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사기공식]⑦ 112? 1332?…보이스피싱, 어디로 신고하나?

입력 2021.07.14 (08:00) 수정 2021.07.14 (08:2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역대 최대인 7천억 원에 이른 가운데, 국내에 있는 하부 조직원만 주로 검거되는 현실과 원인 등을 앞서 보도해 드렸는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신고했을 때의 분류 체계와 사후 처리, 포상 체계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 피해 없으니까 괜찮다?... "종합적 시스템 구축 필요"

지난봄 대출 상품 소개 전화를 받은 김 씨는 통화하던 도중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하고 112에 신고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경찰 측은 "피해를 본 게 아니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연락을 따로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김 씨는 동네 지구대, 182 경찰 민원상담 전화로 차례로 연락했다가 결국 112로 다시 전화해 항의했습니다.

112에다 다시 전화를 해서, 국민이 모르고 당할 수 있지만 지켜주는 건 나라다. 너희 중앙정부는 도대체 뭐를 하냐? 그랬더니 자기네가 너무 바빠서 거기까지는 신경을 쓸 수 없다, 죄송하지만 지금 너무 바쁘다고, 안 당하시지 않았냐고 그랬어요.


112에 신고하면 신고 성격에 따라 다섯 가지 코드로 분류되는데요. 살인과 납치 등 강력 범죄에 적용되는 코드 0, 생명이나 신체 위험이 임박하거나 발생한 상황에 해당하는 코드 1은 가능한 이른 시간 내에 현장 출동이 필요합니다.

수사나 전문 상담 등이 필요한 경우는 코드 2와 3으로 분류되고 긴급성이 없는 민원‧상담 신고 등은 코드 4, 즉 경찰 출동 없이 다른 기관으로 이관됩니다.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보이스피싱 역시 긴급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코드 4로 분류된 것입니다.

현재 긴급 신고의 경우 범죄는 112, 재난은 119 두 가지이고 긴급하지 않은 민원 상담 전화는 110으로 통합돼 있는데요. 여기에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와 구제 절차 접수를 위한 금융감독원 콜센터 1332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현재 보이스피싱 신고 전화번호는 112도 있고 금감원 1332도 있는데 딱 한 군데 전화로 끝낼 수 있게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보이스피싱 신고 대표전화 번호에 전화하면 수사와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다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범죄 사용된 계정 이용 정지는?..."법령 미비로 어려움 있어"

‘대출사기’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카카오톡 계정. 올해 초 범행 이후에도 여전히 활성화 되어 있다.(피해자 사진 제공)‘대출사기’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카카오톡 계정. 올해 초 범행 이후에도 여전히 활성화 되어 있다.(피해자 사진 제공)

이제는 전화번호뿐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의 계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필요한 법령은 제때 마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1억 원이 넘는 현금을 보이스피싱으로 잃은 한 시민은 사기범의 카카오톡 계정이 범행 후 몇 달이 지났는데도 그대로 살아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는데요.

경찰은 모바일 메신저의 경우 관련법에 범죄에 사용된 계정의 이용 중지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대처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현수 경찰청 금융범죄수사계장은 “범죄 수법이 자꾸 변하기 때문에 (대응이) 쉽지는 않다. 통신사들, SNS 회사들과 개별적으로 협의한다. 특정 번호가 범죄에 활용됐다면 번호를 정지하거나 조치할 방안을 협의 중이다”고 말했습니다.

■ 대면편취형 전화번호 이용 중지, 1년째 논의 중

범죄에 사용된 전화번호 이용 중지도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감사원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사기범들이 사용한 전화번호를 이용 중지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지난해 감사원 감사보고서 발췌지난해 감사원 감사보고서 발췌

