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 잠든 만취운전자…‘음주운전 피해자’ 버스기사에 덜미

입력 2024.10.26 (13:59) 수정 2024.10.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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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 신호로 바뀌었는데도 움직이지 않는 승용차(버스 블랙박스 영상)직진 신호로 바뀌었는데도 움직이지 않는 승용차(버스 블랙박스 영상)

■도로에서 '쿨쿨'…만취 운전 막은 버스 기사

그제(24일) 아침 6시쯤,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4차선 도로. 여느때와 같이 아침 운행을 하던 버스 기사 이동혁 씨 앞에 수상한 차량이 나타납니다.

직진 신호로 바뀌었는데도 앞서가던 승용차가 출발하지 않는 겁니다. 여러 차례 경적을 울려도 반응이 없자, 이 씨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버스에서 내려 승용차로 다가갔습니다.

운전석 창문을 두드리고, 휴대전화 불빛을 비춰봐도 운전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창문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운전석에서 자는 남성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씨는 "운전석 창문을 들여다보니 남성이 고개를 푹 떨구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만취한 운전자를 끌어내리는 이동혁 씨(버스 블랙박스 영상)만취한 운전자를 끌어내리는 이동혁 씨(버스 블랙박스 영상)

잠시 뒤 차 문이 열렸고, 이 씨는 만취한 운전자를 내리게 한 뒤 승용차를 갓길로 옮겼습니다.

경찰에 신고한 뒤 손님들에게는 버스비를 돌려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 사이 남성은 비틀거리면서도 계속해서 운전대를 다시 잡으려 했고, 이 씨는 경찰이 올 때까지 남성을 붙잡고 차에 타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남성이 운전석에 타지 못하게 막는 이동혁 (버스 블랙박스 영상)남성이 운전석에 타지 못하게 막는 이동혁 (버스 블랙박스 영상)

경찰의 음주 측정 결과 20대 승용차 운전자는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동혁 씨가 적극적으로 운전자를 막아선 덕분에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2022년 음주 사고 피해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이동혁 씨 (사진 제공 : 이동혁)2022년 음주 사고 피해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이동혁 씨 (사진 제공 : 이동혁)

■"음주 운전 사고 당해 병원 신세…이후 적극 신고"

이 씨가 음주 운전 의심 신고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전에도 4차례나 신고해 검거를 도왔다고 합니다.

이 씨가 음주 운전 신고에 적극적인 이유는 바로 자신이 과거 음주 운전 사고의 피해자였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2년 전,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던 음주 운전 차량과 부딪혀 4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그 이후로 음주 운전 차량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음주 운전 차량과 부딪혀 망가진 이동혁 씨의 차(사진 제공 : 이동혁)음주 운전 차량과 부딪혀 망가진 이동혁 씨의 차(사진 제공 : 이동혁)

이 씨는 "음주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몇 가정을 파탄 낼지 모른다"며 "내가 음주 운전 피해를 당했던 당사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절대로 음주 운전만큼은 안 된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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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에서 잠든 만취운전자…‘음주운전 피해자’ 버스기사에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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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10-26 14: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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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 신호로 바뀌었는데도 움직이지 않는 승용차(버스 블랙박스 영상)
■도로에서 '쿨쿨'…만취 운전 막은 버스 기사

그제(24일) 아침 6시쯤,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4차선 도로. 여느때와 같이 아침 운행을 하던 버스 기사 이동혁 씨 앞에 수상한 차량이 나타납니다.

직진 신호로 바뀌었는데도 앞서가던 승용차가 출발하지 않는 겁니다. 여러 차례 경적을 울려도 반응이 없자, 이 씨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버스에서 내려 승용차로 다가갔습니다.

운전석 창문을 두드리고, 휴대전화 불빛을 비춰봐도 운전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창문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운전석에서 자는 남성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씨는 "운전석 창문을 들여다보니 남성이 고개를 푹 떨구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만취한 운전자를 끌어내리는 이동혁 씨(버스 블랙박스 영상)
잠시 뒤 차 문이 열렸고, 이 씨는 만취한 운전자를 내리게 한 뒤 승용차를 갓길로 옮겼습니다.

경찰에 신고한 뒤 손님들에게는 버스비를 돌려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 사이 남성은 비틀거리면서도 계속해서 운전대를 다시 잡으려 했고, 이 씨는 경찰이 올 때까지 남성을 붙잡고 차에 타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남성이 운전석에 타지 못하게 막는 이동혁 (버스 블랙박스 영상)
경찰의 음주 측정 결과 20대 승용차 운전자는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동혁 씨가 적극적으로 운전자를 막아선 덕분에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2022년 음주 사고 피해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이동혁 씨 (사진 제공 : 이동혁)
■"음주 운전 사고 당해 병원 신세…이후 적극 신고"

이 씨가 음주 운전 의심 신고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전에도 4차례나 신고해 검거를 도왔다고 합니다.

이 씨가 음주 운전 신고에 적극적인 이유는 바로 자신이 과거 음주 운전 사고의 피해자였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2년 전,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던 음주 운전 차량과 부딪혀 4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그 이후로 음주 운전 차량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음주 운전 차량과 부딪혀 망가진 이동혁 씨의 차(사진 제공 : 이동혁)
이 씨는 "음주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몇 가정을 파탄 낼지 모른다"며 "내가 음주 운전 피해를 당했던 당사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절대로 음주 운전만큼은 안 된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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