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한 음색 그대로…안방에 배달된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입력 2021.09.2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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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암담한 코로나 시대에 노래와 음악으로 던지는 응원, 제가 아직 살아있어서 할 수 있는 전부랍니다."

애잔하고 심금을 울리는 음색은 세월을 건너뛰어 그대로였다. 가수 심수봉이 19일 비대면 콘서트를 통해 변하지 않은 목소리로 안방에 위로를 전했다.

KBS 2TV는 이날 오후 8시부터 150분간 '2021 한가위 대기획 -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을 방영했다.

지난해 추석 전국에 '테스형 신드롬'을 불러온 나훈아 공연을 잇는 KBS의 두 번째 추석 특집 콘서트로, 비대면 관객 1천 명이 공연장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지켜보며 응원했다.

심수봉 공연은 화려한 쇼맨십과 과감한 발언으로 안방을 들썩이게 했던 나훈아 공연보다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대신 심수봉의 목소리가 오롯이 지닌 흡인력으로 관객을 집중하게 한 것이 특징이었다.

심수봉은 43년 음악 인생을 압축한 총 21곡의 레퍼토리를 통해 물 흐르듯 결이 고우면서도 깊은 사연이 깃든 듯한 목소리를 아낌없이 들려줬다. 심수봉으로서는 26년 만의 TV 단독 쇼이기도 하다.

'그때 그 사람', '사랑밖엔 난 몰라',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등 대표곡을 연이어 선보이며 공연을 시작한 그는 "이렇게 큰 무대에서 여러분을 뵙다니 꿈인가 싶다"며 "'집콕', '방콕'하자니 지루하고 답답하시다면 제 음악으로 위로를 삼아 달라"고 말했다.

가요계의 1세대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일컬어지는 심수봉의 음악적 역량과 스펙트럼을 엿볼 기회이기도 했다. 1978년 대학가요제 참가곡인 '그때 그 사람'을 필두로 그가 직접 작사·작곡한 곡들이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재즈와 힙합 등 장르를 넘나드는 원조 '만능 뮤지션'의 면모도 보였다. 로큰롤 밴드 '논스톱'의 드러머로 음악 인생을 시작한 그는 힙합풍의 11집 수록곡 '유'(YOU)에서 직접 현란한 드럼 연주를 선보였다.

방송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아리랑' 무대에선 피아노를 연주했다. 심수봉의 피아노가 이끄는 아리랑 선율이 오고무, 사물놀이 등과 어우러지며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훈아가 지난해 심수봉이 작사·작곡한 '비나리'를 불렀다면 심수봉은 나훈아가 만든 '무시로'를 부른 것도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후배 뮤지션들과의 하모니도 인상적인 순간을 남겼다.

복고적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그룹 잔나비의 최정훈과는 '여자이니까'를 함께 불렀다. 1976년 만들어진 '여자이니까'를 고즈넉한 음색으로 소화한 최정훈에게 심수봉은 "노래 하나로 수십 년의 세월을 넘어선 공감을 하며 황홀했다"고 격려했고, 최정훈은 "선생님과 함께 노래를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절절한 곡조로 사랑받는 심수봉의 대표곡 '비나리'는 가수 겸 배우 정용화가 함께 호흡을 맞췄고, '유'에선 양동근의 랩이 심수봉의 목소리와 어우러졌다.

심수봉은 배우 김승우가 진행한 비대면 관객들과의 문답에서 "음악은 저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라며 "음악이 없으면 지금까지 견뎌올 수가 없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향민 어머니가 "고향을 가고 싶어 하셨고 임진강에서 새벽까지 우시다 오시곤 했다"며 그리움을 드러냈고, 사모곡 '조국이여'를 부르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공연의 마무리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격려와 위로였다. 청바지 차림으로 코러스와 함께 흥겨운 '젊은 태양'을 부를 때는 시민들의 노래하는 모습이 화면으로 함께 했다. 피날레로는 히트곡 '백만 송이 장미'를 선사하며 마음을 어루만졌다.

"제 노래가 감히 이 어려울 때 선물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 그는 "저도 여러분도 이 쇼가 끝나면 모두 똑같이 일상으로 돌아간다. 부디 용기 잃지 마시고, 아프지 마시고, 이 고난을 잘 이겨내시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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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절한 음색 그대로…안방에 배달된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 입력 2021-09-20 08:15:26
    연합뉴스
"무겁고 암담한 코로나 시대에 노래와 음악으로 던지는 응원, 제가 아직 살아있어서 할 수 있는 전부랍니다."

