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석회암 매립장 논란…녹색으로 물든 하천

입력 2021.05.14 (23:34) 수정 2021.05.1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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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 C&E가 강원도 영월군 석회암 지대에 조성하려는 매립장 예정지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 C&E가 강원도 영월군 석회암 지대에 조성하려는 매립장 예정지

■ 폐광 복구 대신 매립장 조성… 대규모 석회암 매립장 안전할까?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근처의 한 폐광산 지역. 시멘트 업계 1위라는 쌍용 C&E는 이 일대에 16년 동안 산업 폐기물 560만 톤을 처리할 수 있는 매립장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총면적 21만여 ㎡ 규모에 1,700억 원이 넘는 건설비를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폐광산을 복구하는 대신 석회암 매립장을 조성하면서 식수원 등 환경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근 충북 제천과 단양, 충주는 물론 수도권 지역까지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하에 절리와 동공, 즉 텅 빈 굴이 많은 석회암 지대 카르스트 지형의 특성상 매립장 침출수 유출로 지하수가 광범위하게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 때문입니다.

이 일대는 수많은 발파로 지하 암반에 균열이 잦고 동공에 따른 빗물 유출이 확인된 지역입니다. 때문에 "지질 구조가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쌍용C&E는 "매립장 예정지 바닥부에 투수성이 높은 암질 지역이 있어, 지하 투과 레이더 탐사 시 동공이 발견되면 바닥부 전면에 철근 콘크리트 슬라브를 시공하겠다", "세계 최고 수준의 차수 시설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석회암 매립장 예정지에서 직선거리로 5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확인된 녹색 형광물질, 우라닌 (사진제공: 쌍용C&E 매립장 반대 영월·제천·단양·충주대책위원회).석회암 매립장 예정지에서 직선거리로 5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확인된 녹색 형광물질, 우라닌 (사진제공: 쌍용C&E 매립장 반대 영월·제천·단양·충주대책위원회).

■ 5km 떨어진 곳에서 우라닌 유입 발견… "오염 물질 확산"

쌍용C&E는 지난 1월, 매립장 예정지 배후지의 빗물 빠짐, 배수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우라닌'이라는 녹색 형광물질을 투입했습니다. 추적자 시험은 지하 동공 등을 파악하기 위해 물질을 조사 지역에 넣고 일정한 간격으로 농도 변화를 조사해 이동 속도와 방향, 경로를 확인하는 시험입니다.

그런데 이 물질이 불과 사흘 만에 매립장 예정지에서 200m 떨어진 쌍용천으로 유입돼 일대를 녹색으로 물들였습니다.

쌍용C&E 측이 한국종합기술에 의뢰해 진행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침출수 유출을 막는 차수 시설이 없을 경우, 15년 정도 지나야 200m 떨어진 쌍용천까지 유출될 수 있다"고 분석돼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1월 13일, 우라닌을 주입한 뒤 사흘 만에 쌍용천까지 흘러나갈 정도로 급속도로 확산한 겁니다. 이어 보름여 만에 직선거리로 5k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우라닌이 발견된 겁니다.

이에 대해 쌍용C&E는 "녹색 물질인 우라닌은 생태 독성이 전혀 없다"면서 "매립장 건설 사업 부지는 물론, 근처 지역을 대상으로 동공 여부와 지하수 물길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시험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대책위원회 관계자와 주민들은 "지난해 8월 4일, 매립장 예정지 일대에 폭우가 쏟아졌는데, 웅덩이 2개에 가득 찼던 물이 같은 달 21일에는 일부만 남아있었다"면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매립장 조성 예정지가 빗물이 줄줄 새는 위험한 지반"이라는 주장입니다.

추가 우라닌 유출이 확인된 지점의 지질도와 단층 분포도, 선형 구조도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추가 우라닌 유출이 확인된 지점의 지질도와 단층 분포도, 선형 구조도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이에 대해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토목지질공학 박사)는 " 석회암 지대는 지질 구조가 복잡한 데다, 지각(地殼) 의 갈라진 틈을 보면 동공이 많고 길 수 있다"면서 "지표인 강물은 물론, 암반 틈새에 있는 땅속 지하수를 통해서도 오염 물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5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우라닌 유출이 확인된 것에서 알 수 있듯, 오염 물질이 다양한 방향으로 확산할 위험이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석 회암 지대에는 지진파로 탐사할 수 없는 블라인드 존(blind zone), 이른바 탐사불능구역이 많다"고도 강조했습니다. 화강암이나 편마암은 동공도 없고 지질 구조 취약대가 예측이 가능하지만,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의 특성상 구조가 복잡해 동공 등이 불규칙적이라는 겁니다.

