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오폭’ 좌표 입력 착오…지휘 감독 미흡에 대응도 늦어

입력 2025.03.10 (10:30) 수정 2025.03.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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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이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와 관련해 조종사의 위치 좌표 입력이 잘못된 가운데 이를 재확인하는 절차가 여러 차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공군 관계자는 오늘(10일) 사고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1번기 조종사가 표적을 포함한 경로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비행임무계획장비에 입력했는데, 이 과정에서 표적 좌표가 잘못 입력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표적 좌표는 경도와 위도로 입력하는데 이 가운데 위도의 분 단위에서 한 자리를 잘못 입력한 겁니다. 다만, 1번기 조종사가 이를 잘못 부른 건지, 2번기 조종사가 잘못 입력했는지는 진술이 엇갈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상 조종사는 지상에서 비행 준비를 하며 비행임무계획장비(JMPS) 컴퓨터에 좌표 등 비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입력합니다. 해당 좌표를 비행자료전송장치(DTC)라는 저장장치에 담아 이를 전투기 조종석에 꽂으면 전투기의 임무컴퓨터에 입력되고, 이를 경로로 비행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좌표를 문서로 출력해 정확히 입력했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이를 두 조종사가 지참해 훈련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날 훈련을 위해 경로상 입력해야 하는 좌표는 모두 14개였습니다. 사고 전날일 지난주 수요일 밤 두 조종사는 사전에 좌표를 비행임무계획장비에 입력하면서 프린트 고장으로 이를 출력해 재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2번기 조종사는 계속된 비행자료전송장치(DTC)의 오류로 수기로 작성해온 좌표들을 다시 입력했는데 이때는 제대로 된 좌표를 입력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번기 조종사는 전날밤 비행임무계획장비에 입력한 좌표가 아니라 수기로 작성한 좌표를 입력한 채 훈련에 나갔는데도 두 조종사는 이륙 전 최종 점검단계에서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공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결국, 편대 비행에 나선 전투기 두 대가 서로 다른 좌표를 입력한 채 훈련에 나선 겁니다. 하지만 2번기 조종사는 훈련 당시 1번기와 동시 투하를 위해 밀집대형을 유지하는 데에만 집중하느라 본인이 직접 입력한 표적 좌표를 벗어나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공군은 전했습니다.

특히 1번기가 좌표 입력의 오류로 비행 거리가 0.2km 가량 늘어나면서 속도를 높이다 보니 2번기 역시 이를 뒤따라가는 데에 신경을 쓴 것 같다고 공군은 부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하 예정 상공에 진입한 뒤 조종사가 표적을 육안으로 확인해야 했는데 잘못 입력된 비행 정보를 믿고 '표적 확인' 통보 후 그대로 폭탄을 투하하면서 오폭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공군은 지휘관 역시 충분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사고 예방과 안전 관리를 위해 해당 부대의 지휘관은 사전에 실무장 계획서에 대한 임무 조종사 보고를 받고 이를 검토해야 했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공군은 현재 수행 중인 표적 좌표 확인 절차에 더해 최종공격단계 진입 전 편조 간 표적 좌표를 상호 확인하는 절차와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실무장 전담 통제사를 지정해 표적 좌표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한다는 계획입니다.

한편, 공군은 당시 오폭 관련 공지가 지연된 데 대해 "현장 EOD팀이 피해 현장에 출동해 MK-82 폭탄의 파편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후에야 전 언론에 비정상 투하 사실을 공식 공지했다"며 "민간 피해를 일으킨 탄이 전투기에서 투하된 폭탄이 확실한지 검증하는 데 집중해 전반적인 오폭 상황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시인했습니다.

앞서 공군 전투기 KF-16이 오폭을 일으킨 시간은 10시 4분으로, 공군작전사령부는 조종사로부터 좌표 오입력을 10시 7분에 통보받았는데, 공작사령관에게는 14분이 지난 10시 21분에 보고했습니다. 공군의 언론 공지는 사고 발생 약 100분 뒤인 11시 41분에서야 나왔습니다.

