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위해 써달라”…4·3 국가보상금 기부 잇따라

입력 2022.11.19 (06:53) 수정 2022.11.19 (08:0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제주4·3사건 발생 74년 만에 희생자와 관련해 국가 보상금이 지급되기 시작됐습니다.

고통의 세월을 살아온 희생자와 유족들이 미래를 위해 써달라며 잇따라 보상금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꽃과 함께 흰 봉투를 위패 앞에 올립니다.

4·3 당시 군경 토벌대에 의해 청년들이 학살되는 것을 만류하다 무장대로 몰려 희생된 할아버지에게 74년 만에 정부가 지급한 보상금입니다.

["오늘 할아버지 몫으로 저에게 보상금이 나왔습니다."]

독립유공자이자 4·3 희생자인 한백흥 지사의 손자 한하용 씨, 할아버지 앞으로 나온 보상금 9천만 원 가운데 자신의 몫 3백여만 원을 평화를 위한 교육에 써달라며, 제주4·3유족회에 전액 기부했습니다.

[한하용/4·3희생자 유족 : "유족들이 70여 년 동안 고통 속에 살지 않았습니까. 이런 가운데 저는 평화와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4·3 당시 경찰 고문으로 후유장애를 갖게 된 강순주 할아버지도 기부에 동참했습니다.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거부해 강 씨를 비롯한 200여 명의 목숨을 구한 고 문형순 경찰서장의 뜻을 후대에도 알리기 위해섭니다.

몸이 불편한 강 씨 대신 아들이 보상금 4천5백만 원 중 천만 원을 기꺼이 내놓았습니다.

[강경돈/4·3 생존희생자 자녀 : "이런 의로운 일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4·3유족회를 통해서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4·3 유족회는 이들의 소중한 정성을 모아 내년 초쯤 가칭 '평화인권재단'을 설립해 기금으로 쓸 계획입니다.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희생자와 유족들의 자발적인 기부가 이어지면서 제주 4·3이 과거사 해결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평화 위해 써달라”…4·3 국가보상금 기부 잇따라
    • 입력 2022-11-19 06:53:44
    • 수정2022-11-19 08:08:17
    뉴스광장 1부
[앵커]

제주4·3사건 발생 74년 만에 희생자와 관련해 국가 보상금이 지급되기 시작됐습니다.

고통의 세월을 살아온 희생자와 유족들이 미래를 위해 써달라며 잇따라 보상금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꽃과 함께 흰 봉투를 위패 앞에 올립니다.

4·3 당시 군경 토벌대에 의해 청년들이 학살되는 것을 만류하다 무장대로 몰려 희생된 할아버지에게 74년 만에 정부가 지급한 보상금입니다.

["오늘 할아버지 몫으로 저에게 보상금이 나왔습니다."]

독립유공자이자 4·3 희생자인 한백흥 지사의 손자 한하용 씨, 할아버지 앞으로 나온 보상금 9천만 원 가운데 자신의 몫 3백여만 원을 평화를 위한 교육에 써달라며, 제주4·3유족회에 전액 기부했습니다.

[한하용/4·3희생자 유족 : "유족들이 70여 년 동안 고통 속에 살지 않았습니까. 이런 가운데 저는 평화와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4·3 당시 경찰 고문으로 후유장애를 갖게 된 강순주 할아버지도 기부에 동참했습니다.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거부해 강 씨를 비롯한 200여 명의 목숨을 구한 고 문형순 경찰서장의 뜻을 후대에도 알리기 위해섭니다.

몸이 불편한 강 씨 대신 아들이 보상금 4천5백만 원 중 천만 원을 기꺼이 내놓았습니다.

[강경돈/4·3 생존희생자 자녀 : "이런 의로운 일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4·3유족회를 통해서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4·3 유족회는 이들의 소중한 정성을 모아 내년 초쯤 가칭 '평화인권재단'을 설립해 기금으로 쓸 계획입니다.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희생자와 유족들의 자발적인 기부가 이어지면서 제주 4·3이 과거사 해결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