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외교정책 글로 따져봤더니…대북정책 ‘탑 다운’ 사라질 듯

입력 2020.11.08 (10:07) 수정 2020.11.2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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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통' 바이든의 외교정책 구상…"나는 트럼프와 다르다"

1972년 미국 델라웨어 주 상원의원 선거, 공화당의 현역 거물 칼렙 보그스는 민주당에게 난공불락이었습니다. 여기에 패기 있게 출사표를 던진 인물, 31세의 조 바이든이었습니다. 결과는 예상 밖 바이든의 승리. 여기서부터 바이든의 '성공 신화'가 시작됩니다. 이후 7선의 상원의원이 된 바이든,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두 차례 부통령까지 역임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대선후보로 당선이 확정된 상황, 상원 외교위원장까지 맡았던 '외교통' 바이든은 외교정책을 선전하는 데도 열성이었습니다. 공식 선거 운동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기고글이 그 청사진을 담고 있는데요. 그 글은 바로 국제관계 전문 정통 잡지 '포린 어페어스' 2020년 3/4월 호에 기고한“미국이 왜 다시 세계를 이끌어야 하는가”(“Why America Must Lead Again - Rescuing U.S. Foreign Policy After Trump”)입니다.

"나는 트럼프와 다르다"...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거세게 비판한 바이든, 그가 어디에 방점을 두고 있는지 알기 위해, 어떤 단어가 많이 등장했는지 분석해 '워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외교 정책과 관련된 기고였기 때문에 상위 단어로는 미국을 뜻하는 United States, 세계를 의미하는 world, global 등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Trump가 자주 등장하는 건 트럼프는 틀리고 자신은 맞다는 주장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핵' 문제 집중 거론…'탑 다운 아닌 실무협상'

눈에 띄는 것 핵 문제를 뜻하는 'nuclear’입니다. 주요 이슈를 뜻하는 단어 가운데는 이 단어만이 상위 10위 안에 들었습니다.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은 트럼프와는 다른 접근을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정상 간 합의를 통한 '탑 다운' 방식을 고수해왔는데요. 바이든은 실무 협상단에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밝혀 '보텀 업'으로의 회귀를 예고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빅 이벤트'보다는 '릴레이 협상'을 통해서라도 확실한 비핵화를 이뤄내겠다는 겁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인데요. 이른바 '바이든 식 인내 전략'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기 위해선, 패권 경쟁국가인 중국과도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동맹' 강조…북핵 문제도 "한국, 동맹국들과 해결해야"

바이든은 나아가 트럼프와 달리 동맹을 강조했는데요. 동맹을 뜻하는 allies, alliance, alliances는 합쳐서 20차례나 등장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무시해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자신은 동맹국과 함께 하겠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특히 동맹이란 단어는 한국을 거론할 때도 등장했습니다. 바이든은 강대국인 영국, 독일 등도 언급하지 않은 반면에, 북한을 4차례나 언급했는데요. 한국에 대한 언급 역시, 북핵 문제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핵 문제, 안보 위협 등을 이야기하며 북한을 거론하고, 한국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식입니다.


■ 가장 많이 언급한 국가 '중국'..."중국에 뒤질 수 없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언급된 나라는 중국(13차례)입니다. 미국은 중국과 경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세계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군비 경쟁 중인 러시아는 6회, 위에서 언급했듯 북한이 4차례, 한국 1차례로 한반도에 대한 관심도 큽니다.


중국을 향한 언급은 거셉니다. "우리가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뒤질 이유가 없다",“미국은 중국에 대해 세게 나가야 한다"고 밝히는 등 안보·경제 경쟁에서 양보하거나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습니다. 특히 청정에너지와 양자 컴퓨터,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중국에 뒤쳐질 수 없다고 강조하는데요. 5세대 이동통신, 5G를 세 차례나 언급했는데, 첨단 기술을 중국에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 바이든“동맹국이 뭉치면 중국도 무시 못해"...한국의 대응은?

