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만 붙이면 기후 교육의 미래?…환경 과목도 찬밥 신세

입력 2021.03.05 (21:35) 수정 2021.03.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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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후위기 시대, 교육 실태를 짚어 보는 연속보도.

오늘(5일)은 교육부가 추진 중인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다뤄보겠습니다.

정부는 이 사업이 미래 학교를 위한 '교육의 대전환'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론 낡은 학교를 고치는 시설 공사일 뿐이어서, 정작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미 25년 전에 도입한 환경 과목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예진, 이호준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 학교는 2010년 4억 3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1년에 35만 원어치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연간 학교가 내는 전기요금의 0.5% 수준입니다.

그나마 한쪽은 여름철 태풍에 부서져 철거했습니다.

[홍제남/오류중학교 교장 : "교육적인 목적이 사실은 큰 목적이고, 아이들한테... 그런데 시설한 것에 비해서 경제적인 효과를 따진다면 너무 미미하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에 개축한 이 학교는 한 달 120만 원어치의 전기 생산으로 일명 '에너지 자립학교'라며 언론 보도에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그린스마트 스쿨 사업의 목표는 낡은 학교를 이렇게 친환경 시설로 바꿔 탄소 중립 정책에 기여하겠다는 겁니다.

앞으로 5년간 18조 5천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입니다.

[김근회/공항고등학교 교감 : "만든 취지나 방향에 대해서 학생들이 인지하고 본인들이 살아가는 데 그런 걸 삶 속에 녹여서 가는 부분은 숙제고, 과제이고..."]

그런데 이런 시설 공사 외에 정작 학생들이 뭘 배울지, 교육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나 계획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자문위원 중에도 환경 교육 전문가는 단 한 명뿐입니다.

환경 교육 분야와는 동떨어진 정치 컨설턴트가 사업 홍보를 맡기도 했습니다.

[이재영/국가환경교육센터 센터장 : "4대강 사업을 학교에다가 하고 있는 거 아니냐. (교육은) 시설이 하는 게 아니거든요. 선생님들이 하는 것이고, 교육과정이 뒷받침돼야 하고, 프로그램이 채워져야 되고. 그게 아이들의 일상적인 학교생활 속에서 학습의 기회로 연결돼야 하는데."]

이에 대해 교육부는 환경생태교육을 위해 특별교부금 4억 2천만 원을 별도 편성했다고 밝혔습니다.

17개 시도 교육청이 나누면 한 곳당 돌아가는 액수는 대략 2천5백만 원 수준입니다.

KBS 뉴스 이예진입니다.

기후변화 심각하다면서도…‘환경’ 과목은 자습 시간 전락

[리포트]

25년이 지났는데도 이름조차 생소한 환경 교과서.

올해 이 출판사에 이 교과서를 주문한 학교는 59곳뿐입니다.

전국 중·고등학교의 1%에 불과합니다.

["저자들한테도 미안한 일이죠. 저희가 능력이 없어서 많이 못 판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입시와 상관없는 선택과목이다 보니 수요가 없는 겁니다.

[윤용철/출판사 '서울교과서' 대표 : "부모들이나 누구나 좀 더 국·영·수에 치중하고 수능에 치중하지, 누가 환경 교육을 시키겠습니까, 학교에서. 아까운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학부모가."]

환경 과목을 채택한 학교도 수능을 앞둔 고3에 배정하는 곳이 많습니다.

사실상 '자습 시간'이라고 합니다.

[박현성/인천남고 3학년 : "'쉬는 시간. 자도 되는 시간. 자습해도 되는 시간' 이런 식으로 환경교육이 사용되다 보니까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좀 안이하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2008년 이후론 교사도 뽑지 않아 환경 전공 교사는 전국에 28명뿐입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다른 과목 교사가 환경을 가르칩니다.

[안재정/경기 부천 송내고 환경 교사 : "70명 정도 임용이 됐지만, 지금은 남아 있는 분들은 4분의 1 정도? 지금까지 과정은 우리 사회나 교육청, 교육부가 전혀 환경 교육에 관심 없다는 전제 하에서 그래 왔고..."]

기후 변화가 심각하고, 교육이 중요하다면서도, 정작 교육 현장에서 환경 과목은 홀대받아온 지 오랩니다.

[안재정/경기 부천 송내고 환경 교사 : "수학 선생님한테 12년간 일주일에 다섯 시간씩 수학을 가르쳤을 때 학생들이 수학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느냐고 물어보지 않거든요. 그 아이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큰 욕심이다..."]

[고성원/전북 무주 푸른꿈고 환경 교사 : "분명히 아이들은 배우면서 자기와 연관됐다고 인식하는 순간, 그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요. 그런 기회를 자꾸 제공해주는 게 환경 교육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이미 있는 교과목조차 철저히 외면하는 현실에서, 시설 공사에 몰두하는 게 기후 교육의 미래인지 의문입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권순두 박세준 유용규/영상편집:한효정 박주연/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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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만 붙이면 기후 교육의 미래?…환경 과목도 찬밥 신세
    • 입력 2021-03-05 21:35:06
    • 수정2021-03-08 15: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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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후위기 시대, 교육 실태를 짚어 보는 연속보도.

