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막내아들 엉덩이에 주먹만한 구멍이 [창+]

입력 2023.05.28 (09:01) 수정 2023.05.28 (09: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시사기획 창 ‘욕창, 여기 사람 있어요’ 중에서]

#시사기획창 #가난 #욕창 #간병 #요양병원

욕창 제보 (음성변조)
눕혀놓은 거예요. 베개 자국. 완전 베개 자국 그대로 욕창이 생긴 거예요. 보니까. 왜 얘기를 안 해주냐. 코로나 때문에 면회도 잘 안되고 어떠한 얘기도 없었습니다.

욕창 제보 (음성변조)
병원에서 방치를 해서 보호자한테 연락도 않고. 어느 정도였냐면. 어른 주먹이 꼬리뼈 쪽에 두 개가 들어갈 정도입니다. 새카맣게 썩어가지고.

"석아. 석아. 면회 왔다, 엄마. 엄마 왔다. 엄마 왔어."
"형아도 왔다."
"눈 떠 봐. 눈 뜨고 엄마 봐야지. 응? 힘내야 돼. 용기 잃으면 안 돼.
힘내서 운동 열심히 해. 재활 열심히 받고 얼른얼른 일어나서 집에 가서 엄마 해주는 음식도 먹고 그러자. 눈을 두 개 다 잘 뜨는 데 오늘 또 안 뜨네."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일으키겠다며 동분서주 뛰어다니던 막내.

지난 추석 엄마는 가슴이 내려앉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들 전화가 오는데 낯선 목소리가. ○○석 씨 어머님 되시죠? 너무 놀라시지 말고요. 너무 놀라시지 말고요. 아들이 지금 조금 다치신 것 같은데. 화장실 앞인지 계단에서 넘어진 것 같다. 빨리 병원으로 오세요, 이러더라고요."

그날 이후 아들의 건강했던 예전 모습은 찾을 수 없습니다.

"열 때마다 아들 생각나고 옷 쳐다보면 맨날 문만 열면 석아. 얼른 나아서 빨리 이 방에 와서 자야지. 빨리 온나 하고 염주 들고 ‘관세음보살’ 하면서 석아, 우리 석아, 얼른 나아서 이 방에 와서 자자. 엄마하고 자자."

엄마 마음을 더 아프게 한 건 아들 몸에 생긴 욕창입니다.

"여기로 전원하는 날 병실에 들어가 봤죠. 병실 근처도 못 오게 하니까 코로나 때문에. 병실에 가보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진짜 크기가…
주먹이 푹 들어가 가지고."

"의사는 간병인 핑계 대고 간병 아줌마는 병원 핑계 대고 그렇더라고요."

2시간마다 몸의 위치를 바꿔줘야 하는 탓에 누군가가 24시간 환자 곁을 지켜야 합니다.

간병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병원비는 (매달) 230만 원, 240만 원 정도인데 간병비에서 죽어나는 거예요.
하루에 15만 원이니까. (한 달) 450만 원 하고 하면 돈이 700만 원 돈 아닙니까? 매달 800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봐야죠."

온 식구가 돈 걱정입니다.

"얘들 결혼한다고 중간에 퇴직금 타고 조금 남는 거 그것도 죄다 끌어넣고 작은아들 차 있던 거 팔고."

결국 아버지는 퇴직한 일터로 다시 출근했습니다.

"돈은 그냥 있는 거 다 긁어 쓰고 아버지가 억지로 벌고. 70살 넘으셨는데.
일을 또 손 놨다가 다시 일을 하시고. 또 내가 조금 용돈 있는 것하고 다 긁어놓고. 지금은 이제 돈도 없어요."

상처에 독이 될까,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원영 씨.

파킨슨병을 앓는 어머니의 몸에 욕창이 생긴 건 5년 전입니다.

"알람 해놓고 12시 넘어서 잠들고 새벽 2시에 깨 가지고 다시 체위 바꿔주고 잠들라고 하면 4시에 또 알람 깨 가지고. 그거 누가 그렇게 해. 2시간마다 하겠어요."

