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구리 노점상’ 추격전에 시끌…“그냥 좀 봐줘!”

입력 2023.05.2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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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중국 도심 곳곳 '개구리 노점상' 출몰
불법 노점 단속 대상…추격전까지
"불법 노점" VS "오죽하면 거리로"
청년실업률 20% 불황 단면…'노점경제'로 포용할까

중국 거리에서 장난감을 파는 개구리 노점상. (출처 : 网易 NET EASE)중국 거리에서 장난감을 파는 개구리 노점상. (출처 : 网易 NET EASE)

어딘가 불쌍해 보이는 표정의 개구리. 불뚝 튀어나온 배에 양손 가득 개구리 장난감을 들었습니다. 목에는 머플러를 두르고 결제를 위한 QR코드 목걸이도 걸었습니다.

귀여우면서도 왠지 안쓰러워 보이는 이 개구리가 올해 들어 중국 포털사이트와 SNS의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불쌍해 보이는 외모에 더해 꼭 자기 자식을 내다 파는 것 마냥 작은 개구리 장난감을 파는 모습이 어우러져 누리꾼들을 사로잡은 겁니다.

■중국, 도심 곳곳 때아닌 '개구리' 출몰…거리 추격전까지

행인들을 쫓아다니며 장난감을 파는 이 '개구리 노점상'이 요즘 중국 도심 거리 곳곳에 출몰하고 있습니다. 귀엽고 불쌍한 외모로 행인들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고 있는데요, 그런데 요즘 이 개구리 노점상을 두고 곳곳에서 거리 추격전이 벌어져 중국이 연일 시끄럽습니다. 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하는 이른바 '이동식 노점'이다 보니 당국의 단속 대상이 된 겁니다.
단속을 피해 도망가는 개구리 노점상. (출처 : 로이터)단속을 피해 도망가는 개구리 노점상. (출처 : 로이터)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왠지 안쓰러워 보이는데, 단속을 피해 도망을 다니니 더 그렇습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까지 듭니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단속 대상이 된 개구리 노점상의 사진과 영상이 퍼지며 동정론이 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사실 중국 누리꾼들의 측은지심을 자극하는 것은 개구리 노점상의 외양만은 아닙니다.

■'개구리 노점상' 이면의 불황…"오죽했으면"

중국은 요즘 높은 실업률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전국 실업률이 5.2%를 기록했습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25세~59세 실업률은 4.2%를 기록했고, 16세~24세 실업률은 20.4%를 기록해 처음으로 20%를 넘겼습니다.

한국도 높은 실업률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지 오래지만, 중국보다는 낮습니다. 같은 4월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실업률은 2.7%를 기록했고 15세~29세 실업률은 6.4%로 집계됐습니다.
물론 단순한 수치상의 비교이긴 합니다만, 중국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하기에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특히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중국이 경제활동 재개를 선언한 '리오프닝' 이후에도 실업률이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 우려가 더해지는 상황입니다.

'개구리 노점상'은 바로 이런 경제 불황 속에서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누리꾼들의 측은지심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 마디로 '먹고 살기 힘들어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개구리 탈까지 뒤집어쓰고 나왔는데 그걸 꼭 잡아야겠냐는 겁니다.

물론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단속은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보다는 계도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여전히 당국을 성토하고 있습니다. '그냥 인파에 섞여서 돌아다니는 것뿐인데 무슨 피해를 준다고 단속하느냐'는 의견에, 큰 개구리가 작은 개구리를 파는 듯한 모습에 빗대 '오죽하면 자기 자식을 팔러 나오겠느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단속에 걸려 개구리 탈을 벗은 노점상들의 사진이 중국 매체 기사와 SNS에 올라오기도 했는데, 그 중에는 십대로 추정되는 소년도 있고 백발 노인도 있었습니다. 이런 개구리 노점상들의 '짠한' 정체가 동정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출처 : 중국 포털사이트 댓글)(출처 : 중국 포털사이트 댓글)

■'노점 경제' 살린다던 중국, '개구리 노점상'도 포용할까?

앞서 중국 정부는 2020년, 경제 회복을 위해 '노점 경제'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노점이 도시 미관과 환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었는데, 노점 경제 활성화를 통해 내수시장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겁니다. 그해 6월, 리커창 당시 총리가 노점 경제를 가리켜 일자리의 주요 원천이면서 중국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최근까지도 노점상에 대한 규제가 계속 완화되는 추세입니다.

