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태하드라마’를 찍을 수 있는 비결은 “기다림의 미학”

입력 2024.04.16 (14:20) 수정 2024.04.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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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연맹이 발간한 테크니컬 리포트의 첫 주제로 선택한 포항 박태하 감독의 전술프로축구연맹이 발간한 테크니컬 리포트의 첫 주제로 선택한 포항 박태하 감독의 전술

2024시즌 K리그 뚜껑을 열어 보니 주인공은 단연 포항 스틸러스다. 5승 1무 1패 승점 16점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예상을 빗나간 결과였다. 지난 시즌까지 포항을 이끌던 명장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떠났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의 뒤를 이어 또 한 명의 '포항 원클럽맨' 박태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포항은 최근 5년간 가장 잘 나가는 초반 성적을 질주하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프로축구연맹이 16일 발간한 '테크니컬 리포트'는 포항의 상승세를 박태하 감독의 뛰어난 전략 전술로 설명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핵심은 유연한 수비 전술이다. 최근 국제 축구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빠르고 강력한 전방 압박을 포기하고, 중앙선 뒤로 물러나 느긋하게 상대 공격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미학'을 포항 돌풍의 비결로 분석했다.

연맹의 테크니컬 리포트 분석을 살펴보자.

"포항은 3월의 4경기에서 단 3개의 실점만을 허용하며 리그 최소 실점 타이틀 또한 가지고 있다. 강한 전방압박이 수비의 트렌드로 떠오르는 요즘, 포항의 3월 PPDA 수치는 12.1로 K리그1에서 세 번째로 높다. PPDA 수치가 높을수록 압박 강도가 약하다는 의미이기에, 리그에서 3번째로 전방압박이 약한 팀이라 해석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당 평균 허용 슈팅 수는 리그에서 다섯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데이터들을 살펴보았을 때 포항에 전방압박은 필수가 아닌 선택인 듯하다. 포항은 자신들이 잘하는 방식을 채택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공격에 비해 수비는 단순하면서도 효율성을 챙기는 전략을 채택했다."

"포항의 수비는 4-4-2 포메이션으로 하프 라인 부근에서 상대를 기다림으로써 시작된다. 상대 센터백이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 투톱은 거의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은 채 중앙을 지킨다. 공간을 제한하여 중앙으로 투입되는 패스를 사전에 차단하고 측면으로의 전개를 유도하는 것이다. 상대 3백의 스토퍼나 풀백이 측면에서 공을 잡았을 때도 거의 압박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작되는 패스에 집중한다."


위 사진처럼 포항은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하면서, 상대 수비를 향해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위 사진처럼 포항은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하면서, 상대 수비를 향해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포항은 90분 내내 상대를 압박하는 대신, 꼭 필요할 때 수비하는 효율성을 바탕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 상대 측면 자원이 공을 잡았을 때는 빠르고 강하게 압박해 본격적인 공격을 무력화하는 것도 뒷받침된다. 이러한 방식을 내세워 3월뿐 아니라 4월 중순으로 접어든 지금까지 포항은 리그 최소인 6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격은 어떤 점이 강점일까? 연맹의 기술분석관들은 왼쪽 풀백인 완델손의 공격 가담에서 찾고 있다.

"포항의 스타팅 포메이션은 4-4-2이다. 포항은 대부분 경기를 4-4-2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운영해왔다. 포항은 양쪽 풀백의 높이에 변화를 주어 일명 '비대칭 3백'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3-2-4-1의 공격대형을 갖춘다. 백 4중 공격적 성향의 왼쪽 풀백 완델손을 전진시키고 나머지 3명을 모두 센터백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투톱 중 한 명은 아래로 내려오며 완델손을 포함해 총 4명의 2선을 구축한다."

포항은 12개 1부 리그 구단 중 13득점으로 울산(16득점)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최소 실점 수비팀이 공격력까지 막강하니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포항 공격의 핵심인 왼쪽 풀백 완델손.포항 공격의 핵심인 왼쪽 풀백 완델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프로축구연맹이 매월 발간하는 '테크니컬 리포트'의 최종 책임자가 작년까지 박태하 현 포항 감독이었다는 것이다. 박태하 감독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연맹 기술위원장을 역임했다. 월간 테크니컬 리포트를 처음 발간한 위원장이 바로 박태하 감독이었다.

