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천리길”…마을에 남은 어르신들

입력 2025.03.28 (21:17) 수정 2025.03.2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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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지만 이런 대피소에조차 가지 못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거동이 힘든 고령의 어르신들은 대피소로 가는 길 자체가 멀고 험난한데요.

산불 피해로 전기도 끊긴 마을에 그대로 머물고 있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6가구가 사는 경북 영덕의 작은 마을 대탄리.

불길이 휩쓸고 갔지만 주민 상당수는 지자체가 마련한 대피소로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마을 입구의 빈 건물을 임시 거처로 삼고 있습니다.

집을 잃은 이들이 쉴 수 있는 곳이지만 정식 대피소가 아니어서 환경이 열악합니다.

전기가 복구되지 않고 구호 물품도 제때 제공되지 않습니다.

뚝 떨어진 기온에도 가스난로 한 대로 버텨야 합니다.

[김분순/78세·김계인/76세·김영숙/86세·임덕조/91살 : "(밤에는 안 추우셨어요?) 춥지요! 왜 안 추워요. 뭐 전기난로를 피울 수 있나, 보일러가 돌아가나…."]

대부분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 70대 이상 어르신들입니다.

대피소로 가면 텐트와 따뜻한 음식이 제공되고 옷 세탁과 진료까지 가능하지만 운전이 어려운 고령층에겐 대피소로 가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김분순/78살 : "혼자 있는 사람은 다니기 쉽지 않지. 나는 아들이 있으니까 아들이 데리고 다녔지."]

또 다른 임시 대피소도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김순난/72살 : "차 없는 분들이 여기서 주무신다니까. 걸음 못 걷고 이런 분들이. 어제도 여기 많이 잤는데…."]

남들과 지내야 하는 만큼 폐를 끼칠까 봐 혼자 집에 남은 경우도 있습니다.

[김소래/96살 : "여기 있는 게 제일 편하다. 가면 뭐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어떻게 아나. (내가) 가면 좋다 하냐는 말이야."]

이번 주말 영덕 지역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갈 것으로 예보되면서, 차가운 바닥에서 지내야 하는 어르신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정준희/영상편집: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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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피소 천리길”…마을에 남은 어르신들
    • 입력 2025-03-28 21:17:57
    • 수정2025-03-28 21: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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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지만 이런 대피소에조차 가지 못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거동이 힘든 고령의 어르신들은 대피소로 가는 길 자체가 멀고 험난한데요.

산불 피해로 전기도 끊긴 마을에 그대로 머물고 있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6가구가 사는 경북 영덕의 작은 마을 대탄리.

불길이 휩쓸고 갔지만 주민 상당수는 지자체가 마련한 대피소로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마을 입구의 빈 건물을 임시 거처로 삼고 있습니다.

집을 잃은 이들이 쉴 수 있는 곳이지만 정식 대피소가 아니어서 환경이 열악합니다.

전기가 복구되지 않고 구호 물품도 제때 제공되지 않습니다.

뚝 떨어진 기온에도 가스난로 한 대로 버텨야 합니다.

[김분순/78세·김계인/76세·김영숙/86세·임덕조/91살 : "(밤에는 안 추우셨어요?) 춥지요! 왜 안 추워요. 뭐 전기난로를 피울 수 있나, 보일러가 돌아가나…."]

대부분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 70대 이상 어르신들입니다.

대피소로 가면 텐트와 따뜻한 음식이 제공되고 옷 세탁과 진료까지 가능하지만 운전이 어려운 고령층에겐 대피소로 가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김분순/78살 : "혼자 있는 사람은 다니기 쉽지 않지. 나는 아들이 있으니까 아들이 데리고 다녔지."]

또 다른 임시 대피소도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김순난/72살 : "차 없는 분들이 여기서 주무신다니까. 걸음 못 걷고 이런 분들이. 어제도 여기 많이 잤는데…."]

남들과 지내야 하는 만큼 폐를 끼칠까 봐 혼자 집에 남은 경우도 있습니다.

[김소래/96살 : "여기 있는 게 제일 편하다. 가면 뭐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어떻게 아나. (내가) 가면 좋다 하냐는 말이야."]

이번 주말 영덕 지역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갈 것으로 예보되면서, 차가운 바닥에서 지내야 하는 어르신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정준희/영상편집: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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