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줍다 실종된 80대 할머니, 일곱 살 ‘제스퍼’가 찾았다!

입력 2020.09.30 (10:27) 수정 2020.09.3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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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낮 1시,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명절에 손자들 오면 챙겨주겠다고 오전 일찍 뒷산에 밤을 주우러 나간 임 할머니(84세)가 돌아오지 않아 가족들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경찰과 119 대원, 그리고 동네 주민 등 10여 명이 뒷산을 수색했지만 찾을 수 없었고 그렇게 아홉 시간이 흘렀습니다.

미약하기는 하지만 치매 증세도 있고 여든을 넘긴 고령의 할머니가 실종된 상태에서 밤을 넘기는 것이 가족들에게는 여간 불안한 상황,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민간 특수구조견 훈련사 노일호 씨가 그의 일곱 살 된 셰퍼드 '제스퍼'와 함께 현장에 자원합니다.

노일호 씨의 훈련소가 있는 경기도 화성에서 평택까지 25㎞를 차로 달려 도착한 것은 밤 10시를 향해가던 시간, 어둠 속에서 수색을 시작한 지 30분도 되지 않아 '제스퍼'는 야산 절벽 아래 배수로에 몸이 낀 채 쓰러져 있는 임 할머니를 발견합니다. 다행스럽게도 할머니는 의식이 있는 상황, 가족들은 안도감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기도 합니다.

실종 9시간 만에 모친을 찾은 임 할머니의 아들은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그 밤에 불가능하다고 느껴졌거든요. 찾는다는 게…약하기는 하지만 치매도 있으시고 저녁에 차가운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에 연세 80세 넘은 분이…다행히 강아지(민간 구조견) 때문에 (찾았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시민경찰견 1호' 특수 구조견 '제스퍼', 그리고 훈련사 노일호 씨

특수 구조견 '제스퍼', 그리고 '제스퍼'의 보호자인 동시에 특수견 훈련사인 노일호 씨가 실종 현장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수원 광교 저수지에서 30대 실종자를 찾아내는 등 실종 수색에서 4명을 구했고 강 아래 사체를 찾아내는 역할도 하는 등 30여 차례 수색에 참여했습니다. 이러한 공로로 '제스퍼'는 같은 해 11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선정하는 `시민경찰견 1호`로 선정됐고, 훈련사 노일호 씨도 함께 시민경찰 배지를 수여 받았습니다.

훈련사 노일호 씨와 제스퍼의 인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래 데리고 있던 훈련견이자 모견인 `벨지안 셰퍼드` 마리노이드종이 새끼 여덟 마리를 낳았는데 새끼 때부터 유독 호기심이 많고 영리해 보이는 암컷 '제스퍼'가 노일호 씨 눈에 띈 겁니다.

그렇게 생후 45일부터 훈련을 받기 시작해 1년여 만에 '제스퍼'는 마약탐지부터 인명구조, 경비견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역견` 역할이 가능해졌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실종 수색 현장마다 자원봉사…노일호 "제스퍼의 능력을 믿어요."


`시민경찰견`이 되고 나서도 노일호 씨와 '제스퍼'는 실종 사건이나 수색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소방서에서 담당하는 `인명구조견`도 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30마리가 넘지 않습니다. `인명구조견` 자체가 오랜 훈련과 경험을 거쳐야 하다 보니 그만큼 필요한 곳에 빠르게 투입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노일호 씨와 그의 '제스퍼'는 자신들이 그 빈 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다고 여깁니다. 본인들이 갈 수 있는 거리의 수색 현장이면 그래서 지금껏 무료로 자원해 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더 이유가 있다면 그 둘인데요, 노일호 씨는 제스퍼의 능력을 믿고 있고 제스퍼 역시 노일호 씨가 하는 봉사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듯해 보입니다. 노일호 씨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매번 수색 현장에 나갈 때마다 '제스퍼'가 반드시 실종자를 찾아낼 수 있다고 믿어요. 그동안 그래왔고요. 그 능력이 다 할 때까지 저는 제스퍼와 봉사를 할 겁니다."

