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명절로부터 지켜줬으면” 소방관이 만난 사람들 [이런뉴스]

입력 2025.0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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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자체만으로도 귀하다는 얘기, 8년차 소방관이 낸 책, '당신이 더 귀하다'입니다.

출동 현장에서 늘 마주치는 누군가의 사고와 죽음, 가난.

소방관도 사람이기에 트라우마가 남습니다.

[필명 백경/소방관·'당신이 더 귀하다' 저자]
"소방관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제 좀 어린 애가 눈앞에서 이제 이렇게 세상을 떠난 적이 있거든요. 애들이 웃고 떠들고 그러는 모습을 그냥 보고 있는데 제 앞에서 죽은 애가 머릿속에 계속 떠올라서 한 한 달은 힘들었었던 것 같아요."

미처 구하지 못한 현장이 떠오르고, 때로는 불안장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필명 백경/소방관·'당신이 더 귀하다' 저자]
"(기억나는 건) 그 주변 분들의 표정이에요. 눈앞에서 저희가 이제 살려내지 못한 그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그런 자식들의 표정이라든가…. 그리고 혼자 이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친구들"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쓰기 시작한 글, 새벽 4~5시면 일어나 책상 앞에 앉습니다.

[필명 백경/소방관·'당신이 더 귀하다' 저자]
"(힘들었던 일들을) 글로 정리를 해두면 그게 어디 있는지 제가 알잖아요. 어떤 모습이고, 어디에 꽂혀 있고, 제 마음속 책장 어디에 꽂혀 있는지 알기 때문에 두렵지가 않은데 그걸 정리를 안 해두면 떠오르고"

그래도 8년을 버틴 건 '사회로부터 숨어있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사명감이었습니다.

[필명 백경/소방관·'당신이 더 귀하다' 저자]
"사회로부터 숨어 있는 사람들을 저는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거든요. 밥 대신에 라면 먹는 날이 더 많고, 부모한테 사랑받기보다는 두들겨 맞고 사는 그런 아이들, 전동 휠체어 타고 한겨울에 쓰레기 줍는 노인분들"

이 사람들을 돕고 살리는 게 좋았습니다.

[필명 백경/소방관·'당신이 더 귀하다' 저자]
"멋있게 이렇게 화마를 제압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를 살리려고 로프를 타고 막 옥상에서 뛰어내리지도 않고…. 이게 사람을 돕는, 정말 세상에 필요한 일이고 좋은 일이다(라는 믿음), 그게 아니었으면 못 버텼을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서 도리어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그 위로에 미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필명 백경/소방관·'당신이 더 귀하다' 저자]
"너무 감사한데 좀 죄송하죠. 저희는 그냥 일로 하는 건데"

소방관이 현장에서 더 자주 만나는 어려운 사람들.

모두의 명절이 서늘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필명 백경/소방관·'당신이 더 귀하다' 저자]
"동네에 알코올 중독자 분이 계시거든요. 혼자 사시고, 근데 저혈당 쇼크가 와서, 술기운 때문에 걷지를 못하니까 저희가 팔짱 끼고 집에 모셔다드렸거든요. 따뜻하고 그분도 아마 따뜻했을 거고…. 그분이 저를 만나서 저희가 나눈 온기가 서늘한 명절로부터 좀 지켜줬으면…."

KBS 뉴스 고해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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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늘한 명절로부터 지켜줬으면” 소방관이 만난 사람들 [이런뉴스]
    • 입력 2025-01-30 09: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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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자체만으로도 귀하다는 얘기, 8년차 소방관이 낸 책, '당신이 더 귀하다'입니다.

출동 현장에서 늘 마주치는 누군가의 사고와 죽음, 가난.

소방관도 사람이기에 트라우마가 남습니다.

[필명 백경/소방관·'당신이 더 귀하다' 저자]
"소방관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제 좀 어린 애가 눈앞에서 이제 이렇게 세상을 떠난 적이 있거든요. 애들이 웃고 떠들고 그러는 모습을 그냥 보고 있는데 제 앞에서 죽은 애가 머릿속에 계속 떠올라서 한 한 달은 힘들었었던 것 같아요."

미처 구하지 못한 현장이 떠오르고, 때로는 불안장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필명 백경/소방관·'당신이 더 귀하다' 저자]
"(기억나는 건) 그 주변 분들의 표정이에요. 눈앞에서 저희가 이제 살려내지 못한 그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그런 자식들의 표정이라든가…. 그리고 혼자 이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친구들"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쓰기 시작한 글, 새벽 4~5시면 일어나 책상 앞에 앉습니다.

[필명 백경/소방관·'당신이 더 귀하다' 저자]
"(힘들었던 일들을) 글로 정리를 해두면 그게 어디 있는지 제가 알잖아요. 어떤 모습이고, 어디에 꽂혀 있고, 제 마음속 책장 어디에 꽂혀 있는지 알기 때문에 두렵지가 않은데 그걸 정리를 안 해두면 떠오르고"

그래도 8년을 버틴 건 '사회로부터 숨어있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사명감이었습니다.

[필명 백경/소방관·'당신이 더 귀하다' 저자]
"사회로부터 숨어 있는 사람들을 저는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거든요. 밥 대신에 라면 먹는 날이 더 많고, 부모한테 사랑받기보다는 두들겨 맞고 사는 그런 아이들, 전동 휠체어 타고 한겨울에 쓰레기 줍는 노인분들"

이 사람들을 돕고 살리는 게 좋았습니다.

[필명 백경/소방관·'당신이 더 귀하다' 저자]
"멋있게 이렇게 화마를 제압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를 살리려고 로프를 타고 막 옥상에서 뛰어내리지도 않고…. 이게 사람을 돕는, 정말 세상에 필요한 일이고 좋은 일이다(라는 믿음), 그게 아니었으면 못 버텼을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서 도리어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그 위로에 미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필명 백경/소방관·'당신이 더 귀하다' 저자]
"너무 감사한데 좀 죄송하죠. 저희는 그냥 일로 하는 건데"

소방관이 현장에서 더 자주 만나는 어려운 사람들.

모두의 명절이 서늘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필명 백경/소방관·'당신이 더 귀하다' 저자]
"동네에 알코올 중독자 분이 계시거든요. 혼자 사시고, 근데 저혈당 쇼크가 와서, 술기운 때문에 걷지를 못하니까 저희가 팔짱 끼고 집에 모셔다드렸거든요. 따뜻하고 그분도 아마 따뜻했을 거고…. 그분이 저를 만나서 저희가 나눈 온기가 서늘한 명절로부터 좀 지켜줬으면…."

KBS 뉴스 고해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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