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부터 때리는 중국, 지켜보는 한국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05.25 (13:48) 수정 2023.05.2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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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론 반도체가 안보에 위협?
… 도대체 어떤 제품에 어떤 위협이 있냐고요

중국 인터넷판공실(CAC)이 마이크론 제재를 발표한 21일, 특파원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마이크론 제품이 네트워크 보안에 심각한 숨겨진 위험이 있다. 중국 안보를 담당하는 주요 정보기반시설에 마이크론 반도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 인터넷판공실(CAC)

그런데 어떤 제품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중국 정부와 인터넷판공실은 상세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마이크론은 미국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업체입니다.

마이크론 중국 법인은 "2023년 4월까지 중국에서 판매되는 마이크론의 제품은 D램, 낸드플래시, NOR 플래시, SSD, CMOS 영상센서 등이다."라고 제품군을 밝히고 있습니다.

마이크론  반도체 생산 장면마이크론 반도체 생산 장면

이 가운데 어떤 제품이 중국 네트워크 보안에 어떤 문제를 일으켰다는 걸까요?

이와 관련해 중국 내 금융 관련 1위 매체인 '메이르징지(每日经济) 신문'은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기자에게 마이크론의 'D램과 낸드플래시 스토리지'제품이 안전 검사에 불합격했으며, 주요 영향은 '서버·자동차·통신'에 집중됐다. 휴대전화기 등 가전제품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메이르징지 신문(每日经济新闻) 5월 22일 보도

이와 관련해 베이징 주재 특파원들이 여러 차례 중국 외교부에 세부 품목과 자세한 문제의 원인을 질의했지만, 외교부는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반도체 전문가는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정보 저장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번 제재에서 언급한 '서버'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성하는 서버를 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반도체를 설계할 때 특정 기능을 삽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정부의 말 대로 네트워크 안전 문제가 있었다면, 중국에서 반도체를 출시할 때 사전 심사를 통해 걸러낼 수는 없었던 것일까?

전문가는 " 한국 KS 규격같이 중국은 GB(国标)라는 표준이 있다. 안전 분야는 없는데 이번에 마이크론에 대해서 특별 안전심사를 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중국 정부의 대처를 봤을 때, 2019년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했던 상황과 겹쳐 보인다."며 "당시 미국 정부도 중국 화웨이가 '백도어(Back door, 몰래 설치된 통신연결 기능)'를 통해 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며 제재했는데, 중국 정부도 같은 논리로 마이크론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한 마디로 당한 대로 돌려줬다는 말입니다.

■ 마이크론 '미운털' 박혔나?
…중국 관영 매체 "중국 물려다 이 부러진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 정부의 복심이라는 관영매체 사설에서도 드러납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5월 23일 자 평론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미국의 극악무도한 화웨이 때리기, 극악 무도한 틱톡 때리기, 탐욕스러운 횡포와 무법 천지를 보면, 위싱턴이 자유무역 규칙과 공정 경쟁 원칙을 짓밟는 것이 극에 달했다. 중국이 꼭 필요한 조처를 해 미국을 되받아쳤으니 얼마나 허탈할까. 그들의 치아를 부러뜨려야 한다."

-5월 23일, 중국 환구시보 '중국을 되물면 이가 부러진다.' 평론

미국이 중국 기업들에 대해 경제 제재를 한 것과 똑같이 되갚아 줬다는 건데요.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 대상으로 왜 마이크론을 골랐을까요?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이렇게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중국 정부 측 외교 인사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미국 정부의 경제 제재에 맞서 제재할 미국 업체를 신중하게 골랐다는 느낌이다. 마이크론의 경우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사이도 좋지 않았고, 다른 나라 제품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라 중국 시장에 타격이 비교적 작을 것으로 보고 선정한 것으로 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

실제로 미국 마이크론은 중국 업체들과 소송 등 악연으로 엮여 있었습니다.

2017년에는 중국 정부가 첨단분야 육성 정책 '중국 제조 2025'의 핵심 기업을 꼽던 '푸젠진화'가 타이완 반도체 기업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를 통해 마이크론의 기업 비밀을 빼돌렸다며 마이크론이 미국 법원에 제소했습니다.

미국 법무부가 푸젠진화 관계자를 기소했고, 푸젠진화는 폐업 위기에 몰렸습니다. 중국 정부가 아끼는 주요 반도체 기업이 날아간 셈입니다.