보이스피싱 수거책이 송금이나 이체 대신 피해자를 만나 돈을 가져가는 ‘대면편취’ 사기의 경우, 통신사기 피해 환급법 상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아 번호 이용 중지의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이 범죄에 사용한 전화번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전화번호를 이용 중지하더라도 범죄자가 새로운 전화번호를 확보해 범죄를 계속 저지를 가능성이 있지만,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전화번호 이용을 중지하는 절차가 생긴다면 추가 범죄 발생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감사원은 샘플 형식으로 지난 2019년 9월 말에서 10월 말까지, 한 달간 신고된 대면편취 보이스피싱 사례 193건을 살펴봤더니, 범죄가 발생했는데도 전화번호 이용 중지 조치를 내리지 않아 추가 피해가 일어난 경우만 25건, 피해액은 3억 7천여만 원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 지적 1년 뒤인 현재까지도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금융위원회는 KBS에 보낸 서면 답변을 통해 “개정 법률안이 지난 2월 국회에 제출됐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여전히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그렇다면 보이스피싱이 많이 발생하는 다른 나라들에서는 각 기관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보이스피싱 전담 기관, 정보 공유·협업 시스템 필요”


보이스피싱으로 악명 높았던 타이완은 2003년부터 정부 기관 협동으로 공동협의체를 열었습니다. 중국은 보이스피싱 특별 전담부를 설치했고 일본도 피싱대책협의회를 운영 중입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도 보이스피싱 방지대책협의회가 있지만 2015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피해 증가 수준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서면 회의만 개최했고 그 사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서울 동부지검 원민영 검사는 최근 급증하는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을 막으려면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원 검사는 “수금책이 돈을 받아서 총책한테 전달을 못 하면 이 범죄는 유지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막아주는 장치가 필요한데 금융기관, 금융위원회, 수사기관 한 곳만의 노력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유기적 연결이 되어야 방지할 수 있으므로 상설 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곽대경 교수는 “전담 조직을 만드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다만 현재 여건이나 법, 예산상의 문제가 있다면 관련된 기관들이 일시적으로라도 전담팀을 만들어 정보를 교류하고 협의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차선책으로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보이스피싱에 속지 않으려면 반드시 기억해야할 사항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미지 클릭(일부 포털사이트 제한), 또는 링크 주소(https://news.kbs.co.kr/special/voicephishing/index.html)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인터랙티브 ‘사기범 대화 120만 자 분석, 그들의 사기공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이미지 클릭(일부 포털사이트 제한), 또는 링크 주소(https://news.kbs.co.kr/special/voicephishing/index.html)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인터랙티브 ‘사기범 대화 120만 자 분석, 그들의 사기공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보이스피싱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KBS 1TV 시사기획 창 <그들의 사기공식> 유튜브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cs_noV2xA

데이터 수집·분석:윤지희, 이지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그들의 사기공식]⑦ 112? 1332?…보이스피싱, 어디로 신고하나?
    • 입력 2021-07-14 08:00:30
    • 수정2021-07-14 08:20:47
    데이터룸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역대 최대인 7천억 원에 이른 가운데, 국내에 있는 하부 조직원만 주로 검거되는 현실과 원인 등을 앞서 보도해 드렸는데요. 이번 기사에서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신고했을 때의 분류 체계와 사후 처리, 포상 체계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 피해 없으니까 괜찮다?... "종합적 시스템 구축 필요"

지난봄 대출 상품 소개 전화를 받은 김 씨는 통화하던 도중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하고 112에 신고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경찰 측은 "피해를 본 게 아니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연락을 따로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김 씨는 동네 지구대, 182 경찰 민원상담 전화로 차례로 연락했다가 결국 112로 다시 전화해 항의했습니다.

112에다 다시 전화를 해서, 국민이 모르고 당할 수 있지만 지켜주는 건 나라다. 너희 중앙정부는 도대체 뭐를 하냐? 그랬더니 자기네가 너무 바빠서 거기까지는 신경을 쓸 수 없다, 죄송하지만 지금 너무 바쁘다고, 안 당하시지 않았냐고 그랬어요.


112에 신고하면 신고 성격에 따라 다섯 가지 코드로 분류되는데요. 살인과 납치 등 강력 범죄에 적용되는 코드 0, 생명이나 신체 위험이 임박하거나 발생한 상황에 해당하는 코드 1은 가능한 이른 시간 내에 현장 출동이 필요합니다.

수사나 전문 상담 등이 필요한 경우는 코드 2와 3으로 분류되고 긴급성이 없는 민원‧상담 신고 등은 코드 4, 즉 경찰 출동 없이 다른 기관으로 이관됩니다.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보이스피싱 역시 긴급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코드 4로 분류된 것입니다.

