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100여 그루 몽땅 사라진 충북도청…무슨 일?

입력 2024.06.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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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밭 된 도청 정원… 나무 무더기로 사라져

충북 청주 도심에 있는 충북도청 본관과 신관 사이 녹지 공간인 중앙 정원입니다.
초여름 녹음이 푸르러야 하는데, 이렇게 모래밭처럼 바뀌었습니다.
원래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배롱나무, 단풍나무, 모과나무 수십 그루가 있었는데요.
지난달 말, 서너 그루만 남고 60여 그루가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흙을 파내고 땅을 다지는 공사가 한창인데요.
충북도청 중앙정원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요? 그리고 나무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충북도청 중앙정원의 주차장 확충 공사 현장충북도청 중앙정원의 주차장 확충 공사 현장

■ "주차장 늘리느라 산하기관에 옮겨 심어"

확인 결과, 충청북도가 청사 주차장을 넓히려고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충청북도는 "민원인과 직원 등의 수요를 고려했을 때 하루에 차량 2,750대를 주차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 청사 내부 주차장은 377면, 13.7%밖에 안 되는 수준이고, 370여 대를 더 댈 수 있는 외부 주차장 10개를 임차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충북도청 후생복지관 조감도(출처: 충청북도)충북도청 후생복지관 조감도(출처: 충청북도)

충청북도는 내년 말까지 신관 뒤 주차장 부지에 350대 규모의 주차 공간과 식당 등을 갖춘 지하 2층, 지상 6층 '후생복지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공사가 시작되면 당장 그 부지에 차를 댈 수 없어, 불가피하게 정원에 있던 나무를 옮겨 차 댈 곳을 확보하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뽑아 낸 나무는 도로관리사업소, 충북안전체험관 등 산하기관에 옮겨 심었고, 수령이 오래된 큰 나무는 그대로 둘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또, "정원 아래, 80년 된 오래된 정화조가 묻혀있어 그동안 악취가 심했다"며, 주차장 확충과 함께 새 정화조 설치 공사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왼쪽: 향나무가 울타리를 이루던 모습, 오른쪽: 향나무를 뽑아 낸 뒤 모습 (그래픽: 박소현)왼쪽: 향나무가 울타리를 이루던 모습, 오른쪽: 향나무를 뽑아 낸 뒤 모습 (그래픽: 박소현)

■ 정원 이어 대로변 나무 수십 그루 사라져

그런데 며칠 뒤, 충북도청 중앙정원에 이어 청사 옆 대로변에 있던 나무 수십 그루가 또 무더기로 사라졌습니다.
충북도청 서문에서 산업장려관까지, 약 90m 구간에 있던 향나무 50여 그루인데요.
울타리를 이룰 정도로 빼곡했던 향나무가 무더기로 뽑히고, 지금은 플라타너스만 듬성듬성 남았습니다.

이에 대해 충청북도는 "주민 휴식 시설로 공원화할 것"이라면서 "향나무도 산하기관으로 옮겨 심었다"고 답했습니다.
또, "청사 옆 대로변의 인도가 좁아 사고 위험이 크다"면서 "기존 울타리를 낮춰 현재 2m인 인도 폭을 3~4m까지 넓힐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충북도청 수목 제거 규탄 기자회견 모습 (지난 10일)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충북도청 수목 제거 규탄 기자회견 모습 (지난 10일)

■ "대중 교통 활성화 대신 주차장 늘리기 급급… 탄소 중립 무색"

충북도청 중앙정원과 대로변에 있던 나무 백여 그루가 순식간에 사라진 데 대해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아름드리 나무를 마음대로 옮겨 심어, 도민이 주인인 공공 용지를 함부로 바꾸고 있다는 겁니다.
탄소 중립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이 도민과 직원의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대신, '주차장' 늘리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폭염을 완화하고 이상 기후에 대비할 친환경 대책은 '주차장 확보'가 아니라 '녹지 확충', '대중교통 활성화'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청주에서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가장 좋은 요충지에 있는 충북도청 같은 곳이 주차 공간을 확보하려고 나무를 제거한다면, 청주 도심에 살아남을 나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민원인, 직원 등을 위한 주차장과 휴식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충청북도.
기후 위기 시대, 도심 녹지 확충과 대중교통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환경단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양측은 오는 18일에 만나 유례없는 '충북도청 나무 실종 사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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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6-13 16: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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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밭 된 도청 정원… 나무 무더기로 사라져