공군은 "오입력된 좌표가 사격장 남쪽 민간 지역임을 고려해 낙탄 예상 지역 부대, 경찰, 소방 등을 통한 확인이 필요했으나 미조치했다"며 "상황 판단 및 보고와 관련해 과실이 식별된 관련자들은 법과 규정에 따라 문책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은 "초유의 오폭 사고로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다치게 하고, 재산피해를 입힌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뼈를 깎는 각오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공군은 오늘부터 2025 FS 연계 비행 훈련을 포함해 사고 직후 중단됐던 비행을 단계적으로 재개할 계획입니다. 다만, 실사격 훈련은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조치가 완료된 이후 재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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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3-10 14:56:56
    정치
공군이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와 관련해 조종사의 위치 좌표 입력이 잘못된 가운데 이를 재확인하는 절차가 여러 차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공군 관계자는 오늘(10일) 사고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1번기 조종사가 표적을 포함한 경로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비행임무계획장비에 입력했는데, 이 과정에서 표적 좌표가 잘못 입력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표적 좌표는 경도와 위도로 입력하는데 이 가운데 위도의 분 단위에서 한 자리를 잘못 입력한 겁니다. 다만, 1번기 조종사가 이를 잘못 부른 건지, 2번기 조종사가 잘못 입력했는지는 진술이 엇갈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상 조종사는 지상에서 비행 준비를 하며 비행임무계획장비(JMPS) 컴퓨터에 좌표 등 비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입력합니다. 해당 좌표를 비행자료전송장치(DTC)라는 저장장치에 담아 이를 전투기 조종석에 꽂으면 전투기의 임무컴퓨터에 입력되고, 이를 경로로 비행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좌표를 문서로 출력해 정확히 입력했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이를 두 조종사가 지참해 훈련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날 훈련을 위해 경로상 입력해야 하는 좌표는 모두 14개였습니다. 사고 전날일 지난주 수요일 밤 두 조종사는 사전에 좌표를 비행임무계획장비에 입력하면서 프린트 고장으로 이를 출력해 재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2번기 조종사는 계속된 비행자료전송장치(DTC)의 오류로 수기로 작성해온 좌표들을 다시 입력했는데 이때는 제대로 된 좌표를 입력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번기 조종사는 전날밤 비행임무계획장비에 입력한 좌표가 아니라 수기로 작성한 좌표를 입력한 채 훈련에 나갔는데도 두 조종사는 이륙 전 최종 점검단계에서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공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결국, 편대 비행에 나선 전투기 두 대가 서로 다른 좌표를 입력한 채 훈련에 나선 겁니다. 하지만 2번기 조종사는 훈련 당시 1번기와 동시 투하를 위해 밀집대형을 유지하는 데에만 집중하느라 본인이 직접 입력한 표적 좌표를 벗어나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공군은 전했습니다.

특히 1번기가 좌표 입력의 오류로 비행 거리가 0.2km 가량 늘어나면서 속도를 높이다 보니 2번기 역시 이를 뒤따라가는 데에 신경을 쓴 것 같다고 공군은 부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하 예정 상공에 진입한 뒤 조종사가 표적을 육안으로 확인해야 했는데 잘못 입력된 비행 정보를 믿고 '표적 확인' 통보 후 그대로 폭탄을 투하하면서 오폭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공군은 지휘관 역시 충분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사고 예방과 안전 관리를 위해 해당 부대의 지휘관은 사전에 실무장 계획서에 대한 임무 조종사 보고를 받고 이를 검토해야 했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공군은 현재 수행 중인 표적 좌표 확인 절차에 더해 최종공격단계 진입 전 편조 간 표적 좌표를 상호 확인하는 절차와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실무장 전담 통제사를 지정해 표적 좌표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한다는 계획입니다.

한편, 공군은 당시 오폭 관련 공지가 지연된 데 대해 "현장 EOD팀이 피해 현장에 출동해 MK-82 폭탄의 파편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후에야 전 언론에 비정상 투하 사실을 공식 공지했다"며 "민간 피해를 일으킨 탄이 전투기에서 투하된 폭탄이 확실한지 검증하는 데 집중해 전반적인 오폭 상황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시인했습니다.

앞서 공군 전투기 KF-16이 오폭을 일으킨 시간은 10시 4분으로, 공군작전사령부는 조종사로부터 좌표 오입력을 10시 7분에 통보받았는데, 공작사령관에게는 14분이 지난 10시 21분에 보고했습니다. 공군의 언론 공지는 사고 발생 약 100분 뒤인 11시 41분에서야 나왔습니다.

공군은 "오입력된 좌표가 사격장 남쪽 민간 지역임을 고려해 낙탄 예상 지역 부대, 경찰, 소방 등을 통한 확인이 필요했으나 미조치했다"며 "상황 판단 및 보고와 관련해 과실이 식별된 관련자들은 법과 규정에 따라 문책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은 "초유의 오폭 사고로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다치게 하고, 재산피해를 입힌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뼈를 깎는 각오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공군은 오늘부터 2025 FS 연계 비행 훈련을 포함해 사고 직후 중단됐던 비행을 단계적으로 재개할 계획입니다. 다만, 실사격 훈련은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조치가 완료된 이후 재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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