미국 마이크론이 미국 법원에 제소한 ‘푸젠진화’.  (출처: 바이두)미국 마이크론이 미국 법원에 제소한 ‘푸젠진화’. (출처: 바이두)

또 중국의 대표적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SMIC가 미국 수출입은행에서 우리 돈 8천5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으려던 것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가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방침을 밝혔을 때 마이크론이 이를 이행했다고 중국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런 상황을 종합해 "마이크론은 그동안 업계에 '급격한 경쟁수단'으로 유명했고,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선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 썼는데요. 마이크론의 행태가 상당히 얄미웠다는 얘기로 읽힙니다.

컨설팅회사 '알브라이트 스톤브릿지'의 중국 기술 전문가 폴 트리올로는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인터넷 판공실이 중요 정보 인프라 기구에 마이크론의 반도체를 적용하지 말라고 한 데에는 '금융'과 '운송', '에너지 및 데이터 센터'가 포함될 수 있다"며 "마이크론 메모리 칩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 '데이터 센터'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결국, 그동안 마이크론은 중국 정부의 '미운털'이 박혀 있었는데, 제재했을 때 중국이 입는 타격이 작을 것이라는 판단이 더해져 제재 대상에 올랐다고 보입니다.

■ 삼성·SK하이닉스 '어부지리'?
…중국, 마이크론 대신 중국 업체 키우기 나서

마이크론이 중국 시장에서 퇴출 되면 가장 이익을 보는 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단 언급되고 있습니다.

우선 'D램'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 D램 시장 점유율(2022년 4분기)세계 D램 시장 점유율(2022년 4분기)

파이낸셜타임즈(FT)는 "마이크론은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지난해 308억 달러, 매출의 25%를 거둬들였다
"며, " 마이크론의 기술이 한국 경쟁사인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제품으로 쉽게 대체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명백한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의 반응은 좀 다릅니다.

중국 동하이(東海)증권은 보고서에서 " 중국 메모리 산업의 국산화 대체 과정이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경제 매체 '메이르징지 신문' 도 "중국산 반도체가 마이크론의 몫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하기에는 부담이 있겠지만 점진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양쯔메모리의 반도체 제품(출처: 바이두)중국 양쯔메모리의 반도체 제품(출처: 바이두)

중국 정부도 낸드메모리 분야 대표 업체인 양쯔메모리(YMTC)에 우리 돈으로 수조 원을 투입해 지원사격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중국 정부 펀드인 '국가 직접회로산업 투자기금(이하 반도체 대기금)'에서 YMTC에 129억 위안(약 2조 4,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건데요.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때리는 한편, 그 자리를 대체할 중국 기업 키우기에 나선겁니다.

중국의 반도체 전문가는 "D램의 경우 중국 창신 메모리(CXMT)가 선두 주자인데, 시장 점유율이 0.2% 이하다. 낸드메모리는 양쯔메모리(YMTC)가 2.6%를 차지하고 있다."라며 "상업적으로 이들 중국 회사가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아직 수율(정상제품 출하율)이 낮아서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마이크론은 2018년 중국 시장에서 약 17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당시 회사 총 매출의 58%를 중국 시장에 의존했습니다. 하지만 매년 중국시장에서의 매출이 감소해 2022년에는 33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한국반도체협회 안기현 전무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마이크론이 중국 시장에 대한 비중이 작아,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시장에 그렇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 미국 "한국 업체, 중국에 반도체 팔지 말아야"
… 마이크론 사태 '일파만파'

중국 시장에서 마이크론 제품이 퇴출 되다시피 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석도 있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는 않습니다.

G7 회의를 앞두고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에 "중국에 반도체를 팔지 말라"고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는데요.

미국 하원의원 마이크 갤러거미국 하원의원 마이크 갤러거

현지시각 23일에는 미국 하원의원 마이크 갤러거가 "미국은 미국 기업이나 동맹에 대한 경제적 강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을 중국에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중 전략경쟁 특위 위원장이기도 한 갤러거 의원 입에서 공식적으로 '한국의 역할'에 관한 말이 나온겁니다.

이에 더해 미국 백악관은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재한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조치라며, 동맹국들과 함께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 언급된 동맹국엔 한국이 당연히 포함됩니다.


