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같은 상가에 들어와 ‘할인폭탄’…세탁업소 상생 방안 없을까?

입력 2021.05.09 (10:00) 수정 2021.05.09 (19: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전시 복수동의 한 상가. 개인 세탁업소 아래층에 대형 프랜차이즈 세탁 편의점이 들어서 갈등을 빚고 있다.대전시 복수동의 한 상가. 개인 세탁업소 아래층에 대형 프랜차이즈 세탁 편의점이 들어서 갈등을 빚고 있다.

■ 같은 상가 입점해 연중 행사..개인 세탁업소 '녹다운'

대전시 복수동에서 14년째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금순 씨는 최근 1년이 지옥 같습니다.
같은 건물 1층에 대형 프랜차이즈 세탁 편의점이 들어오면서 매출이 반토막 났기 때문입니다.

특정 요일이나 달을 정해 매달 많게는 30%씩 할인행사를 하고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 광고까지 하니, 영세업자 입장에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박 씨는 대단한 기술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살아가는 소상공인들이 일한 만큼은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야 하는 게 아니냐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습니다.

대전시 월평동의 한 세탁소 역시 6년 전 프랜차이즈 업체가 같은 상가에 입점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같은 건물에 있던 또 다른 개인 세탁업소는 버티다 못해 2년 전 폐업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업체가 염가 경쟁을 펼치면서, 수년째 세탁 가격도 동결하다시피 했습니다. 그 사이 드라이클리닝 등에 사용하는 기름 등 원재료와 세탁물 포장비닐 등의 값이 모두 오르다 보니, 인건비도 안 나오는 게 현실입니다.

고공 성장 중인 프랜차이즈 세탁편의점. 10여 년 전보다 3배 이상 성장했다.고공 성장 중인 프랜차이즈 세탁편의점. 10여 년 전보다 3배 이상 성장했다.

■ 세탁 편의점 4천 개 늘며 '급성장', 개인 세탁업소 4천 개 줄며 '역성장'

프랜차이즈 업체 때문에 개인 세탁업소가 없어진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관련 통계는 분명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1월, 1,000호점을 돌파한 해당 프랜차이즈는 10여 년 만에 3배로 늘어 최근 3,000호점을 냈고, 여기에 코인 세탁 방도 급격히 성장해 올해 1월 1,000호점을 돌파했습니다.

그사이 개인 세탁업소들은 역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지난 2015년, 2만8천여 개였던 개인 세탁업소는 3년 연속 800여 개씩 줄다 2018년 천 백여 개, 2019년 천 300여 개가 줄어 지난해 기준으로 2만 4천여 개만 남았습니다.

개인 세탁업소 4천 개 가량이 줄어든 셈인데, 공교롭게도 늘어난 프랜차이즈 지점 수와 비슷합니다.
세탁업 종사자들의 고령화가 지속하고 있어, 프랜차이즈 업체가 개인 세탁업소를 대체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점 3천 개가 넘지만, 법적으로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제재할 방법이 없다.지점 3천 개가 넘지만, 법적으로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제재할 방법이 없다.

■ 지점 3천 개 넘지만..'중소기업' 분류돼 제재 불가

해당 프랜차이즈는 상가에 개인 세탁업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신규 출점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자신들도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출점 제한을 받을 일이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세탁업이 서점 등처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것도 아니어서 별도의 보호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해당 프랜차이즈는 개인 세탁업소와의 상생에 대해 고민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동반성장위원회도 법적으로는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를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과거 제과·제빵계의 사례를 보면 서로 '윈윈'하는 사례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동반성장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전체 제과점의 82.6%를 차지했던 소상공인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늘어나면서 6년만인 2013년, 68.8%까지 비중이 줄었습니다. 이후 상생협약 권고로 '도보 500m 거리 제한' 등을 두면서, 2019년 소상공인 비율은 73.7%로 상당 부분 회복했습니다. 상생협약 이후 신규 출점도 늘어 4천5백 곳이 넘는 동네 빵집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상생 권고를 받아들인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업체도 지점 단위당 매출은 늘어 성공사례로 꼽힙니다.

■ 결국 소비자도 피해..'건전하고 공정한 경쟁' 해야

프랜차이즈 세탁업소가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은 프랜차이즈 세탁업소 수가 개인 세탁업소 수보다 적기 때문에 가격 급등이나 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독과점의 폐해는 언제나 견지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폐업하는 개인 세탁업소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소상공인이 폐업해 결국 직업을 잃게 된다면, 그들의 삶을 보조하기 위해 세금이 투입돼야 합니다.

한국세탁업중앙회 대전시지회장인 양영준 씨는 무엇보다 '상생'을 강조했습니다. 경쟁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적어도 같은 상가에서 할인 폭탄을 던지지는 말아 달라는 겁니다.