당시 연맹에서 영상 분석을 함께하던 분석관이 현재 포항 스틸러스의 분석관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프로축구 각 구단의 전력을 누구보다 근거리에서 세밀하게 분석한 박태하 감독. 2024시즌 포항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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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6 14:20:05
    • 수정2024-04-16 14: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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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연맹이 발간한 테크니컬 리포트의 첫 주제로 선택한 포항 박태하 감독의 전술
2024시즌 K리그 뚜껑을 열어 보니 주인공은 단연 포항 스틸러스다. 5승 1무 1패 승점 16점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예상을 빗나간 결과였다. 지난 시즌까지 포항을 이끌던 명장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떠났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의 뒤를 이어 또 한 명의 '포항 원클럽맨' 박태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포항은 최근 5년간 가장 잘 나가는 초반 성적을 질주하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프로축구연맹이 16일 발간한 '테크니컬 리포트'는 포항의 상승세를 박태하 감독의 뛰어난 전략 전술로 설명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핵심은 유연한 수비 전술이다. 최근 국제 축구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빠르고 강력한 전방 압박을 포기하고, 중앙선 뒤로 물러나 느긋하게 상대 공격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미학'을 포항 돌풍의 비결로 분석했다.

연맹의 테크니컬 리포트 분석을 살펴보자.

"포항은 3월의 4경기에서 단 3개의 실점만을 허용하며 리그 최소 실점 타이틀 또한 가지고 있다. 강한 전방압박이 수비의 트렌드로 떠오르는 요즘, 포항의 3월 PPDA 수치는 12.1로 K리그1에서 세 번째로 높다. PPDA 수치가 높을수록 압박 강도가 약하다는 의미이기에, 리그에서 3번째로 전방압박이 약한 팀이라 해석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당 평균 허용 슈팅 수는 리그에서 다섯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데이터들을 살펴보았을 때 포항에 전방압박은 필수가 아닌 선택인 듯하다. 포항은 자신들이 잘하는 방식을 채택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공격에 비해 수비는 단순하면서도 효율성을 챙기는 전략을 채택했다."

"포항의 수비는 4-4-2 포메이션으로 하프 라인 부근에서 상대를 기다림으로써 시작된다. 상대 센터백이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 투톱은 거의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은 채 중앙을 지킨다. 공간을 제한하여 중앙으로 투입되는 패스를 사전에 차단하고 측면으로의 전개를 유도하는 것이다. 상대 3백의 스토퍼나 풀백이 측면에서 공을 잡았을 때도 거의 압박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작되는 패스에 집중한다."


위 사진처럼 포항은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하면서, 상대 수비를 향해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포항은 90분 내내 상대를 압박하는 대신, 꼭 필요할 때 수비하는 효율성을 바탕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 상대 측면 자원이 공을 잡았을 때는 빠르고 강하게 압박해 본격적인 공격을 무력화하는 것도 뒷받침된다. 이러한 방식을 내세워 3월뿐 아니라 4월 중순으로 접어든 지금까지 포항은 리그 최소인 6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격은 어떤 점이 강점일까? 연맹의 기술분석관들은 왼쪽 풀백인 완델손의 공격 가담에서 찾고 있다.

"포항의 스타팅 포메이션은 4-4-2이다. 포항은 대부분 경기를 4-4-2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운영해왔다. 포항은 양쪽 풀백의 높이에 변화를 주어 일명 '비대칭 3백'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3-2-4-1의 공격대형을 갖춘다. 백 4중 공격적 성향의 왼쪽 풀백 완델손을 전진시키고 나머지 3명을 모두 센터백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투톱 중 한 명은 아래로 내려오며 완델손을 포함해 총 4명의 2선을 구축한다."

포항은 12개 1부 리그 구단 중 13득점으로 울산(16득점)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최소 실점 수비팀이 공격력까지 막강하니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포항 공격의 핵심인 왼쪽 풀백 완델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프로축구연맹이 매월 발간하는 '테크니컬 리포트'의 최종 책임자가 작년까지 박태하 현 포항 감독이었다는 것이다. 박태하 감독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연맹 기술위원장을 역임했다. 월간 테크니컬 리포트를 처음 발간한 위원장이 바로 박태하 감독이었다.

당시 연맹에서 영상 분석을 함께하던 분석관이 현재 포항 스틸러스의 분석관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프로축구 각 구단의 전력을 누구보다 근거리에서 세밀하게 분석한 박태하 감독. 2024시즌 포항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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