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사무장병원]③ ‘건보료 누수 주범’ 사무장병원, 올해 환수율 6%대…환수 왜 못하나?

입력 2021.10.04 (09:00) 수정 2021.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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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들이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동안 국민들이 내는 건보료는 '동결'됐던 2017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인상됐습니다.

최근 5년 인상률은 2~3%대였고 내년에도 건강보험료율이 1.89% 또 오릅니다. 사무장들의 부당이득을 환수하지 못한다면 매년 건보료를 인상하면서 사무장들의 배만 채워주는 셈이 될지도 모릅니다.

김진석 /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KBS와의 인터뷰)

의료보험과 의료 공급 체계에 막대한 사회적 자원을 투여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목적에 맞게 쓰이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 자원은 기본적으로 우리 시스템상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 자원이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이면 더 많은 사람의 건강과 더 많은 사람을 위한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는데...

KBS 탐사보도부는 건보공단이 적발한 사무장병원 자료 12년 치를 토대로 사무장들의 부당이득이 제대로 환수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1등 사무장 '먹튀' 금액, 건보 10년 누적 환수액 육박

KBS가 사무장병원 혐의로 유죄 확정된 폐업 병원과 약국 자료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환수율은 7.3%에 그쳤습니다. 전체 환수 결정액은 1조9,000억 원, 이 가운데 1,393억 원만 실제 환수됐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이 12년 동안 환수한 액수는 '환수결정액 1위 사무장' 한국계 캐나다인 정 모 씨의 1,382억 원보다 단 11억 원 많습니다. 정 씨는 2004년 6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병원 16곳을 운영했는데, 정 씨의 수익이 비슷한 기간 건보공단이 환수한 액수와 거의 같은 것입니다.

정 씨는 실형을 살고 석방된 외국인은 국외로 강제 퇴거할 수 있다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추방됐습니다. 문제는 정 씨에게서 1,300억 원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김문수 /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기관지원실장(KBS와의 인터뷰)

그 사람이(1위 사무장 정 모 씨) 국내에 있어야 하는데 외국에 나가 있고 재산도 국내에 아무것도 없다면 한 푼도 못 받는 그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 푼도 못 받는 상황에 대해 조치를 할 수 없나요?)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습니다. 납부의무자의 재산 등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납부 의무자 자체가 사실상 증발해버리면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없게 됩니다.

추방된 한국계 캐나다인 '1위 사무장'에게서 환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사무장들로부터 환수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요? '부당이득' 환수 현황을 지역별로 살펴보겠습니다.

■경남·인천 환수율 '최하위'…서울·경기 상대적으로 높지만 '저조'


환수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인천으로 2,203억 원 가운데 57억 원을 환수해 2.57%에 그쳤습니다. 경남도 비슷했는데 3,003억 원 가운데 79억 원만 환수해 2.63%에 머물렀습니다.

경기는 인천과 환수결정액 규모가 2,222억 원으로 비슷했지만 환수율이 9.3%로 더 높았습니다.

서울은 환수결정액 2,730억 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환수율 11%로 환수결정액이 약 8분의 1 수준인 충북(환수결정액 357억 원)의 환수율 11.1%와 비슷했습니다.

환수결정액이 비교적 적은 지역일수록 환수율이 다소 높았습니다. 하지만 울산광역시는 환수결정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472억 원이었으나 환수율 4%(19억 원 환수)에 그치는 등 저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매년 환수율 추세는 어떨까요?

■연도별 환수율 하락 추세...올해 '반짝' 상승해도 6%대


환수결정액이 많을수록 환수율은 더 낮아졌습니다. 환수결정액이 감소했던 2018년에 반짝 상승했으나, 7,722억 원으로 급증한 2019년에는 2.5%로 떨어졌습니다. 올해 8월까지는 6.5%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소폭 올랐습니다. 그러나 올해 환수결정액이 확정되지 않아 추세를 유지할지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연도별 환수율 자료는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올해 적발된 사례까지 포함해 병원과 약국 1,457곳, 전체 환수결정액 2조 9,000억여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KBS보다 분석 대상 범위가 넓어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의료법 위반이라는 '범죄'로 얻은 수익 환수가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문수 건보공단 의료기관지원실장은 "수사가 길게는 3년까지도 가는데 수사 기간 동안 사무장은 폐업하고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 환수하려 해도 상당히 안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사무장병원 수사, 증거 확보 오래 걸려...전문 수사인력 필요"

