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직 교사·공무원도 보험사기 가담 “너무하네”
입력 2024.11.20 (17:42)
수정 2024.11.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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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외딴 주택 창고에 숨겨져 있던 의원 진료기록
"모르겠어요. 여기 놔두고 갔던데"
경찰이 급습한 부산 강서구의 한 외딴 주택. 창고 문을 열자 커다란 상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상자 안에 수북하게 쌓인 건 진료 기록지입니다. 이 창고에 보관된 것만 20만 부에 달했는데, 모두 부산 동래구의 한 의원이 작성한 문서입니다. 왜 병원에서 차로 40분 이상 떨어진 곳에 진료 기록지를 숨겨야 했던 걸까요?
이 진료 기록지를 작성한 의원은 2022년 말 문을 열었습니다. 도수치료, 줄기세포이식술, 무좀 레이저 등을 했습니다. 이 진료 행위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실손보험금'을 탈 수 있는 항목들이라는 점입니다. 적게는 300만 원의 통원 치료부터 최대 천만 원에 달하는 입원 치료까지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코 성형, 쌍꺼풀, 보톡스 시술 등 미용·성형시술이 이뤄졌고, 위조된 진료기록 등이 보험사에 건네졌는데요. 이런 수법으로 가로챈 범죄수익이 64억 원, 원장 등 범행에 연루된 사람은 750명이 넘습니다.
더군다나 병의원을 대상으론 최초로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보험사기를 위해 의원을 설립하고 조직원들을 모집해 범죄에 동참했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보험사기 64억 ‘꿀꺽’ 병의원에 ‘범죄단체조직’ 혐의 첫 적용 )
해당 의원은 실손보험 상품을 진료한 것처럼 기록해 놓고 실제로는 성형·미용 시술을 진행한 혐의를 받는다
■ 공무원까지 범행 가담…부산시 등 "수사 결과 따라 징계 조치"
그런데 KBS 취재 결과, 환자 가운데 공무원 17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산시교육청 소속 공무원이 14명이었고, 이 가운데 13명은 현직 교사였습니다. 부산시청과 부산 지역 기초자치단체 공무원 3명도 불법으로 보험금을 타 냈습니다.
병원은 아예 손해사정사를 직원으로 두고 조직적으로 실손보험금 수령 가능 액수를 확인해보고, 여기에 맞춰 상품을 안내했기 때문에 이들이 불법 여부를 모르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경찰은 판단했습니다. 공무원들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보험금을 받았다는 겁니다.
지난 4월 해당 의원 압수수색 장면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면 보험사의 지급 금액이 많아져, 결국에는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다수의 국민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보는데 공무원들이 이런 불법 행동에 가담한 겁니다. 부산의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도 "공무원의 보험사기 연루는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 등은 수사 결과 등에 따라 징계 방침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시 교육청은 "내부 업무상 비리일 경우 징계 절차가 빠르지만, 외부 기관의 통보를 받은 상황"이라며 "벌금형을 받을 경우 정직이나 감봉, 보다 중한 범죄일 경우 중징계 처분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보험사기 가담 정황이 포착된 환자 천5백여 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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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현직 교사·공무원도 보험사기 가담 “너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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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1-20 17:42:57
- 수정2024-11-20 17:52:45
"모르겠어요. 여기 놔두고 갔던데"
경찰이 급습한 부산 강서구의 한 외딴 주택. 창고 문을 열자 커다란 상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상자 안에 수북하게 쌓인 건 진료 기록지입니다. 이 창고에 보관된 것만 20만 부에 달했는데, 모두 부산 동래구의 한 의원이 작성한 문서입니다. 왜 병원에서 차로 40분 이상 떨어진 곳에 진료 기록지를 숨겨야 했던 걸까요?
이 진료 기록지를 작성한 의원은 2022년 말 문을 열었습니다. 도수치료, 줄기세포이식술, 무좀 레이저 등을 했습니다. 이 진료 행위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실손보험금'을 탈 수 있는 항목들이라는 점입니다. 적게는 300만 원의 통원 치료부터 최대 천만 원에 달하는 입원 치료까지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코 성형, 쌍꺼풀, 보톡스 시술 등 미용·성형시술이 이뤄졌고, 위조된 진료기록 등이 보험사에 건네졌는데요. 이런 수법으로 가로챈 범죄수익이 64억 원, 원장 등 범행에 연루된 사람은 750명이 넘습니다.
더군다나 병의원을 대상으론 최초로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보험사기를 위해 의원을 설립하고 조직원들을 모집해 범죄에 동참했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보험사기 64억 ‘꿀꺽’ 병의원에 ‘범죄단체조직’ 혐의 첫 적용 )
■ 공무원까지 범행 가담…부산시 등 "수사 결과 따라 징계 조치"
그런데 KBS 취재 결과, 환자 가운데 공무원 17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산시교육청 소속 공무원이 14명이었고, 이 가운데 13명은 현직 교사였습니다. 부산시청과 부산 지역 기초자치단체 공무원 3명도 불법으로 보험금을 타 냈습니다.
병원은 아예 손해사정사를 직원으로 두고 조직적으로 실손보험금 수령 가능 액수를 확인해보고, 여기에 맞춰 상품을 안내했기 때문에 이들이 불법 여부를 모르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경찰은 판단했습니다. 공무원들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보험금을 받았다는 겁니다.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면 보험사의 지급 금액이 많아져, 결국에는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다수의 국민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보는데 공무원들이 이런 불법 행동에 가담한 겁니다. 부산의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도 "공무원의 보험사기 연루는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 등은 수사 결과 등에 따라 징계 방침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시 교육청은 "내부 업무상 비리일 경우 징계 절차가 빠르지만, 외부 기관의 통보를 받은 상황"이라며 "벌금형을 받을 경우 정직이나 감봉, 보다 중한 범죄일 경우 중징계 처분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보험사기 가담 정황이 포착된 환자 천5백여 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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