현재 긴급 신고의 경우 범죄는 112, 재난은 119 두 가지이고 긴급하지 않은 민원 상담 전화는 110으로 통합돼 있는데요. 여기에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와 구제 절차 접수를 위한 금융감독원 콜센터 1332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현재 보이스피싱 신고 전화번호는 112도 있고 금감원 1332도 있는데 딱 한 군데 전화로 끝낼 수 있게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보이스피싱 신고 대표전화 번호에 전화하면 수사와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다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범죄 사용된 계정 이용 정지는?..."법령 미비로 어려움 있어"

‘대출사기’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카카오톡 계정. 올해 초 범행 이후에도 여전히 활성화 되어 있다.(피해자 사진 제공)
이제는 전화번호뿐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의 계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필요한 법령은 제때 마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1억 원이 넘는 현금을 보이스피싱으로 잃은 한 시민은 사기범의 카카오톡 계정이 범행 후 몇 달이 지났는데도 그대로 살아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는데요.

경찰은 모바일 메신저의 경우 관련법에 범죄에 사용된 계정의 이용 중지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대처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현수 경찰청 금융범죄수사계장은 “범죄 수법이 자꾸 변하기 때문에 (대응이) 쉽지는 않다. 통신사들, SNS 회사들과 개별적으로 협의한다. 특정 번호가 범죄에 활용됐다면 번호를 정지하거나 조치할 방안을 협의 중이다”고 말했습니다.

■ 대면편취형 전화번호 이용 중지, 1년째 논의 중

범죄에 사용된 전화번호 이용 중지도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감사원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사기범들이 사용한 전화번호를 이용 중지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지난해 감사원 감사보고서 발췌
보이스피싱 수거책이 송금이나 이체 대신 피해자를 만나 돈을 가져가는 ‘대면편취’ 사기의 경우, 통신사기 피해 환급법 상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아 번호 이용 중지의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이 범죄에 사용한 전화번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전화번호를 이용 중지하더라도 범죄자가 새로운 전화번호를 확보해 범죄를 계속 저지를 가능성이 있지만,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전화번호 이용을 중지하는 절차가 생긴다면 추가 범죄 발생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감사원은 샘플 형식으로 지난 2019년 9월 말에서 10월 말까지, 한 달간 신고된 대면편취 보이스피싱 사례 193건을 살펴봤더니, 범죄가 발생했는데도 전화번호 이용 중지 조치를 내리지 않아 추가 피해가 일어난 경우만 25건, 피해액은 3억 7천여만 원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 지적 1년 뒤인 현재까지도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금융위원회는 KBS에 보낸 서면 답변을 통해 “개정 법률안이 지난 2월 국회에 제출됐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여전히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그렇다면 보이스피싱이 많이 발생하는 다른 나라들에서는 각 기관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보이스피싱 전담 기관, 정보 공유·협업 시스템 필요”


보이스피싱으로 악명 높았던 타이완은 2003년부터 정부 기관 협동으로 공동협의체를 열었습니다. 중국은 보이스피싱 특별 전담부를 설치했고 일본도 피싱대책협의회를 운영 중입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도 보이스피싱 방지대책협의회가 있지만 2015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피해 증가 수준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서면 회의만 개최했고 그 사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서울 동부지검 원민영 검사는 최근 급증하는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을 막으려면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원 검사는 “수금책이 돈을 받아서 총책한테 전달을 못 하면 이 범죄는 유지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막아주는 장치가 필요한데 금융기관, 금융위원회, 수사기관 한 곳만의 노력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유기적 연결이 되어야 방지할 수 있으므로 상설 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곽대경 교수는 “전담 조직을 만드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다만 현재 여건이나 법, 예산상의 문제가 있다면 관련된 기관들이 일시적으로라도 전담팀을 만들어 정보를 교류하고 협의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차선책으로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보이스피싱에 속지 않으려면 반드시 기억해야할 사항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미지 클릭(일부 포털사이트 제한), 또는 링크 주소(https://news.kbs.co.kr/special/voicephishing/index.html)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인터랙티브 ‘사기범 대화 120만 자 분석, 그들의 사기공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보이스피싱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KBS 1TV 시사기획 창 <그들의 사기공식> 유튜브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cs_noV2xA

데이터 수집·분석:윤지희, 이지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