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첫 정치권 단독 오찬…‘조용한 내조’ 어디로

입력 2023.01.2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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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행동 반경이 눈에 띄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김 여사는 오늘 (2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을 초청해 오찬을 가졌습니다. 정치권 인사들과 단독·정식 만남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11일 보수세가 강한 대구에서, 그것도 선거기간 유세 장소로 많이 찾는 서문시장을 나 홀로 찾아 시민들을 처음 만난 지 약 2주 만이었습니다.

대선 전 약속했던 이른바 '조용한 내조'에서 벗어나 영부인으로서 보폭을 넓히고,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 與여성의원 10명과 오찬…첫 정치권 단독 만남

오늘 오찬에 참석한 의원은 국민의힘 여성 의원 21명 중 지역구 의원 9명(김영선·김정재·임이자·김미애·배현진·양금희·이인선·조은희·황보승희 의원) 전원입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별도의 일정이 잡혔는데, 비례인 조수진 의원이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면서 모두 10명이 함께 하게 됐습니다. 메뉴는 중식으로 짜장면과 칠리새우가 나왔다고 합니다.

참석자들은 오찬 분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화기애애했고 웃음이 끊이질 않았으며 편안한 자리였다고 전했습니다.

분위기를 띄운 사람은 미혼인 임이자 의원. 임 의원은 윤 대통령처럼 다정다감하고, 집안 일 잘하고, 이런 스타일이 이상형이라고 해서 다 같이 웃음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김 여사도 분위기에 맞춰 윤 대통령과의 '러브스토리'를 공개한 거로 전해집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결혼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이) 첫인상이 좋고, 저랑 정반대로 노래도 잘하고 마음이 여리고, 이런 모습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과정에서 진심을 알게 돼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또 "제가 아니면 (윤 대통령을) 구제해줄 사람이 없었다"는 농담도 건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참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한 내용은 정치권이나 현안 관련 얘기는 거의 없었고, 소외 계층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고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여성 의원들의 의정 활동에 대한 어려움도 주요 대화 소재였는데, 김 여사는 여성 의원들 개개인의 솔직한 경험담을 경청하고, 같은 여성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 일상적인 살아가는 얘기를 함께 나누었다고 합니다.

한 참석자는 또 "기후 변화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고, 또 여성 의원들은 여사님께서 가지고 있는 전문직으로서의 어떤 문화적 소양이나 지식, 이런 것들을 우리 사회를 위해서 더 많이 써달라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참석자들은 김 여사에게 '한센병' 환자들이 있는 소록도 방문을 권하기도 했는데, 김 여사는 "가보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방역 수칙 문제로 못 갔었다. 괜찮으면 가보고 싶다"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참석 의원들은 김 여사가 중·저가 옷이나 장신구 관련 국내 디자이너들을 추천해 달라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김건희 여사가 1월 11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 상인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김건희 여사가 1월 11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 상인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일종의 관례"…'조용한 내조' 끝나나

오늘 오찬은 지난 2일 김 여사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에게 "따로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영부인이 관저에서 의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 자체는 일종의 관례였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다만, 특이점은 있습니다.

과거 영부인들이 의원 부인들을 먼저 만났다면, 김 여사의 경우 부인이 아닌 의원들을 먼저 만났다는 점입니다.

영부인 본인이 일하는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강조해 왔었던 만큼, 첫 초청 대상이 여성 의원들이라는 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참석자들은 "김 여사가 역대 영부인과 다르게 자기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사회 속에서 여성이 직업을 갖고 독립적으로 사는 것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했고, 여성의 역할에 대한 확실한 신념이 보였다"면서 "이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김 여사는 대선 기간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등이 불거지자 ‘내조에 전념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습니다.

