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은 쌈짓돈? ‘상품권 깡’에 아파트 구입까지

입력 2025.03.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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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이나 의료, 사회복지 사업 등 '공익'을 목적으로 조성된 기금을 내 돈처럼 쓰고,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우회 증여를 한 공익법인들이 국세청에 적발됐습니다. 적발된 유형을 보면 이렇습니다.


■ '상품권 깡'에 귀금속 구입까지

한 의료법인은 수 십억 원어치 상품권을 법인 신용카드로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이걸 할인해 되파는 방식으로 현금화했습니다. 돈이 흘러간 곳을 추적했더니, 법인 이사장의 개인 계좌였습니다. 속칭 '상품권 깡' 수법을 통해 법인 자금을 사유화한 겁니다.
국세청이 좀 더 조사해 봤더니, 법인 돈으로 귀금속을 산 정황도 나왔습니다. 법인카드 거래 현황에서 귀금속점에서 발생한 고가의 거래 내역이 확인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임야를 출연하고 거액의 증여세를 면제받았지만, 직접 공익목적의 사업에 사용하지 않고 3년 넘게 방치한 사실도 나왔습니다. '공익'을 목적으로 세금만 감면받고 실제 '공익적' 행동은 하지 않은 겁니다.
국세청은 해당 법인의 이사장이 사적으로 사용한 법인카드 금액에 대해 증여세를 매기고, 임야 출연에 따라 감면받은 증여세도 추징했습니다.

■ 기부금으로 '주상복합 아파트' 구입…직원에게 가사 노동도 시켜

또 다른 사례는 학교법인입니다. 이 학교법인은 기부금 등으로 만들어진 재산으로 '주상복합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부동산 구입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공익 법인이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 이를 수익 사업에 쓰고 발생하는 수익은 공익 목적으로 지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해당 법인은 구입한 아파트를 기금 출연자와 그 가족에게 무상으로 쓰게 해줬습니다. 출연자 가족이 거주할 집을 공익 기부금으로 마련한 셈입니다.

공익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는 더 있습니다.


또 다른 학교법인은 직원을 채용해, 기금 출연자의 집안일을 시키고 심지어 사적인 토지 관리 업무까지 전담하게 했습니다. 사적인 업무를 수행하는데, 차량 주유비 등은 또 법인카드로 계산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값비싼 업무용 승용차를 해당 법인이 운영하는 학교 총장의 자녀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출연받은 토지를 특수관계 법인에 사실상 무상으로 임대하고, 장학사업도 자신들과 특수관계에 있는 학교에만 한정한 문화재단.

이사장 직위를 세습하면서, 심지어 일도 하지 않은 증손자에게 다달이 천만 원이 넘는 급여를 지급한 공익법인도 국세청 조사에서 적발됐습니다.

■ 국세청 세금 250억 원 추징…관리 감독 강화

국세청은 이처럼 공익자금을 쌈짓돈처럼 '사유화'하거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우회 증여'하고, 기타 상속·증여세법 상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공익법인 324곳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후 검증을 통해 이들이 부당하게 감면받은 세금과 가산세 등 250억 원을 추징했습니다. 사적 유용이 3.3억 원, 우회 증여 9.8억 원, 기타 상속·증여세법 의무 위반이 236.9억 원입니다.

국세청은 또 이번 조사를 통해 회계 부정이나 사적 유용이 확인된 공익법인을 앞으로 3년 동안 집중 관리 감독할 계획입니다.

■ 국내 기부금 규모 16조 원…철저한 관리·감독과 처벌 필요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고, 공익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공익법인에 증여세 면제 같은 세제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실제 국내 기부금 규모는 2017년 12.9조 원에서 2020년 14.4조 원, 2023년 16조 원으로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익법인이 좋은 곳에 쓰겠다며 공익 자금을 조성해 거액의 세금을 감면 받고, 정작 '사익'만 챙긴다면 기부금의 규모가 아무리 커진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공익법인의 부정행위에 대한 감시 시스템을 더 강화하고, 횡령이나 회계 부정 등 범죄 혐의가 확인된 법인과 관계자는 세금 추징에 더해 형사 처벌 등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그래픽 화면 제공 :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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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부금은 쌈짓돈? ‘상품권 깡’에 아파트 구입까지
    • 입력 2025-03-10 1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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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이나 의료, 사회복지 사업 등 '공익'을 목적으로 조성된 기금을 내 돈처럼 쓰고,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우회 증여를 한 공익법인들이 국세청에 적발됐습니다. 적발된 유형을 보면 이렇습니다.


