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카드 이승원 “연봉과 마음의 크기가 비례하진 않죠.”

입력 2024.12.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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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이승원의 기금 전달 사진(제공 : 팀 큐브 에이전시)우리카드 이승원의 기금 전달 사진(제공 : 팀 큐브 에이전시)

1주일 전 프로배구 우리카드 세터 이승원이 사복 차림으로 코트 밖에서 찍힌 이 사진 한 장은 여러 언론을 통해 이미 기사화됐습니다. 추운 날씨를 녹이는 듯한 따뜻한 마음이 담긴 행동이었습니다.

이승원이 글로벌 아동 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를 통해 전달한 '드림 발리볼' 유소년 배구 훈련 기금 천만 원은 미래 배구 선수를 위한 지원에 쓰일 예정입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에 실질적인 행동이 중요하고 돈의 액수가 많고 적음이 결정적인 건 아니라고.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이승원의 연봉이 현재 프로배구 남자부 전체에서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우리카드 팀 전체에서도 중간에 자리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기사를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았다는 이승원에게 KBS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길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습니다. 연봉이 줄었는데도 마음의 크기가 줄지 않았다고요.

어려서부터 기부를 실천한 어머니를 보고 대학생 시절 용돈에서 일부(약 5만 원 정도)를 기부해 왔다는 이승원이 본격적으로 '정기적인 기부'를 해올 수 있었던 건 프로 선수가 된 이후부터입니다.

"대학생 때 유니세프 단체를 통해서 했는데 당시는 돈벌이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많이 할 수는 없었어요. 프로 입단하고 고정 수입이 생기면서 정기적으로 기부할 수 있게 됐고 액수도 늘었죠."

이승원은 이번 기부가 특히 의미가 있는 건 사진을 찍어서가 아니라 '지원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팀에 있다 보면 초·중·고 유망주들을 직접 접하지는 못해도 한국 배구 선수층이 얇아진다는 느낌을 점점 받거든요. 대학교에 몽골 친구들이 유입되고 그 선수들이 어렵게 지내는 것도 봤고 유망주들이 힘든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배구를 할 수 없는 순간을 맞게 된다면 얼마나 슬플까. 떠올리면 남 일 같지 않고요."

"유망주들은 어떤 경우에도 처음 배구에 흥미를 가진 순간, 그 느낌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배구를 재미있고 활기차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나중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밑거름? 경험, 바탕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죠. 저의 작은 행동이 가져올 선순환이랄까. 선한 영향력이라고 할까…. 이런 걸 생각해 봤습니다."

사실 기부라는 것은 의지가 충만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최근 이승원의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올 시즌 3라운드가 시작된 현재 출전 경기 수가 7경기. 풀세트 출전이 아니라 경기 중간중간 교체 출전했습니다. 이렇다 할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지난 2014~15시즌 현대캐피탈에서 데뷔한 이승원은 올해로 10년 차 베테랑이 됐습니다.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를 거쳐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중 우리카드로 트레이드될 때까지만 해도 이른바 '잘 나가는 선수'였습니다. 전역 후 지난 시즌을 앞두고 우리카드에 복귀해 본격적인 활약을 예고했는데 고졸 세터 한태준에게 밀려 현재는 출전 횟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인 백업 멤버입니다. 연봉도 크게 줄었습니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연봉 액수가 줄었다고 마음의 크기가 작아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더 커졌다고 표현합니다.

이승원에게 물어봤습니다. 마음이 부자인 비결이 무엇이냐고요.

이승원은 "배구 선수로서 경기를 많이 나가지 못하는 것이 솔직히 괴롭습니다. 여유가 없으면 까칠해지고 주변을 챙기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제가 원래 갖고 있던 유망주에 대한 지원,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이렇게 답했습니다.

앞으로도 기부 액수와 관계없이 꾸준히 유망주들을 돕겠다는 이승원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배구 선수니까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코트 안에서 경기력으로 보여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건 기본이라고 생각하고요. 프로 선수라면 경기 외적으로도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사회에 사랑을 갚으려고 노력할 계획입니다."

