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SM그룹 회장, 농업법인 앞세워 신도시 주변 땅 매입

입력 2021.04.09 (21:19) 수정 2021.04.1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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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도시 들어설 땅에 나무를 가지런히 심어둔 기발한 투기수법, 빙산의 일각일지 모릅니다.

KBS가 3기 신도시 예정 부지와 인근 500미터까지의 토지대장 2만 3천 여건을 전수 분석했는데 땅을 사들인 각계 인사들이 드러났습니다.

오늘(9일)은 먼저 기업인들의 수상한 신도시 투자, 살펴봅니다.

우리나라 상장사 등기임원 가운데 3기 신도시 부지와 인근에 본인 이름으로 땅을 산 사람은 모두 47명이었습니다.

그룹 총수부터 대표, 고위 임원, 사외이사도 보입니다.

이들이 가진 땅은 100필지, 축구장 20개 넓이인데 농지가 가장 많습니다.

눈길을 끄는 건 이 중 86%는 신도시 경계 밖이란 점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한 그룹 회장님의 땅 투자법, 우한울 기자가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양창릉 신도시 예정지 근처 임야.

나무가 앙상하게 말라 죽어갑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냄새 맡아보니까 구멍 뚫어서 누가 제초제를 집어넣어서 죽인 거야."]

주민들은 땅 주인 측을 의심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감히 남의 땅 나무를 죽이겠습니까. 다 이게 관리인들이 하는 짓이지."]

땅 주인은 우오현 SM그룹 회장.

53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순위 38위 신흥 재벌입니다.

우 회장은 인근 땅 3필지를 더 사들였는데 2019년 5월, 고양창릉이 신도시 부지로 선정됐습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소문은 2016년도부터 여기가 개발이 된다, 수용이 된다, 이런 말들은 있었어요."]

우 회장에게 땅을 판 건 삼라농원이란 농업법인, 주소지를 가보니 SM그룹이 나옵니다.

[SM경남기업 직원/음성변조 : "(경남기업 회계팀 직원이라면서요.) 네 맞아요. (그런데 삼라농원 토지 매매 현황을 알고 계세요?) 장부를 제가 관리하니까요."]

SM그룹 계열사로 대표와 감사가 우 회장 딸들입니다.

["삼라농원에서 땅을 왜 그렇게 많이 사셨는지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요? 아버님 농사 짓나요?"]

SM그룹 측은 뒤늦게 "조경사업 허가가 나지 않아 우 회장에게 개인 텃밭 용도로 땅을 판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또 "삼라농원은 정상적으로 농업경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라농원이 보유한 수도권 임야와 농지 3곳을 찾았지만, 아무런 흔적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건설회사라고 하시니 그분이 농사지을 것도 아닌 것 같고. '주인이세요?' 하니 그건 아니래. 관리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취재 결과 삼라농원의 땅은 전국에 걸쳐 있었습니다.

확인한 것만 7만 4천여 제곱미터에 이릅니다.

[임영환/경실련 농업개혁위원 : "적은 비용으로 농업회사법인을 지배함으로써, (개인이) 농업회사 법인이 갖고 있는 농지까지 실질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우 회장은 별도로 개인 농지 30여 필지도 보유중입니다.

SM그룹은 "우 회장이 부정기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영상편집:하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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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오현 SM그룹 회장, 농업법인 앞세워 신도시 주변 땅 매입
    • 입력 2021-04-09 21:19:29
    • 수정2021-04-10 00:23:00
    뉴스 9
[앵커]

신도시 들어설 땅에 나무를 가지런히 심어둔 기발한 투기수법, 빙산의 일각일지 모릅니다.

KBS가 3기 신도시 예정 부지와 인근 500미터까지의 토지대장 2만 3천 여건을 전수 분석했는데 땅을 사들인 각계 인사들이 드러났습니다.

오늘(9일)은 먼저 기업인들의 수상한 신도시 투자, 살펴봅니다.

우리나라 상장사 등기임원 가운데 3기 신도시 부지와 인근에 본인 이름으로 땅을 산 사람은 모두 47명이었습니다.

그룹 총수부터 대표, 고위 임원, 사외이사도 보입니다.

이들이 가진 땅은 100필지, 축구장 20개 넓이인데 농지가 가장 많습니다.

눈길을 끄는 건 이 중 86%는 신도시 경계 밖이란 점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한 그룹 회장님의 땅 투자법, 우한울 기자가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양창릉 신도시 예정지 근처 임야.

나무가 앙상하게 말라 죽어갑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냄새 맡아보니까 구멍 뚫어서 누가 제초제를 집어넣어서 죽인 거야."]

주민들은 땅 주인 측을 의심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감히 남의 땅 나무를 죽이겠습니까. 다 이게 관리인들이 하는 짓이지."]

땅 주인은 우오현 SM그룹 회장.

53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순위 38위 신흥 재벌입니다.

우 회장은 인근 땅 3필지를 더 사들였는데 2019년 5월, 고양창릉이 신도시 부지로 선정됐습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소문은 2016년도부터 여기가 개발이 된다, 수용이 된다, 이런 말들은 있었어요."]

우 회장에게 땅을 판 건 삼라농원이란 농업법인, 주소지를 가보니 SM그룹이 나옵니다.

[SM경남기업 직원/음성변조 : "(경남기업 회계팀 직원이라면서요.) 네 맞아요. (그런데 삼라농원 토지 매매 현황을 알고 계세요?) 장부를 제가 관리하니까요."]

SM그룹 계열사로 대표와 감사가 우 회장 딸들입니다.

["삼라농원에서 땅을 왜 그렇게 많이 사셨는지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요? 아버님 농사 짓나요?"]

SM그룹 측은 뒤늦게 "조경사업 허가가 나지 않아 우 회장에게 개인 텃밭 용도로 땅을 판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또 "삼라농원은 정상적으로 농업경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라농원이 보유한 수도권 임야와 농지 3곳을 찾았지만, 아무런 흔적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건설회사라고 하시니 그분이 농사지을 것도 아닌 것 같고. '주인이세요?' 하니 그건 아니래. 관리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취재 결과 삼라농원의 땅은 전국에 걸쳐 있었습니다.

확인한 것만 7만 4천여 제곱미터에 이릅니다.

[임영환/경실련 농업개혁위원 : "적은 비용으로 농업회사법인을 지배함으로써, (개인이) 농업회사 법인이 갖고 있는 농지까지 실질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우 회장은 별도로 개인 농지 30여 필지도 보유중입니다.

SM그룹은 "우 회장이 부정기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영상편집:하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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