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보고서’에 검찰총장 부인 이름이 왜? 〈시사기획 창〉

입력 2020.09.30 (09:02) 수정 2020.09.3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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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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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라는 BMW 딜러사의 주식 문제로 요즘 세간이 시끄럽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과 장모가 가담해 주가 조작을 했느니, 안 했느니 하면서 말이죠. 복잡한 사건의 내막은 과연 무엇일까요?

먼저 도이치모터스라는 회사는 BMW 코리아의 7개 딜러 가운데 하나입니다. 단순히 BMW 본사에서 자동차를 받아 판매하는 딜러지만 2009년 1월 코스닥에 상장을 합니다. 상장한 지 넉달 뒤, 지금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이 된 김건희 씨가 장외거래로 24만 8천 주를 주당 3,225원에 취득해 도이치모터스의 대주주가 됩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상장한 이후 계속 곤두박질쳤습니다. 2009년 1월 상장할 때 9000원에 출발했던 주가는 그 해 12월엔 1800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2010년 초부터 주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합니다. 특히 2010년 10월부터는 급등하기 시작해 8380원까지 올랐는데, 이 때 주가 급등에 작전세력들의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이 당시 경찰 수사망에 포착됐습니다.


경찰이 주가조작에 대해 내사를 시작한 시점은 주가가 급등하던 2010년 당시가 아니라 한참 뒤인 2013년이었습니다. 이때는 이미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는 최고점을 찍은 뒤 다시 내려간 상태였고요. 누군가 경찰에 제보를 한 것이죠. 누군가는 주가조작에 가담한 8명의 공모자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고 말했는데, 왜 배신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2013년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작성한 내사보고서는 모두 38페이지입니다. 이 보고서엔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작업한 방법과 가담자들의 역할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회장인 권오수 씨가 주가조작 선수라 불리는 이OO 씨를 언제 어디서 만나 주가조작을 모의했다.", 또 "주가조작을 혼자 할 수 없으니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대주주들을 어떤 식으로 끌어들였다" 등등 말이죠. 특히 주가조작 선수였던 이OO 씨가 경찰에 모든 범죄행위를 자백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자신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는데, 이 8명 가운데 김건희 씨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말이죠.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2010년 당시 김건희 씨는 작전에 가담한 여러 물주 중에 한 명으로 보여졌을 수도 있겠지만 2013년 경찰청 내사가 진행되던 때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지내고 여주지청장이 된 윤석열 검사의 아내였습니다.

문제는 경찰의 수사가 더이상 진전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주모자의 자백이 있긴 했지만 가장 확실한 증거인 공범 8명의 거래 기록, 패턴, 차명 거래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 자료는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료는 거래소나 금감원에서는 수사기관에서 그냥 달라고 하면 주는 게 아니라 영장이 있어야만 제공할 수 있거든요. 개인과 개별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말이죠.

그런데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습니다. 7년 전 일이다 보니 정확히 파악하긴 힘들지만 법원이 영장 발부를 거부했을 수도 있고, 검찰이 아예 경찰의 영장신청 요구를 묵살했을 수도 있습니다.

금감원에 확인해보니, "2013년 당시 법원의 영장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검찰의 협조 공문같은 것도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시 말해 검찰에서 금감원이나 한국거래소에 주가조작에 대한 자료 요청은 전혀 하지 않았다는 거죠.

주모자의 자백이 있었고 내사보고서가 매우 구체적으로 일시와 방법을 적시하고 있는데도 검찰은 왜 증거가 될 수 있는 자료를 금감원에 요청하지 않았을까요?

언론의 의심이 여기서 출발합니다. 윤석열 검사와 김건희 씨가 결혼한 건 2012년입니다. 그런데 1년 뒤 2013년 나온 경찰의 내사보고서에 현직 검사의 부인 이름이 올라와 있으니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 하는 의심 말이죠. 지금이라도 검찰이 금감원과 거래소에 있는 자료를 들여다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중앙일보에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미 2013년 금융감독원에서 자신을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했고 '혐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겁니다.

이 부분도 금감원에 확인해봤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영장은 물론이고 검찰의 협조 공문조차도 없었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의뢰를 받아 도이치모터스에 대해 조사한 적은 전혀 없다"는 겁니다. 혹시 금감원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주가조작을 인지해 조사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만, 작전이 끝난 지 2년 이상 지난 주가조작 건을 금감원이 자체 조사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겁니다.

다만 확인 과정에서 2013년 바로 그 해에 공교롭게도 금감원이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건은 경찰이 내사를 했던 주가조작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대주주 공시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서였다네요? 지분이 5% 이상 넘어가는 대주주가 생기면 공시하게 돼있는데 이걸 위반한 부분이 있어서 조사한 적이 있다는 겁니다.


권오수 회장이 금감원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얘기한 것은 '대주주 공시의무 위반'으로 조사받은 것을 '주가조작' 조사받은 것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7년이나 지난 일이니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이미 검찰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경찰의 내사보고서에 나오는 8명의 거래 기록과 패턴을 분석하면 실제로 주가조작이 있었는지 밝혀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직 검찰총장의 부인이 진짜 주가조작이란 범죄행위에 가담했는지, 아니면 억울하게 의심을 받는 건지, 검찰의 의지가 있다면 수사로 분명하게 밝혀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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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9-30 0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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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라는 BMW 딜러사의 주식 문제로 요즘 세간이 시끄럽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과 장모가 가담해 주가 조작을 했느니, 안 했느니 하면서 말이죠. 복잡한 사건의 내막은 과연 무엇일까요?

