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94점, 92점 막 줘!”…재해구호협회 ‘채용 비리’ 정황 단독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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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산불이나 지진, 물난리가 났을 때 피해 이재민에게 지원금이나 구호품을 전달하는 곳입니다.
언론사가 모은 성금도 관리합니다.
지난해에만 이 협회에 모인 돈이 천3백억 원이 넘습니다.
민간단체이지만 이렇게 정부가 구호금을 다룰 권한을 줬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성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력 직원을 뽑으면서 특정 지원자들에게 대놓고 점수를 몰아주는 식으로 채용 비리가 있었던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김연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5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3개 직무에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그리고, 서류 심사 사흘 전 열린 주요 보직자 회의.
협회 운영을 총괄하는 김정희 사무총장이, 직무마다 각각 이름을 콕 집어 공개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김** 지역본부장, 계약직 책임 수석 연구원은 뭐지? 정**, 물류기지 요원은 ***."]
그러더니 팀장급 내부 심사위원에게 전달하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서류 심사할 때 원사이드하게(일방적으로) 점수 주라고, 94점, 92점 막 이렇게 주고 나머지는 좀 박하게 주라 그래. 아무리 잘난 놈이 들어와도..."]
외부 심사위원에는 본인이 아는 사람을 포함시켰다는 말도 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걔가 뭘 나한테 물어본다고 해서 내가 그거 해주는 대신에 넌 와서 서류 심사 좀 해. 그래서 지금 낚여서 걔가 오는 거야."]
김 사무총장이 언급한 3명 중 지역 본부장에 지원한 김 모 씨와 연구소 책임 수석에 지원한 정 모 씨는 김 총장과 사적 관계가 있는 지인들이었습니다.
[당시 서류 심사위원/음성 대역 : "서류 심사 하기 전에 누구누구를 뽑아야 하니까, 점수를 얼마 이상으로, 잘 주라는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결과는 김 사무총장의 뜻과 같았습니다.
당시 서류 채점표를 보면, 지역 본부장엔 4명, 연구소 책임 수석엔 1명, 물류 담당엔 3명이 지원했는데 김 총장이 언급한 이들에게 점수가 몰렸습니다.
이들은 서류 심사에서 각각 단수로 합격한 뒤 면접을 거쳐 최종 채용됐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채용자 중 2명과 아는 사이여서 오히려 심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직원들의 기억은 다릅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사무총장이 '이 사람 뽑을 거야, 이 사람 들어올 거야. 너희 잘해라.'라는 말씀을 (그분들) 입사 전부터 쭉 하셨고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공직 유관단체로, 정부의 채용 비리 검사를 받는 대상입니다.
KBS 뉴스 김연주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 최진영/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강민수
[앵커]
채용 비리 의혹은 이번 건 말고 또 있습니다.
재해구호협회는 올 상반기 전국에 지사를 만들고 사무국장들을 뽑았는데 상당수는 알음알음 미리 정해놨던 것으로 보입니다.
채용 절차를 시작하기도 전에 내정된 사람들을 미리 만나 처우까지 논의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단독 보도, 이어서 김덕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재해구호협회는 올해 전국 7개 지역에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재난 발생 때 전국 어디서든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지사마다 지사장을 두고 관리를 맡을 사무국장도 채용했습니다.
7개 지사 중 5곳 채용 공고가 파견업체를 통해 난 시점은 지난해 12월 29일.
그런데 그보다 여드레 앞선 12월 21일, 재해구호협회 사무실에서 지사 설립과 운영에 관한 회의가 열렸습니다.
참석자 9명 중 5명은 외부 인사들이었는데, 협회의 당시 이 모 자문위원은 이들을 사무국장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이들 중 한 명은 월급 외에 월 100만 원씩 회의비에 관해 문의하고, 협회 측은 예산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답합니다.
미리 사무국장으로 불린 5명은 그 이후 파견업체를 통해 지원했고 면접을 거쳐 실제 사무국장으로 채용됐습니다.
[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김정희 사무총장이 이OO 자문위원에게 전권을 줬고, 이 자문위원이 사무국장들을 다 데려왔다고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이 자문위원의 지인과 학사 장교 동문들이었습니다.
[OO 지사 사무국장/음성변조 : "간간이 만나는 모임이 있어요. 소개를 받았어요. (그 모임도 혹시 학사장교 네트워크 쪽인 걸까요?) 예, 맞아요."]
[XX 지사 사무국장/음성변조 : "소문으로만 (이 자문위원을) 사실 알았죠. 총동문회장을 하셨으니까. 개인적인 교류는 없었고요. 제가 여기 사무국장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알게 됐습니다,)"]
이 자문위원은 동문회에 소개한 사실은 있지만 채용 과정에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OO 재해구호협회 자문위원/음성변조 : "(재해구호협회) 실무자들이 (사무국장 채용이) 필요하다고 하니, 제가 (현직) 동문회장한테 '학사장교들도 지원하는 게 어떻겠냐'고 한참 전에 얘기했던 거고요."]
재해구호협회는 해당 회의에 대해, 사무국장직에 응할 가능성이 높은 인사들이어서 설명회를 진행한 것일 뿐, 사전에 내정했던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자문위원은 김정희 사무총장이 취임한 뒤인 2021년 협회 자문위원에 위촉된 뒤, 지금은 대외협력 정책관으로 임명됐습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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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94점, 92점 막 줘!”…재해구호협회 ‘채용 비리’ 정황 단독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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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9-25 21:14:36
- 수정2023-09-25 22:04:02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산불이나 지진, 물난리가 났을 때 피해 이재민에게 지원금이나 구호품을 전달하는 곳입니다.
