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법인 뒤에 숨은 투기자본, 전국서 수백억 땅 투기

입력 2021.04.09 (21:22) 수정 2021.04.0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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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농업법인은 농업인 출자비율이 10% 이상이면 설립할 수 있는데 농지를 자유롭게 살 수 있고,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이 면제됩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지난 10년 동안 이런 농업법인 25곳이 3기 신도시 8곳 주변에 땅을 사들였습니다.

축구장 20개 넓이입니다.

이 회사들, 실제 농사를 짓고 있을까요?

농업법인의 실체, 최은진 기자가 추적해봤습니다.

[리포트]

남양주 왕숙 신도시 부지에 위치한 한 야구장.

신도시 선정 뒤인 2019년 11월, 대한영농영림이라는 영농법인이 사들였습니다.

광명시흥과 하남교산 지구의 논밭도 잇따라 샀습니다.

2019년 3월부터 신도시 3곳에서 19개 필지, 1만 8천여 제곱미터를 집중 매입했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경기도 파주와 평택, 충남 아산, 충북 청주와 울산과 대구까지, 주로 산업단지 예정 부지를 매입했습니다.

자산 규모로 290억 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 회사, 2019년 농업 경영으로 올린 매출이 고작 1,700만 원입니다.

[김남근/참여연대 정책위원 : "대부분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사들인 회사라면 매출액은 거의 없는 거죠. 땅만 사두고 있고 실제로는 고수익의 무슨 영농을 하고 있는 것들이 아니니까."]

무슨 돈으로 수 백억 원대 땅을 샀을까.

감사보고서를 확인해보니, 농업법인 대표가 감사로 있는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125억 원이 넘는 돈을 빌렸습니다.

농업법인 뒤에 숨은 돈줄, 컨설팅 회사를 찾아가봤습니다.

[컨설팅회사 대표/음성변조 : "(토지 투자 관련해서 이제 취재를 하고 있는데...) 그런 얘기 하면 안해요. 다 나가세요. 아니, 나가세요."]

땅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쫓아내더니,

[컨설팅회사 대표/음성변조 : "(대한영농영림에 장기차입금 주셨잖아요.) 이거 카메라!"]

사무실 밖으로 뛰어 나갑니다.

[컨설팅회사 대표/음성변조 : "(영농회사를 통해서 부동산 수익을 내시는 거예요?) 아닙니다, 몰라요. (뭔지 모르는 회사한테 그렇게 돈을 오랫동안 빌려주세요?) 나중에 변호사한테 얘기할 테니까."]

결국 아무 답도 하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농업법인에 역시 거액을 빌려준 자산운용사에서 일부 사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음성변조 : "대지나 잡종지는 여기서 (경영 컨설팅사) 매입을 하고 농지일 경우에는 대한영농영림에서 매입을 하는 걸로 제가 알고 있어요."]

농지를 맘대로 살 수 있고 세금 혜택까지 받는 영농법인을 투기자본이 이용하는 셈입니다.

[김남근/참여연대 정책위원 : "(농지가) 개발만 되면 큰 투기 수익을 얻는 구조라는 것들이 알려지면서 전문적으로 자본 시장에서 활약해야 할 회사들이 농지 투기에까지 진출하게 되는 것이죠."]

감사원 조사 결과, 최근 3년 간 농업 대신 부동산 매매 등 다른 사업을 하는 가짜 영농법인은 482곳에 달했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영상편집:하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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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업법인 뒤에 숨은 투기자본, 전국서 수백억 땅 투기
    • 입력 2021-04-09 21:22:06
    • 수정2021-04-09 21:29:04
    뉴스 9
[앵커]

농업법인은 농업인 출자비율이 10% 이상이면 설립할 수 있는데 농지를 자유롭게 살 수 있고,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이 면제됩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지난 10년 동안 이런 농업법인 25곳이 3기 신도시 8곳 주변에 땅을 사들였습니다.

축구장 20개 넓이입니다.

이 회사들, 실제 농사를 짓고 있을까요?

농업법인의 실체, 최은진 기자가 추적해봤습니다.

[리포트]

남양주 왕숙 신도시 부지에 위치한 한 야구장.

신도시 선정 뒤인 2019년 11월, 대한영농영림이라는 영농법인이 사들였습니다.

광명시흥과 하남교산 지구의 논밭도 잇따라 샀습니다.

2019년 3월부터 신도시 3곳에서 19개 필지, 1만 8천여 제곱미터를 집중 매입했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경기도 파주와 평택, 충남 아산, 충북 청주와 울산과 대구까지, 주로 산업단지 예정 부지를 매입했습니다.

자산 규모로 290억 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 회사, 2019년 농업 경영으로 올린 매출이 고작 1,700만 원입니다.

[김남근/참여연대 정책위원 : "대부분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사들인 회사라면 매출액은 거의 없는 거죠. 땅만 사두고 있고 실제로는 고수익의 무슨 영농을 하고 있는 것들이 아니니까."]

무슨 돈으로 수 백억 원대 땅을 샀을까.

감사보고서를 확인해보니, 농업법인 대표가 감사로 있는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125억 원이 넘는 돈을 빌렸습니다.

농업법인 뒤에 숨은 돈줄, 컨설팅 회사를 찾아가봤습니다.

[컨설팅회사 대표/음성변조 : "(토지 투자 관련해서 이제 취재를 하고 있는데...) 그런 얘기 하면 안해요. 다 나가세요. 아니, 나가세요."]

땅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쫓아내더니,

[컨설팅회사 대표/음성변조 : "(대한영농영림에 장기차입금 주셨잖아요.) 이거 카메라!"]

사무실 밖으로 뛰어 나갑니다.

[컨설팅회사 대표/음성변조 : "(영농회사를 통해서 부동산 수익을 내시는 거예요?) 아닙니다, 몰라요. (뭔지 모르는 회사한테 그렇게 돈을 오랫동안 빌려주세요?) 나중에 변호사한테 얘기할 테니까."]

결국 아무 답도 하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농업법인에 역시 거액을 빌려준 자산운용사에서 일부 사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음성변조 : "대지나 잡종지는 여기서 (경영 컨설팅사) 매입을 하고 농지일 경우에는 대한영농영림에서 매입을 하는 걸로 제가 알고 있어요."]

농지를 맘대로 살 수 있고 세금 혜택까지 받는 영농법인을 투기자본이 이용하는 셈입니다.

[김남근/참여연대 정책위원 : "(농지가) 개발만 되면 큰 투기 수익을 얻는 구조라는 것들이 알려지면서 전문적으로 자본 시장에서 활약해야 할 회사들이 농지 투기에까지 진출하게 되는 것이죠."]

감사원 조사 결과, 최근 3년 간 농업 대신 부동산 매매 등 다른 사업을 하는 가짜 영농법인은 482곳에 달했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영상편집:하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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