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도 아닌 어른이 ADHD?…10년새 20배 증가! [건강하십니까]
입력 2025.05.17 (09:00)
수정 2025.05.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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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이 너무 심하게 올라올 때는 진짜 100명이 정말 내 머릿속에서 떠드는 것처럼, 아니면 TV 여러 대를 '삐' 이렇게 해가지고 틀어 놓은 것처럼, 실제로 이명이 엄청 심해요." "실제로 재정적 관리도 안 되고 시간 관리도 안 되고 인생 관리도 안 되고, 정말 말 그대로 안개 속에서 사는 느낌이고, 눈 감고 절벽길을 따라서 걷는 느낌이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게 걸린 사람만 알고 있는 사실이거든요." |
36살 박세진 씨는 성인 영어 '일타 강사'입니다.
구독자가 26만 명인 인기 영어 유튜버('세진쌤')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가 털어놓은 ADHD 환자로서의 고백은 현재의 당찬 모습과 너무 다릅니다.
비현실적이고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녀가 겪은 고통과 ADHD 극복기를 소개합니다.
■지각하고 실수하고 집중 못 하고…"많이 혼났어요"
박세진 씨가 ADHD 진단을 받은 건 10년 전인 26살 때입니다.
앞서 14살 때 병원을 찾았지만, 당시 의사는 박 씨에게 '틱' 증상이 없어 ADHD 진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부산하다'고 많이 혼났어요. 수업 시간에 막 돌아다니고, 수행 평가 과제는 한 번도 내본 적이 없어요."
박 씨는 그럼에도 열심히 노력한 끝에 대학을 졸업했고, 이어 대기업에 취직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최고 어려운 게 '시간 관리'에요. ADHD 환자들은 시간을 느끼는 게 일반 사람들과 달라요. 나는 진짜 일찍 준비한 것 같은데 항상 10분, 15분 늦어요."
업무 실수도 잦았습니다.
"정말 중요한 매출 엑셀 문서 같은 거에서 숫자를 오기입한다든가 이런 사소한 문제가 한두 번이면 괜찮은데 지속해서 발생하니까. 선배들이 저를 챙기려다 보니까 다른 일을 못 하게 되고, 또 그분들이 저를 신경 안 써주면 제가 또 똑같은 실수들을 계속 저지르고…"
결국 박 씨는 7개월 만에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95% 이상이 아동기 때 발생…성인기까지 지속 가능성 50%
성급, 실수, 산만, 부주의, 충동적, 물건 자주 잃어버리고, 약속 잊고, 집중 못 하고…
ADHD 환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집중력과 판단력, 충동 억제 등을 주관하는 전두엽 발달이 충분히 안 돼 발생합니다.
ADHD 환자의 뇌파 사진을 보면, 집중할 때 많이 나와야 하는 알파파나 베타파가 거의 나오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ADHD는 95% 이상이 아동기 때 생기는데 성인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50% 정도 됩니다.
'과잉행동-충동형'과 '주의력결핍형'의 2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아동기에는 과잉행동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고 장난치기를 좋아합니다.
과잉행동은 나이가 들면서 차츰 줄어들어 성인기에는 주의력결핍형이 더 흔합니다.
■10년간 성인 환자 수 20.6배 증가…아동청소년은 2.3배 늘어
KBS 기획취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ADHD의 상병 코드는 '활동성 및 주의력 장애(F90.0)'입니다.

2023년 19세 이상 환자 수가 9만 3천여 명.
2014년 환자 수가 4천여 명이었으니 10년간 20.6배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18세 이하 환자는 4만 8천여 명에서 10만 9천여 명으로 2.3배 증가했습니다.
10년간 아동청소년 환자가 2.3배 증가할 동안 성인 환자는 20.6배 증가한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체 환자에서 성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9%에서 2023년 46%로 크게 늘었습니다.*
*10년간 18세 이하 인구 비율은 감소하고(19.2%→14.6%), 19세 이상 인구 비율은 증가함(80.8%→85.4%).
이런 인구 구성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성인 환자 수 증가는 급격한 현상임.
취재팀은 전국 250개 시군구 중 19세 이상 진료 인원이 10명을 초과하는 지역 숫자도 산출했습니다.

