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차에 급발진 예방책 묻자 ‘빈칸’이 돌아왔습니다 [취재후]

입력 2023.05.27 (07:00) 수정 2023.05.2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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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의심 주행 30초, 사고기록장치는 5초

12살 도현이가 숨진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했지만, "차량 결함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강릉경찰서에 통보했습니다.

최초 급발진 의심 순간부터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약 30초 동안 진행된 SUV 차량의 질주. 하지만 국과수가 분석할 수 있는 건 사고 직전 마지막 5초의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였습니다.

규정상 사고기록장치(EDR)의 저장시간이 최소 5초여서,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차량 대부분이 5초만 사고기록을 저장하고 있습니다.

상당수 급발진 의심 사고들은 '고속주행'이 수십 초간 이어질 때가 많은데, 고속주행 시간이 길어질수록 운전자 실수보다는 차량 결함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기록장치(EDR)의 기록이 현행 5초보다 더 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박요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고 순간 5초뿐만 아니라 20초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어떻게 조작이 됐는데 어떠한 이유였는지, 또한 그 전에 자동차의 고장이 발생했는지, 또 시동이 꺼졌는지 전원이 변환이 안 됐는지 등의 다양한 데이터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

■국내 업체 "법이 정한 5초 기준 지켜...급발진 인정할 수 없어"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은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의 티볼리입니다.

이곳을 포함한 국내 업체들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기준(사고 직전 5초)을 지키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KBS는 국내 1위 업체인 현대기아차에 총 7개의 질문을 서면으로 전달했습니다.

질문 중에는 'EDR 기준 준수 외에 급발진 의심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이 질문에 대해서만 답하지 않았습니다. 빈칸으로 돌아왔습니다.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 자체가 인정된 적이 없고 인정할 수도 없어서 급발진 의심 상황을 가정한 조치를 밝힐 수 없다는 게, 뒤에 전해 들은 이유였습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EDR 관련 시행령 입법예고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EDR 관련 시행령 입법예고

■미국은 내년부터 저장시간 20초로 늘 듯...현대기아차는 어떻게 할까?

선진국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인 미국은 사고기록장치(EDR) 저장시간의 한계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습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사고기록장치(EDR)의 저장시간을 5초에서 20초로 늘리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이르면 내년부터 바뀐 규정이 미국 본토에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뀐 규정이 미국에서 시행된다면 현대기아차 역시 사고 전 마지막 기록 시간을 20초에 맞춰 수출 차량을 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국내 판매 차량과 미국 수출 차량에 다른 EDR 저장시간이 적용될지, 아니면 한국 차량에도 미국과 같은 20초를 적용할지가 관심인데, 지켜볼 일입니다.




■"저장 기록도 중요하지만, 다른 기록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사고기록장치(EDR)의 저장 길이를 늘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 데이터를 좀 더 촘촘하게 기록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사고기록장치는 사고 직전 5초간의 주행정보를 0.5초 간격으로 10번 기록합니다.

하지만 포드 등 일부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은 0.1초에서 0.2초 단위로 주행정보를 기록합니다.

같은 5초를 기록해도 담기는 정보의 양이 크게 달라지겠죠. 현대기아차가 10번의 기록이 남을 때, 포드 차량은 최대 50번의 기록이 남습니다.

윤대권 소장은 "자동차 내부에서 각 장비끼리 통신하면서 정보를 주고 받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말합니다.

윤대권 / 교통사고공학연구소장

"예를 들어 브레이크 신호 같은 경우에는, 1초에 한 100번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 신호를 주고받는데, 실제 EDR에서 1초에 2번 기록된다고 하면 아주 듬성듬성 정보가 저장되는 거죠"

"특히 자율 주행이나 전자 제어가 더 복잡한 차량의 경우에는 EDR 저장시간이 0.5초인 경우, 오차의 개연성이 상당히 넓어집니다."

자동차관리법이 정한 15가지 필수 저장항목보다 저장 범위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에선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지가 중요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현재 기록되는 항목 중 '브레이크 정보'는 브레이크를 밟은 '브레이크 스위치'의 정보이지 실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제대로 꽉 밟은 것인지 아닌지를 엄밀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만약 브레이크와 연결된 마스터 실린더의 제동 압력이나, 브레이크 모듈의 작동 압력 같은 더 세부적인 기록정보가 확보된다면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더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일부 해외 제조사들은 이런 정보도 사고기록장치(EDR)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EDR에 들어가는 정보를 지금보다 늘리고, 이를 보완할 정보를 추가하면 그만큼 '의심 사고'의 원인 규명 가능성은 커집니다.




■10년 전 등장했을 때는 '급발진 해결사' 될 거라 기대했지만….

사고기록장치(EDR)는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 등에서 먼저 도입했습니다. 도입 목적은 사고 발생 시 에어백 같은 필수 안전장치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사고기록장치(EDR)가 저장되는 조건은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5초 동안입니다.

