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말한 ‘계엄의 밤’ [헌재의시간]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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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지난달 (2월) 25일 11차 변론을 끝으로 종결됐습니다. 이달 중순쯤 날 것으로 관측되는 선고를 앞두고, 그간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헌재의 시간' 연속 기사를 오늘부터 3일까지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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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시간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말한 '계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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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시간②] 김용현·이진우·여인형, 그들이 '엉겁결'에 증언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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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12.3 '계엄의 밤'…윤 대통령 주장대로 재구성하면
윤 대통령은 모두 8차례 변론에 직접 나와 12.3 비상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고 주장했습니다. 5차 변론에선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이라며 국회의 탄핵 소추 사유에 실체가 없다고 했고, 11차 변론 최후 진술에서는"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게 있느냐"며 거대 야당이 "초유의 사기 탄핵"을 벌였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 대통령의 진술대로, 계엄 선포 전후 상황을 구성해 봤습니다.
12월 1일 또는 2일 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선포 담화문과 포고령을 써서 윤 대통령을 찾아옵니다. 전공의를 처단하겠다는 포고령을 보고 윤 대통령은 '왜 집어넣었느냐'고 웃으며 얘기합니다. 집행 가능성은 없지만 상징성 측면에서 그냥 놔두기로 합니다. 12월 3일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가 열립니다. 국무위원이 대통령실에 간담회 하러 오거나 놀러 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므로 정식 회의입니다.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는 사실을 사전에는 말할 수가 없어 국무위원들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부서는 하지 않았지만, 사후 결제로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상목 기재부 장관에게 쪽지는 준 적이 없습니다. 계엄을 반대하는 기재부 장관에게 줄 내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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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를 한 뒤, 윤 대통령은 남아있는 국무위원들과 이야기를 한 다음 돌려보냅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격려 차원에서 전화를 겁니다. 계엄 사무와는 관계없이, 간첩 검거와 관련해 방첩사를 도우라고 말합니다. 당일 저녁 김 전 장관이 민주당과 여론조사기관 '꽃' 등에도 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건의합니다. '절대 하지 마라. 민주당에 보낼 거면 국민의힘에도 보내야 하고, 그건 안 된다'고 합니다. 이번 비상계엄의 목적은 '대국민 호소용'이므로, 김 전 장관에게 소수 병력, 비무장, 경험 있는 장병, 이 세 가지를 명확히 지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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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비상계엄에 투입된 군 병력은 총 570명에 불과합니다. 선관위 투입 지시는 윤 대통령이 직접 내립니다. 가서 무슨 장비가 어떤 시스템으로 가동되는지 보라는 지시입니다. 선거가 전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 제기가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입니다. 국회에는 질서 유지와 상징성 측면에서 실무장도 하지 않은 280명의 병력을 보냅니다. 워낙 소수라서 국회 외곽 경비와 질서 유지는 경찰에 요청합니다. 국회 경내에 진입한 병력 106명 가운데 특전사 요원들 겨우 15명은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관 건물로 들어갔다가 소화기 공격을 받고 전부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군인들은 민간인에게 폭행당하지만, 민간인을 폭행하거나 위해를 가한 일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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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상황을 지켜본 윤 대통령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전화로 "우리 사령관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하고 묻습니다. "저는 지금 지휘통제실에 있습니다"는 답이 오자 "그러면 화상으로 보는 거군요. 수고하세요" 하고 바로 끊습니다.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의원들이 계엄 해제 요구안을 결의한 뒤에도 합참 결심 지원실에서 머무른 이유는 국회법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계엄 해제 문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싶어서 국회법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제대로 못 갖고 와서 시간이 오래 걸린 것입니다. |

국회법을 집중해서 읽고 있다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정진석 비서실장이 와서 바로 방으로 돌아갔고, 김 전 장관과 박안수 계엄사령관을 방으로 불러 군 철수를 지시합니다. 국무회의가 열려야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데, 국무위원들이 일찍 도착을 안 하니까 먼저 브리핑룸으로 가서 곧 해제한다고 발표합니다. 그 뒤 정족수가 모이자 1분 동안 해제 국무회의를 열어 해제를 의결합니다. |

그렇게 2시간 반 만에 비상계엄이 끝납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에서 이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현장에서, 혹은 생방송으로 지켜본 많은 시민의 기억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계엄에 무장 군인 1,605명, 경찰관 약 3,790명 등이 동원됐다고 적시한 검찰의 윤 대통령 공소장 내용과도, 부상을 입은 국회 보좌진 26명의 실명을 적시한 탄핵소추안 내용과도 다릅니다.