2014년 80개에서 2023년 174개로 2.2배 증가했습니다.
비율로는 2014년 32%에서 2023년 69.6%로 늘었습니다.
지도로 보면 환자가 10명이 넘는 시군구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혹시 나도 ADHD 아닌가?"…관심과 진단 증가
이처럼 성인 ADHD 환자가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관심과 진단의 증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먼저 방송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성인 ADHD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지며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스스로 ADHD 질환자임을 공개한 것도 관심을 키웠습니다.
그동안 여러 불편함을 그냥 안고 살았던 사람들이 '혹시 나도 ADHD가 아닌가?'하고 병원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그 결과 자연스레 진단도 증가했습니다.
2013년 미국에서 진단 체계가 개정되면서 기존에 소아기에만 진단이 가능했던 ADHD가 성인기에도 진단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부터 건강보험에서 ADHD 치료 약물을 성인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된 점도 진단을 늘린 요인이 됐습니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ADHD는 성인이 되어 생기는 게 아니라 대부분 소아기 때 발생해 성인기로 이어집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자료를 보면, 국내 역학조사에서 ADHD로 진단된 경우에 비해 치료받는 비율은 약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어릴 때 진단과 치료를 받은 적이 없던 90%의 사람들 중 성인기에도 증상이 남아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고 있는 겁니다.
특히 '주의력결핍형' ADHD는 '과잉행동-충동형'에 비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아동기 때 진단과 치료를 놓치고, 성인이 되어 인지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면서 불편과 어려움을 느껴 병원을 찾게 됩니다.
■ADHD의 동반 질환, 행동문제·중독·우울·불안
ADHD는 다른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동 문제, 중독, 불안, 우울 등이 흔한 동반 질환입니다.

행동 문제에는 반항과 품행장애, 중독 문제에는 알코올과 약물 남용, 불안 문제에는 공포와 강박, 공황장애 등이 포함됩니다.

동반 질환이 1개 이상인 경우가 84%, 2개 이상인 경우가 61%, 3개 이상인 경우도 45%에 이릅니다.
우영섭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은 "전체 ADHD 환자 중 약 40%가 우울증을 동반하고, 알코올이나 다른 물질사용 장애, 불안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도 30~40%에 이른다."고 설명합니다.
■"약물 치료 효과 커"…인지행동치료도 병행
ADHD 치료를 위해선 꾸준한 약물 복용이 중요합니다.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늘려 전두엽 기능을 강화시킵니다.
전체 치료의 60~70%를 약물 치료가 담당합니다.
황현찬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약물 치료 효과는 꽤 좋다. ADHD 약은 복용 전과 복용 후의 효과가 많이 다른 약물이다. 며칠 내로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들이 많다."고 말합니다.
약물 치료 효과가 있는 사람들은 약을 먹고 며칠 뒤에 와서 "남들은 다 이러고 살았느냐, 세상이 평온하고 너무 다르다"라는 얘기를 한다고 합니다.
동반 질환인 우울, 불안, 중독 문제에 대한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도 함께 시행됩니다.
성인 ADHD의 증상, 원인, 치료방법 등에 대한 교육, 계획하기·시간관리·우선순위 정하기 ·물건 정리하기·계획적인 소비 등 인지행동치료도 효과적입니다.
ADHD 환자들은 어릴 때부터 계속 좌절하고 실수를 많이 해 혼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우영섭 원장은 "ADHD 환자들은 '게으르다, 4차원이다, 의지가 약하다' 이런 오해들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의 문제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통해서 전혀 다른 기능 수준을 발휘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자꾸 지적하고 비난하기보다 환자가 애써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칠 수 있어요. 나아질 수 있어요. 제가 증인이에요."
박세진 씨는 취재팀과의 인터뷰 장소에 현재 복용 중인 약들을 들고 왔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약을 챙겨 먹는 것만 해도 큰 진전이라고 했습니다.
박 씨는 꾸준한 약물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 교정에도 오랜 시간 힘을 쏟았습니다.
"어느 날 '아, 나는 이렇게 살다가 결국엔 사회 적응을 못 하고 낙오자가 돼 삶을 끝내겠구나'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그래서 병원을 찾아갔고 술도 끊었죠."
"의식적으로 아주 간단한 서류를 처리한다든가, 밖에 나가 산책을 한다든가,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어쨌든 하나를 딱 하자라고 마음먹으면 기분이 되게 누그러져요."
박세진 씨는 자신의 질환을 공개하게 된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이 병을 누군가가 과거의 저처럼 느끼고 있다면, 진짜 그거는 지옥 속에 있다. 그 사람은 진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꺼내주고 싶다. 이런 생각을 종종 해요. 하나 사실을 말해주고 싶어요. 고칠 수 있다. 있다, 가능하다. 이건 팩트, 하나의 사실. 왜냐하면은 내가 했으니까요." |
어릴 때 산만한 행동으로 혼나는 일이 많았던 박세진 씨.
삶이 전체적으로 정돈이 안 되고 구조화, 체계화가 전혀 안 돼 절망했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치료와 노력 끝에 지금은 일상생활을 회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영어 공부를 도우며, 교육자로서 사회에 기여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여기 이 시점에 있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과거에 대한 원망이나 굴레에서
벗어나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반드시 끝은 있어요. 나아질 수 있어요. 제가 증인이에요."
자료분석: 이지연, 윤지희
그래픽: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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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도 아닌 어른이 ADHD?…10년새 20배 증가! [건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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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5-17 09:00:24
- 수정2025-05-17 09:02:28