먼저 도이치모터스라는 회사는 BMW 코리아의 7개 딜러 가운데 하나입니다. 단순히 BMW 본사에서 자동차를 받아 판매하는 딜러지만 2009년 1월 코스닥에 상장을 합니다. 상장한 지 넉달 뒤, 지금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이 된 김건희 씨가 장외거래로 24만 8천 주를 주당 3,225원에 취득해 도이치모터스의 대주주가 됩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상장한 이후 계속 곤두박질쳤습니다. 2009년 1월 상장할 때 9000원에 출발했던 주가는 그 해 12월엔 1800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2010년 초부터 주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합니다. 특히 2010년 10월부터는 급등하기 시작해 8380원까지 올랐는데, 이 때 주가 급등에 작전세력들의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이 당시 경찰 수사망에 포착됐습니다.


경찰이 주가조작에 대해 내사를 시작한 시점은 주가가 급등하던 2010년 당시가 아니라 한참 뒤인 2013년이었습니다. 이때는 이미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는 최고점을 찍은 뒤 다시 내려간 상태였고요. 누군가 경찰에 제보를 한 것이죠. 누군가는 주가조작에 가담한 8명의 공모자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고 말했는데, 왜 배신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2013년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작성한 내사보고서는 모두 38페이지입니다. 이 보고서엔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작업한 방법과 가담자들의 역할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회장인 권오수 씨가 주가조작 선수라 불리는 이OO 씨를 언제 어디서 만나 주가조작을 모의했다.", 또 "주가조작을 혼자 할 수 없으니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대주주들을 어떤 식으로 끌어들였다" 등등 말이죠. 특히 주가조작 선수였던 이OO 씨가 경찰에 모든 범죄행위를 자백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자신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는데, 이 8명 가운데 김건희 씨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말이죠.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2010년 당시 김건희 씨는 작전에 가담한 여러 물주 중에 한 명으로 보여졌을 수도 있겠지만 2013년 경찰청 내사가 진행되던 때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지내고 여주지청장이 된 윤석열 검사의 아내였습니다.

문제는 경찰의 수사가 더이상 진전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주모자의 자백이 있긴 했지만 가장 확실한 증거인 공범 8명의 거래 기록, 패턴, 차명 거래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 자료는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료는 거래소나 금감원에서는 수사기관에서 그냥 달라고 하면 주는 게 아니라 영장이 있어야만 제공할 수 있거든요. 개인과 개별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말이죠.

그런데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습니다. 7년 전 일이다 보니 정확히 파악하긴 힘들지만 법원이 영장 발부를 거부했을 수도 있고, 검찰이 아예 경찰의 영장신청 요구를 묵살했을 수도 있습니다.

금감원에 확인해보니, "2013년 당시 법원의 영장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검찰의 협조 공문같은 것도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시 말해 검찰에서 금감원이나 한국거래소에 주가조작에 대한 자료 요청은 전혀 하지 않았다는 거죠.

주모자의 자백이 있었고 내사보고서가 매우 구체적으로 일시와 방법을 적시하고 있는데도 검찰은 왜 증거가 될 수 있는 자료를 금감원에 요청하지 않았을까요?

언론의 의심이 여기서 출발합니다. 윤석열 검사와 김건희 씨가 결혼한 건 2012년입니다. 그런데 1년 뒤 2013년 나온 경찰의 내사보고서에 현직 검사의 부인 이름이 올라와 있으니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 하는 의심 말이죠. 지금이라도 검찰이 금감원과 거래소에 있는 자료를 들여다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중앙일보에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미 2013년 금융감독원에서 자신을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했고 '혐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겁니다.

이 부분도 금감원에 확인해봤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영장은 물론이고 검찰의 협조 공문조차도 없었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의뢰를 받아 도이치모터스에 대해 조사한 적은 전혀 없다"는 겁니다. 혹시 금감원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주가조작을 인지해 조사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만, 작전이 끝난 지 2년 이상 지난 주가조작 건을 금감원이 자체 조사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겁니다.

다만 확인 과정에서 2013년 바로 그 해에 공교롭게도 금감원이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건은 경찰이 내사를 했던 주가조작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대주주 공시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서였다네요? 지분이 5% 이상 넘어가는 대주주가 생기면 공시하게 돼있는데 이걸 위반한 부분이 있어서 조사한 적이 있다는 겁니다.


권오수 회장이 금감원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얘기한 것은 '대주주 공시의무 위반'으로 조사받은 것을 '주가조작' 조사받은 것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7년이나 지난 일이니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이미 검찰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경찰의 내사보고서에 나오는 8명의 거래 기록과 패턴을 분석하면 실제로 주가조작이 있었는지 밝혀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직 검찰총장의 부인이 진짜 주가조작이란 범죄행위에 가담했는지, 아니면 억울하게 의심을 받는 건지, 검찰의 의지가 있다면 수사로 분명하게 밝혀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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