■ '상품권 깡'에 귀금속 구입까지

한 의료법인은 수 십억 원어치 상품권을 법인 신용카드로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이걸 할인해 되파는 방식으로 현금화했습니다. 돈이 흘러간 곳을 추적했더니, 법인 이사장의 개인 계좌였습니다. 속칭 '상품권 깡' 수법을 통해 법인 자금을 사유화한 겁니다.
국세청이 좀 더 조사해 봤더니, 법인 돈으로 귀금속을 산 정황도 나왔습니다. 법인카드 거래 현황에서 귀금속점에서 발생한 고가의 거래 내역이 확인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임야를 출연하고 거액의 증여세를 면제받았지만, 직접 공익목적의 사업에 사용하지 않고 3년 넘게 방치한 사실도 나왔습니다. '공익'을 목적으로 세금만 감면받고 실제 '공익적' 행동은 하지 않은 겁니다.
국세청은 해당 법인의 이사장이 사적으로 사용한 법인카드 금액에 대해 증여세를 매기고, 임야 출연에 따라 감면받은 증여세도 추징했습니다.

■ 기부금으로 '주상복합 아파트' 구입…직원에게 가사 노동도 시켜

또 다른 사례는 학교법인입니다. 이 학교법인은 기부금 등으로 만들어진 재산으로 '주상복합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부동산 구입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공익 법인이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 이를 수익 사업에 쓰고 발생하는 수익은 공익 목적으로 지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해당 법인은 구입한 아파트를 기금 출연자와 그 가족에게 무상으로 쓰게 해줬습니다. 출연자 가족이 거주할 집을 공익 기부금으로 마련한 셈입니다.

공익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는 더 있습니다.


또 다른 학교법인은 직원을 채용해, 기금 출연자의 집안일을 시키고 심지어 사적인 토지 관리 업무까지 전담하게 했습니다. 사적인 업무를 수행하는데, 차량 주유비 등은 또 법인카드로 계산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값비싼 업무용 승용차를 해당 법인이 운영하는 학교 총장의 자녀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출연받은 토지를 특수관계 법인에 사실상 무상으로 임대하고, 장학사업도 자신들과 특수관계에 있는 학교에만 한정한 문화재단.

이사장 직위를 세습하면서, 심지어 일도 하지 않은 증손자에게 다달이 천만 원이 넘는 급여를 지급한 공익법인도 국세청 조사에서 적발됐습니다.

■ 국세청 세금 250억 원 추징…관리 감독 강화

국세청은 이처럼 공익자금을 쌈짓돈처럼 '사유화'하거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우회 증여'하고, 기타 상속·증여세법 상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공익법인 324곳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후 검증을 통해 이들이 부당하게 감면받은 세금과 가산세 등 250억 원을 추징했습니다. 사적 유용이 3.3억 원, 우회 증여 9.8억 원, 기타 상속·증여세법 의무 위반이 236.9억 원입니다.

국세청은 또 이번 조사를 통해 회계 부정이나 사적 유용이 확인된 공익법인을 앞으로 3년 동안 집중 관리 감독할 계획입니다.

■ 국내 기부금 규모 16조 원…철저한 관리·감독과 처벌 필요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고, 공익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공익법인에 증여세 면제 같은 세제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실제 국내 기부금 규모는 2017년 12.9조 원에서 2020년 14.4조 원, 2023년 16조 원으로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익법인이 좋은 곳에 쓰겠다며 공익 자금을 조성해 거액의 세금을 감면 받고, 정작 '사익'만 챙긴다면 기부금의 규모가 아무리 커진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공익법인의 부정행위에 대한 감시 시스템을 더 강화하고, 횡령이나 회계 부정 등 범죄 혐의가 확인된 법인과 관계자는 세금 추징에 더해 형사 처벌 등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그래픽 화면 제공 :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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