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점수 조작까지?”…충격적인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 민낯

입력 2024.09.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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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 정몽규-이기흥 회장 연임 심사 기구
체육회 입맛에 맞도록 가산점 바꾸고 평가 점수 조작까지
박정하 의원 "연간 4,500억원 지원받는 공공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연임 도전이 체육계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이들의 연임을 심사하는 기구인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가 공정함과 거리가 먼 운영을 해온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체육회 입맛에 맞는 후보자는 억지 가산점을 주고 규정도 바꾸고 결격 사유가 있어도 모르쇠하며 연임을 통과시키는 반면,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자는 평가 점수를 조작해서라도 부결시키는 관행이 드러난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박정하 의원실이 KBS에 제보한 스포츠 공정위원회의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다음은 2021년 5월 6일 제1차 스포츠 공정위원회 속기록 내용이다.

"00체육회 김00 이사가 금메달리스트로 명예전당에 된 분이에요. 그리고 현재 세계대학스포츠연맹 기술 위원, 아시아 분과위원으로도 활동하는 굉장히 열심히 하는데 이분의 정성평가서가 굉장히 미흡했어요. 그래서 소위원회에서 돌려보내서 보완해서 제출하는 것으로 해서 조건부로 결정했거든요. 이 내용이 지금 별첨으로 되어 있는 보완 서류 그게 별도로 다시 온 내용입니다. 그것을 참고하시면 되고요, 그렇게 해서 김00 씨는 61점이 돼서 통과된 것으로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위 속기록 발언의 주인공은 당시 스포츠 공정위 부위원장이었다. 김 모 이사의 연임을 통과시키기 위해 소위원회에 제출된 정성 평가 내용을 수정하도록 해 점수를 높여 연임을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한번 부결된 임원의 연임을 통과시키기 위해 평가 항목을 바꿔 버린 것이다.

2017년 5월 공정위에서 이사회 참석률 저조로 인해 정량 평가 점수가 15점에 그쳤던 양궁협회 박모 회계감사는 다음 달 다시 열린 공정위에서 정량 평가 점수가 두 배(30점)로 뛰어올랐다. 정량 평가 기준 자체를 박 모 감사에게 유리하도록 바꿔 연임을 통과시킨 것인데, 당시 녹취록을 살펴보면 공정위가 얼마나 투명성을 잃었는지를 알 수 있다.

"협회는 경륜과 경험이 풍부한 분이 참여하면 협회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강력하게 요청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엄00 부회장은 기본 점수 배정 외에 타인과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의 가산점을 주는 방법으로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박00 회계감사는 회계감사의 경우에는 이사회에 특별히 참석을 강요하는 부분의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정량평가 기준을 개정해 주셨습니다."

스포츠 공정위원회 심사 기준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정성 평가'도 자의적, 주관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5월 5차 공정위였는데 나이가 너무 많고 기여금이 적다는 이유로 정성 평가 점수를 박하게 줘 임원 연임을 탈락시킨 것이다.

- 위원장
연세가 너무 많으십니다.

- 부위원장
골프협회 감사 있지 않습니까? 이사회에 참석은 잘하신 분인데 20년을 지금 감사로 재직하고 계십니다. 너무 오래 있어서 감사가 제대로 되겠는가.

- 위원장
이분은 (기여금을) 한 번도 안 내셨더라고요.

- 위원장
그러면 골프협회 감사에 대해서만 부결을 시키는 데 찬성하시는 분 손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정성평가 중 윤리성 -1점, 대체 불가성 -4점. 총 5점을 감하여 최종 59점으로 부결시키는 것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이 같은 공정위의 행태에 대해 내부 반발도 있었던 걸로 조사됐다. 2017년 제9차 공정위에서 한 위원은 유명무실한 기능을 하는 임원 연임 심사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


-A 위원
소위원회에 질문하는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처음에 이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거기 보니까 한 90% 이상 거의 가결하더라고요. 점수에만 60점 이상 되어야 하는 건지 그 부분에 의문을 갖습니다.