무엇보다, 심판정에 선 증인들도 여러 차례 윤 대통령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증언을 내놨습니다. 윤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진술과 증언은 이어지는 다음 기사에서 종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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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말한 ‘계엄의 밤’ [헌재의시간]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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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3-01 07:01:23
- 수정2025-03-01 15: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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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12.3 '계엄의 밤'…윤 대통령 주장대로 재구성하면
윤 대통령은 모두 8차례 변론에 직접 나와 12.3 비상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고 주장했습니다. 5차 변론에선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이라며 국회의 탄핵 소추 사유에 실체가 없다고 했고, 11차 변론 최후 진술에서는"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게 있느냐"며 거대 야당이 "초유의 사기 탄핵"을 벌였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 대통령의 진술대로, 계엄 선포 전후 상황을 구성해 봤습니다.
12월 1일 또는 2일 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선포 담화문과 포고령을 써서 윤 대통령을 찾아옵니다. 전공의를 처단하겠다는 포고령을 보고 윤 대통령은 '왜 집어넣었느냐'고 웃으며 얘기합니다. 집행 가능성은 없지만 상징성 측면에서 그냥 놔두기로 합니다. 12월 3일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가 열립니다. 국무위원이 대통령실에 간담회 하러 오거나 놀러 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므로 정식 회의입니다.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는 사실을 사전에는 말할 수가 없어 국무위원들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부서는 하지 않았지만, 사후 결제로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상목 기재부 장관에게 쪽지는 준 적이 없습니다. 계엄을 반대하는 기재부 장관에게 줄 내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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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를 한 뒤, 윤 대통령은 남아있는 국무위원들과 이야기를 한 다음 돌려보냅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격려 차원에서 전화를 겁니다. 계엄 사무와는 관계없이, 간첩 검거와 관련해 방첩사를 도우라고 말합니다. 당일 저녁 김 전 장관이 민주당과 여론조사기관 '꽃' 등에도 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건의합니다. '절대 하지 마라. 민주당에 보낼 거면 국민의힘에도 보내야 하고, 그건 안 된다'고 합니다. 이번 비상계엄의 목적은 '대국민 호소용'이므로, 김 전 장관에게 소수 병력, 비무장, 경험 있는 장병, 이 세 가지를 명확히 지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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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비상계엄에 투입된 군 병력은 총 570명에 불과합니다. 선관위 투입 지시는 윤 대통령이 직접 내립니다. 가서 무슨 장비가 어떤 시스템으로 가동되는지 보라는 지시입니다. 선거가 전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 제기가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입니다. 국회에는 질서 유지와 상징성 측면에서 실무장도 하지 않은 280명의 병력을 보냅니다. 워낙 소수라서 국회 외곽 경비와 질서 유지는 경찰에 요청합니다. 국회 경내에 진입한 병력 106명 가운데 특전사 요원들 겨우 15명은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관 건물로 들어갔다가 소화기 공격을 받고 전부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군인들은 민간인에게 폭행당하지만, 민간인을 폭행하거나 위해를 가한 일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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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상황을 지켜본 윤 대통령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전화로 "우리 사령관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하고 묻습니다. "저는 지금 지휘통제실에 있습니다"는 답이 오자 "그러면 화상으로 보는 거군요. 수고하세요" 하고 바로 끊습니다.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의원들이 계엄 해제 요구안을 결의한 뒤에도 합참 결심 지원실에서 머무른 이유는 국회법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계엄 해제 문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싶어서 국회법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제대로 못 갖고 와서 시간이 오래 걸린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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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을 집중해서 읽고 있다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정진석 비서실장이 와서 바로 방으로 돌아갔고, 김 전 장관과 박안수 계엄사령관을 방으로 불러 군 철수를 지시합니다. 국무회의가 열려야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데, 국무위원들이 일찍 도착을 안 하니까 먼저 브리핑룸으로 가서 곧 해제한다고 발표합니다. 그 뒤 정족수가 모이자 1분 동안 해제 국무회의를 열어 해제를 의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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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시간 반 만에 비상계엄이 끝납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에서 이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현장에서, 혹은 생방송으로 지켜본 많은 시민의 기억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계엄에 무장 군인 1,605명, 경찰관 약 3,790명 등이 동원됐다고 적시한 검찰의 윤 대통령 공소장 내용과도, 부상을 입은 국회 보좌진 26명의 실명을 적시한 탄핵소추안 내용과도 다릅니다.
무엇보다, 심판정에 선 증인들도 여러 차례 윤 대통령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증언을 내놨습니다. 윤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진술과 증언은 이어지는 다음 기사에서 종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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