'공정한 경쟁' 안에 소비자와 소상공인, 프랜차이즈 업체가 서로 '윈윈'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연관기사] 프랜차이즈 세탁업소 골목상권 점령…“영세업자 죽이기” 반발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같은 상가에 들어와 ‘할인폭탄’…세탁업소 상생 방안 없을까?
    • 입력 2021-05-09 10:00:48
    • 수정2021-05-09 19:52:45
    취재후·사건후
대전시 복수동의 한 상가. 개인 세탁업소 아래층에 대형 프랜차이즈 세탁 편의점이 들어서 갈등을 빚고 있다.
■ 같은 상가 입점해 연중 행사..개인 세탁업소 '녹다운'

대전시 복수동에서 14년째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금순 씨는 최근 1년이 지옥 같습니다.
같은 건물 1층에 대형 프랜차이즈 세탁 편의점이 들어오면서 매출이 반토막 났기 때문입니다.

특정 요일이나 달을 정해 매달 많게는 30%씩 할인행사를 하고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 광고까지 하니, 영세업자 입장에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박 씨는 대단한 기술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살아가는 소상공인들이 일한 만큼은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야 하는 게 아니냐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습니다.

대전시 월평동의 한 세탁소 역시 6년 전 프랜차이즈 업체가 같은 상가에 입점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같은 건물에 있던 또 다른 개인 세탁업소는 버티다 못해 2년 전 폐업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업체가 염가 경쟁을 펼치면서, 수년째 세탁 가격도 동결하다시피 했습니다. 그 사이 드라이클리닝 등에 사용하는 기름 등 원재료와 세탁물 포장비닐 등의 값이 모두 오르다 보니, 인건비도 안 나오는 게 현실입니다.

고공 성장 중인 프랜차이즈 세탁편의점. 10여 년 전보다 3배 이상 성장했다.
■ 세탁 편의점 4천 개 늘며 '급성장', 개인 세탁업소 4천 개 줄며 '역성장'

프랜차이즈 업체 때문에 개인 세탁업소가 없어진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관련 통계는 분명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1월, 1,000호점을 돌파한 해당 프랜차이즈는 10여 년 만에 3배로 늘어 최근 3,000호점을 냈고, 여기에 코인 세탁 방도 급격히 성장해 올해 1월 1,000호점을 돌파했습니다.

그사이 개인 세탁업소들은 역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지난 2015년, 2만8천여 개였던 개인 세탁업소는 3년 연속 800여 개씩 줄다 2018년 천 백여 개, 2019년 천 300여 개가 줄어 지난해 기준으로 2만 4천여 개만 남았습니다.

개인 세탁업소 4천 개 가량이 줄어든 셈인데, 공교롭게도 늘어난 프랜차이즈 지점 수와 비슷합니다.
세탁업 종사자들의 고령화가 지속하고 있어, 프랜차이즈 업체가 개인 세탁업소를 대체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점 3천 개가 넘지만, 법적으로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제재할 방법이 없다.
■ 지점 3천 개 넘지만..'중소기업' 분류돼 제재 불가

해당 프랜차이즈는 상가에 개인 세탁업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신규 출점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자신들도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출점 제한을 받을 일이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세탁업이 서점 등처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것도 아니어서 별도의 보호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해당 프랜차이즈는 개인 세탁업소와의 상생에 대해 고민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동반성장위원회도 법적으로는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를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과거 제과·제빵계의 사례를 보면 서로 '윈윈'하는 사례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동반성장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전체 제과점의 82.6%를 차지했던 소상공인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늘어나면서 6년만인 2013년, 68.8%까지 비중이 줄었습니다. 이후 상생협약 권고로 '도보 500m 거리 제한' 등을 두면서, 2019년 소상공인 비율은 73.7%로 상당 부분 회복했습니다. 상생협약 이후 신규 출점도 늘어 4천5백 곳이 넘는 동네 빵집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상생 권고를 받아들인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업체도 지점 단위당 매출은 늘어 성공사례로 꼽힙니다.

■ 결국 소비자도 피해..'건전하고 공정한 경쟁' 해야

프랜차이즈 세탁업소가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은 프랜차이즈 세탁업소 수가 개인 세탁업소 수보다 적기 때문에 가격 급등이나 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독과점의 폐해는 언제나 견지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폐업하는 개인 세탁업소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소상공인이 폐업해 결국 직업을 잃게 된다면, 그들의 삶을 보조하기 위해 세금이 투입돼야 합니다.

한국세탁업중앙회 대전시지회장인 양영준 씨는 무엇보다 '상생'을 강조했습니다. 경쟁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적어도 같은 상가에서 할인 폭탄을 던지지는 말아 달라는 겁니다.

'공정한 경쟁' 안에 소비자와 소상공인, 프랜차이즈 업체가 서로 '윈윈'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연관기사] 프랜차이즈 세탁업소 골목상권 점령…“영세업자 죽이기” 반발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