물론 대통령 부인으로서 공적 활동은 불가피하고, '조용한 내조'를 넘어서야 할 일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양해를 구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옳습니다. 국격에 걸맞은 공적 시스템(제2부속실)의 관리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김 여사의 최근 행보는 "약속을 번복했다"는 무익한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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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 여사, 첫 정치권 단독 오찬…‘조용한 내조’ 어디로
    • 입력 2023-01-27 19:25:23
    취재K

새해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행동 반경이 눈에 띄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김 여사는 오늘 (2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을 초청해 오찬을 가졌습니다. 정치권 인사들과 단독·정식 만남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11일 보수세가 강한 대구에서, 그것도 선거기간 유세 장소로 많이 찾는 서문시장을 나 홀로 찾아 시민들을 처음 만난 지 약 2주 만이었습니다.

대선 전 약속했던 이른바 '조용한 내조'에서 벗어나 영부인으로서 보폭을 넓히고,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 與여성의원 10명과 오찬…첫 정치권 단독 만남

오늘 오찬에 참석한 의원은 국민의힘 여성 의원 21명 중 지역구 의원 9명(김영선·김정재·임이자·김미애·배현진·양금희·이인선·조은희·황보승희 의원) 전원입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별도의 일정이 잡혔는데, 비례인 조수진 의원이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면서 모두 10명이 함께 하게 됐습니다. 메뉴는 중식으로 짜장면과 칠리새우가 나왔다고 합니다.

참석자들은 오찬 분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화기애애했고 웃음이 끊이질 않았으며 편안한 자리였다고 전했습니다.

분위기를 띄운 사람은 미혼인 임이자 의원. 임 의원은 윤 대통령처럼 다정다감하고, 집안 일 잘하고, 이런 스타일이 이상형이라고 해서 다 같이 웃음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김 여사도 분위기에 맞춰 윤 대통령과의 '러브스토리'를 공개한 거로 전해집니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결혼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이) 첫인상이 좋고, 저랑 정반대로 노래도 잘하고 마음이 여리고, 이런 모습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과정에서 진심을 알게 돼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또 "제가 아니면 (윤 대통령을) 구제해줄 사람이 없었다"는 농담도 건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참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한 내용은 정치권이나 현안 관련 얘기는 거의 없었고, 소외 계층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고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여성 의원들의 의정 활동에 대한 어려움도 주요 대화 소재였는데, 김 여사는 여성 의원들 개개인의 솔직한 경험담을 경청하고, 같은 여성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 일상적인 살아가는 얘기를 함께 나누었다고 합니다.

한 참석자는 또 "기후 변화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고, 또 여성 의원들은 여사님께서 가지고 있는 전문직으로서의 어떤 문화적 소양이나 지식, 이런 것들을 우리 사회를 위해서 더 많이 써달라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참석자들은 김 여사에게 '한센병' 환자들이 있는 소록도 방문을 권하기도 했는데, 김 여사는 "가보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방역 수칙 문제로 못 갔었다. 괜찮으면 가보고 싶다"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참석 의원들은 김 여사가 중·저가 옷이나 장신구 관련 국내 디자이너들을 추천해 달라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김건희 여사가 1월 11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 상인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일종의 관례"…'조용한 내조' 끝나나

오늘 오찬은 지난 2일 김 여사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에게 "따로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영부인이 관저에서 의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 자체는 일종의 관례였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다만, 특이점은 있습니다.

과거 영부인들이 의원 부인들을 먼저 만났다면, 김 여사의 경우 부인이 아닌 의원들을 먼저 만났다는 점입니다.

영부인 본인이 일하는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강조해 왔었던 만큼, 첫 초청 대상이 여성 의원들이라는 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참석자들은 "김 여사가 역대 영부인과 다르게 자기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사회 속에서 여성이 직업을 갖고 독립적으로 사는 것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했고, 여성의 역할에 대한 확실한 신념이 보였다"면서 "이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김 여사는 대선 기간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등이 불거지자 ‘내조에 전념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습니다.

물론 대통령 부인으로서 공적 활동은 불가피하고, '조용한 내조'를 넘어서야 할 일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양해를 구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옳습니다. 국격에 걸맞은 공적 시스템(제2부속실)의 관리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김 여사의 최근 행보는 "약속을 번복했다"는 무익한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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