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10여 년 전부터 재생에너지 확대 분위기 속에 전국적으로 수많은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섰습니다. 강원도도 예외는 아닙니다. 설악산을 비롯한 높은 산마다 거대한 바람개비가 하나둘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힘차게 돌아가는 발전기는 손에 꼽을 지경입니다. 고장은 잦고 수리비까지 비싼 탓입니다.
![강원도 인제군 용대풍력발전단지](/data/fckeditor/new/image/2025/02/09/310291738911058569.png)
■ 백두대간 깎아 만든 거대한 구조물, 풍력발전단지
백두대간 중심부 설악산국립공원 자락에 자리 잡은 강원도 인제군 북면의 용대리 마을.
뛰어난 풍광으로 사랑받는 이곳에, 눈길을 사로잡는 거대한 구조물들이 있습니다.
바람으로 거대한 날개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 입니다.
취재진이 찾은 곳은 인제군이 2010년부터 조성한 용대풍력발전단지입니다. 비탈진 산길을 따라 올라 도착한 풍력발전단지에는 모두 7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겨울 쌩쌩부는 바람에도 날개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전체 7기 가운데 작동되는 발전기는 단 한 기뿐. 나머지는 모두 고장이 나 있습니다.
발전기 근처에 사는 주민은 그동안 발전기 고장이 잦았다고 말합니다. 특히 고장 났을 때는 돌아갈 때마다 '삑삑' 소리가 크게 나고, 또 '웅' 그 소리도 너무 심하게 나서 불편했다고 호소했습니다.
750㎾급 6기의 풍력발전기가 멈춘 건 지난해 초부터였습니다. 인제군은 전에는 고장이 나면 수리를 해서 썼습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사실상 수리를 포기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3년엔 전기 생산으로 벌어들인 돈이 1억 원인 반면, 수리비에는 이보다 많은 2억 6천만 원을 썼습니다.
1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한 풍력발전단지가 제값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인제군은 매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씩 들여 수리해도 자주 고장이 나 더 이상 유지가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발전기 부품이 해외제품이라 원활한 수급이 어려운 데다, 정비 인력을 불러 수리해도 고장이 반복됐다고 설명합니다.
![고장난 풍력발전기](/data/fckeditor/new/image/2025/02/09/310291738911151950.png)
■ 운영비는 13억 수입은 17억?…운영 포기한 영월접산풍력단지
강원도 영월읍에 들어선 영월접산풍력단지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2010년부터 조성된 이 단지에는 부지 매입비를 포함해 7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2.25MW급 3기의 풍력발전단지 역시 1년 넘게 작동을 멈춘 상태입니다.
이 곳의 운영도 빛 좋은 개살구 신세인건 마찬가지입니다. 그간 투입된 운영비는 모두 13억 원 가량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전력 생산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17억 원 남짓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영월군의회 김상태 의원도 이 문제를 꼬집습니다. 애초에 사업성이 없는 곳에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된 게 아니냐며 사전타당성 조사의 오류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제대로 작동했을 때도 당초 예상만큼 수익이 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장까지 잦은 상황입니다.
![‘발전량 0’ 풍력발전기](/data/fckeditor/new/image/2025/02/09/310291738911223318.png)
■ 애물단지 된 풍력발전단지…활용 방안은 없나?
더 큰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험준한 강원도 산을 깎아 만든 풍력발전는 설치도 쉽지 않지만 철거는 더 어렵습니다.
인제군이 밝힌 풍력발전기 한 대당 철거 비용은 대략 6천만 원 정도. 기타 전력 시설 철거 비용까지 더해지면 5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듭니다.
그렇다고 손해를 감소하고 수리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구형 모델의 내부 엘리베이터가 없어 경우 수리를 하려면 50m 높이를 사다리로 사람이 직접 기어 올라가야 합니다. 정비 인력을 부르는데도 여러 날이 걸리는데, 작업 환경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인 겁니다.