트럼프 행정부와 접근법은 다르지만,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 중국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바이든은 민주 진영의 동맹국끼리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안보, 경제 문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탑 다운 방식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도 어떤 조율이 필요할지 면밀한 점검이 요구됩니다. 또 미국이 중국에 뒤쳐질 수 없다고 강조하는 5G 등의 영역은 한국도 주력하는 분야입니다. 첨단 기술, 첨단 산업 분야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서 한국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수집: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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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외교정책 글로 따져봤더니…대북정책 ‘탑 다운’ 사라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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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11-27 22: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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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통' 바이든의 외교정책 구상…"나는 트럼프와 다르다"

1972년 미국 델라웨어 주 상원의원 선거, 공화당의 현역 거물 칼렙 보그스는 민주당에게 난공불락이었습니다. 여기에 패기 있게 출사표를 던진 인물, 31세의 조 바이든이었습니다. 결과는 예상 밖 바이든의 승리. 여기서부터 바이든의 '성공 신화'가 시작됩니다. 이후 7선의 상원의원이 된 바이든,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두 차례 부통령까지 역임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대선후보로 당선이 확정된 상황, 상원 외교위원장까지 맡았던 '외교통' 바이든은 외교정책을 선전하는 데도 열성이었습니다. 공식 선거 운동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기고글이 그 청사진을 담고 있는데요. 그 글은 바로 국제관계 전문 정통 잡지 '포린 어페어스' 2020년 3/4월 호에 기고한“미국이 왜 다시 세계를 이끌어야 하는가”(“Why America Must Lead Again - Rescuing U.S. Foreign Policy After Trump”)입니다.

"나는 트럼프와 다르다"...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거세게 비판한 바이든, 그가 어디에 방점을 두고 있는지 알기 위해, 어떤 단어가 많이 등장했는지 분석해 '워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외교 정책과 관련된 기고였기 때문에 상위 단어로는 미국을 뜻하는 United States, 세계를 의미하는 world, global 등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Trump가 자주 등장하는 건 트럼프는 틀리고 자신은 맞다는 주장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핵' 문제 집중 거론…'탑 다운 아닌 실무협상'

눈에 띄는 것 핵 문제를 뜻하는 'nuclear’입니다. 주요 이슈를 뜻하는 단어 가운데는 이 단어만이 상위 10위 안에 들었습니다.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은 트럼프와는 다른 접근을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정상 간 합의를 통한 '탑 다운' 방식을 고수해왔는데요. 바이든은 실무 협상단에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밝혀 '보텀 업'으로의 회귀를 예고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빅 이벤트'보다는 '릴레이 협상'을 통해서라도 확실한 비핵화를 이뤄내겠다는 겁니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인데요. 이른바 '바이든 식 인내 전략'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기 위해선, 패권 경쟁국가인 중국과도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동맹' 강조…북핵 문제도 "한국, 동맹국들과 해결해야"

바이든은 나아가 트럼프와 달리 동맹을 강조했는데요. 동맹을 뜻하는 allies, alliance, alliances는 합쳐서 20차례나 등장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무시해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자신은 동맹국과 함께 하겠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특히 동맹이란 단어는 한국을 거론할 때도 등장했습니다. 바이든은 강대국인 영국, 독일 등도 언급하지 않은 반면에, 북한을 4차례나 언급했는데요. 한국에 대한 언급 역시, 북핵 문제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핵 문제, 안보 위협 등을 이야기하며 북한을 거론하고, 한국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식입니다.


■ 가장 많이 언급한 국가 '중국'..."중국에 뒤질 수 없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언급된 나라는 중국(13차례)입니다. 미국은 중국과 경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세계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군비 경쟁 중인 러시아는 6회, 위에서 언급했듯 북한이 4차례, 한국 1차례로 한반도에 대한 관심도 큽니다.


중국을 향한 언급은 거셉니다. "우리가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뒤질 이유가 없다",“미국은 중국에 대해 세게 나가야 한다"고 밝히는 등 안보·경제 경쟁에서 양보하거나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습니다. 특히 청정에너지와 양자 컴퓨터,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중국에 뒤쳐질 수 없다고 강조하는데요. 5세대 이동통신, 5G를 세 차례나 언급했는데, 첨단 기술을 중국에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 바이든“동맹국이 뭉치면 중국도 무시 못해"...한국의 대응은?

트럼프 행정부와 접근법은 다르지만,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 중국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바이든은 민주 진영의 동맹국끼리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안보, 경제 문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탑 다운 방식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도 어떤 조율이 필요할지 면밀한 점검이 요구됩니다. 또 미국이 중국에 뒤쳐질 수 없다고 강조하는 5G 등의 영역은 한국도 주력하는 분야입니다. 첨단 기술, 첨단 산업 분야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서 한국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수집: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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