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국회 첫 토론회…왜 소비자가 입증? [주말엔]
입력 2023.05.28 (07:01)
수정 2023.05.28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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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문제 해결을 위해 제조물 책임법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관련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첫 토론회가 26일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현행법은 차량 결함 등 제조물의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하게 돼 있는데요.
첨단 기술이 집약된 전자장치인 자동차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하긴 어려우니, 결함 여부를 제조사가 대신 입증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연관 기사]
‘급발진 의심’ 12살 도현이 사망, 아빠의 소명은…[KBS 뉴스9, 5월 22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81522
‘사고 전 마지막 기록’ 해외는 20초, 우리는 5초? [KBS 뉴스9, 5월 22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81523
■"차량 결함 입증 자동차 제조사가 해야…일반 소비자 불가능"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한국소비자안전학회, 한국소비자안전협회 등이 주최한 토론회는 2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최병록 소비자안전학회 회장과 토론에 참여한 반주일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하종선 변호사 등은 "급발진 의심 차량의 결함 여부는 제조사가 입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환영사에서 "자율주행까지 가능한 자동차, 컴퓨터나 다름없는 스마트폰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복합 적용돼 만들어진 제조물의 결함 여부를 소비자가 알고 입증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가 사고 발생 원인, 특히 제조물 결함 여부에 대해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소비자 신뢰에 보답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병록 소비자안전학회장도 발제문을 통해 "현행 제조물 책임법이 2017년 한차례 개정되면서 소비자 입증 책임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소비자가 증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소비자로선 어려운 싸움이 되고 인정받기 곤란하다"고 밝혔습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소송에서 제조업자에게 자료제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지금은 소송에서도 차량 제조사가 자료를 숨기기에 급급한데, 이걸 법원이 제출하도록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브레이크 페달 밟았는지 안 밟았는지, 신뢰도 65%에 불과"
반주일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급발진 문제를 반도체 문제나 소프트웨어 문제로 봐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자동차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엔진제어장치(ECM)는 가속페달과 엔진 사이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데, 이 ECM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로 이뤄져 있는 만큼 ECM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급발진 문제는 결국 반도체나 그 안에 있는 소프트웨어의 오류 문제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반 교수는 최근 KBS가 제기한 사고기록장치, EDR 문제도 집중적으로 지적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신뢰성이 떨어지는 EDR 조사 결과만을 맹신하면서, EDR이 오히려 '급발진 의심사고'가 났을 때 차량 제조사의 면죄부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반주일 상명대 교수가 국회 토론회에서 제시한 자료 발췌
반 교수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보고서 내용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사고가 나기 전 5초의 기록인 EDR의 양적 신뢰성을 분석해보니 가속페달은 91~95%를 기록했지만, 브레이크페달은 그 신뢰성이 65%에 불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의 사고기록장치(EDR)로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실제 밟았는지, 밟지 않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이 65%밖에 안 된다는 뜻입니다.
반 교수는 2013년 미국에서 토요타 캠리 차량의 급발진이 인정된 재판도 소개했습니다.
당시 재판에서 소프트웨어 분석 전문가인 마이클 바 씨는 '급발진이 발생하면 EDR에 브레이크 정보가 잘못 기록된다'고 증언했다는 겁니다.
반 교수는 "이처럼 잘못 기록될 가능성이 있는 정보를 우리는 법원에서 100% 다 받아들이고, 다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공정위 "다각적 개선안 검토…소비자 보호방안 마련"
정부 측에서는 오종희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안전교육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오 과장은 "소비자가 결함을 입증하기 어려운 면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 적극 공감힌디"라며 "다각적인 정책적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최근 제조물 책임법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는데요.
오 과장은 "올해 말까지 연구 용역을 마치고 법률 개정안을 검토할 때 반영할 예정인데, 지난 2017년 법 개정이 효과가 있었는지 등도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6일 열린 ‘급발진 의심사고’ 관련 국회 토론회 모습
■강릉 사고 뒤 앞다퉈 법안 발의...이후 국회 논의는 어떻게 될까
지난해 말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뒤, 차량 등 제조물의 결함 입증을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가 하도록 하자는 법 개정안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앞다퉈 발의됐습니다.