- A 위원
다른 차원에서 말씀드렸는데요, 저희가 연임 내지 중임하시는 분들 올라온 부분을 개개인의 공과를 따지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요. 공과는 해당 연맹에서 알아서 했고, 연임 내지 중임을 제한한 원인이 뭐냐면 두 번 이상하고 연임을 하면 부패한다고, 그것 때문에 시작한 거거든요.

-A 위원
연임제한이라는 규정을 둔 취지가 별도로 있는데 관계없습니까? 오 위원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조건에 부합돼서 60점 이상 되면 5회, 6회, 7회 문제없습니까?

- 공정체육부장


- B 위원
그럼, 연임 중임 제한 규정은 제가 볼 때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는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연말로 다가온 각 종목 단체의 회장 연임 심사를 앞두고 있다. 특히 이 기구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 연임을 심사할 예정인데, 김병철 위원장을 비롯한 15명의 공정위원은 이기흥 회장이 이사회의 위임을 받아 직접 임명한 사람들이다. 자신이 임명한 공정위원에게 연임 심사를 받는 구조인 것이다.

박정하 의원은 "과거 이기흥 회장의 특보로 있던 스포츠공정위원장이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 가능을 심사한다면 이는 이기흥 회장의 셀프 연임이나 다름없고, 이해충돌의 소지 있을 수 있다. 연 4,500억 원의 세금을 지원받는 공공기관에서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고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스포츠 공정위원회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정관에 명시한 규정 취지에 맞게 2016년에 임원 심의 평가방법 및 기준을 마련하였고 공정한 평가 시행을 위해 3차례(2016년, 2017년, 2020년) 개정했다. 현 평가기준은 평가지표를 조항 취지에 맞게 계량화하여 정관에 부합하게 운영하고 있고, 정성평가 지표도 각 항목별 배점 내에서 5단계 척도로 점수를 산출하도록 하고 있어 정성 평가의 자의적 판단 가능성을 방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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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점수 조작까지?”…충격적인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 민낯
    • 입력 2024-09-25 19:55:33
    단독
<strong>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 정몽규-이기흥 회장 연임 심사 기구<br />체육회 입맛에 맞도록 가산점 바꾸고 평가 점수 조작까지<br />박정하 의원 "연간 4,500억원 지원받는 공공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strong>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연임 도전이 체육계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이들의 연임을 심사하는 기구인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가 공정함과 거리가 먼 운영을 해온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체육회 입맛에 맞는 후보자는 억지 가산점을 주고 규정도 바꾸고 결격 사유가 있어도 모르쇠하며 연임을 통과시키는 반면,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자는 평가 점수를 조작해서라도 부결시키는 관행이 드러난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박정하 의원실이 KBS에 제보한 스포츠 공정위원회의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다음은 2021년 5월 6일 제1차 스포츠 공정위원회 속기록 내용이다.

"00체육회 김00 이사가 금메달리스트로 명예전당에 된 분이에요. 그리고 현재 세계대학스포츠연맹 기술 위원, 아시아 분과위원으로도 활동하는 굉장히 열심히 하는데 이분의 정성평가서가 굉장히 미흡했어요. 그래서 소위원회에서 돌려보내서 보완해서 제출하는 것으로 해서 조건부로 결정했거든요. 이 내용이 지금 별첨으로 되어 있는 보완 서류 그게 별도로 다시 온 내용입니다. 그것을 참고하시면 되고요, 그렇게 해서 김00 씨는 61점이 돼서 통과된 것으로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위 속기록 발언의 주인공은 당시 스포츠 공정위 부위원장이었다. 김 모 이사의 연임을 통과시키기 위해 소위원회에 제출된 정성 평가 내용을 수정하도록 해 점수를 높여 연임을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한번 부결된 임원의 연임을 통과시키기 위해 평가 항목을 바꿔 버린 것이다.

