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촬영 왔다가 이틀 만에 돌연 귀국…한류 스타에게 무슨 일이?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05.24 (07:00) 수정 2023.05.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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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정용화 씨가 중국 베이징 도착 직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사진 (출처: 웨이보)연예인 정용화 씨가 중국 베이징 도착 직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사진 (출처: 웨이보)

지난주 중국 프로그램 촬영차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한류 연예인이 돌연 출연이 무산돼 한국에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예능 프로그램 촬영차 중국을 찾은 가수 겸 연기자 정용화 씨 이야기입니다.

중국 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던 터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틀 만에 한국 돌아간 한류 연예인…출연 무산?

가수이자 배우 정용화 17일  자신의 중국 SNS 웨이보 계정에 베이징 도착 사실을 전했다. (출처: 웨이보)가수이자 배우 정용화 17일 자신의 중국 SNS 웨이보 계정에 베이징 도착 사실을 전했다. (출처: 웨이보)

그룹 씨엔블루(CNBLUE) 소속이자 연기자로도 활동 중인 정용화 씨는 당초 17일 중국 베이징 공항으로 보이는 곳에서 중국어로 "베이징, 오랜만이야"라며 자신이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알렸습니다.

특히 정용화 씨가 중국을 방문한 것이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가 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 녹화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과 한국 양국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혹시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풀릴까 하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2017년 사드 배치 논란 이후 중국 공중파에서는 한류 콘텐츠와 한국 국적 연예인이 '싹'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중국 내에서 방영될 예능 프로그램에 정용화 씨가 몇 년 만에 출연한다면 한류에 대한 중국 내 '분위기'가 조금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겁니다.

정용화 씨가  6월 방송 예정인 중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에  포함됐다는 10일자 기사. (출처: 신랑망)정용화 씨가 6월 방송 예정인 중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에 포함됐다는 10일자 기사. (출처: 신랑망)

실제 이 기대는 정용화 씨가 나온다는 예능 프로그램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현실이 되는 듯 했습니다.

대학 신입생을 스타로 키우는 리얼리티 예능물로 '화이팅! 신입생1반(奋斗! 新生一班)'이라는 프로그램 이름까지 공개됐기 때문인데요. 중국 내 여러 매체가 정용화 씨가 스타를 육성하는 선생님으로 출연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당국 "외국인 출연 허가받아야"

하지만 베이징에서 촬영한다던 정용화 씨는 이틀 뒤인 19일 한국에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베이징광전총국(北京广播电视局)의 '안내 글'이 한 중국 네티즌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됐는데요.

정용화 씨 출연 무산 소식과 베이징광전총국 안내 답신을 전한 한 SNS 계정. 댓글이 2천 개 넘게 달렸다. (출처: 웨이보)정용화 씨 출연 무산 소식과 베이징광전총국 안내 답신을 전한 한 SNS 계정. 댓글이 2천 개 넘게 달렸다. (출처: 웨이보)

누군가의 질의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쓰인 글에서 베이징광전총국은 " 외국인의 프로그램 촬영 및 제작 참여는 각 성, 자치구, 직할시 라디오와 텔레비전 행정 부서의 검토를 거쳐 국가광전총국에 보고하여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본 회답을 보내는 날까지, 우리 국은 한국 연예인 정용화가 아이치이 예능 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한다는 '화이팅!신입생1반'의 신청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어진 안내 글에서 "아이치이 측에 따르면 플랫폼은 인터넷에 알려진 정용화의 베이징 예능 프로그램 녹화 관련 정보가 사실이 아니며,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정용화를 게스트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용화 씨는  6월 방송 예정인 중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었다. (출처: 바이두)정용화 씨는 6월 방송 예정인 중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었다. (출처: 바이두)

누군가가 베이징광전총국에 정용화 씨가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문의를 했고 관련 당국이 답변한 것을 SNS에 게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중국에서는 프로그램 제작 시 촬영 전에 관련 당국의 심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심의 허가 대상에는 촬영 및 제작 참여자도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 제작사는 정용화 씨의 출연에 대해 당국의 심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촬영을 먼저 시작했다가 누군가의 문의를 가장한 '신고'로 출연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든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입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한국 연예인을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것을 두고 "올 초부터 가능할 것 같다는 분위기가 업계에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두 나라 사이 관계가 악화된 것이 영향을 주지 않았겠냐"고 말했습니다.

