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어구 걸린 돌고래 또 발견…지옥으로 변한 제주 바다
입력 2024.11.05 (10:08)
수정 2024.11.05 (10:0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어제(4일) 오후 3시 50분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앞바다에서 꼬리에 폐어구가 걸린 남방큰돌고래(다큐제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 보전연구센터 제공)
제주에서 폐어구에 걸린 남방큰돌고래가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다큐제주와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 보전연구센터에 따르면, 어제(4일) 오후 3시 50분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앞바다에서 꼬리에 폐어구가 걸린 남방큰돌고래가 발견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11월 1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서 처음 발견된 새끼 남방큰돌고래(종달이)와는 다른 개체입니다.
다큐제주 오승목 감독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광어를 사냥하는 돌고래 꼬리에 폐어구가 걸린 것이 선명하게 확인됩니다.
어제(4일) 오후 3시 50분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앞바다에서 꼬리에 폐어구가 걸린 남방큰돌고래(다큐제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 보전연구센터 제공)
오승목 감독은 "폐어구는 굵기가 있어 보이고, 줄에 해조류들이 부착이 안 된 점 등을 보면 줄에 걸린 지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남방큰돌고래는 성체로, 활발한 움직임과 먹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꼬리에 걸린 폐어구에 또 다른 폐어구가 걸려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오 감독은 "폐어구로 인해 제주 바다는 해양생물에 점점 위협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고통받는 고래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관찰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 3일 서귀포 법환동 인근 해상에서 발견된 국제 멸종위기종이자 우리나라 해양보호생물인 붉은바다거북(서귀포해경 제공)
최근 제주 바다에서 폐어구에 걸려 죽는 바다거북도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지난 3일 서귀포 법환동 인근 해상에서 발견된 커다란 바다거북. 길이 1.5m에 달하는 국제 멸종위기종 붉은바다거북입니다.
해경 대원이 물속으로 들어가 거북을 옭아매던 그물을 제거하고, 가까스로 밧줄을 매달아 육상으로 옮겼지만 이미 죽은 상태였습니다.
지난 3일 서귀포 법환동 인근 해상에서 발견된 국제 멸종위기종이자 우리나라 해양보호생물인 붉은바다거북(서귀포해경 제공)
당시 구조에 나섰던 강성우(서귀포해경 서귀포파출소) 순경은 "어선에서 쓰이는 자망 그물이 바다거북의 입 주위와 목, 지느러미 붙어 있어서 상처가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해안에서도 폐어구에 걸린 바다거북이 발견됐습니다.
지난달 27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해안에서 폐어구에 걸린 채 발견된 매부리바다거북
발견 당시 사진을 자세히 보면, 폐어구 더미 속에서 거북의 앞다리가 보입니다.
몸무게 7.1kg, 길이 44cm의 어린 매부리바다거북이 폐어구에 걸려 갯바위로 떠밀려 온 겁니다.
이 새끼 바다거북은 바위와 폐어구에 긁혀 얼굴 곳곳이 벗겨지고, 앞다리는 낚싯줄에 감겨 절단되기 직전에야 겨우 구조됐습니다.
지난달 27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해안에서 폐어구에 걸린 채 발견된 매부리바다거북
이 거북은 해양생물 전문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결국 폐사했습니다.
홍원희 아쿠아플라넷 제주 수의사는 "양쪽 팔에 괴사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고, 한쪽은 팔 근육이 회복될 수 있는 부분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해안에서 폐어구에 걸린 채 발견된 매부리바다거북. 이 거북은 해양생물 전문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폐사했다.
홍 수의사는 "최근 2년 동안 구조 치료기관으로 온 바다거북 모든 개체에서 폐어구가 발견됐다"며 폐어구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열흘 사이 중문 등 제주 서귀포 해안가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바다거북만 4마리.
지난달 17일에는 서귀포시 주상절리 인근 해상에서 그물에 걸린 바다거북이 해경에 극적으로 구조돼 겨우 목숨을 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달 17일 오후 3시 40분쯤 서귀포시 주상절리 인근 해상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화면 제공 : 제주 서귀포해양경찰서)
2021년부터 현재까지 제주 해상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바다거북은 128마리.
이 가운데 25%에 달하는 31마리의 몸에서 폐어구가 발견됐습니다.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은 개체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폐어구 걸린 돌고래 또 발견…지옥으로 변한 제주 바다
-
- 입력 2024-11-05 10:08:30
- 수정2024-11-05 10:08:56
제주에서 폐어구에 걸린 남방큰돌고래가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다큐제주와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 보전연구센터에 따르면, 어제(4일) 오후 3시 50분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앞바다에서 꼬리에 폐어구가 걸린 남방큰돌고래가 발견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11월 1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서 처음 발견된 새끼 남방큰돌고래(종달이)와는 다른 개체입니다.
다큐제주 오승목 감독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광어를 사냥하는 돌고래 꼬리에 폐어구가 걸린 것이 선명하게 확인됩니다.
오승목 감독은 "폐어구는 굵기가 있어 보이고, 줄에 해조류들이 부착이 안 된 점 등을 보면 줄에 걸린 지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남방큰돌고래는 성체로, 활발한 움직임과 먹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꼬리에 걸린 폐어구에 또 다른 폐어구가 걸려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오 감독은 "폐어구로 인해 제주 바다는 해양생물에 점점 위협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고통받는 고래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관찰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제주 바다에서 폐어구에 걸려 죽는 바다거북도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지난 3일 서귀포 법환동 인근 해상에서 발견된 커다란 바다거북. 길이 1.5m에 달하는 국제 멸종위기종 붉은바다거북입니다.
해경 대원이 물속으로 들어가 거북을 옭아매던 그물을 제거하고, 가까스로 밧줄을 매달아 육상으로 옮겼지만 이미 죽은 상태였습니다.
당시 구조에 나섰던 강성우(서귀포해경 서귀포파출소) 순경은 "어선에서 쓰이는 자망 그물이 바다거북의 입 주위와 목, 지느러미 붙어 있어서 상처가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해안에서도 폐어구에 걸린 바다거북이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사진을 자세히 보면, 폐어구 더미 속에서 거북의 앞다리가 보입니다.
몸무게 7.1kg, 길이 44cm의 어린 매부리바다거북이 폐어구에 걸려 갯바위로 떠밀려 온 겁니다.
이 새끼 바다거북은 바위와 폐어구에 긁혀 얼굴 곳곳이 벗겨지고, 앞다리는 낚싯줄에 감겨 절단되기 직전에야 겨우 구조됐습니다.
이 거북은 해양생물 전문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결국 폐사했습니다.
홍원희 아쿠아플라넷 제주 수의사는 "양쪽 팔에 괴사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고, 한쪽은 팔 근육이 회복될 수 있는 부분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홍 수의사는 "최근 2년 동안 구조 치료기관으로 온 바다거북 모든 개체에서 폐어구가 발견됐다"며 폐어구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열흘 사이 중문 등 제주 서귀포 해안가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바다거북만 4마리.
지난달 17일에는 서귀포시 주상절리 인근 해상에서 그물에 걸린 바다거북이 해경에 극적으로 구조돼 겨우 목숨을 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제주 해상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바다거북은 128마리.
이 가운데 25%에 달하는 31마리의 몸에서 폐어구가 발견됐습니다.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은 개체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
문준영 기자 mjy@kbs.co.kr
문준영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