언론사가 모은 성금도 관리합니다.
지난해에만 이 협회에 모인 돈이 천3백억 원이 넘습니다.
민간단체이지만 이렇게 정부가 구호금을 다룰 권한을 줬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성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력 직원을 뽑으면서 특정 지원자들에게 대놓고 점수를 몰아주는 식으로 채용 비리가 있었던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김연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5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3개 직무에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그리고, 서류 심사 사흘 전 열린 주요 보직자 회의.
협회 운영을 총괄하는 김정희 사무총장이, 직무마다 각각 이름을 콕 집어 공개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김** 지역본부장, 계약직 책임 수석 연구원은 뭐지? 정**, 물류기지 요원은 ***."]
그러더니 팀장급 내부 심사위원에게 전달하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서류 심사할 때 원사이드하게(일방적으로) 점수 주라고, 94점, 92점 막 이렇게 주고 나머지는 좀 박하게 주라 그래. 아무리 잘난 놈이 들어와도..."]
외부 심사위원에는 본인이 아는 사람을 포함시켰다는 말도 합니다.
[김정희/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 "걔가 뭘 나한테 물어본다고 해서 내가 그거 해주는 대신에 넌 와서 서류 심사 좀 해. 그래서 지금 낚여서 걔가 오는 거야."]
김 사무총장이 언급한 3명 중 지역 본부장에 지원한 김 모 씨와 연구소 책임 수석에 지원한 정 모 씨는 김 총장과 사적 관계가 있는 지인들이었습니다.
[당시 서류 심사위원/음성 대역 : "서류 심사 하기 전에 누구누구를 뽑아야 하니까, 점수를 얼마 이상으로, 잘 주라는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결과는 김 사무총장의 뜻과 같았습니다.
당시 서류 채점표를 보면, 지역 본부장엔 4명, 연구소 책임 수석엔 1명, 물류 담당엔 3명이 지원했는데 김 총장이 언급한 이들에게 점수가 몰렸습니다.
이들은 서류 심사에서 각각 단수로 합격한 뒤 면접을 거쳐 최종 채용됐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채용자 중 2명과 아는 사이여서 오히려 심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직원들의 기억은 다릅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사무총장이 '이 사람 뽑을 거야, 이 사람 들어올 거야. 너희 잘해라.'라는 말씀을 (그분들) 입사 전부터 쭉 하셨고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공직 유관단체로, 정부의 채용 비리 검사를 받는 대상입니다.
KBS 뉴스 김연주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 최진영/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강민수
[앵커]
채용 비리 의혹은 이번 건 말고 또 있습니다.
재해구호협회는 올 상반기 전국에 지사를 만들고 사무국장들을 뽑았는데 상당수는 알음알음 미리 정해놨던 것으로 보입니다.
채용 절차를 시작하기도 전에 내정된 사람들을 미리 만나 처우까지 논의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단독 보도, 이어서 김덕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재해구호협회는 올해 전국 7개 지역에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재난 발생 때 전국 어디서든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지사마다 지사장을 두고 관리를 맡을 사무국장도 채용했습니다.
7개 지사 중 5곳 채용 공고가 파견업체를 통해 난 시점은 지난해 12월 29일.
그런데 그보다 여드레 앞선 12월 21일, 재해구호협회 사무실에서 지사 설립과 운영에 관한 회의가 열렸습니다.
참석자 9명 중 5명은 외부 인사들이었는데, 협회의 당시 이 모 자문위원은 이들을 사무국장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이들 중 한 명은 월급 외에 월 100만 원씩 회의비에 관해 문의하고, 협회 측은 예산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답합니다.
미리 사무국장으로 불린 5명은 그 이후 파견업체를 통해 지원했고 면접을 거쳐 실제 사무국장으로 채용됐습니다.
[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김정희 사무총장이 이OO 자문위원에게 전권을 줬고, 이 자문위원이 사무국장들을 다 데려왔다고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이 자문위원의 지인과 학사 장교 동문들이었습니다.
[OO 지사 사무국장/음성변조 : "간간이 만나는 모임이 있어요. 소개를 받았어요. (그 모임도 혹시 학사장교 네트워크 쪽인 걸까요?) 예, 맞아요."]
[XX 지사 사무국장/음성변조 : "소문으로만 (이 자문위원을) 사실 알았죠. 총동문회장을 하셨으니까. 개인적인 교류는 없었고요. 제가 여기 사무국장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알게 됐습니다,)"]
이 자문위원은 동문회에 소개한 사실은 있지만 채용 과정에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OO 재해구호협회 자문위원/음성변조 : "(재해구호협회) 실무자들이 (사무국장 채용이) 필요하다고 하니, 제가 (현직) 동문회장한테 '학사장교들도 지원하는 게 어떻겠냐'고 한참 전에 얘기했던 거고요."]
재해구호협회는 해당 회의에 대해, 사무국장직에 응할 가능성이 높은 인사들이어서 설명회를 진행한 것일 뿐, 사전에 내정했던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자문위원은 김정희 사무총장이 취임한 뒤인 2021년 협회 자문위원에 위촉된 뒤, 지금은 대외협력 정책관으로 임명됐습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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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기자 min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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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훈 기자 stand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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