사무장병원을 근절하려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백경희 교수는 "건보에 급여 청구가 왔을 때 어느 정도 집적된 데이터들이 있어야 사무장 병원인지 의심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하지만 증거 직접 확보는 굉장히 오래 걸린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무장병원에 대한 법적 규제와 판례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백 교수는 "내부 결속력이 강한 경우, 수사기관이 여러 권한을 갖고 압수수색을 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 특히 사무장병원은 영리성을 극대화하다 보니 허위 교통사고 환자 등과 결탁하거나 범죄와 연관돼 있기도 하다. 수사도 여러 갈래서 이뤄져야 하는데 가장 전문성을 갖고 있는 곳은 건보공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건보공단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요청하고 있고, 여당은 관련 법안 통과를 압박하고 있으나 야당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공단 임직원에게 과도한 권한을 주는 게 아니냐는 것인데요. 의사협회는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공단이 의료기관에 방문해 상시 감시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입니다. 병원협회도 반대 입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안이 무엇이든 환자를 뒤로 한 채 영리만을 쫓는 사무장 병원을 뿌리 뽑기 위한 단호한 조치는 절실한 상황입니다.

사무장병원 12년의 기록, 그리고 사무장 추적기는 KBS 1TV <시사기획 창 Mr. 병원왕을 찾아라>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 클릭(일부 포털사이트 제한), 또는 링크 주소 https://news.kbs.co.kr/djnews/smj/index.html 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인터랙티브 ‘최초공개! 사무장병원 12년의 기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이미지 클릭(일부 포털사이트 제한), 또는 링크 주소 https://news.kbs.co.kr/djnews/smj/index.html 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인터랙티브 ‘최초공개! 사무장병원 12년의 기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취재: 오승목, 김영은
데이터 수집·분석: 윤지희, 이지연
인터랙티브 개발: 김성호, 장상근, 공민진
인터랙티브 디자인: 반혜영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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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 사무장병원]③ ‘건보료 누수 주범’ 사무장병원, 올해 환수율 6%대…환수 왜 못하나?
    • 입력 2021-10-04 09:00:26
    • 수정2021-10-04 09: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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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들이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동안 국민들이 내는 건보료는 '동결'됐던 2017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인상됐습니다.

최근 5년 인상률은 2~3%대였고 내년에도 건강보험료율이 1.89% 또 오릅니다. 사무장들의 부당이득을 환수하지 못한다면 매년 건보료를 인상하면서 사무장들의 배만 채워주는 셈이 될지도 모릅니다.

김진석 /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KBS와의 인터뷰)

의료보험과 의료 공급 체계에 막대한 사회적 자원을 투여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목적에 맞게 쓰이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 자원은 기본적으로 우리 시스템상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 자원이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이면 더 많은 사람의 건강과 더 많은 사람을 위한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는데...

KBS 탐사보도부는 건보공단이 적발한 사무장병원 자료 12년 치를 토대로 사무장들의 부당이득이 제대로 환수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1등 사무장 '먹튀' 금액, 건보 10년 누적 환수액 육박

KBS가 사무장병원 혐의로 유죄 확정된 폐업 병원과 약국 자료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환수율은 7.3%에 그쳤습니다. 전체 환수 결정액은 1조9,000억 원, 이 가운데 1,393억 원만 실제 환수됐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이 12년 동안 환수한 액수는 '환수결정액 1위 사무장' 한국계 캐나다인 정 모 씨의 1,382억 원보다 단 11억 원 많습니다. 정 씨는 2004년 6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병원 16곳을 운영했는데, 정 씨의 수익이 비슷한 기간 건보공단이 환수한 액수와 거의 같은 것입니다.