"증상이 너무 심하게 올라올 때는 진짜 100명이 정말 내 머릿속에서 떠드는 것처럼, 아니면 TV 여러 대를 '삐' 이렇게 해가지고 틀어 놓은 것처럼, 실제로 이명이 엄청 심해요." "실제로 재정적 관리도 안 되고 시간 관리도 안 되고 인생 관리도 안 되고, 정말 말 그대로 안개 속에서 사는 느낌이고, 눈 감고 절벽길을 따라서 걷는 느낌이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게 걸린 사람만 알고 있는 사실이거든요." |
36살 박세진 씨는 성인 영어 '일타 강사'입니다.
구독자가 26만 명인 인기 영어 유튜버('세진쌤')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가 털어놓은 ADHD 환자로서의 고백은 현재의 당찬 모습과 너무 다릅니다.
비현실적이고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녀가 겪은 고통과 ADHD 극복기를 소개합니다.
■지각하고 실수하고 집중 못 하고…"많이 혼났어요"
박세진 씨가 ADHD 진단을 받은 건 10년 전인 26살 때입니다.
앞서 14살 때 병원을 찾았지만, 당시 의사는 박 씨에게 '틱' 증상이 없어 ADHD 진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부산하다'고 많이 혼났어요. 수업 시간에 막 돌아다니고, 수행 평가 과제는 한 번도 내본 적이 없어요."
박 씨는 그럼에도 열심히 노력한 끝에 대학을 졸업했고, 이어 대기업에 취직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최고 어려운 게 '시간 관리'에요. ADHD 환자들은 시간을 느끼는 게 일반 사람들과 달라요. 나는 진짜 일찍 준비한 것 같은데 항상 10분, 15분 늦어요."
업무 실수도 잦았습니다.
"정말 중요한 매출 엑셀 문서 같은 거에서 숫자를 오기입한다든가 이런 사소한 문제가 한두 번이면 괜찮은데 지속해서 발생하니까. 선배들이 저를 챙기려다 보니까 다른 일을 못 하게 되고, 또 그분들이 저를 신경 안 써주면 제가 또 똑같은 실수들을 계속 저지르고…"
결국 박 씨는 7개월 만에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95% 이상이 아동기 때 발생…성인기까지 지속 가능성 50%
성급, 실수, 산만, 부주의, 충동적, 물건 자주 잃어버리고, 약속 잊고, 집중 못 하고…
ADHD 환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집중력과 판단력, 충동 억제 등을 주관하는 전두엽 발달이 충분히 안 돼 발생합니다.
ADHD 환자의 뇌파 사진을 보면, 집중할 때 많이 나와야 하는 알파파나 베타파가 거의 나오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ADHD는 95% 이상이 아동기 때 생기는데 성인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50% 정도 됩니다.
'과잉행동-충동형'과 '주의력결핍형'의 2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아동기에는 과잉행동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고 장난치기를 좋아합니다.
과잉행동은 나이가 들면서 차츰 줄어들어 성인기에는 주의력결핍형이 더 흔합니다.
■10년간 성인 환자 수 20.6배 증가…아동청소년은 2.3배 늘어
KBS 기획취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ADHD의 상병 코드는 '활동성 및 주의력 장애(F90.0)'입니다.

2023년 19세 이상 환자 수가 9만 3천여 명.
2014년 환자 수가 4천여 명이었으니 10년간 20.6배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18세 이하 환자는 4만 8천여 명에서 10만 9천여 명으로 2.3배 증가했습니다.
10년간 아동청소년 환자가 2.3배 증가할 동안 성인 환자는 20.6배 증가한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체 환자에서 성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9%에서 2023년 46%로 크게 늘었습니다.*
*10년간 18세 이하 인구 비율은 감소하고(19.2%→14.6%), 19세 이상 인구 비율은 증가함(80.8%→85.4%).
이런 인구 구성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성인 환자 수 증가는 급격한 현상임.
취재팀은 전국 250개 시군구 중 19세 이상 진료 인원이 10명을 초과하는 지역 숫자도 산출했습니다.