한국에서는 2012년부터 차량에 장착된 사고기록장치(EDR)의 기록을 공개하는 게 의무화됐고, 급발진 의심 사고 규명의 열쇠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습니다.

2012년 12월 18일 KBS 뉴스2012년 12월 18일 KBS 뉴스

2012년 12월 18일 KBS 뉴스를 보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고기록장치(EDR)가 급발진을 밝힐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정보임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완벽한 정보는 아닙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필수 /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취재진과의 통화)

"당시 사고기록장치(EDR) 제도의 도입을 두고 사고 원인 분석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후 실행 절차에서는 미흡한 게 상당히 많았어요."

"급발진 의심 사고 같은 경우 차량의 이상 작동으로 EDR 자료 자체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검증할 방법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자동차 전자장비 관련 전문가인 최영석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겸임교수도 일반적인 교통사고에서 사고기록장치(EDR)의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급발진 등 복잡한 차량 결함을 밝혀내기엔 지금의 EDR 정보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밝혔습니다.


■"EDR(사고기록장치) 분석 장비도 판매 안 해"

미국은 차량 제조사가 EDR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포터블 장비(VCI)를 의무적으로 판매해야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장비가 판매되지 않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 장비가 있으면 소비자도 전문가에게 의뢰하거나 직접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데요. 현대기아차에서 만드는 차량 EDR 분석용 포터블 장비는, 경찰 등 일부 공공기관에만 한정적으로 공급됩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현대기아차도 국내와 같은 차량의 포터블 장비를 유통하고 있습니다. 미국 법에 의무로 돼 있어서입니다.



■5만 명 동의 입법동의 청원..."제조사 책임 무겁게, 원인 규명은 더 확실히"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숨진 12살 도현 군의 아버지가 올린 국회 입법청원은 엿새 만에 5만 명이 동의했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차량 결함 때문이 아니라는 입증 책임을 제조사가 지게하자는 내용입니다.

가속제압장치(비정상적 고속주행 현상 시 강제로 속도를 낮추는 것) 등 사고 예방 장치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는 것도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이런 법 개정이 불필요한 분쟁과 소송 남발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는 장치 설치에는 소극적입니다.

시민들이 억울한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예방장치를 달고, 사고가 나면 이를 규명하기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차량 제조사의 책임입니다.

정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게 없는지 대책을 세울 의무가 있고, 국회는 법을 어떻게 보완할지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는 국민들의 안전, 생명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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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기차에 급발진 예방책 묻자 ‘빈칸’이 돌아왔습니다 [취재후]
    • 입력 2023-05-27 07:00:10
    • 수정2023-05-27 07:14:16
    취재후·사건후

■급발진 의심 주행 30초, 사고기록장치는 5초

12살 도현이가 숨진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했지만, "차량 결함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강릉경찰서에 통보했습니다.

최초 급발진 의심 순간부터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약 30초 동안 진행된 SUV 차량의 질주. 하지만 국과수가 분석할 수 있는 건 사고 직전 마지막 5초의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였습니다.

규정상 사고기록장치(EDR)의 저장시간이 최소 5초여서,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차량 대부분이 5초만 사고기록을 저장하고 있습니다.

상당수 급발진 의심 사고들은 '고속주행'이 수십 초간 이어질 때가 많은데, 고속주행 시간이 길어질수록 운전자 실수보다는 차량 결함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기록장치(EDR)의 기록이 현행 5초보다 더 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박요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고 순간 5초뿐만 아니라 20초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어떻게 조작이 됐는데 어떠한 이유였는지, 또한 그 전에 자동차의 고장이 발생했는지, 또 시동이 꺼졌는지 전원이 변환이 안 됐는지 등의 다양한 데이터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
■국내 업체 "법이 정한 5초 기준 지켜...급발진 인정할 수 없어"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은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의 티볼리입니다.

이곳을 포함한 국내 업체들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기준(사고 직전 5초)을 지키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KBS는 국내 1위 업체인 현대기아차에 총 7개의 질문을 서면으로 전달했습니다.

질문 중에는 'EDR 기준 준수 외에 급발진 의심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이 질문에 대해서만 답하지 않았습니다. 빈칸으로 돌아왔습니다.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 자체가 인정된 적이 없고 인정할 수도 없어서 급발진 의심 상황을 가정한 조치를 밝힐 수 없다는 게, 뒤에 전해 들은 이유였습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EDR 관련 시행령 입법예고
■미국은 내년부터 저장시간 20초로 늘 듯...현대기아차는 어떻게 할까?

선진국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인 미국은 사고기록장치(EDR) 저장시간의 한계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습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사고기록장치(EDR)의 저장시간을 5초에서 20초로 늘리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이르면 내년부터 바뀐 규정이 미국 본토에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뀐 규정이 미국에서 시행된다면 현대기아차 역시 사고 전 마지막 기록 시간을 20초에 맞춰 수출 차량을 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국내 판매 차량과 미국 수출 차량에 다른 EDR 저장시간이 적용될지, 아니면 한국 차량에도 미국과 같은 20초를 적용할지가 관심인데, 지켜볼 일입니다.




