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기권] SVB 후폭풍 ‘계속’…내 예금 안전한가?

입력 2023.03.19 (21:18) 수정 2023.03.1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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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대기 기자의 경제대기권, 매주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19일)도 박대기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오늘은 어떤 이야기죠?

[기자]

이번 주 세계를 뜨겁게 달군 뉴스죠.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과 이게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따져보겠습니다.

[앵커]

미국 정부가 비교적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일단 한 고비는 넘겼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 같아요.

[기자]

그렇긴 한데, 숙제를 남겼습니다.

이번 사태 원인을 돌아봐야 할 텐데, 첫 키워드가 '스마트폰 뱅크런'입니다.

뱅크런은 은행이 망할 거라는 불안감때문에 예금주들이 갑자기 예금을 대량 인출하는 사태를 가리키는데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에 사람들이 몰려서 혼잡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창구에 갈 필요가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초고속으로 예금을 인출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은행도 단 하루만에 수십 조 원의 예금 인출이 발생하면서 파산에 이른 것입니다.

미국의 예금보호 한도가 3억 3천만 원이기 때문에 한도 이상을 예금했던 스타트업들이 줄도산 할 거라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한도 상관 없이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고 나서면서 급한 불은 껐습니다.

[앵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러면 국내 예금자 보호 제도는 어떻게 돼있느냐.

이 부분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진 거 같아요.

어떻게 돼있습니까.

[기자]

두 번째 키워드 '22년째 그대로'입니다.

우리 예금 보호 한도는 불과 5천만 원입니다.

이게 22년 전인 2001년과 같습니다.

주요 선진국의 보호 한도를 보면 호주는 2억 원이 넘고 유럽과 영국도 1억 원이 넘습니다.

부자 나라니까 그런 게 아니냐 보실 수도 있지만, 1인당 GDP 대비 예금보호한도 비율로 봐도 2배 이상인 곳이 많습니다.

우리는 1.2배에 불과합니다.

[앵커]

그렇게 오랫동안 묶여 있는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예금 보호도 일종의 보험 상품입니다.

은행이 보험료를 내는데, 오른 만큼 예금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겁니다.

또, 보호 한도를 높이면 보호를 믿고, 금리가 높은 대신 다소 불안한 금윰기관으로 돈이 몰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SVB사태 같은 뱅크런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호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부도 이미 작년부터 검토 중이고 8월 쯤에는 개선안이 나올 예정입니다.

[앵커]

이번 사태에서 예금 보호 제도를 이야기해봤고, 다른 부분도 마저 짚어보죠.

일단 왜 이 은행이 문을 닫게 되었는가, 이 부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기자]

뱅크런 직전의 불안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다음 키워드인데,'안전자산의 배신'입니다.

미국 국채는 미국 정부가 보증하니까, 안전자산의 대명사입니다.

하지만 SVB 부실의 원인은 미국 국채를 너무 많이 산 것에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치는 내려갑니다.

금리 인상 전에 발행된 A채권은 10만 원을 빌려주면 이자 포함 11만 원을 받는다고 칩시다.

금리 인상 뒤에는 10만 원 빌려주면 12만 원 받는 B채권이 등장합니다.

그러면 A채권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가격이 내리는 것입니다.

SVB사태도 마찬가집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SVB가 가진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졌고 손실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이 은행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은행들이 국채 같은 증권에 투자했다가 본 미실현 손실인데요.

채권을 100원에 주고 샀는데, 지금 시장 가치가 50원이 된 채로 팔지 않고 있다고 해서 미실현입니다.

그 손실이, 지난해 말 800조 원이 넘습니다.

다른 은행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앵커]

그런 은행들 입장에서는 금리가 너무 오르는 게 달갑지가 않을 텐데, 그렇다고 중앙은행에서 이런 은행들 사정만 갖고 올려야 할 금리를 안 올리거나 할 수도 없잖아요.

경제 상황이라는 게 있으니까 말이죠.

[기자]

당장 돌아오는 목요일 새벽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발표됩니다.

시장에서는 동결 확률이 38%, 0.25%p인상 확률은 62%로 보고 있습니다.

은행이 불안해서 크게 올리긴 어렵지만 동결까지 가기에는 인플레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다만, 외신에 따르면 위기에 빠진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은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조금씩 해결은 되고 있지만, 금융 불안 해소와 물가 안정이라는 상충되는 목표 사이에서 세계 경제는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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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대기권] SVB 후폭풍 ‘계속’…내 예금 안전한가?
    • 입력 2023-03-19 21:18:39
    • 수정2023-03-19 22: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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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대기 기자의 경제대기권, 매주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19일)도 박대기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오늘은 어떤 이야기죠?