이러한 (중국의) 조치는 시장을 개방하고 투명한 규제를 한다는 중국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카린 장-피에르/미 백악관 대변인

미국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종합하면, 미국은 확실히 한국 업체들이 마이크론 대신 중국에 반도체를 팔지 않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시장에 반도체 판매량을 늘릴지 회사 자체 판단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우리 기업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세계 정세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 기업들이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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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마이크론부터 때리는 중국, 지켜보는 한국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05-25 13:48:41
    • 수정2023-05-25 13: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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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론 반도체가 안보에 위협?
… 도대체 어떤 제품에 어떤 위협이 있냐고요

중국 인터넷판공실(CAC)이 마이크론 제재를 발표한 21일, 특파원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마이크론 제품이 네트워크 보안에 심각한 숨겨진 위험이 있다. 중국 안보를 담당하는 주요 정보기반시설에 마이크론 반도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 인터넷판공실(CAC)

그런데 어떤 제품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중국 정부와 인터넷판공실은 상세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마이크론은 미국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업체입니다.

마이크론 중국 법인은 "2023년 4월까지 중국에서 판매되는 마이크론의 제품은 D램, 낸드플래시, NOR 플래시, SSD, CMOS 영상센서 등이다."라고 제품군을 밝히고 있습니다.

마이크론  반도체 생산 장면
이 가운데 어떤 제품이 중국 네트워크 보안에 어떤 문제를 일으켰다는 걸까요?

이와 관련해 중국 내 금융 관련 1위 매체인 '메이르징지(每日经济) 신문'은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기자에게 마이크론의 'D램과 낸드플래시 스토리지'제품이 안전 검사에 불합격했으며, 주요 영향은 '서버·자동차·통신'에 집중됐다. 휴대전화기 등 가전제품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메이르징지 신문(每日经济新闻) 5월 22일 보도

이와 관련해 베이징 주재 특파원들이 여러 차례 중국 외교부에 세부 품목과 자세한 문제의 원인을 질의했지만, 외교부는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반도체 전문가는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정보 저장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번 제재에서 언급한 '서버'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성하는 서버를 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반도체를 설계할 때 특정 기능을 삽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정부의 말 대로 네트워크 안전 문제가 있었다면, 중국에서 반도체를 출시할 때 사전 심사를 통해 걸러낼 수는 없었던 것일까?

전문가는 " 한국 KS 규격같이 중국은 GB(国标)라는 표준이 있다. 안전 분야는 없는데 이번에 마이크론에 대해서 특별 안전심사를 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중국 정부의 대처를 봤을 때, 2019년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했던 상황과 겹쳐 보인다."며 "당시 미국 정부도 중국 화웨이가 '백도어(Back door, 몰래 설치된 통신연결 기능)'를 통해 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며 제재했는데, 중국 정부도 같은 논리로 마이크론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한 마디로 당한 대로 돌려줬다는 말입니다.

■ 마이크론 '미운털' 박혔나?
…중국 관영 매체 "중국 물려다 이 부러진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 정부의 복심이라는 관영매체 사설에서도 드러납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5월 23일 자 평론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미국의 극악무도한 화웨이 때리기, 극악 무도한 틱톡 때리기, 탐욕스러운 횡포와 무법 천지를 보면, 위싱턴이 자유무역 규칙과 공정 경쟁 원칙을 짓밟는 것이 극에 달했다. 중국이 꼭 필요한 조처를 해 미국을 되받아쳤으니 얼마나 허탈할까. 그들의 치아를 부러뜨려야 한다."

-5월 23일, 중국 환구시보 '중국을 되물면 이가 부러진다.' 평론

미국이 중국 기업들에 대해 경제 제재를 한 것과 똑같이 되갚아 줬다는 건데요.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 대상으로 왜 마이크론을 골랐을까요?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이렇게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중국 정부 측 외교 인사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미국 정부의 경제 제재에 맞서 제재할 미국 업체를 신중하게 골랐다는 느낌이다. 마이크론의 경우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사이도 좋지 않았고, 다른 나라 제품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라 중국 시장에 타격이 비교적 작을 것으로 보고 선정한 것으로 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

실제로 미국 마이크론은 중국 업체들과 소송 등 악연으로 엮여 있었습니다.

2017년에는 중국 정부가 첨단분야 육성 정책 '중국 제조 2025'의 핵심 기업을 꼽던 '푸젠진화'가 타이완 반도체 기업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를 통해 마이크론의 기업 비밀을 빼돌렸다며 마이크론이 미국 법원에 제소했습니다.

미국 법무부가 푸젠진화 관계자를 기소했고, 푸젠진화는 폐업 위기에 몰렸습니다. 중국 정부가 아끼는 주요 반도체 기업이 날아간 셈입니다.