개구리 노점상을 단속하는 당국의 입장은 좀 다르겠지만, 중국 내 여론은 이미 개구리 노점상을 노점 경제의 한 부분으로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런 노점상들의 경우 큰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닌데다, 높은 실업률 속에서 어떻게든 가족들과 먹고 살아보려고 스스로 자구책을 찾아낸 것이니 엄격하게 단속하기 보다는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중국 정부의 선택만 남았습니다. 중국 정부가 마음을 조금만 열어 준다면, 앞으로는 쫓고 쫓기는 짠한 추격전 대신 노점 경제의 주인공이자 번화가의 마스코트로 당당히 자리 잡은 개구리 노점상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픽 : 김서린, 김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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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개구리 노점상’ 추격전에 시끌…“그냥 좀 봐줘!”
    • 입력 2023-05-23 17: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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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심 곳곳 '개구리 노점상' 출몰<br />불법 노점 단속 대상…추격전까지<br />"불법 노점" VS "오죽하면 거리로"<br />청년실업률 20% 불황 단면…'노점경제'로 포용할까
중국 거리에서 장난감을 파는 개구리 노점상. (출처 : 网易 NET EASE)
어딘가 불쌍해 보이는 표정의 개구리. 불뚝 튀어나온 배에 양손 가득 개구리 장난감을 들었습니다. 목에는 머플러를 두르고 결제를 위한 QR코드 목걸이도 걸었습니다.

귀여우면서도 왠지 안쓰러워 보이는 이 개구리가 올해 들어 중국 포털사이트와 SNS의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불쌍해 보이는 외모에 더해 꼭 자기 자식을 내다 파는 것 마냥 작은 개구리 장난감을 파는 모습이 어우러져 누리꾼들을 사로잡은 겁니다.

■중국, 도심 곳곳 때아닌 '개구리' 출몰…거리 추격전까지

행인들을 쫓아다니며 장난감을 파는 이 '개구리 노점상'이 요즘 중국 도심 거리 곳곳에 출몰하고 있습니다. 귀엽고 불쌍한 외모로 행인들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고 있는데요, 그런데 요즘 이 개구리 노점상을 두고 곳곳에서 거리 추격전이 벌어져 중국이 연일 시끄럽습니다. 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하는 이른바 '이동식 노점'이다 보니 당국의 단속 대상이 된 겁니다.
단속을 피해 도망가는 개구리 노점상. (출처 : 로이터)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왠지 안쓰러워 보이는데, 단속을 피해 도망을 다니니 더 그렇습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까지 듭니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단속 대상이 된 개구리 노점상의 사진과 영상이 퍼지며 동정론이 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사실 중국 누리꾼들의 측은지심을 자극하는 것은 개구리 노점상의 외양만은 아닙니다.

■'개구리 노점상' 이면의 불황…"오죽했으면"

중국은 요즘 높은 실업률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전국 실업률이 5.2%를 기록했습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25세~59세 실업률은 4.2%를 기록했고, 16세~24세 실업률은 20.4%를 기록해 처음으로 20%를 넘겼습니다.

한국도 높은 실업률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지 오래지만, 중국보다는 낮습니다. 같은 4월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실업률은 2.7%를 기록했고 15세~29세 실업률은 6.4%로 집계됐습니다.
물론 단순한 수치상의 비교이긴 합니다만, 중국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하기에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특히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중국이 경제활동 재개를 선언한 '리오프닝' 이후에도 실업률이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 우려가 더해지는 상황입니다.

'개구리 노점상'은 바로 이런 경제 불황 속에서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누리꾼들의 측은지심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 마디로 '먹고 살기 힘들어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개구리 탈까지 뒤집어쓰고 나왔는데 그걸 꼭 잡아야겠냐는 겁니다.

물론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단속은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보다는 계도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여전히 당국을 성토하고 있습니다. '그냥 인파에 섞여서 돌아다니는 것뿐인데 무슨 피해를 준다고 단속하느냐'는 의견에, 큰 개구리가 작은 개구리를 파는 듯한 모습에 빗대 '오죽하면 자기 자식을 팔러 나오겠느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단속에 걸려 개구리 탈을 벗은 노점상들의 사진이 중국 매체 기사와 SNS에 올라오기도 했는데, 그 중에는 십대로 추정되는 소년도 있고 백발 노인도 있었습니다. 이런 개구리 노점상들의 '짠한' 정체가 동정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출처 : 중국 포털사이트 댓글)
■'노점 경제' 살린다던 중국, '개구리 노점상'도 포용할까?

앞서 중국 정부는 2020년, 경제 회복을 위해 '노점 경제'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노점이 도시 미관과 환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었는데, 노점 경제 활성화를 통해 내수시장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겁니다. 그해 6월, 리커창 당시 총리가 노점 경제를 가리켜 일자리의 주요 원천이면서 중국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최근까지도 노점상에 대한 규제가 계속 완화되는 추세입니다.

개구리 노점상을 단속하는 당국의 입장은 좀 다르겠지만, 중국 내 여론은 이미 개구리 노점상을 노점 경제의 한 부분으로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런 노점상들의 경우 큰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닌데다, 높은 실업률 속에서 어떻게든 가족들과 먹고 살아보려고 스스로 자구책을 찾아낸 것이니 엄격하게 단속하기 보다는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중국 정부의 선택만 남았습니다. 중국 정부가 마음을 조금만 열어 준다면, 앞으로는 쫓고 쫓기는 짠한 추격전 대신 노점 경제의 주인공이자 번화가의 마스코트로 당당히 자리 잡은 개구리 노점상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픽 : 김서린, 김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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