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 우리 교과서는?…자문단 심층 분석

입력 2021.03.02 (21:43) 수정 2021.03.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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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셨듯 3월 첫날인 어제(1일), 강원도엔 폭설이 내렸습니다.

일부 지역엔 3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눈이 쌓였습니다.

1월엔 20년만의 한파와 89년 만의 고온 현상으로 파란색과 빨간색 기온 그래프가 요동쳤고...

2월엔 대형 산불도 잇따랐습니다.

이렇게 기상 이변은 일상이 됐고,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는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런 위기 상황을 가장 느끼기 힘든 곳이 바로 교육 현장입니다.

KBS가 올해 핵심 의제로 선정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연속 기획, 이번 주는 '기후위기 교육'의 문제 짚어봅니다.

오늘(2일)은 첫 순서로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신방실 기상전문기자입니다.

[리포트]

학교 교육의 기본인 교과서는 기후 관련 내용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KBS는 현직 초중고 교사들로 교과서 자문단을 구성하고, 사회와 과학, 도덕 등의 과목에서 기후와 연관된 단원을 중점 분석했습니다.

분석 대상 교과서는 현행 2015년 교육과정에서 채택률이 가장 높은 3종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교과서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의 기후를 다루는 중학교 사회 단원, 온대 지역의 생활에 대해 온돌방과 대청마루 등 수십 년 전 사례를 듭니다.

[윤신원/서울 성남고 교사 : "급변하는 소재들을 잘 끌고 오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온돌방, 대청마루 이런 건 우리 고유의 전통가옥이지만 전통가옥에 사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중학교 과학에선 지구온난화의 개념이 나오지만, 이산화탄소 농도 그래프는 2000년대 초반에 멈춰있습니다.

그마저도 수치가 잘못됐습니다.

교과서엔 2000년 이산화탄소 농도를 320ppm으로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이미 370ppm까지 올랐습니다.

이후 2015년에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리던 400ppm이 무너졌고 지난해 410ppm 선도 넘어섰습니다.

이대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을 넘게 되면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하고, 대규모 멸종이 찾아올 거란 게 학계의 예상입니다.

[고성원/전북 무주 푸른꿈고 교사 : "100년 동안 1도가 올랐는데, 이 짧은 기간 동안 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을 텐데... 그런 변화를 아이들이 감지하지 못하고 과거의 자료에 머물러있는 부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상황이 이렇게 엄중한데, 교과서는 한가한 느낌마저 듭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대표적인 변화로 언급되는 건 농작물이나 어종, 개화시기….

달라지는 노동과 주거 환경, 불평등의 문제 등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윤신원/서울 성남고 교사 : "(학생들이) 심각성이나 시급성을 느끼기가 어려워요. 기후위기 때문에 노동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열악한 주거환경에 주민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다뤄주는 게 오히려 맞다..."]

최근 전 지구적인 기후 재앙의 상징으로 지목된 '북극의 온난화'에 대해서도 교과서는 딴소리입니다.

북극해의 얼음 면적이 감소하면 자원 탐사와 항로 개설, 관광객 증가로 이어진다는 '개발 위주'의 시각이 드러납니다.

[김추령/서울 신도고 교사 : "'기후변화를 기회로 북극항로를 개척하고 북극에 묻혀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지하자원을 우리가 생각해야 한다'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기후변화의 '혜택'을 토의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신·재생 에너지는 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란 단정적 표현이 등장하고, 기후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이른바 '지구공학'은 여러 부작용이 있는데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며 긍정적으로 표현합니다.

교과서 개정은 수년 간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대로는 안된다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고성원/전북 무주 푸른꿈고 교사 :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일 수 있게 알려주고 자꾸 고민할 수 있게 아이들의 삶 속에 던지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BS 뉴스 신방실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그래픽: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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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 위기’ 시대 우리 교과서는?…자문단 심층 분석
    • 입력 2021-03-02 21:43:08
    • 수정2021-03-08 15: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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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셨듯 3월 첫날인 어제(1일), 강원도엔 폭설이 내렸습니다.

일부 지역엔 3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눈이 쌓였습니다.

1월엔 20년만의 한파와 89년 만의 고온 현상으로 파란색과 빨간색 기온 그래프가 요동쳤고...

2월엔 대형 산불도 잇따랐습니다.

이렇게 기상 이변은 일상이 됐고,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는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런 위기 상황을 가장 느끼기 힘든 곳이 바로 교육 현장입니다.

KBS가 올해 핵심 의제로 선정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연속 기획, 이번 주는 '기후위기 교육'의 문제 짚어봅니다.

오늘(2일)은 첫 순서로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신방실 기상전문기자입니다.

[리포트]

학교 교육의 기본인 교과서는 기후 관련 내용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KBS는 현직 초중고 교사들로 교과서 자문단을 구성하고, 사회와 과학, 도덕 등의 과목에서 기후와 연관된 단원을 중점 분석했습니다.

분석 대상 교과서는 현행 2015년 교육과정에서 채택률이 가장 높은 3종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교과서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의 기후를 다루는 중학교 사회 단원, 온대 지역의 생활에 대해 온돌방과 대청마루 등 수십 년 전 사례를 듭니다.

[윤신원/서울 성남고 교사 : "급변하는 소재들을 잘 끌고 오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온돌방, 대청마루 이런 건 우리 고유의 전통가옥이지만 전통가옥에 사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중학교 과학에선 지구온난화의 개념이 나오지만, 이산화탄소 농도 그래프는 2000년대 초반에 멈춰있습니다.

그마저도 수치가 잘못됐습니다.

교과서엔 2000년 이산화탄소 농도를 320ppm으로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이미 370ppm까지 올랐습니다.

이후 2015년에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리던 400ppm이 무너졌고 지난해 410ppm 선도 넘어섰습니다.

이대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을 넘게 되면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하고, 대규모 멸종이 찾아올 거란 게 학계의 예상입니다.

[고성원/전북 무주 푸른꿈고 교사 : "100년 동안 1도가 올랐는데, 이 짧은 기간 동안 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을 텐데... 그런 변화를 아이들이 감지하지 못하고 과거의 자료에 머물러있는 부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상황이 이렇게 엄중한데, 교과서는 한가한 느낌마저 듭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대표적인 변화로 언급되는 건 농작물이나 어종, 개화시기….

달라지는 노동과 주거 환경, 불평등의 문제 등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윤신원/서울 성남고 교사 : "(학생들이) 심각성이나 시급성을 느끼기가 어려워요. 기후위기 때문에 노동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열악한 주거환경에 주민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다뤄주는 게 오히려 맞다..."]

최근 전 지구적인 기후 재앙의 상징으로 지목된 '북극의 온난화'에 대해서도 교과서는 딴소리입니다.

북극해의 얼음 면적이 감소하면 자원 탐사와 항로 개설, 관광객 증가로 이어진다는 '개발 위주'의 시각이 드러납니다.

[김추령/서울 신도고 교사 : "'기후변화를 기회로 북극항로를 개척하고 북극에 묻혀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지하자원을 우리가 생각해야 한다'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기후변화의 '혜택'을 토의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신·재생 에너지는 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란 단정적 표현이 등장하고, 기후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이른바 '지구공학'은 여러 부작용이 있는데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며 긍정적으로 표현합니다.

교과서 개정은 수년 간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대로는 안된다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고성원/전북 무주 푸른꿈고 교사 :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일 수 있게 알려주고 자꾸 고민할 수 있게 아이들의 삶 속에 던지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BS 뉴스 신방실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그래픽: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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