2014년 80개에서 2023년 174개로 2.2배 증가했습니다.
비율로는 2014년 32%에서 2023년 69.6%로 늘었습니다.
지도로 보면 환자가 10명이 넘는 시군구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혹시 나도 ADHD 아닌가?"…관심과 진단 증가
이처럼 성인 ADHD 환자가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관심과 진단의 증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먼저 방송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성인 ADHD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지며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스스로 ADHD 질환자임을 공개한 것도 관심을 키웠습니다.
그동안 여러 불편함을 그냥 안고 살았던 사람들이 '혹시 나도 ADHD가 아닌가?'하고 병원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그 결과 자연스레 진단도 증가했습니다.
2013년 미국에서 진단 체계가 개정되면서 기존에 소아기에만 진단이 가능했던 ADHD가 성인기에도 진단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부터 건강보험에서 ADHD 치료 약물을 성인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된 점도 진단을 늘린 요인이 됐습니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ADHD는 성인이 되어 생기는 게 아니라 대부분 소아기 때 발생해 성인기로 이어집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자료를 보면, 국내 역학조사에서 ADHD로 진단된 경우에 비해 치료받는 비율은 약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어릴 때 진단과 치료를 받은 적이 없던 90%의 사람들 중 성인기에도 증상이 남아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고 있는 겁니다.
특히 '주의력결핍형' ADHD는 '과잉행동-충동형'에 비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아동기 때 진단과 치료를 놓치고, 성인이 되어 인지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면서 불편과 어려움을 느껴 병원을 찾게 됩니다.
■ADHD의 동반 질환, 행동문제·중독·우울·불안
ADHD는 다른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동 문제, 중독, 불안, 우울 등이 흔한 동반 질환입니다.

행동 문제에는 반항과 품행장애, 중독 문제에는 알코올과 약물 남용, 불안 문제에는 공포와 강박, 공황장애 등이 포함됩니다.

동반 질환이 1개 이상인 경우가 84%, 2개 이상인 경우가 61%, 3개 이상인 경우도 45%에 이릅니다.
우영섭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은 "전체 ADHD 환자 중 약 40%가 우울증을 동반하고, 알코올이나 다른 물질사용 장애, 불안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도 30~40%에 이른다."고 설명합니다.
■"약물 치료 효과 커"…인지행동치료도 병행
ADHD 치료를 위해선 꾸준한 약물 복용이 중요합니다.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늘려 전두엽 기능을 강화시킵니다.
전체 치료의 60~70%를 약물 치료가 담당합니다.
황현찬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약물 치료 효과는 꽤 좋다. ADHD 약은 복용 전과 복용 후의 효과가 많이 다른 약물이다. 며칠 내로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들이 많다."고 말합니다.
약물 치료 효과가 있는 사람들은 약을 먹고 며칠 뒤에 와서 "남들은 다 이러고 살았느냐, 세상이 평온하고 너무 다르다"라는 얘기를 한다고 합니다.
동반 질환인 우울, 불안, 중독 문제에 대한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도 함께 시행됩니다.
성인 ADHD의 증상, 원인, 치료방법 등에 대한 교육, 계획하기·시간관리·우선순위 정하기 ·물건 정리하기·계획적인 소비 등 인지행동치료도 효과적입니다.
ADHD 환자들은 어릴 때부터 계속 좌절하고 실수를 많이 해 혼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우영섭 원장은 "ADHD 환자들은 '게으르다, 4차원이다, 의지가 약하다' 이런 오해들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의 문제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통해서 전혀 다른 기능 수준을 발휘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자꾸 지적하고 비난하기보다 환자가 애써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칠 수 있어요. 나아질 수 있어요. 제가 증인이에요."
박세진 씨는 취재팀과의 인터뷰 장소에 현재 복용 중인 약들을 들고 왔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약을 챙겨 먹는 것만 해도 큰 진전이라고 했습니다.
박 씨는 꾸준한 약물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 교정에도 오랜 시간 힘을 쏟았습니다.
"어느 날 '아, 나는 이렇게 살다가 결국엔 사회 적응을 못 하고 낙오자가 돼 삶을 끝내겠구나'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그래서 병원을 찾아갔고 술도 끊었죠."
"의식적으로 아주 간단한 서류를 처리한다든가, 밖에 나가 산책을 한다든가,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어쨌든 하나를 딱 하자라고 마음먹으면 기분이 되게 누그러져요."
박세진 씨는 자신의 질환을 공개하게 된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이 병을 누군가가 과거의 저처럼 느끼고 있다면, 진짜 그거는 지옥 속에 있다. 그 사람은 진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꺼내주고 싶다. 이런 생각을 종종 해요. 하나 사실을 말해주고 싶어요. 고칠 수 있다. 있다, 가능하다. 이건 팩트, 하나의 사실. 왜냐하면은 내가 했으니까요." |
어릴 때 산만한 행동으로 혼나는 일이 많았던 박세진 씨.
삶이 전체적으로 정돈이 안 되고 구조화, 체계화가 전혀 안 돼 절망했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치료와 노력 끝에 지금은 일상생활을 회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영어 공부를 도우며, 교육자로서 사회에 기여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여기 이 시점에 있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과거에 대한 원망이나 굴레에서
벗어나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반드시 끝은 있어요. 나아질 수 있어요. 제가 증인이에요."
자료분석: 이지연, 윤지희
그래픽: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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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석 기자 ksy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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