실제 중국 플랫폼 일부는 지난 3월과 4월 한국 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을 방문해 한국 연예인들의 출연 여부를 논의했을 정도로 '한한령 해제' 분위기가 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4월 말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이죠.

심의 허가 없이 출연시킨 것이 분명 문제 소지가 있긴 하지만, 이틀 만에 출연진에서 아예 제외시키는 것은 분명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짐작을 가능하게 합니다.

■촬영 무산 알리는 글에 '한류 금지 지지' 댓글

주목할 점은 정용화 씨의 출연이 무산됐다는 SNS 글에 도배된 댓글입니다. 글에는 댓글이 2천 개 넘게 달렸는데요. 대부분이 한한령, 이른바 한류 금지를 지지한다는 내용입니다.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지지한다"
"계속 한한령하길 희망한다. 가끔 드라마 보는 것은 괜찮은데 활동 같은 거 하는 건 그만두길"
- 정용화 씨 출연 무산 소식에 달린 중국 SNS 웨이보 댓글 일부

물론 "호기심에서 물어보는데 왜 한국만 제한하고, 다른 나라는 제한하지 않지?" 같은 댓글도 간혹 볼 수 있지만, 대다수는 중국 내 한류 금지 분위기가 유지되길 바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가수 현아는 SNS 개인 방송을 통해 자신이 6월 중국 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출처: 웨이보)가수 현아는 SNS 개인 방송을 통해 자신이 6월 중국 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출처: 웨이보)

중국 당국의 한한령 유지 움직임도, 중국 네티즌들의 한한령 지지 목소리도 모두 시작점은 같습니다. '냉각된' 한·중 관계입니다. 그래서 한한령 문제는 풀기가 유독 어렵습니다. 중국 당국은 커지는 반한(反韓) 감정에서 힘을 얻고, 반한(反韓) 목소리는 당국의 한한령 유지 움직임에서 힘을 얻는 최근 형국도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일이 단순히 한 명의 한국 국적 연예인에 국한된 일인지 아닌지는, 줄줄이 예정된 여러 한류 연예인의 중국 활동이 실제 진행되는지 여부로 확인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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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촬영 왔다가 이틀 만에 돌연 귀국…한류 스타에게 무슨 일이?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05-24 07:00:20
    • 수정2023-05-24 10: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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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정용화 씨가 중국 베이징 도착 직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사진 (출처: 웨이보)
지난주 중국 프로그램 촬영차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한류 연예인이 돌연 출연이 무산돼 한국에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예능 프로그램 촬영차 중국을 찾은 가수 겸 연기자 정용화 씨 이야기입니다.

중국 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던 터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틀 만에 한국 돌아간 한류 연예인…출연 무산?

가수이자 배우 정용화 17일  자신의 중국 SNS 웨이보 계정에 베이징 도착 사실을 전했다. (출처: 웨이보)
그룹 씨엔블루(CNBLUE) 소속이자 연기자로도 활동 중인 정용화 씨는 당초 17일 중국 베이징 공항으로 보이는 곳에서 중국어로 "베이징, 오랜만이야"라며 자신이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알렸습니다.

특히 정용화 씨가 중국을 방문한 것이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가 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 녹화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과 한국 양국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혹시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풀릴까 하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2017년 사드 배치 논란 이후 중국 공중파에서는 한류 콘텐츠와 한국 국적 연예인이 '싹'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중국 내에서 방영될 예능 프로그램에 정용화 씨가 몇 년 만에 출연한다면 한류에 대한 중국 내 '분위기'가 조금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겁니다.

정용화 씨가  6월 방송 예정인 중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에  포함됐다는 10일자 기사. (출처: 신랑망)
실제 이 기대는 정용화 씨가 나온다는 예능 프로그램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현실이 되는 듯 했습니다.

