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홍준표 “배신자는 또 배신”…누구를 겨냥했나

입력 2021.08.2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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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배신자 프레임'에 걸려 들면 한국 정치판에서는 살아 남기가 어렵습니다."

'배신의 정치' 결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경고하는 듯한 이 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한 말입니다.

비슷한 시각, 또다른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그 사건'으로 멀어진 친정, 대구를 찾아 '배신자'라는 단어를 직접 거론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간 싸움으로 비치지만, 사실 홍 의원이 지목한 인물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입니다.

곧 출발하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버스 안에서 네 사람이 함께 나누게 될 불편한 이야기 중 하나는 '배신자'가 될 것 같습니다.

■ "개만도 못 한 사람들이 정치판에서 기웃"

홍준표 의원은 27일 충남 부여에 있는 김종필 전 총리(JP) 묘소를 참배하고, "평생 박정희 대통령을 배신하지 않았던 여유와 낭만의 정치인 JP를 추모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을 통해 소회를 밝혔는데, 글은 배신자로 시작해 배신으로 끝납니다.


홍 의원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가장 혐오하는 부류는 배신자들이라고 운을 뗀 뒤, "눈 앞에 작은 이익을 두고 거기에 혹해, 바람 앞의 수양버들처럼 흔들리며 믿음을 배신하는 건 용서하기 어려운 몰염치"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다만 "정치적 소신을 갖고 뜻이 달라 갈라서는 것은 언제나 존중해 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자신을 배신한 이들의 사례를 들고는 "한번 배신 해본 사람은 언제나 또 배신한다, 배신은 배신을 낳고 종국에 가서는 파멸을 부른다"고 주장했습니다.

홍 의원은 JP 묘소 바로 아래에 있던 작은 무덤 이야기로 '배신의 정치' 2편을 이어갔습니다. 그 무덤은 JP 부인 박영옥 여사 별세 후 기르던 개가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다 죽어,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합니다.

홍 의원은 "하물며 개도 주인에게 이럴진데 개만도 못 한 사람들이 정치판에서 기웃거리는 지금의 염량세태는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아무리 안갯속 정국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상가지구(喪家之狗)는 되지 말자"고 강조했습니다.

상가지구(喪家之狗)
상갓집 개라는 뜻으로, 수척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여기 저기를 떠돌아다니며 얻어 먹을 것만 찾아다니는 사람, 혹은 이익을 좇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람을 꼬집는 말.

■ 윤석열·최재형은 "배신자"…尹은 이중 낙인

홍 의원이 글을 올린 시점에 마침 유승민 전 의원이 대구를 찾은터라, 이 글이 유 전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는데요. 오해였습니다.

홍준표 캠프 여명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홍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 대한 '부연 설명'을 별도로 공지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현 정권에 발탁되고 중용받은 분들이 시류에 따라 진영을 변경하는 염량세태를 지적한 것"으로, "반대진영 입장에서는 배신이며, 과연 그런 분들이 후보가 됐을 때 국민통합이 가능할지 생각해야 할 지점이다" 라고 말이죠.

실명만 거론하지 않았을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콕 집어 저격한 겁니다.


홍 의원은 최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두 사람은 여당으로서는 자신들 진영의 배신자라며,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민주당이 가만 있겠냐"고 '배신자 프레임'으로 공격했습니다.

또 지난 6일 대구를 찾은 자리에서는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잡아넣었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며 벼락 출세를 했다"며, "TK(대구, 경북)가 어떻게 윤 전 총장에게 꽂혔는지 이해가 안 된다, TK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앞장서서 우리를 철저히 궤멸시킨 사람이 당 내 진영으로 다시 넘어와서 TK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원수, 민주당 입장에서는 배신자로 이중 낙인을 찍은 셈입니다.

■ 유승민의 '배신자 프레임 깨기' 성공할까

국민의힘 내에서 배신자 주홍글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 사람을 꼽으라면 유승민 전 의원일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TK(대구, 경북)를 중심으로 유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등진 '배신자'라는 정서가 형성돼 있습니다. 보수의 심장인 TK 민심이 외면한다는 건 보수 정치인에겐 핵심 지지층이 상당수가 이탈했고, 결국 한계점이 분명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유 전 의원이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지역 일정으로 27일 대구를 찾아, 배신자 프레임을 깨려 한 것도 이런 한계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유 전 의원은 "제가 입에도 담기 싫은 단어가 배신자"라며, "한번도 나라와 국민을 배신해본 적이 없다, 누가 배신을 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판단해주시리가 생각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탄핵 이후 보수 정치의 위기에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6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감히 예측하건대, 홍(준표) 예비후보가 윤(석열) 예비후보를 따라잡고, 제가 홍 예비후보를 따라잡아 결국 제가 후보가 될 것이다. 자신 있다"고 전망했는데요.

유승민 전 의원의 예측대로 된다면 홍준표 의원의 '배신자 낙인' 화살이 그대로 유 전 의원에게 향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유승민 전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이 세 사람은 이번 국민의힘 대선 최종 후보로 가는 길에 '배신자 낙인'이라는 장애물이 하나 더 놓인 셈인데, 이걸 어떻게 잘 넘기냐에 따라 후보들간 희비가 엇갈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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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홍준표 “배신자는 또 배신”…누구를 겨냥했나
    • 입력 2021-08-28 07:12:33
    여심야심

"누구든지 '배신자 프레임'에 걸려 들면 한국 정치판에서는 살아 남기가 어렵습니다."

