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노의 유래? 통일부 산하기관 이사장 성희롱 발언 들어보니

입력 2025.0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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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순, 조민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재단 직원들과 함께 식사자리를 갖습니다. 그 자리에서 조 이사장은 대뜸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의 용도를 운운하며 말을 꺼냅니다. 이 자리에는 복수의 여성 직원도 있었습니다.

■ "기모노는 성행위 위한 복장"…일본 여성들은 속옷을 안 입는다?

조민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일본 여성들은) 허리에 담요를 차고, 남자만 오면 자리를 깔고. 그러다보니 누가 애비인지 알 수도 없고. 일본 여자애들은 팬티를 안 입거든. 일본은 팬티 지금도 안 입는 여자들 많아. 진짜야."

조 이사장은 식사를 하면서 '일본 사람들이 족보가 없고 조상을 알 수 없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며 기모노의 유래를 설명했습니다.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남성들이게 일종의 '묘술'을 부리면서 일본의 남성 인구가 급감했고, 그로 인해 아무데서나 성행위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옷이 기모노라는 얘깁니다. 더불어 많은 일본 여성들이 속옷을 입지 않는다는 주장까지 펼칩니다. 이 발언 직후 함께 자리한 모 팀장에겐 "일본 여성을 닮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도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말합니다.

조민호/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이번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억수로 죽었잖아. 러시아는 여초현상이... 그래서 여자가 100이면 남자가 86쯤 될거야. 남자 씨를 말리는 거야. 한국 남자들도 러시아로 가면 돼.

■ 제왕절개 출산은 "박스에서 꺼내는 것"

직원들이 진술한 조 이사장의 성희롱성 발언은 차마 다 담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남자들은 장례식장에서 마누라가 이뻐 보이고 장례식장 상주 방에서 성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다'거나, 자신이 유명 외국인과 목욕탕에 가서 봤다며 '외국 남성들은 성기가 크다'는 얘기를 하면서는 상체를 숙여 옆 사람을 내려다보기도 했습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저속한 망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출산휴가에 들어가는 직원에게 "예전에는 어머니들이 밭을 갈다가 애 낳고 3일 만에 다시 밭을 갈았다",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에게는 "그 정도 휴직하고 오면 내가 예전에 일하던 곳에서는 자리가 없어졌을 것"이라고까지 했습니다.

아내가 제왕절개로 출산했다고 말한 직원에게 "그게 뭐 애를 낳는 거냐, 박스에서 꺼낸 거지"라고 말했다는 진술도 신고 내용에 포함됐습니다.

탈북민들의 정착을 돕는 재단의 이사장인데도, 탈북민 출신 남성 직원에 대해서 '바퀴벌레'라고 칭한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조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을 눈앞에서 들은 여성 직원들은 "당황스러움과 성적수치심을 느꼈다", "평소 이사장은 상습적으로 저런 발언을 해왔으며, 피해를 겪은 직원들 대다수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이사장 접촉 및 대면 등을 최소화하려 노력해야 했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이사장의 발언에 충격과 불쾌감을 금치 못하였고, 업무 외적으로 불필요하고 상습적인 외모 평가와 육아휴직자 차별 발언 등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고 위축되었다'고 말했습니다.

■ "왜곡·과장됐다... 맥락을 봐달라"

이번 취재 내용과 관련해 조민호 이사장의 입장을 물었습니다. 조 이사장은 '기모노' 발언에 대한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예시들이 사실무근이거나 왜곡 과장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해당 내용을 말하는 조 이사장의 육성이 담긴 녹취 파일을 입수했다고 설명하자 조 이사장은 "무엇이든 상황이 있고 맥락이 있다"면서 "기모노와 일본 승려 건은 사명대사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앞뒤 다 자르고 발췌하면 문맥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발언들의 문맥과 상황을 모두 조사한 통일부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는 조 이사장의 발언들이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 통일부 감사로 드러난 성희롱… 해임 등 '중징계' 권고


전술한 사례들은 모두 지난해 말 이뤄진 통일부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직접 이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자만 11명입니다. 전체 직원의 수가 60여명에 불과한 하나재단의 규모를 생각하면 비중이 작지 않습니다.

