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25억 벌금…또 “그 입 다물라” 시전한 중국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05.20 (07:00) 수정 2023.05.20 (07: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시진핑 발언 패러디로 활동 정지를 당한 중국 코미디언 하우스 (출처: 바이두)시진핑 발언 패러디로 활동 정지를 당한 중국 코미디언 하우스 (출처: 바이두)

말 한마디 했다가 회사에서 해고될 위기에 처했고 다니던 회사는 문을 닫을 지경에 놓였습니다. '하우스'로 불리는 중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과 소속사에 벌어진 일입니다.

소속사에 부과된 벌금만 1천335만 3,000여 위안, 우리 돈 25억 원이 넘습니다. 2억 5천만 원 정도의 재산 몰수 처분도 받게 됐습니다.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하우스'라는 예명으로 불리는 코미디언 리하오스는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자신이 입양한 유기견 두 마리를 소재로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입양한 유기견들이 다람쥐를 뒤쫓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태도가 훌륭(우량)하고 (作風優良) 싸우면 이긴다(能打勝仗)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하우스 (중국 매체 신경보 인용)

중국어를 있는 그대로 번역한 내용만 보면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유기견이 다람쥐를 따라 달리는 기세를 표현한 것이니까요.

코미디언 하우스 (출처: 바이두)코미디언 하우스 (출처: 바이두)

하지만 하우스의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중국은 발칵 뒤집어 졌습니다.

'태도가 훌륭하고 싸우면 이긴다'는 문구가 하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인민해방군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면서 2013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른바 새로운 인민군 강화 목표, '12자 방침'입니다.

"당의 지휘를 따르고, 싸우면 이기며, 태도가 훌륭(우량) 한(聽黨指揮·能打勝仗·作風優良) 군대를 건설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주석, 2013년 당 대회 발언 중

코디디언 '하우스'는 '싸우면 이기며, 태도가 훌륭하다'는 문구 일부분을 유기견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가져다 쓴 겁니다.

■중국 당국 진상 조사 착수…일부 중국 네티즌도 반발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 네티즌들은 인민해방군을 모욕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 SNS 웨이보에 관련해 평론을 올렸습니다. 인민일보 측은 "일방적인 웃음 효과만 노리다가 선을 밟으면 오류에 빠지게 될 것"이라면서 "마음속에 두려움을 갖고 말을 조심하며 행동에 멈춤이 있어야 한다"며 "이것은 직업의 마지노선이자 업계의 공감대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코미디에 사용한 것뿐만 아니라 인민해방군의 특색을 말하는 문구를 유기견에 사용한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입니다. 어디 감히 개와 인민해방군을 엮느냐는 분노가 담겨 있습니다.

베이징시 역시 진상 조사에 착수하면서 "인민군은 국가 안보와 인민의 안녕을 지키는 강인한 수호자로, 인민군의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인민군 장병에 대한 인민 대중의 깊은 애정에 상처를 주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인민군을 웃음거리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파장 일파만파…군 언급 네티즌도 '구금'

코미디언 하우스가 공연한 것으로 알려진 베이징 공연장 (출처: 바이두)코미디언 하우스가 공연한 것으로 알려진 베이징 공연장 (출처: 바이두)

쏟아진 질타에 하우스의 소속사는 부적절한 비유로 물의를 일으켰다며 사과하고 하우스의 활동을 무기한 중단시켰습니다.

하지만 소속사의 사과에도 중국 당국은 하우스와 소속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내려진 것이 25억 원 상당의 벌금과 3억 원의 재산 몰수 처분입니다. 토크쇼를 주선한 기관과 공연장 관계자들도 조사 중입니다.