반복돼 돌아오는 자세 변경 시간. 지독한 욕창은 아들에게 잠시도 쉴 틈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키울 때는 자식 성장하고 자식 잘 크는 거 보고 공부 잘하는 거 보고 어느 정도 행복감을 느끼고 기대감을 갖고 부모는 자식을 키우는 그 고생을 참는 건데. 자식이 부모를 돌볼 때는 이미 병들어 있는 상태거든.
자식 된 입장에서 부모 돌보고 하는 건 당연한 건데 사실 올인하기는 쉽지 않죠."

하루…한 달…일 년…. 시간은 5년째 그 자립니다.

"막말로 나 목욕 안 간지 지금 5~6년 됐다고. 사우나는 뭐 언감생심이고."

원영 씨를 괴롭히는 목감기. 간만에 짬을 내 병원을 찾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나요. 오늘? 어휴 안 되겠네. 사람이 너무 많아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아요.
얼마 만에 외출한 거예요? 외출이 어딨어요. 하도 아파서 병원 가는 거지.
빨리 가야 돼요. 어머니 자세도 바꿔 드려야 되고 어머니가 열이 올라 가지고 시간이 없어요. 한 시간 반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그럴 시간이 없어."

"인터넷에서 욕창 관련 기사를 보면 가장 많은 댓글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안락사를 허용해달라는 기사입니다. 우리가 흔히 ‘발목 지뢰’라고 이야기하죠. 전쟁에서 한 사람이, 한 병사가 죽어버리면 그 병사를 두고 가면 되는데 ‘발목 지뢰’ 같이 한 사람이 전쟁에서 발목만 다치면, 옆에 동료들이 부축해 가면서 두 명, 세 명이 상실되는 것과 같이 저는 ‘발목 지뢰’라고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발목지뢰 #의료수가 #간병비 #비급여 #가난 #지역 #소외 #의료공백

방송일시 : 2023년 5월 23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WAVVE '시사기획 창' 검색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쓰러진 막내아들 엉덩이에 주먹만한 구멍이 [창+]
    • 입력 2023-05-28 09:01:50
    • 수정2023-05-28 09:47:05
    심층K
▲ [시사기획 창 ‘욕창, 여기 사람 있어요’ 중에서]

#시사기획창 #가난 #욕창 #간병 #요양병원

욕창 제보 (음성변조)
눕혀놓은 거예요. 베개 자국. 완전 베개 자국 그대로 욕창이 생긴 거예요. 보니까. 왜 얘기를 안 해주냐. 코로나 때문에 면회도 잘 안되고 어떠한 얘기도 없었습니다.

욕창 제보 (음성변조)
병원에서 방치를 해서 보호자한테 연락도 않고. 어느 정도였냐면. 어른 주먹이 꼬리뼈 쪽에 두 개가 들어갈 정도입니다. 새카맣게 썩어가지고.

"석아. 석아. 면회 왔다, 엄마. 엄마 왔다. 엄마 왔어."
"형아도 왔다."
"눈 떠 봐. 눈 뜨고 엄마 봐야지. 응? 힘내야 돼. 용기 잃으면 안 돼.
힘내서 운동 열심히 해. 재활 열심히 받고 얼른얼른 일어나서 집에 가서 엄마 해주는 음식도 먹고 그러자. 눈을 두 개 다 잘 뜨는 데 오늘 또 안 뜨네."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일으키겠다며 동분서주 뛰어다니던 막내.

지난 추석 엄마는 가슴이 내려앉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들 전화가 오는데 낯선 목소리가. ○○석 씨 어머님 되시죠? 너무 놀라시지 말고요. 너무 놀라시지 말고요. 아들이 지금 조금 다치신 것 같은데. 화장실 앞인지 계단에서 넘어진 것 같다. 빨리 병원으로 오세요, 이러더라고요."

그날 이후 아들의 건강했던 예전 모습은 찾을 수 없습니다.