충북 청주 도심에 있는 충북도청 본관과 신관 사이 녹지 공간인 중앙 정원입니다.
초여름 녹음이 푸르러야 하는데, 이렇게 모래밭처럼 바뀌었습니다.
원래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배롱나무, 단풍나무, 모과나무 수십 그루가 있었는데요.
지난달 말, 서너 그루만 남고 60여 그루가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흙을 파내고 땅을 다지는 공사가 한창인데요.
충북도청 중앙정원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요? 그리고 나무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충북도청 중앙정원의 주차장 확충 공사 현장
■ "주차장 늘리느라 산하기관에 옮겨 심어"

확인 결과, 충청북도가 청사 주차장을 넓히려고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충청북도는 "민원인과 직원 등의 수요를 고려했을 때 하루에 차량 2,750대를 주차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 청사 내부 주차장은 377면, 13.7%밖에 안 되는 수준이고, 370여 대를 더 댈 수 있는 외부 주차장 10개를 임차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충북도청 후생복지관 조감도(출처: 충청북도)
충청북도는 내년 말까지 신관 뒤 주차장 부지에 350대 규모의 주차 공간과 식당 등을 갖춘 지하 2층, 지상 6층 '후생복지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공사가 시작되면 당장 그 부지에 차를 댈 수 없어, 불가피하게 정원에 있던 나무를 옮겨 차 댈 곳을 확보하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뽑아 낸 나무는 도로관리사업소, 충북안전체험관 등 산하기관에 옮겨 심었고, 수령이 오래된 큰 나무는 그대로 둘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또, "정원 아래, 80년 된 오래된 정화조가 묻혀있어 그동안 악취가 심했다"며, 주차장 확충과 함께 새 정화조 설치 공사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왼쪽: 향나무가 울타리를 이루던 모습, 오른쪽: 향나무를 뽑아 낸 뒤 모습 (그래픽: 박소현)
■ 정원 이어 대로변 나무 수십 그루 사라져

그런데 며칠 뒤, 충북도청 중앙정원에 이어 청사 옆 대로변에 있던 나무 수십 그루가 또 무더기로 사라졌습니다.
충북도청 서문에서 산업장려관까지, 약 90m 구간에 있던 향나무 50여 그루인데요.
울타리를 이룰 정도로 빼곡했던 향나무가 무더기로 뽑히고, 지금은 플라타너스만 듬성듬성 남았습니다.

이에 대해 충청북도는 "주민 휴식 시설로 공원화할 것"이라면서 "향나무도 산하기관으로 옮겨 심었다"고 답했습니다.
또, "청사 옆 대로변의 인도가 좁아 사고 위험이 크다"면서 "기존 울타리를 낮춰 현재 2m인 인도 폭을 3~4m까지 넓힐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충북도청 수목 제거 규탄 기자회견 모습 (지난 10일)
■ "대중 교통 활성화 대신 주차장 늘리기 급급… 탄소 중립 무색"

충북도청 중앙정원과 대로변에 있던 나무 백여 그루가 순식간에 사라진 데 대해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아름드리 나무를 마음대로 옮겨 심어, 도민이 주인인 공공 용지를 함부로 바꾸고 있다는 겁니다.
탄소 중립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이 도민과 직원의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대신, '주차장' 늘리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폭염을 완화하고 이상 기후에 대비할 친환경 대책은 '주차장 확보'가 아니라 '녹지 확충', '대중교통 활성화'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청주에서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가장 좋은 요충지에 있는 충북도청 같은 곳이 주차 공간을 확보하려고 나무를 제거한다면, 청주 도심에 살아남을 나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민원인, 직원 등을 위한 주차장과 휴식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충청북도.
기후 위기 시대, 도심 녹지 확충과 대중교통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환경단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양측은 오는 18일에 만나 유례없는 '충북도청 나무 실종 사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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