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제안한 러시아, 전선서 공세 강화…“올해 들어 최고 속도로 진군중”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종전 협상을 하는 와중에 올해 들어 가장 빠른 속도로 진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가 최전선 공격을 강화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도시를 포격하는 이중 작전을 펼침에 따라 휴전 가능성도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현지 시각 29일 수개월간 점진적인 진격을 이어가던 러시아군이 새로운 공세를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쟁 개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드론·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고 러시아 영토임을 주장하는 동부 돈바스에서 점령지를 대폭 확대하는 등 러시아의 '여름 공세'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군과 연계된 전쟁 감시 단체인 '딥스테이트'는 자료를 통해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빠르다고 분석했습니다. 러시아군이 이달에 점령한 면적은 4월에 점령한 면적의 2배가 넘습니다. 하루 평균 8.8㎢씩 점령한 셈입니다.

우크라이나 도시 폭격을 강화하면서 4월 민간인 사망자는 200명을 넘어서는데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피해 규모입니다.

러시아가 종전 협상이 복잡하게 전개되는 와중에 공세 수위를 높인 이유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일부 서방 분석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올해 말 평화 회담이 본격화되기 전에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격 작전에 가장 적합한 건조한 날씨를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장에서 지난 2년간 우위를 점해 온 러시아 입장에서는 어떤 협상이든 군사적 압력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안보 연구기관인 랜드 연구소의 선임 정치학자인 사무엘 샤랍은 "러시아는 싸우면서 동시에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다"면서 "전쟁 중인 양측은 종종 총성이 꺼지기 전에 최대한 많은 것을 얻으려고 시도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나 유럽연합(EU) 쪽 분석가들은 공격 가속화는 푸틴 대통령이 평화 회담에 진지하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러시아의 공세가 협상에서 지렛대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행보일 것으로 분석합니다.

러시아의 폭격 강화와 민간인 사상자 증가는 이미 협상 분위기에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협상을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칭찬을 중단하고 러시아에 새로운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위협했고,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 국가들의 대러시아 협력은 강화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번 공세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적의 공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완충지대'를 조성하고 있다고만 밝혔고, '근본원인'을 제거해야만 전쟁이 끝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수용하기 어려운 종전 조건들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그간 푸틴 대통령은 근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이번 전쟁의 목표로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 탈군사화를 거듭 주장해왔습니다. 탈나치화는 우크라이나 전체 점령이나 친러시아 정권의 수립, 탈군사화는 서방 군대와의 협력 금지를 비롯한 우크라이나의 무장해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는 사실상 다른 나라의 주권을 강탈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인 까닭에 우크라이나, 유럽으로서는 이와 직결되는 종전 조건에서 접점을 찾기 힘들 것으로 관측됩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