지난 3월엔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5월엔 더불어민주당 혀영 의원이 각각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4월에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과 함께 사고기록장치(EDR)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제조물 결함 분석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소비자기본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의 개정안을 한꺼번에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로 숨진 12살 이도현 군의 아빠도 국회 입법청원을 통해 5만 명의 동의를 받아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처럼 여러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있지만, 아직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조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앞으로 국회에서 다양한 논의가 깊이 있게 이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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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5-28 07:01:32
- 수정2023-05-28 07:09:51
'급발진' 문제 해결을 위해 제조물 책임법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관련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첫 토론회가 26일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현행법은 차량 결함 등 제조물의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하게 돼 있는데요.
첨단 기술이 집약된 전자장치인 자동차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하긴 어려우니, 결함 여부를 제조사가 대신 입증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연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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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81523
■"차량 결함 입증 자동차 제조사가 해야…일반 소비자 불가능"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한국소비자안전학회, 한국소비자안전협회 등이 주최한 토론회는 2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최병록 소비자안전학회 회장과 토론에 참여한 반주일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하종선 변호사 등은 "급발진 의심 차량의 결함 여부는 제조사가 입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환영사에서 "자율주행까지 가능한 자동차, 컴퓨터나 다름없는 스마트폰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복합 적용돼 만들어진 제조물의 결함 여부를 소비자가 알고 입증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가 사고 발생 원인, 특히 제조물 결함 여부에 대해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소비자 신뢰에 보답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병록 소비자안전학회장도 발제문을 통해 "현행 제조물 책임법이 2017년 한차례 개정되면서 소비자 입증 책임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소비자가 증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소비자로선 어려운 싸움이 되고 인정받기 곤란하다"고 밝혔습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소송에서 제조업자에게 자료제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지금은 소송에서도 차량 제조사가 자료를 숨기기에 급급한데, 이걸 법원이 제출하도록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브레이크 페달 밟았는지 안 밟았는지, 신뢰도 65%에 불과"
반주일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급발진 문제를 반도체 문제나 소프트웨어 문제로 봐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자동차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엔진제어장치(ECM)는 가속페달과 엔진 사이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데, 이 ECM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로 이뤄져 있는 만큼 ECM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급발진 문제는 결국 반도체나 그 안에 있는 소프트웨어의 오류 문제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반 교수는 최근 KBS가 제기한 사고기록장치, EDR 문제도 집중적으로 지적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신뢰성이 떨어지는 EDR 조사 결과만을 맹신하면서, EDR이 오히려 '급발진 의심사고'가 났을 때 차량 제조사의 면죄부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반 교수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보고서 내용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사고가 나기 전 5초의 기록인 EDR의 양적 신뢰성을 분석해보니 가속페달은 91~95%를 기록했지만, 브레이크페달은 그 신뢰성이 65%에 불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의 사고기록장치(EDR)로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실제 밟았는지, 밟지 않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이 65%밖에 안 된다는 뜻입니다.
반 교수는 2013년 미국에서 토요타 캠리 차량의 급발진이 인정된 재판도 소개했습니다.
당시 재판에서 소프트웨어 분석 전문가인 마이클 바 씨는 '급발진이 발생하면 EDR에 브레이크 정보가 잘못 기록된다'고 증언했다는 겁니다.
반 교수는 "이처럼 잘못 기록될 가능성이 있는 정보를 우리는 법원에서 100% 다 받아들이고, 다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공정위 "다각적 개선안 검토…소비자 보호방안 마련"
정부 측에서는 오종희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안전교육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오 과장은 "소비자가 결함을 입증하기 어려운 면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 적극 공감힌디"라며 "다각적인 정책적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정위는 최근 제조물 책임법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는데요.
오 과장은 "올해 말까지 연구 용역을 마치고 법률 개정안을 검토할 때 반영할 예정인데, 지난 2017년 법 개정이 효과가 있었는지 등도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릉 사고 뒤 앞다퉈 법안 발의...이후 국회 논의는 어떻게 될까
지난해 말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뒤, 차량 등 제조물의 결함 입증을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가 하도록 하자는 법 개정안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앞다퉈 발의됐습니다.
지난 3월엔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5월엔 더불어민주당 혀영 의원이 각각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4월에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과 함께 사고기록장치(EDR)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제조물 결함 분석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소비자기본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의 개정안을 한꺼번에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로 숨진 12살 이도현 군의 아빠도 국회 입법청원을 통해 5만 명의 동의를 받아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처럼 여러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있지만, 아직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조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앞으로 국회에서 다양한 논의가 깊이 있게 이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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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기자 j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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