강원대학교 지하수토양환경연구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도 "지질도와 단층 분포도, 선형 구조도 등으로 분석해보면, 해당 지역은 상위의 지층이 하위 지층에 대해 밀려 올라간 단층, 이른바 '스러스트 단층(충상단층)'이고 '우라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석회암 지역의 경우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 성분이 많아 옥빛을 띠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특히 여러 단층과 선 구조 형태를 보여 공동이 쉽게 발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듯 오염 물질 확산이 광범위하고 예측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반발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쌍용C&E가 폐광을 복구하는 대신 매립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KBS의 단독 보도와 관련해 쌍용C&E 매립장 반대 영월·제천·단양·충주대책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철저한 실태 조사를 통해 채굴 종료된 폐광산에 대한 복구 의무를 지키도록 하고, 환경부는 남한강 수계 상류 지역인 강원도 영월 쌍용천 주변에서 추진 중인 매립장 사업에 대해 '부동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또 "매립장 예정지인 쌍용C&E 1지구 광산은 오래전 채굴이 종료됐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들을 쌓아두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특히 "쌍용C&E는 폐광되어야 할 광구를 인근의 채굴 중인 광구와 하나로 묶어 채굴권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폐광 복구 의무를 연기하고 있다"고도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쌍용C&E는 "매립장 사업으로 잠정적으로 채광을 중단한 상황에서 1지구 내 일부 외곽 지역은 복구했고, 1지구 매장 석회석을 캘 가능성을 고려해 1∼3지구를 통합 광구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특히 "완벽한 차수 시설과 침출수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 환경 문제를 원천 차단하겠다"면서 환경영향평가 본안 제출을 준비하는 등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멘트지역자원시설세 입법 공동추진위원회 등은 "시멘트 사업자는 석회석 채광으로 망가진 자연을 복구할 법적 책임이 있는데, 복구할 공간을 산업 폐기물로 채워 돈을 벌자는 것 "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각계의 반발 여론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매립장을 조성하겠다"는 쌍용 C&E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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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K
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 C&E가 강원도 영월군 석회암 지대에 조성하려는 매립장 예정지
■ 폐광 복구 대신 매립장 조성… 대규모 석회암 매립장 안전할까?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근처의 한 폐광산 지역. 시멘트 업계 1위라는 쌍용 C&E는 이 일대에 16년 동안 산업 폐기물 560만 톤을 처리할 수 있는 매립장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총면적 21만여 ㎡ 규모에 1,700억 원이 넘는 건설비를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폐광산을 복구하는 대신 석회암 매립장을 조성하면서 식수원 등 환경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근 충북 제천과 단양, 충주는 물론 수도권 지역까지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하에 절리와 동공, 즉 텅 빈 굴이 많은 석회암 지대 카르스트 지형의 특성상 매립장 침출수 유출로 지하수가 광범위하게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 때문입니다.

이 일대는 수많은 발파로 지하 암반에 균열이 잦고 동공에 따른 빗물 유출이 확인된 지역입니다. 때문에 "지질 구조가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쌍용C&E는 "매립장 예정지 바닥부에 투수성이 높은 암질 지역이 있어, 지하 투과 레이더 탐사 시 동공이 발견되면 바닥부 전면에 철근 콘크리트 슬라브를 시공하겠다", "세계 최고 수준의 차수 시설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석회암 매립장 예정지에서 직선거리로 5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확인된 녹색 형광물질, 우라닌 (사진제공: 쌍용C&E 매립장 반대 영월·제천·단양·충주대책위원회).
■ 5km 떨어진 곳에서 우라닌 유입 발견… "오염 물질 확산"

쌍용C&E는 지난 1월, 매립장 예정지 배후지의 빗물 빠짐, 배수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우라닌'이라는 녹색 형광물질을 투입했습니다. 추적자 시험은 지하 동공 등을 파악하기 위해 물질을 조사 지역에 넣고 일정한 간격으로 농도 변화를 조사해 이동 속도와 방향, 경로를 확인하는 시험입니다.