미국 마이크론이 미국 법원에 제소한 ‘푸젠진화’.  (출처: 바이두)
또 중국의 대표적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SMIC가 미국 수출입은행에서 우리 돈 8천5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으려던 것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가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방침을 밝혔을 때 마이크론이 이를 이행했다고 중국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런 상황을 종합해 "마이크론은 그동안 업계에 '급격한 경쟁수단'으로 유명했고,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선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 썼는데요. 마이크론의 행태가 상당히 얄미웠다는 얘기로 읽힙니다.

컨설팅회사 '알브라이트 스톤브릿지'의 중국 기술 전문가 폴 트리올로는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인터넷 판공실이 중요 정보 인프라 기구에 마이크론의 반도체를 적용하지 말라고 한 데에는 '금융'과 '운송', '에너지 및 데이터 센터'가 포함될 수 있다"며 "마이크론 메모리 칩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 '데이터 센터'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결국, 그동안 마이크론은 중국 정부의 '미운털'이 박혀 있었는데, 제재했을 때 중국이 입는 타격이 작을 것이라는 판단이 더해져 제재 대상에 올랐다고 보입니다.

■ 삼성·SK하이닉스 '어부지리'?
…중국, 마이크론 대신 중국 업체 키우기 나서

마이크론이 중국 시장에서 퇴출 되면 가장 이익을 보는 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단 언급되고 있습니다.

우선 'D램'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 D램 시장 점유율(2022년 4분기)
파이낸셜타임즈(FT)는 "마이크론은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지난해 308억 달러, 매출의 25%를 거둬들였다
"며, " 마이크론의 기술이 한국 경쟁사인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제품으로 쉽게 대체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명백한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의 반응은 좀 다릅니다.

중국 동하이(東海)증권은 보고서에서 " 중국 메모리 산업의 국산화 대체 과정이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경제 매체 '메이르징지 신문' 도 "중국산 반도체가 마이크론의 몫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하기에는 부담이 있겠지만 점진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양쯔메모리의 반도체 제품(출처: 바이두)
중국 정부도 낸드메모리 분야 대표 업체인 양쯔메모리(YMTC)에 우리 돈으로 수조 원을 투입해 지원사격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중국 정부 펀드인 '국가 직접회로산업 투자기금(이하 반도체 대기금)'에서 YMTC에 129억 위안(약 2조 4,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건데요.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때리는 한편, 그 자리를 대체할 중국 기업 키우기에 나선겁니다.

중국의 반도체 전문가는 "D램의 경우 중국 창신 메모리(CXMT)가 선두 주자인데, 시장 점유율이 0.2% 이하다. 낸드메모리는 양쯔메모리(YMTC)가 2.6%를 차지하고 있다."라며 "상업적으로 이들 중국 회사가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아직 수율(정상제품 출하율)이 낮아서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마이크론은 2018년 중국 시장에서 약 17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당시 회사 총 매출의 58%를 중국 시장에 의존했습니다. 하지만 매년 중국시장에서의 매출이 감소해 2022년에는 33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한국반도체협회 안기현 전무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마이크론이 중국 시장에 대한 비중이 작아,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시장에 그렇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 미국 "한국 업체, 중국에 반도체 팔지 말아야"
… 마이크론 사태 '일파만파'

중국 시장에서 마이크론 제품이 퇴출 되다시피 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석도 있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는 않습니다.

G7 회의를 앞두고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에 "중국에 반도체를 팔지 말라"고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는데요.

미국 하원의원 마이크 갤러거
현지시각 23일에는 미국 하원의원 마이크 갤러거가 "미국은 미국 기업이나 동맹에 대한 경제적 강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을 중국에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중 전략경쟁 특위 위원장이기도 한 갤러거 의원 입에서 공식적으로 '한국의 역할'에 관한 말이 나온겁니다.

이에 더해 미국 백악관은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재한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조치라며, 동맹국들과 함께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 언급된 동맹국엔 한국이 당연히 포함됩니다.


이러한 (중국의) 조치는 시장을 개방하고 투명한 규제를 한다는 중국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카린 장-피에르/미 백악관 대변인

미국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종합하면, 미국은 확실히 한국 업체들이 마이크론 대신 중국에 반도체를 팔지 않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시장에 반도체 판매량을 늘릴지 회사 자체 판단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우리 기업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세계 정세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 기업들이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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