통일부는 신고된 조 이사장의 15가지 발언 모두에 대해서 '직장 내 성희롱'으로 결론지었습니다. 더불어 해임 등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재단 측에 중징계 조치를 권고했습니다. 남북하나재단은 오늘(24일) 이사회를 열고 조민호 이사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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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24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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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순, 조민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재단 직원들과 함께 식사자리를 갖습니다. 그 자리에서 조 이사장은 대뜸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의 용도를 운운하며 말을 꺼냅니다. 이 자리에는 복수의 여성 직원도 있었습니다.

■ "기모노는 성행위 위한 복장"…일본 여성들은 속옷을 안 입는다?

조민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일본 여성들은) 허리에 담요를 차고, 남자만 오면 자리를 깔고. 그러다보니 누가 애비인지 알 수도 없고. 일본 여자애들은 팬티를 안 입거든. 일본은 팬티 지금도 안 입는 여자들 많아. 진짜야."

조 이사장은 식사를 하면서 '일본 사람들이 족보가 없고 조상을 알 수 없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며 기모노의 유래를 설명했습니다.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남성들이게 일종의 '묘술'을 부리면서 일본의 남성 인구가 급감했고, 그로 인해 아무데서나 성행위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옷이 기모노라는 얘깁니다. 더불어 많은 일본 여성들이 속옷을 입지 않는다는 주장까지 펼칩니다. 이 발언 직후 함께 자리한 모 팀장에겐 "일본 여성을 닮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도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말합니다.

조민호/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이번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억수로 죽었잖아. 러시아는 여초현상이... 그래서 여자가 100이면 남자가 86쯤 될거야. 남자 씨를 말리는 거야. 한국 남자들도 러시아로 가면 돼.

■ 제왕절개 출산은 "박스에서 꺼내는 것"

직원들이 진술한 조 이사장의 성희롱성 발언은 차마 다 담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남자들은 장례식장에서 마누라가 이뻐 보이고 장례식장 상주 방에서 성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다'거나, 자신이 유명 외국인과 목욕탕에 가서 봤다며 '외국 남성들은 성기가 크다'는 얘기를 하면서는 상체를 숙여 옆 사람을 내려다보기도 했습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저속한 망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출산휴가에 들어가는 직원에게 "예전에는 어머니들이 밭을 갈다가 애 낳고 3일 만에 다시 밭을 갈았다",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에게는 "그 정도 휴직하고 오면 내가 예전에 일하던 곳에서는 자리가 없어졌을 것"이라고까지 했습니다.

아내가 제왕절개로 출산했다고 말한 직원에게 "그게 뭐 애를 낳는 거냐, 박스에서 꺼낸 거지"라고 말했다는 진술도 신고 내용에 포함됐습니다.

탈북민들의 정착을 돕는 재단의 이사장인데도, 탈북민 출신 남성 직원에 대해서 '바퀴벌레'라고 칭한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조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을 눈앞에서 들은 여성 직원들은 "당황스러움과 성적수치심을 느꼈다", "평소 이사장은 상습적으로 저런 발언을 해왔으며, 피해를 겪은 직원들 대다수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이사장 접촉 및 대면 등을 최소화하려 노력해야 했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이사장의 발언에 충격과 불쾌감을 금치 못하였고, 업무 외적으로 불필요하고 상습적인 외모 평가와 육아휴직자 차별 발언 등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고 위축되었다'고 말했습니다.

■ "왜곡·과장됐다... 맥락을 봐달라"

이번 취재 내용과 관련해 조민호 이사장의 입장을 물었습니다. 조 이사장은 '기모노' 발언에 대한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예시들이 사실무근이거나 왜곡 과장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해당 내용을 말하는 조 이사장의 육성이 담긴 녹취 파일을 입수했다고 설명하자 조 이사장은 "무엇이든 상황이 있고 맥락이 있다"면서 "기모노와 일본 승려 건은 사명대사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앞뒤 다 자르고 발췌하면 문맥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발언들의 문맥과 상황을 모두 조사한 통일부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는 조 이사장의 발언들이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 통일부 감사로 드러난 성희롱… 해임 등 '중징계' 권고


전술한 사례들은 모두 지난해 말 이뤄진 통일부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직접 이같은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자만 11명입니다. 전체 직원의 수가 60여명에 불과한 하나재단의 규모를 생각하면 비중이 작지 않습니다.

통일부는 신고된 조 이사장의 15가지 발언 모두에 대해서 '직장 내 성희롱'으로 결론지었습니다. 더불어 해임 등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재단 측에 중징계 조치를 권고했습니다. 남북하나재단은 오늘(24일) 이사회를 열고 조민호 이사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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