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공관서 표결 지켜보기로…침묵 속 권한대행 체제 가능성 대비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표결을 지켜볼 거로 알려졌습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에 따르면 한 총리는 오늘 정부서울청사에 출근하지 않고 총리 공관에서 표결을 지켜본 이후 그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은 오늘 오후 3시 반쯤부터 정부서울청사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국무총리비서실과 국무조정실 직원 일부는 8년 만의 권한대행 체제 전환 가능성에 대비해 오늘 오전부터 출근했는데, 표결 결과가 나오기 전인 만큼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채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한 총리는 대통령실에 국회 탄핵소추의결서가 접수되는 시점부터 대통령 권한을 대행합니다.

의결서 전달은 탄핵 가결로부터 수 시간이 걸릴 거로 예상되며, 이 시간에는 대통령 직무와 권한이 유지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12일 오전 11시 56분에 탄핵안이 가결된 후 5시간여 만인 오후 5시 15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오후 4시 10분 탄핵안 통과 후 오후 7시 3분에 직무가 정지됐습니다.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면 전례에 따라 윤 대통령 직무정지 즉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각 부처에 필요한 지시를 내린 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거로 예상됩니다.

2016년 9월 12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박 전 대통령이 직무정지되자 즉각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대북 대비 태세를 철저히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일 밤 9시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한 동향을 점검했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군 통수권과 법률안 공포·거부권, 조약 체결·비준, 정상외교 권한 등 대통령 고유 권한 대부분을 이어받습니다.

대통령 대행이 어느 수준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습니다.

한 총리가 계엄 사태 수사의 피의자 신분이고 민주당이 총리 탄핵도 언급하고 있어, 공석인 장관을 임명하거나 법률안을 거부하는 등의 적극적 권한 행사는 어려울 거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다만 군과 경찰 수장이 구속되고 군 지휘관 다수가 수사받는 상황이어서, 안보와 치안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16년과 달리 인사권을 적극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또한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법률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하려면 정치적으로 큰 부담을 져야 할 거로 보이는데, 한 총리는 어제(13일) 국회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가능 여부를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지난 12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사태 수사를 위한 특검법은 아직 정부로 이송되지 않아, 현재로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