인제군은 올해 이 고장 난 풍력발전기 활용 방안에 대한 용역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관광자원 등 기타 활용 방안을 찾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멀쩡한 백두대간 산등성이를 깎아 내고 국비를 지원받아 우후죽순 조성한 풍력발전기가 과연 제대로 된 행정이었는지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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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보다 배꼽이 큰 풍력발전기…애물단지 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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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2-09 09:00:32
10여 년 전부터 재생에너지 확대 분위기 속에 전국적으로 수많은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섰습니다. 강원도도 예외는 아닙니다. 설악산을 비롯한 높은 산마다 거대한 바람개비가 하나둘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힘차게 돌아가는 발전기는 손에 꼽을 지경입니다. 고장은 잦고 수리비까지 비싼 탓입니다.
![강원도 인제군 용대풍력발전단지](/data/fckeditor/new/image/2025/02/09/310291738911058569.png)
■ 백두대간 깎아 만든 거대한 구조물, 풍력발전단지
백두대간 중심부 설악산국립공원 자락에 자리 잡은 강원도 인제군 북면의 용대리 마을.
뛰어난 풍광으로 사랑받는 이곳에, 눈길을 사로잡는 거대한 구조물들이 있습니다.
바람으로 거대한 날개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 입니다.
취재진이 찾은 곳은 인제군이 2010년부터 조성한 용대풍력발전단지입니다. 비탈진 산길을 따라 올라 도착한 풍력발전단지에는 모두 7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겨울 쌩쌩부는 바람에도 날개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전체 7기 가운데 작동되는 발전기는 단 한 기뿐. 나머지는 모두 고장이 나 있습니다.
발전기 근처에 사는 주민은 그동안 발전기 고장이 잦았다고 말합니다. 특히 고장 났을 때는 돌아갈 때마다 '삑삑' 소리가 크게 나고, 또 '웅' 그 소리도 너무 심하게 나서 불편했다고 호소했습니다.
750㎾급 6기의 풍력발전기가 멈춘 건 지난해 초부터였습니다. 인제군은 전에는 고장이 나면 수리를 해서 썼습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사실상 수리를 포기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3년엔 전기 생산으로 벌어들인 돈이 1억 원인 반면, 수리비에는 이보다 많은 2억 6천만 원을 썼습니다.
1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한 풍력발전단지가 제값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인제군은 매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씩 들여 수리해도 자주 고장이 나 더 이상 유지가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발전기 부품이 해외제품이라 원활한 수급이 어려운 데다, 정비 인력을 불러 수리해도 고장이 반복됐다고 설명합니다.
![고장난 풍력발전기](/data/fckeditor/new/image/2025/02/09/310291738911151950.png)
■ 운영비는 13억 수입은 17억?…운영 포기한 영월접산풍력단지
강원도 영월읍에 들어선 영월접산풍력단지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2010년부터 조성된 이 단지에는 부지 매입비를 포함해 7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2.25MW급 3기의 풍력발전단지 역시 1년 넘게 작동을 멈춘 상태입니다.
이 곳의 운영도 빛 좋은 개살구 신세인건 마찬가지입니다. 그간 투입된 운영비는 모두 13억 원 가량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전력 생산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17억 원 남짓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영월군의회 김상태 의원도 이 문제를 꼬집습니다. 애초에 사업성이 없는 곳에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된 게 아니냐며 사전타당성 조사의 오류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제대로 작동했을 때도 당초 예상만큼 수익이 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장까지 잦은 상황입니다.
![‘발전량 0’ 풍력발전기](/data/fckeditor/new/image/2025/02/09/310291738911223318.png)
■ 애물단지 된 풍력발전단지…활용 방안은 없나?
더 큰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험준한 강원도 산을 깎아 만든 풍력발전는 설치도 쉽지 않지만 철거는 더 어렵습니다.
인제군이 밝힌 풍력발전기 한 대당 철거 비용은 대략 6천만 원 정도. 기타 전력 시설 철거 비용까지 더해지면 5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듭니다.
그렇다고 손해를 감소하고 수리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구형 모델의 내부 엘리베이터가 없어 경우 수리를 하려면 50m 높이를 사다리로 사람이 직접 기어 올라가야 합니다. 정비 인력을 부르는데도 여러 날이 걸리는데, 작업 환경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인 겁니다.
인제군은 올해 이 고장 난 풍력발전기 활용 방안에 대한 용역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관광자원 등 기타 활용 방안을 찾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멀쩡한 백두대간 산등성이를 깎아 내고 국비를 지원받아 우후죽순 조성한 풍력발전기가 과연 제대로 된 행정이었는지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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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영 기자 mercy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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