2017년 5월 공정위에서 이사회 참석률 저조로 인해 정량 평가 점수가 15점에 그쳤던 양궁협회 박모 회계감사는 다음 달 다시 열린 공정위에서 정량 평가 점수가 두 배(30점)로 뛰어올랐다. 정량 평가 기준 자체를 박 모 감사에게 유리하도록 바꿔 연임을 통과시킨 것인데, 당시 녹취록을 살펴보면 공정위가 얼마나 투명성을 잃었는지를 알 수 있다.

"협회는 경륜과 경험이 풍부한 분이 참여하면 협회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강력하게 요청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엄00 부회장은 기본 점수 배정 외에 타인과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의 가산점을 주는 방법으로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박00 회계감사는 회계감사의 경우에는 이사회에 특별히 참석을 강요하는 부분의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정량평가 기준을 개정해 주셨습니다."

스포츠 공정위원회 심사 기준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정성 평가'도 자의적, 주관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5월 5차 공정위였는데 나이가 너무 많고 기여금이 적다는 이유로 정성 평가 점수를 박하게 줘 임원 연임을 탈락시킨 것이다.

- 위원장
연세가 너무 많으십니다.

- 부위원장
골프협회 감사 있지 않습니까? 이사회에 참석은 잘하신 분인데 20년을 지금 감사로 재직하고 계십니다. 너무 오래 있어서 감사가 제대로 되겠는가.

- 위원장
이분은 (기여금을) 한 번도 안 내셨더라고요.

- 위원장
그러면 골프협회 감사에 대해서만 부결을 시키는 데 찬성하시는 분 손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정성평가 중 윤리성 -1점, 대체 불가성 -4점. 총 5점을 감하여 최종 59점으로 부결시키는 것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이 같은 공정위의 행태에 대해 내부 반발도 있었던 걸로 조사됐다. 2017년 제9차 공정위에서 한 위원은 유명무실한 기능을 하는 임원 연임 심사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


-A 위원
소위원회에 질문하는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처음에 이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거기 보니까 한 90% 이상 거의 가결하더라고요. 점수에만 60점 이상 되어야 하는 건지 그 부분에 의문을 갖습니다.

- A 위원
다른 차원에서 말씀드렸는데요, 저희가 연임 내지 중임하시는 분들 올라온 부분을 개개인의 공과를 따지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요. 공과는 해당 연맹에서 알아서 했고, 연임 내지 중임을 제한한 원인이 뭐냐면 두 번 이상하고 연임을 하면 부패한다고, 그것 때문에 시작한 거거든요.

-A 위원
연임제한이라는 규정을 둔 취지가 별도로 있는데 관계없습니까? 오 위원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조건에 부합돼서 60점 이상 되면 5회, 6회, 7회 문제없습니까?

- 공정체육부장


- B 위원
그럼, 연임 중임 제한 규정은 제가 볼 때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는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연말로 다가온 각 종목 단체의 회장 연임 심사를 앞두고 있다. 특히 이 기구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 연임을 심사할 예정인데, 김병철 위원장을 비롯한 15명의 공정위원은 이기흥 회장이 이사회의 위임을 받아 직접 임명한 사람들이다. 자신이 임명한 공정위원에게 연임 심사를 받는 구조인 것이다.

박정하 의원은 "과거 이기흥 회장의 특보로 있던 스포츠공정위원장이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 가능을 심사한다면 이는 이기흥 회장의 셀프 연임이나 다름없고, 이해충돌의 소지 있을 수 있다. 연 4,500억 원의 세금을 지원받는 공공기관에서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고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스포츠 공정위원회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정관에 명시한 규정 취지에 맞게 2016년에 임원 심의 평가방법 및 기준을 마련하였고 공정한 평가 시행을 위해 3차례(2016년, 2017년, 2020년) 개정했다. 현 평가기준은 평가지표를 조항 취지에 맞게 계량화하여 정관에 부합하게 운영하고 있고, 정성평가 지표도 각 항목별 배점 내에서 5단계 척도로 점수를 산출하도록 하고 있어 정성 평가의 자의적 판단 가능성을 방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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