그런데 이 물질이 불과 사흘 만에 매립장 예정지에서 200m 떨어진 쌍용천으로 유입돼 일대를 녹색으로 물들였습니다.

쌍용C&E 측이 한국종합기술에 의뢰해 진행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침출수 유출을 막는 차수 시설이 없을 경우, 15년 정도 지나야 200m 떨어진 쌍용천까지 유출될 수 있다"고 분석돼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1월 13일, 우라닌을 주입한 뒤 사흘 만에 쌍용천까지 흘러나갈 정도로 급속도로 확산한 겁니다. 이어 보름여 만에 직선거리로 5k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우라닌이 발견된 겁니다.

이에 대해 쌍용C&E는 "녹색 물질인 우라닌은 생태 독성이 전혀 없다"면서 "매립장 건설 사업 부지는 물론, 근처 지역을 대상으로 동공 여부와 지하수 물길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시험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대책위원회 관계자와 주민들은 "지난해 8월 4일, 매립장 예정지 일대에 폭우가 쏟아졌는데, 웅덩이 2개에 가득 찼던 물이 같은 달 21일에는 일부만 남아있었다"면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매립장 조성 예정지가 빗물이 줄줄 새는 위험한 지반"이라는 주장입니다.

추가 우라닌 유출이 확인된 지점의 지질도와 단층 분포도, 선형 구조도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이에 대해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토목지질공학 박사)는 " 석회암 지대는 지질 구조가 복잡한 데다, 지각(地殼) 의 갈라진 틈을 보면 동공이 많고 길 수 있다"면서 "지표인 강물은 물론, 암반 틈새에 있는 땅속 지하수를 통해서도 오염 물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5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우라닌 유출이 확인된 것에서 알 수 있듯, 오염 물질이 다양한 방향으로 확산할 위험이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석 회암 지대에는 지진파로 탐사할 수 없는 블라인드 존(blind zone), 이른바 탐사불능구역이 많다"고도 강조했습니다. 화강암이나 편마암은 동공도 없고 지질 구조 취약대가 예측이 가능하지만,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의 특성상 구조가 복잡해 동공 등이 불규칙적이라는 겁니다.

강원대학교 지하수토양환경연구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도 "지질도와 단층 분포도, 선형 구조도 등으로 분석해보면, 해당 지역은 상위의 지층이 하위 지층에 대해 밀려 올라간 단층, 이른바 '스러스트 단층(충상단층)'이고 '우라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석회암 지역의 경우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 성분이 많아 옥빛을 띠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특히 여러 단층과 선 구조 형태를 보여 공동이 쉽게 발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듯 오염 물질 확산이 광범위하고 예측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반발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쌍용C&E가 폐광을 복구하는 대신 매립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KBS의 단독 보도와 관련해 쌍용C&E 매립장 반대 영월·제천·단양·충주대책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철저한 실태 조사를 통해 채굴 종료된 폐광산에 대한 복구 의무를 지키도록 하고, 환경부는 남한강 수계 상류 지역인 강원도 영월 쌍용천 주변에서 추진 중인 매립장 사업에 대해 '부동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또 "매립장 예정지인 쌍용C&E 1지구 광산은 오래전 채굴이 종료됐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들을 쌓아두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특히 "쌍용C&E는 폐광되어야 할 광구를 인근의 채굴 중인 광구와 하나로 묶어 채굴권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폐광 복구 의무를 연기하고 있다"고도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쌍용C&E는 "매립장 사업으로 잠정적으로 채광을 중단한 상황에서 1지구 내 일부 외곽 지역은 복구했고, 1지구 매장 석회석을 캘 가능성을 고려해 1∼3지구를 통합 광구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특히 "완벽한 차수 시설과 침출수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 환경 문제를 원천 차단하겠다"면서 환경영향평가 본안 제출을 준비하는 등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멘트지역자원시설세 입법 공동추진위원회 등은 "시멘트 사업자는 석회석 채광으로 망가진 자연을 복구할 법적 책임이 있는데, 복구할 공간을 산업 폐기물로 채워 돈을 벌자는 것 "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각계의 반발 여론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매립장을 조성하겠다"는 쌍용 C&E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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