[기자]

이번 주 세계를 뜨겁게 달군 뉴스죠.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과 이게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따져보겠습니다.

[앵커]

미국 정부가 비교적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일단 한 고비는 넘겼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 같아요.

[기자]

그렇긴 한데, 숙제를 남겼습니다.

이번 사태 원인을 돌아봐야 할 텐데, 첫 키워드가 '스마트폰 뱅크런'입니다.

뱅크런은 은행이 망할 거라는 불안감때문에 예금주들이 갑자기 예금을 대량 인출하는 사태를 가리키는데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에 사람들이 몰려서 혼잡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창구에 갈 필요가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초고속으로 예금을 인출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은행도 단 하루만에 수십 조 원의 예금 인출이 발생하면서 파산에 이른 것입니다.

미국의 예금보호 한도가 3억 3천만 원이기 때문에 한도 이상을 예금했던 스타트업들이 줄도산 할 거라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한도 상관 없이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고 나서면서 급한 불은 껐습니다.

[앵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러면 국내 예금자 보호 제도는 어떻게 돼있느냐.

이 부분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진 거 같아요.

어떻게 돼있습니까.

[기자]

두 번째 키워드 '22년째 그대로'입니다.

우리 예금 보호 한도는 불과 5천만 원입니다.

이게 22년 전인 2001년과 같습니다.

주요 선진국의 보호 한도를 보면 호주는 2억 원이 넘고 유럽과 영국도 1억 원이 넘습니다.

부자 나라니까 그런 게 아니냐 보실 수도 있지만, 1인당 GDP 대비 예금보호한도 비율로 봐도 2배 이상인 곳이 많습니다.

우리는 1.2배에 불과합니다.

[앵커]

그렇게 오랫동안 묶여 있는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예금 보호도 일종의 보험 상품입니다.

은행이 보험료를 내는데, 오른 만큼 예금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겁니다.

또, 보호 한도를 높이면 보호를 믿고, 금리가 높은 대신 다소 불안한 금윰기관으로 돈이 몰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SVB사태 같은 뱅크런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호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부도 이미 작년부터 검토 중이고 8월 쯤에는 개선안이 나올 예정입니다.

[앵커]

이번 사태에서 예금 보호 제도를 이야기해봤고, 다른 부분도 마저 짚어보죠.

일단 왜 이 은행이 문을 닫게 되었는가, 이 부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기자]

뱅크런 직전의 불안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다음 키워드인데,'안전자산의 배신'입니다.

미국 국채는 미국 정부가 보증하니까, 안전자산의 대명사입니다.

하지만 SVB 부실의 원인은 미국 국채를 너무 많이 산 것에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치는 내려갑니다.

금리 인상 전에 발행된 A채권은 10만 원을 빌려주면 이자 포함 11만 원을 받는다고 칩시다.

금리 인상 뒤에는 10만 원 빌려주면 12만 원 받는 B채권이 등장합니다.

그러면 A채권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가격이 내리는 것입니다.

SVB사태도 마찬가집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SVB가 가진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졌고 손실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이 은행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은행들이 국채 같은 증권에 투자했다가 본 미실현 손실인데요.

채권을 100원에 주고 샀는데, 지금 시장 가치가 50원이 된 채로 팔지 않고 있다고 해서 미실현입니다.

그 손실이, 지난해 말 800조 원이 넘습니다.

다른 은행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앵커]

그런 은행들 입장에서는 금리가 너무 오르는 게 달갑지가 않을 텐데, 그렇다고 중앙은행에서 이런 은행들 사정만 갖고 올려야 할 금리를 안 올리거나 할 수도 없잖아요.

경제 상황이라는 게 있으니까 말이죠.

[기자]

당장 돌아오는 목요일 새벽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발표됩니다.

시장에서는 동결 확률이 38%, 0.25%p인상 확률은 62%로 보고 있습니다.

은행이 불안해서 크게 올리긴 어렵지만 동결까지 가기에는 인플레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다만, 외신에 따르면 위기에 빠진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은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조금씩 해결은 되고 있지만, 금융 불안 해소와 물가 안정이라는 상충되는 목표 사이에서 세계 경제는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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