프로 선수의 행동 하나가 겨울 추운 날씨를 뜨겁게 녹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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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12 10: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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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이승원의 기금 전달 사진(제공 : 팀 큐브 에이전시)
1주일 전 프로배구 우리카드 세터 이승원이 사복 차림으로 코트 밖에서 찍힌 이 사진 한 장은 여러 언론을 통해 이미 기사화됐습니다. 추운 날씨를 녹이는 듯한 따뜻한 마음이 담긴 행동이었습니다.

이승원이 글로벌 아동 권리 전문 NGO 굿네이버스를 통해 전달한 '드림 발리볼' 유소년 배구 훈련 기금 천만 원은 미래 배구 선수를 위한 지원에 쓰일 예정입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에 실질적인 행동이 중요하고 돈의 액수가 많고 적음이 결정적인 건 아니라고.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이승원의 연봉이 현재 프로배구 남자부 전체에서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우리카드 팀 전체에서도 중간에 자리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기사를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았다는 이승원에게 KBS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길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습니다. 연봉이 줄었는데도 마음의 크기가 줄지 않았다고요.

어려서부터 기부를 실천한 어머니를 보고 대학생 시절 용돈에서 일부(약 5만 원 정도)를 기부해 왔다는 이승원이 본격적으로 '정기적인 기부'를 해올 수 있었던 건 프로 선수가 된 이후부터입니다.

"대학생 때 유니세프 단체를 통해서 했는데 당시는 돈벌이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많이 할 수는 없었어요. 프로 입단하고 고정 수입이 생기면서 정기적으로 기부할 수 있게 됐고 액수도 늘었죠."

이승원은 이번 기부가 특히 의미가 있는 건 사진을 찍어서가 아니라 '지원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팀에 있다 보면 초·중·고 유망주들을 직접 접하지는 못해도 한국 배구 선수층이 얇아진다는 느낌을 점점 받거든요. 대학교에 몽골 친구들이 유입되고 그 선수들이 어렵게 지내는 것도 봤고 유망주들이 힘든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배구를 할 수 없는 순간을 맞게 된다면 얼마나 슬플까. 떠올리면 남 일 같지 않고요."

"유망주들은 어떤 경우에도 처음 배구에 흥미를 가진 순간, 그 느낌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배구를 재미있고 활기차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나중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밑거름? 경험, 바탕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죠. 저의 작은 행동이 가져올 선순환이랄까. 선한 영향력이라고 할까…. 이런 걸 생각해 봤습니다."

사실 기부라는 것은 의지가 충만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최근 이승원의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올 시즌 3라운드가 시작된 현재 출전 경기 수가 7경기. 풀세트 출전이 아니라 경기 중간중간 교체 출전했습니다. 이렇다 할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지난 2014~15시즌 현대캐피탈에서 데뷔한 이승원은 올해로 10년 차 베테랑이 됐습니다.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를 거쳐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중 우리카드로 트레이드될 때까지만 해도 이른바 '잘 나가는 선수'였습니다. 전역 후 지난 시즌을 앞두고 우리카드에 복귀해 본격적인 활약을 예고했는데 고졸 세터 한태준에게 밀려 현재는 출전 횟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인 백업 멤버입니다. 연봉도 크게 줄었습니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연봉 액수가 줄었다고 마음의 크기가 작아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더 커졌다고 표현합니다.

이승원에게 물어봤습니다. 마음이 부자인 비결이 무엇이냐고요.

이승원은 "배구 선수로서 경기를 많이 나가지 못하는 것이 솔직히 괴롭습니다. 여유가 없으면 까칠해지고 주변을 챙기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제가 원래 갖고 있던 유망주에 대한 지원,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이렇게 답했습니다.

앞으로도 기부 액수와 관계없이 꾸준히 유망주들을 돕겠다는 이승원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배구 선수니까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코트 안에서 경기력으로 보여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건 기본이라고 생각하고요. 프로 선수라면 경기 외적으로도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사회에 사랑을 갚으려고 노력할 계획입니다."

프로 선수의 행동 하나가 겨울 추운 날씨를 뜨겁게 녹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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