다.

전사한 북한군 병사의 품에서 발견된 손 편지도 공개됐습니다.

꾸깃꾸깃한 종이에 볼펜으로 써 내려간 편지.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 땅에서 생일을 맞는 나의 동무'.

전우의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엔 작성된 날짜만 있을 뿐 이후의 흔적은 없습니다.

세상에 수 많은 편지가 있지만 전쟁터에서 날아 든 편지엔 인간의 가장 내밀한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8월, 학도병 71명이 북한군과 맞서 싸운 포항여중 전투.

이 곳에서 스러져 간 젊은 한국군 수첩에서 편지가 발견됩니다.

수신자는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십여명의 적들을 수류탄을 던져 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전쟁의 비극이 남긴 애절한 편지들 요즘 북한 청년들 사이에서 애창곡이 된 노래가 있습니다.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입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삽입곡이기도 하죠.

요즘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북한 청년들이 많다 하니, 남이나 북이나 사람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만 2천여 명에 달하는 파병 북한군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라 하여 이름도 ‘폭풍군단’이지만 눈 덮인 이역만리 땅에선 그저 러시아의 총알받이로 소모될 뿐입니다.

현재까지 사상자 수는 약 3천 명 부치지 못하는 편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쓰여지고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이슈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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