'배신의 정치' 결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경고하는 듯한 이 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한 말입니다.

비슷한 시각, 또다른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그 사건'으로 멀어진 친정, 대구를 찾아 '배신자'라는 단어를 직접 거론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간 싸움으로 비치지만, 사실 홍 의원이 지목한 인물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입니다.

곧 출발하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버스 안에서 네 사람이 함께 나누게 될 불편한 이야기 중 하나는 '배신자'가 될 것 같습니다.

■ "개만도 못 한 사람들이 정치판에서 기웃"

홍준표 의원은 27일 충남 부여에 있는 김종필 전 총리(JP) 묘소를 참배하고, "평생 박정희 대통령을 배신하지 않았던 여유와 낭만의 정치인 JP를 추모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을 통해 소회를 밝혔는데, 글은 배신자로 시작해 배신으로 끝납니다.


홍 의원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가장 혐오하는 부류는 배신자들이라고 운을 뗀 뒤, "눈 앞에 작은 이익을 두고 거기에 혹해, 바람 앞의 수양버들처럼 흔들리며 믿음을 배신하는 건 용서하기 어려운 몰염치"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다만 "정치적 소신을 갖고 뜻이 달라 갈라서는 것은 언제나 존중해 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자신을 배신한 이들의 사례를 들고는 "한번 배신 해본 사람은 언제나 또 배신한다, 배신은 배신을 낳고 종국에 가서는 파멸을 부른다"고 주장했습니다.

홍 의원은 JP 묘소 바로 아래에 있던 작은 무덤 이야기로 '배신의 정치' 2편을 이어갔습니다. 그 무덤은 JP 부인 박영옥 여사 별세 후 기르던 개가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다 죽어,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합니다.

홍 의원은 "하물며 개도 주인에게 이럴진데 개만도 못 한 사람들이 정치판에서 기웃거리는 지금의 염량세태는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아무리 안갯속 정국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상가지구(喪家之狗)는 되지 말자"고 강조했습니다.

상가지구(喪家之狗)
상갓집 개라는 뜻으로, 수척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여기 저기를 떠돌아다니며 얻어 먹을 것만 찾아다니는 사람, 혹은 이익을 좇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람을 꼬집는 말.

■ 윤석열·최재형은 "배신자"…尹은 이중 낙인

홍 의원이 글을 올린 시점에 마침 유승민 전 의원이 대구를 찾은터라, 이 글이 유 전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는데요. 오해였습니다.

홍준표 캠프 여명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홍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 대한 '부연 설명'을 별도로 공지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현 정권에 발탁되고 중용받은 분들이 시류에 따라 진영을 변경하는 염량세태를 지적한 것"으로, "반대진영 입장에서는 배신이며, 과연 그런 분들이 후보가 됐을 때 국민통합이 가능할지 생각해야 할 지점이다" 라고 말이죠.

실명만 거론하지 않았을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콕 집어 저격한 겁니다.


홍 의원은 최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두 사람은 여당으로서는 자신들 진영의 배신자라며,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민주당이 가만 있겠냐"고 '배신자 프레임'으로 공격했습니다.

또 지난 6일 대구를 찾은 자리에서는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잡아넣었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며 벼락 출세를 했다"며, "TK(대구, 경북)가 어떻게 윤 전 총장에게 꽂혔는지 이해가 안 된다, TK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앞장서서 우리를 철저히 궤멸시킨 사람이 당 내 진영으로 다시 넘어와서 TK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원수, 민주당 입장에서는 배신자로 이중 낙인을 찍은 셈입니다.

■ 유승민의 '배신자 프레임 깨기' 성공할까

국민의힘 내에서 배신자 주홍글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 사람을 꼽으라면 유승민 전 의원일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TK(대구, 경북)를 중심으로 유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등진 '배신자'라는 정서가 형성돼 있습니다. 보수의 심장인 TK 민심이 외면한다는 건 보수 정치인에겐 핵심 지지층이 상당수가 이탈했고, 결국 한계점이 분명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유 전 의원이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지역 일정으로 27일 대구를 찾아, 배신자 프레임을 깨려 한 것도 이런 한계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유 전 의원은 "제가 입에도 담기 싫은 단어가 배신자"라며, "한번도 나라와 국민을 배신해본 적이 없다, 누가 배신을 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판단해주시리가 생각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탄핵 이후 보수 정치의 위기에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6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감히 예측하건대, 홍(준표) 예비후보가 윤(석열) 예비후보를 따라잡고, 제가 홍 예비후보를 따라잡아 결국 제가 후보가 될 것이다. 자신 있다"고 전망했는데요.

유승민 전 의원의 예측대로 된다면 홍준표 의원의 '배신자 낙인' 화살이 그대로 유 전 의원에게 향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유승민 전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이 세 사람은 이번 국민의힘 대선 최종 후보로 가는 길에 '배신자 낙인'이라는 장애물이 하나 더 놓인 셈인데, 이걸 어떻게 잘 넘기냐에 따라 후보들간 희비가 엇갈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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