정 씨는 실형을 살고 석방된 외국인은 국외로 강제 퇴거할 수 있다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추방됐습니다. 문제는 정 씨에게서 1,300억 원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김문수 /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기관지원실장(KBS와의 인터뷰)

그 사람이(1위 사무장 정 모 씨) 국내에 있어야 하는데 외국에 나가 있고 재산도 국내에 아무것도 없다면 한 푼도 못 받는 그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 푼도 못 받는 상황에 대해 조치를 할 수 없나요?)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습니다. 납부의무자의 재산 등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납부 의무자 자체가 사실상 증발해버리면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없게 됩니다.

추방된 한국계 캐나다인 '1위 사무장'에게서 환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사무장들로부터 환수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요? '부당이득' 환수 현황을 지역별로 살펴보겠습니다.

■경남·인천 환수율 '최하위'…서울·경기 상대적으로 높지만 '저조'


환수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인천으로 2,203억 원 가운데 57억 원을 환수해 2.57%에 그쳤습니다. 경남도 비슷했는데 3,003억 원 가운데 79억 원만 환수해 2.63%에 머물렀습니다.

경기는 인천과 환수결정액 규모가 2,222억 원으로 비슷했지만 환수율이 9.3%로 더 높았습니다.

서울은 환수결정액 2,730억 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환수율 11%로 환수결정액이 약 8분의 1 수준인 충북(환수결정액 357억 원)의 환수율 11.1%와 비슷했습니다.

환수결정액이 비교적 적은 지역일수록 환수율이 다소 높았습니다. 하지만 울산광역시는 환수결정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472억 원이었으나 환수율 4%(19억 원 환수)에 그치는 등 저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매년 환수율 추세는 어떨까요?

■연도별 환수율 하락 추세...올해 '반짝' 상승해도 6%대


환수결정액이 많을수록 환수율은 더 낮아졌습니다. 환수결정액이 감소했던 2018년에 반짝 상승했으나, 7,722억 원으로 급증한 2019년에는 2.5%로 떨어졌습니다. 올해 8월까지는 6.5%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소폭 올랐습니다. 그러나 올해 환수결정액이 확정되지 않아 추세를 유지할지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의 연도별 환수율 자료는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올해 적발된 사례까지 포함해 병원과 약국 1,457곳, 전체 환수결정액 2조 9,000억여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KBS보다 분석 대상 범위가 넓어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의료법 위반이라는 '범죄'로 얻은 수익 환수가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문수 건보공단 의료기관지원실장은 "수사가 길게는 3년까지도 가는데 수사 기간 동안 사무장은 폐업하고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 환수하려 해도 상당히 안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사무장병원 수사, 증거 확보 오래 걸려...전문 수사인력 필요"

사무장병원을 근절하려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백경희 교수는 "건보에 급여 청구가 왔을 때 어느 정도 집적된 데이터들이 있어야 사무장 병원인지 의심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하지만 증거 직접 확보는 굉장히 오래 걸린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무장병원에 대한 법적 규제와 판례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백 교수는 "내부 결속력이 강한 경우, 수사기관이 여러 권한을 갖고 압수수색을 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 특히 사무장병원은 영리성을 극대화하다 보니 허위 교통사고 환자 등과 결탁하거나 범죄와 연관돼 있기도 하다. 수사도 여러 갈래서 이뤄져야 하는데 가장 전문성을 갖고 있는 곳은 건보공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건보공단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요청하고 있고, 여당은 관련 법안 통과를 압박하고 있으나 야당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공단 임직원에게 과도한 권한을 주는 게 아니냐는 것인데요. 의사협회는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공단이 의료기관에 방문해 상시 감시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입니다. 병원협회도 반대 입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안이 무엇이든 환자를 뒤로 한 채 영리만을 쫓는 사무장 병원을 뿌리 뽑기 위한 단호한 조치는 절실한 상황입니다.

사무장병원 12년의 기록, 그리고 사무장 추적기는 KBS 1TV <시사기획 창 Mr. 병원왕을 찾아라>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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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오승목, 김영은
데이터 수집·분석: 윤지희, 이지연
인터랙티브 개발: 김성호, 장상근, 공민진
인터랙티브 디자인: 반혜영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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