"열 때마다 아들 생각나고 옷 쳐다보면 맨날 문만 열면 석아. 얼른 나아서 빨리 이 방에 와서 자야지. 빨리 온나 하고 염주 들고 ‘관세음보살’ 하면서 석아, 우리 석아, 얼른 나아서 이 방에 와서 자자. 엄마하고 자자."

엄마 마음을 더 아프게 한 건 아들 몸에 생긴 욕창입니다.

"여기로 전원하는 날 병실에 들어가 봤죠. 병실 근처도 못 오게 하니까 코로나 때문에. 병실에 가보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진짜 크기가…
주먹이 푹 들어가 가지고."

"의사는 간병인 핑계 대고 간병 아줌마는 병원 핑계 대고 그렇더라고요."

2시간마다 몸의 위치를 바꿔줘야 하는 탓에 누군가가 24시간 환자 곁을 지켜야 합니다.

간병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병원비는 (매달) 230만 원, 240만 원 정도인데 간병비에서 죽어나는 거예요.
하루에 15만 원이니까. (한 달) 450만 원 하고 하면 돈이 700만 원 돈 아닙니까? 매달 800만 원 정도 들어간다고 봐야죠."

온 식구가 돈 걱정입니다.

"얘들 결혼한다고 중간에 퇴직금 타고 조금 남는 거 그것도 죄다 끌어넣고 작은아들 차 있던 거 팔고."

결국 아버지는 퇴직한 일터로 다시 출근했습니다.

"돈은 그냥 있는 거 다 긁어 쓰고 아버지가 억지로 벌고. 70살 넘으셨는데.
일을 또 손 놨다가 다시 일을 하시고. 또 내가 조금 용돈 있는 것하고 다 긁어놓고. 지금은 이제 돈도 없어요."

상처에 독이 될까,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원영 씨.

파킨슨병을 앓는 어머니의 몸에 욕창이 생긴 건 5년 전입니다.

"알람 해놓고 12시 넘어서 잠들고 새벽 2시에 깨 가지고 다시 체위 바꿔주고 잠들라고 하면 4시에 또 알람 깨 가지고. 그거 누가 그렇게 해. 2시간마다 하겠어요."

반복돼 돌아오는 자세 변경 시간. 지독한 욕창은 아들에게 잠시도 쉴 틈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키울 때는 자식 성장하고 자식 잘 크는 거 보고 공부 잘하는 거 보고 어느 정도 행복감을 느끼고 기대감을 갖고 부모는 자식을 키우는 그 고생을 참는 건데. 자식이 부모를 돌볼 때는 이미 병들어 있는 상태거든.
자식 된 입장에서 부모 돌보고 하는 건 당연한 건데 사실 올인하기는 쉽지 않죠."

하루…한 달…일 년…. 시간은 5년째 그 자립니다.

"막말로 나 목욕 안 간지 지금 5~6년 됐다고. 사우나는 뭐 언감생심이고."

원영 씨를 괴롭히는 목감기. 간만에 짬을 내 병원을 찾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나요. 오늘? 어휴 안 되겠네. 사람이 너무 많아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아요.
얼마 만에 외출한 거예요? 외출이 어딨어요. 하도 아파서 병원 가는 거지.
빨리 가야 돼요. 어머니 자세도 바꿔 드려야 되고 어머니가 열이 올라 가지고 시간이 없어요. 한 시간 반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그럴 시간이 없어."

"인터넷에서 욕창 관련 기사를 보면 가장 많은 댓글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안락사를 허용해달라는 기사입니다. 우리가 흔히 ‘발목 지뢰’라고 이야기하죠. 전쟁에서 한 사람이, 한 병사가 죽어버리면 그 병사를 두고 가면 되는데 ‘발목 지뢰’ 같이 한 사람이 전쟁에서 발목만 다치면, 옆에 동료들이 부축해 가면서 두 명, 세 명이 상실되는 것과 같이 저는 ‘발목 지뢰’라고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발목지뢰 #의료수가 #간병비 #비급여 #가난 #지역 #소외 #의료공백

방송일시 : 2023년 5월 23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WAVVE '시사기획 창' 검색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