군과 관련된 발언으로 구류 처분을 받은 네티즌의 글 (출처: 웨이보)군과 관련된 발언으로 구류 처분을 받은 네티즌의 글 (출처: 웨이보)

더 나아가 중국 당국은 하우스의 활동 중지를 반대한다며 SNS에 군과 개를 함께 언급한 34살 여성까지 잡아들였습니다. 군인과 관련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공안 당국에 따르면 이 여성은 개인적인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인터넷에 군인 관련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행정구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쯤 되면 중국에서 인민해방군과 관련해서는 그 어떤 표현도 가져다 쓰면 안 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신성한' 존재입니다. 인민일보 평론대로 이번 사건으로 중국에 사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마음속에 두려움을 갖고 말을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되새기고 있을 겁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말 한마디에 25억 벌금…또 “그 입 다물라” 시전한 중국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05-20 07:00:50
    • 수정2023-05-20 07:11:20
    글로벌K
시진핑 발언 패러디로 활동 정지를 당한 중국 코미디언 하우스 (출처: 바이두)
말 한마디 했다가 회사에서 해고될 위기에 처했고 다니던 회사는 문을 닫을 지경에 놓였습니다. '하우스'로 불리는 중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과 소속사에 벌어진 일입니다.

소속사에 부과된 벌금만 1천335만 3,000여 위안, 우리 돈 25억 원이 넘습니다. 2억 5천만 원 정도의 재산 몰수 처분도 받게 됐습니다.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하우스'라는 예명으로 불리는 코미디언 리하오스는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자신이 입양한 유기견 두 마리를 소재로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입양한 유기견들이 다람쥐를 뒤쫓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태도가 훌륭(우량)하고 (作風優良) 싸우면 이긴다(能打勝仗)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하우스 (중국 매체 신경보 인용)

중국어를 있는 그대로 번역한 내용만 보면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유기견이 다람쥐를 따라 달리는 기세를 표현한 것이니까요.

코미디언 하우스 (출처: 바이두)
하지만 하우스의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중국은 발칵 뒤집어 졌습니다.

'태도가 훌륭하고 싸우면 이긴다'는 문구가 하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인민해방군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면서 2013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른바 새로운 인민군 강화 목표, '12자 방침'입니다.

"당의 지휘를 따르고, 싸우면 이기며, 태도가 훌륭(우량) 한(聽黨指揮·能打勝仗·作風優良) 군대를 건설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주석, 2013년 당 대회 발언 중

코디디언 '하우스'는 '싸우면 이기며, 태도가 훌륭하다'는 문구 일부분을 유기견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가져다 쓴 겁니다.

■중국 당국 진상 조사 착수…일부 중국 네티즌도 반발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 네티즌들은 인민해방군을 모욕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 SNS 웨이보에 관련해 평론을 올렸습니다. 인민일보 측은 "일방적인 웃음 효과만 노리다가 선을 밟으면 오류에 빠지게 될 것"이라면서 "마음속에 두려움을 갖고 말을 조심하며 행동에 멈춤이 있어야 한다"며 "이것은 직업의 마지노선이자 업계의 공감대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코미디에 사용한 것뿐만 아니라 인민해방군의 특색을 말하는 문구를 유기견에 사용한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입니다. 어디 감히 개와 인민해방군을 엮느냐는 분노가 담겨 있습니다.

베이징시 역시 진상 조사에 착수하면서 "인민군은 국가 안보와 인민의 안녕을 지키는 강인한 수호자로, 인민군의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인민군 장병에 대한 인민 대중의 깊은 애정에 상처를 주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인민군을 웃음거리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파장 일파만파…군 언급 네티즌도 '구금'

코미디언 하우스가 공연한 것으로 알려진 베이징 공연장 (출처: 바이두)
쏟아진 질타에 하우스의 소속사는 부적절한 비유로 물의를 일으켰다며 사과하고 하우스의 활동을 무기한 중단시켰습니다.

하지만 소속사의 사과에도 중국 당국은 하우스와 소속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내려진 것이 25억 원 상당의 벌금과 3억 원의 재산 몰수 처분입니다. 토크쇼를 주선한 기관과 공연장 관계자들도 조사 중입니다.


군과 관련된 발언으로 구류 처분을 받은 네티즌의 글 (출처: 웨이보)
더 나아가 중국 당국은 하우스의 활동 중지를 반대한다며 SNS에 군과 개를 함께 언급한 34살 여성까지 잡아들였습니다. 군인과 관련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공안 당국에 따르면 이 여성은 개인적인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인터넷에 군인 관련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행정구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쯤 되면 중국에서 인민해방군과 관련해서는 그 어떤 표현도 가져다 쓰면 안 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신성한' 존재입니다. 인민일보 평론대로 이번 사건으로 중국에 사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마음속에 두려움을 갖고 말을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되새기고 있을 겁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