대학 신입생을 스타로 키우는 리얼리티 예능물로 '화이팅! 신입생1반(奋斗! 新生一班)'이라는 프로그램 이름까지 공개됐기 때문인데요. 중국 내 여러 매체가 정용화 씨가 스타를 육성하는 선생님으로 출연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당국 "외국인 출연 허가받아야"

하지만 베이징에서 촬영한다던 정용화 씨는 이틀 뒤인 19일 한국에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베이징광전총국(北京广播电视局)의 '안내 글'이 한 중국 네티즌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됐는데요.

정용화 씨 출연 무산 소식과 베이징광전총국 안내 답신을 전한 한 SNS 계정. 댓글이 2천 개 넘게 달렸다. (출처: 웨이보)
누군가의 질의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쓰인 글에서 베이징광전총국은 " 외국인의 프로그램 촬영 및 제작 참여는 각 성, 자치구, 직할시 라디오와 텔레비전 행정 부서의 검토를 거쳐 국가광전총국에 보고하여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본 회답을 보내는 날까지, 우리 국은 한국 연예인 정용화가 아이치이 예능 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한다는 '화이팅!신입생1반'의 신청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어진 안내 글에서 "아이치이 측에 따르면 플랫폼은 인터넷에 알려진 정용화의 베이징 예능 프로그램 녹화 관련 정보가 사실이 아니며,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정용화를 게스트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용화 씨는  6월 방송 예정인 중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었다. (출처: 바이두)
누군가가 베이징광전총국에 정용화 씨가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문의를 했고 관련 당국이 답변한 것을 SNS에 게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중국에서는 프로그램 제작 시 촬영 전에 관련 당국의 심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심의 허가 대상에는 촬영 및 제작 참여자도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 제작사는 정용화 씨의 출연에 대해 당국의 심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촬영을 먼저 시작했다가 누군가의 문의를 가장한 '신고'로 출연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든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입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한국 연예인을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것을 두고 "올 초부터 가능할 것 같다는 분위기가 업계에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두 나라 사이 관계가 악화된 것이 영향을 주지 않았겠냐"고 말했습니다.

실제 중국 플랫폼 일부는 지난 3월과 4월 한국 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을 방문해 한국 연예인들의 출연 여부를 논의했을 정도로 '한한령 해제' 분위기가 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4월 말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이죠.

심의 허가 없이 출연시킨 것이 분명 문제 소지가 있긴 하지만, 이틀 만에 출연진에서 아예 제외시키는 것은 분명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짐작을 가능하게 합니다.

■촬영 무산 알리는 글에 '한류 금지 지지' 댓글

주목할 점은 정용화 씨의 출연이 무산됐다는 SNS 글에 도배된 댓글입니다. 글에는 댓글이 2천 개 넘게 달렸는데요. 대부분이 한한령, 이른바 한류 금지를 지지한다는 내용입니다.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지지한다"
"계속 한한령하길 희망한다. 가끔 드라마 보는 것은 괜찮은데 활동 같은 거 하는 건 그만두길"
- 정용화 씨 출연 무산 소식에 달린 중국 SNS 웨이보 댓글 일부

물론 "호기심에서 물어보는데 왜 한국만 제한하고, 다른 나라는 제한하지 않지?" 같은 댓글도 간혹 볼 수 있지만, 대다수는 중국 내 한류 금지 분위기가 유지되길 바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가수 현아는 SNS 개인 방송을 통해 자신이 6월 중국 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출처: 웨이보)
중국 당국의 한한령 유지 움직임도, 중국 네티즌들의 한한령 지지 목소리도 모두 시작점은 같습니다. '냉각된' 한·중 관계입니다. 그래서 한한령 문제는 풀기가 유독 어렵습니다. 중국 당국은 커지는 반한(反韓) 감정에서 힘을 얻고, 반한(反韓) 목소리는 당국의 한한령 유지 움직임에서 힘을 얻는 최근 형국도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일이 단순히 한 명의 한국 국적 연예인에 국한된 일인지 아닌지는, 줄줄이 예정된 여러 한류 연예인의 중국 활동이 실제 진행되는지 여부로 확인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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