[연관 기사] 밤 줍다 실종 80대…‘제스퍼’가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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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 줍다 실종된 80대 할머니, 일곱 살 ‘제스퍼’가 찾았다!
    • 입력 2020-09-30 10:27:54
    • 수정2020-09-30 11:55:59
    취재K
지난 27일 낮 1시,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명절에 손자들 오면 챙겨주겠다고 오전 일찍 뒷산에 밤을 주우러 나간 임 할머니(84세)가 돌아오지 않아 가족들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경찰과 119 대원, 그리고 동네 주민 등 10여 명이 뒷산을 수색했지만 찾을 수 없었고 그렇게 아홉 시간이 흘렀습니다.

미약하기는 하지만 치매 증세도 있고 여든을 넘긴 고령의 할머니가 실종된 상태에서 밤을 넘기는 것이 가족들에게는 여간 불안한 상황,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민간 특수구조견 훈련사 노일호 씨가 그의 일곱 살 된 셰퍼드 '제스퍼'와 함께 현장에 자원합니다.

노일호 씨의 훈련소가 있는 경기도 화성에서 평택까지 25㎞를 차로 달려 도착한 것은 밤 10시를 향해가던 시간, 어둠 속에서 수색을 시작한 지 30분도 되지 않아 '제스퍼'는 야산 절벽 아래 배수로에 몸이 낀 채 쓰러져 있는 임 할머니를 발견합니다. 다행스럽게도 할머니는 의식이 있는 상황, 가족들은 안도감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기도 합니다.

실종 9시간 만에 모친을 찾은 임 할머니의 아들은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그 밤에 불가능하다고 느껴졌거든요. 찾는다는 게…약하기는 하지만 치매도 있으시고 저녁에 차가운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에 연세 80세 넘은 분이…다행히 강아지(민간 구조견) 때문에 (찾았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시민경찰견 1호' 특수 구조견 '제스퍼', 그리고 훈련사 노일호 씨

특수 구조견 '제스퍼', 그리고 '제스퍼'의 보호자인 동시에 특수견 훈련사인 노일호 씨가 실종 현장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수원 광교 저수지에서 30대 실종자를 찾아내는 등 실종 수색에서 4명을 구했고 강 아래 사체를 찾아내는 역할도 하는 등 30여 차례 수색에 참여했습니다. 이러한 공로로 '제스퍼'는 같은 해 11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선정하는 `시민경찰견 1호`로 선정됐고, 훈련사 노일호 씨도 함께 시민경찰 배지를 수여 받았습니다.

훈련사 노일호 씨와 제스퍼의 인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래 데리고 있던 훈련견이자 모견인 `벨지안 셰퍼드` 마리노이드종이 새끼 여덟 마리를 낳았는데 새끼 때부터 유독 호기심이 많고 영리해 보이는 암컷 '제스퍼'가 노일호 씨 눈에 띈 겁니다.

그렇게 생후 45일부터 훈련을 받기 시작해 1년여 만에 '제스퍼'는 마약탐지부터 인명구조, 경비견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역견` 역할이 가능해졌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실종 수색 현장마다 자원봉사…노일호 "제스퍼의 능력을 믿어요."


`시민경찰견`이 되고 나서도 노일호 씨와 '제스퍼'는 실종 사건이나 수색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소방서에서 담당하는 `인명구조견`도 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30마리가 넘지 않습니다. `인명구조견` 자체가 오랜 훈련과 경험을 거쳐야 하다 보니 그만큼 필요한 곳에 빠르게 투입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노일호 씨와 그의 '제스퍼'는 자신들이 그 빈 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다고 여깁니다. 본인들이 갈 수 있는 거리의 수색 현장이면 그래서 지금껏 무료로 자원해 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더 이유가 있다면 그 둘인데요, 노일호 씨는 제스퍼의 능력을 믿고 있고 제스퍼 역시 노일호 씨가 하는 봉사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듯해 보입니다. 노일호 씨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매번 수색 현장에 나갈 때마다 '제스퍼'가 반드시 실종자를 찾아낼 수 있다고 믿어요. 그동안 그래왔고요. 그 능력이 다 할 때까지 저는 제스퍼와 봉사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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