오늘(5일)은 교육부가 추진 중인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다뤄보겠습니다.

정부는 이 사업이 미래 학교를 위한 '교육의 대전환'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론 낡은 학교를 고치는 시설 공사일 뿐이어서, 정작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미 25년 전에 도입한 환경 과목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예진, 이호준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 학교는 2010년 4억 3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1년에 35만 원어치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연간 학교가 내는 전기요금의 0.5% 수준입니다.

그나마 한쪽은 여름철 태풍에 부서져 철거했습니다.

[홍제남/오류중학교 교장 : "교육적인 목적이 사실은 큰 목적이고, 아이들한테... 그런데 시설한 것에 비해서 경제적인 효과를 따진다면 너무 미미하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에 개축한 이 학교는 한 달 120만 원어치의 전기 생산으로 일명 '에너지 자립학교'라며 언론 보도에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그린스마트 스쿨 사업의 목표는 낡은 학교를 이렇게 친환경 시설로 바꿔 탄소 중립 정책에 기여하겠다는 겁니다.

앞으로 5년간 18조 5천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입니다.

[김근회/공항고등학교 교감 : "만든 취지나 방향에 대해서 학생들이 인지하고 본인들이 살아가는 데 그런 걸 삶 속에 녹여서 가는 부분은 숙제고, 과제이고..."]

그런데 이런 시설 공사 외에 정작 학생들이 뭘 배울지, 교육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나 계획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자문위원 중에도 환경 교육 전문가는 단 한 명뿐입니다.

환경 교육 분야와는 동떨어진 정치 컨설턴트가 사업 홍보를 맡기도 했습니다.

[이재영/국가환경교육센터 센터장 : "4대강 사업을 학교에다가 하고 있는 거 아니냐. (교육은) 시설이 하는 게 아니거든요. 선생님들이 하는 것이고, 교육과정이 뒷받침돼야 하고, 프로그램이 채워져야 되고. 그게 아이들의 일상적인 학교생활 속에서 학습의 기회로 연결돼야 하는데."]

이에 대해 교육부는 환경생태교육을 위해 특별교부금 4억 2천만 원을 별도 편성했다고 밝혔습니다.

17개 시도 교육청이 나누면 한 곳당 돌아가는 액수는 대략 2천5백만 원 수준입니다.

KBS 뉴스 이예진입니다.

기후변화 심각하다면서도…‘환경’ 과목은 자습 시간 전락

[리포트]

25년이 지났는데도 이름조차 생소한 환경 교과서.

올해 이 출판사에 이 교과서를 주문한 학교는 59곳뿐입니다.

전국 중·고등학교의 1%에 불과합니다.

["저자들한테도 미안한 일이죠. 저희가 능력이 없어서 많이 못 판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입시와 상관없는 선택과목이다 보니 수요가 없는 겁니다.

[윤용철/출판사 '서울교과서' 대표 : "부모들이나 누구나 좀 더 국·영·수에 치중하고 수능에 치중하지, 누가 환경 교육을 시키겠습니까, 학교에서. 아까운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학부모가."]

환경 과목을 채택한 학교도 수능을 앞둔 고3에 배정하는 곳이 많습니다.

사실상 '자습 시간'이라고 합니다.

[박현성/인천남고 3학년 : "'쉬는 시간. 자도 되는 시간. 자습해도 되는 시간' 이런 식으로 환경교육이 사용되다 보니까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좀 안이하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2008년 이후론 교사도 뽑지 않아 환경 전공 교사는 전국에 28명뿐입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다른 과목 교사가 환경을 가르칩니다.

[안재정/경기 부천 송내고 환경 교사 : "70명 정도 임용이 됐지만, 지금은 남아 있는 분들은 4분의 1 정도? 지금까지 과정은 우리 사회나 교육청, 교육부가 전혀 환경 교육에 관심 없다는 전제 하에서 그래 왔고..."]

기후 변화가 심각하고, 교육이 중요하다면서도, 정작 교육 현장에서 환경 과목은 홀대받아온 지 오랩니다.

[안재정/경기 부천 송내고 환경 교사 : "수학 선생님한테 12년간 일주일에 다섯 시간씩 수학을 가르쳤을 때 학생들이 수학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느냐고 물어보지 않거든요. 그 아이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큰 욕심이다..."]

[고성원/전북 무주 푸른꿈고 환경 교사 : "분명히 아이들은 배우면서 자기와 연관됐다고 인식하는 순간, 그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요. 그런 기회를 자꾸 제공해주는 게 환경 교육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이미 있는 교과목조차 철저히 외면하는 현실에서, 시설 공사에 몰두하는 게 기후 교육의 미래인지 의문입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권순두 박세준 유용규/영상편집:한효정 박주연/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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