■"저장 기록도 중요하지만, 다른 기록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사고기록장치(EDR)의 저장 길이를 늘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 데이터를 좀 더 촘촘하게 기록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사고기록장치는 사고 직전 5초간의 주행정보를 0.5초 간격으로 10번 기록합니다.

하지만 포드 등 일부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은 0.1초에서 0.2초 단위로 주행정보를 기록합니다.

같은 5초를 기록해도 담기는 정보의 양이 크게 달라지겠죠. 현대기아차가 10번의 기록이 남을 때, 포드 차량은 최대 50번의 기록이 남습니다.

윤대권 소장은 "자동차 내부에서 각 장비끼리 통신하면서 정보를 주고 받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말합니다.

윤대권 / 교통사고공학연구소장

"예를 들어 브레이크 신호 같은 경우에는, 1초에 한 100번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 신호를 주고받는데, 실제 EDR에서 1초에 2번 기록된다고 하면 아주 듬성듬성 정보가 저장되는 거죠"

"특히 자율 주행이나 전자 제어가 더 복잡한 차량의 경우에는 EDR 저장시간이 0.5초인 경우, 오차의 개연성이 상당히 넓어집니다."

자동차관리법이 정한 15가지 필수 저장항목보다 저장 범위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에선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지가 중요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현재 기록되는 항목 중 '브레이크 정보'는 브레이크를 밟은 '브레이크 스위치'의 정보이지 실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제대로 꽉 밟은 것인지 아닌지를 엄밀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만약 브레이크와 연결된 마스터 실린더의 제동 압력이나, 브레이크 모듈의 작동 압력 같은 더 세부적인 기록정보가 확보된다면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더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일부 해외 제조사들은 이런 정보도 사고기록장치(EDR)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EDR에 들어가는 정보를 지금보다 늘리고, 이를 보완할 정보를 추가하면 그만큼 '의심 사고'의 원인 규명 가능성은 커집니다.




■10년 전 등장했을 때는 '급발진 해결사' 될 거라 기대했지만….

사고기록장치(EDR)는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 등에서 먼저 도입했습니다. 도입 목적은 사고 발생 시 에어백 같은 필수 안전장치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사고기록장치(EDR)가 저장되는 조건은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5초 동안입니다.

한국에서는 2012년부터 차량에 장착된 사고기록장치(EDR)의 기록을 공개하는 게 의무화됐고, 급발진 의심 사고 규명의 열쇠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습니다.

2012년 12월 18일 KBS 뉴스
2012년 12월 18일 KBS 뉴스를 보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고기록장치(EDR)가 급발진을 밝힐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정보임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완벽한 정보는 아닙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필수 /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취재진과의 통화)

"당시 사고기록장치(EDR) 제도의 도입을 두고 사고 원인 분석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후 실행 절차에서는 미흡한 게 상당히 많았어요."

"급발진 의심 사고 같은 경우 차량의 이상 작동으로 EDR 자료 자체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검증할 방법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자동차 전자장비 관련 전문가인 최영석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겸임교수도 일반적인 교통사고에서 사고기록장치(EDR)의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급발진 등 복잡한 차량 결함을 밝혀내기엔 지금의 EDR 정보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밝혔습니다.


■"EDR(사고기록장치) 분석 장비도 판매 안 해"

미국은 차량 제조사가 EDR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포터블 장비(VCI)를 의무적으로 판매해야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장비가 판매되지 않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 장비가 있으면 소비자도 전문가에게 의뢰하거나 직접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데요. 현대기아차에서 만드는 차량 EDR 분석용 포터블 장비는, 경찰 등 일부 공공기관에만 한정적으로 공급됩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현대기아차도 국내와 같은 차량의 포터블 장비를 유통하고 있습니다. 미국 법에 의무로 돼 있어서입니다.



■5만 명 동의 입법동의 청원..."제조사 책임 무겁게, 원인 규명은 더 확실히"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숨진 12살 도현 군의 아버지가 올린 국회 입법청원은 엿새 만에 5만 명이 동의했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차량 결함 때문이 아니라는 입증 책임을 제조사가 지게하자는 내용입니다.

가속제압장치(비정상적 고속주행 현상 시 강제로 속도를 낮추는 것) 등 사고 예방 장치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는 것도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이런 법 개정이 불필요한 분쟁과 소송 남발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는 장치 설치에는 소극적입니다.

시민들이 억울한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예방장치를 달고, 사고가 나면 이를 규명하기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차량 제조사의 책임입니다.

정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게 없는지 대책을 세울 의무가 있고, 국회는 법을 어떻게 보완할지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는 국민들의 안전, 생명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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