애잔하고 심금을 울리는 음색은 세월을 건너뛰어 그대로였다. 가수 심수봉이 19일 비대면 콘서트를 통해 변하지 않은 목소리로 안방에 위로를 전했다.

KBS 2TV는 이날 오후 8시부터 150분간 '2021 한가위 대기획 -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을 방영했다.

지난해 추석 전국에 '테스형 신드롬'을 불러온 나훈아 공연을 잇는 KBS의 두 번째 추석 특집 콘서트로, 비대면 관객 1천 명이 공연장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지켜보며 응원했다.

심수봉 공연은 화려한 쇼맨십과 과감한 발언으로 안방을 들썩이게 했던 나훈아 공연보다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대신 심수봉의 목소리가 오롯이 지닌 흡인력으로 관객을 집중하게 한 것이 특징이었다.

심수봉은 43년 음악 인생을 압축한 총 21곡의 레퍼토리를 통해 물 흐르듯 결이 고우면서도 깊은 사연이 깃든 듯한 목소리를 아낌없이 들려줬다. 심수봉으로서는 26년 만의 TV 단독 쇼이기도 하다.

'그때 그 사람', '사랑밖엔 난 몰라',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등 대표곡을 연이어 선보이며 공연을 시작한 그는 "이렇게 큰 무대에서 여러분을 뵙다니 꿈인가 싶다"며 "'집콕', '방콕'하자니 지루하고 답답하시다면 제 음악으로 위로를 삼아 달라"고 말했다.

가요계의 1세대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일컬어지는 심수봉의 음악적 역량과 스펙트럼을 엿볼 기회이기도 했다. 1978년 대학가요제 참가곡인 '그때 그 사람'을 필두로 그가 직접 작사·작곡한 곡들이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재즈와 힙합 등 장르를 넘나드는 원조 '만능 뮤지션'의 면모도 보였다. 로큰롤 밴드 '논스톱'의 드러머로 음악 인생을 시작한 그는 힙합풍의 11집 수록곡 '유'(YOU)에서 직접 현란한 드럼 연주를 선보였다.

방송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아리랑' 무대에선 피아노를 연주했다. 심수봉의 피아노가 이끄는 아리랑 선율이 오고무, 사물놀이 등과 어우러지며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훈아가 지난해 심수봉이 작사·작곡한 '비나리'를 불렀다면 심수봉은 나훈아가 만든 '무시로'를 부른 것도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후배 뮤지션들과의 하모니도 인상적인 순간을 남겼다.

복고적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그룹 잔나비의 최정훈과는 '여자이니까'를 함께 불렀다. 1976년 만들어진 '여자이니까'를 고즈넉한 음색으로 소화한 최정훈에게 심수봉은 "노래 하나로 수십 년의 세월을 넘어선 공감을 하며 황홀했다"고 격려했고, 최정훈은 "선생님과 함께 노래를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절절한 곡조로 사랑받는 심수봉의 대표곡 '비나리'는 가수 겸 배우 정용화가 함께 호흡을 맞췄고, '유'에선 양동근의 랩이 심수봉의 목소리와 어우러졌다.

심수봉은 배우 김승우가 진행한 비대면 관객들과의 문답에서 "음악은 저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라며 "음악이 없으면 지금까지 견뎌올 수가 없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향민 어머니가 "고향을 가고 싶어 하셨고 임진강에서 새벽까지 우시다 오시곤 했다"며 그리움을 드러냈고, 사모곡 '조국이여'를 부르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공연의 마무리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격려와 위로였다. 청바지 차림으로 코러스와 함께 흥겨운 '젊은 태양'을 부를 때는 시민들의 노래하는 모습이 화면으로 함께 했다. 피날레로는 히트곡 '백만 송이 장미'를 선사하며 마음을 어루만졌다.

"제 노래가 감히 이 어려울 때 선물이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 그는 "저도 여러분도 이 쇼가 끝나면 모두 똑같이 일상으로 돌아간다. 부디 용기 잃지 마시고, 아프지 마시고, 이 고난을 잘 이겨내시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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