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마지막 기회 잡아라…공무원 특별분양 ‘막차’에 ‘먹튀’까지

입력 2020.09.01 (21:32) 수정 2020.09.0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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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종시 이전기관 아파트 특별공급, 이른바 '공무원 특공' 특혜 논란에 대해 어제(31일) 심층 보도해드렸죠.

쉽게 분양받은 아파트에 하루도 안 살고 팔아서 거액의 시세 차익을 얻은 고위공직자들 보셨는데, 오늘(1일)도 이어가겠습니다.

세종시 '공무원 특공' 문제, 사실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닙니다.

잠시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지난해 3월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였습니다.

[홍철호/자유한국당 의원/지난해 3월/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 "2차관 임기 말에 세종시에 공급하는 고급 아파트를 공무원 특별 분양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때로부터 6~7개월밖에 임기가 안 남으신 분이 장관 되실 거라고 그때 생각하신 거라는 말이에요? 서울에도 집이 있고 분당에도 집이 있는데…."]

최정호 후보자, 결국 낙마했습니다.

이후 올해부터 세종시 '공무원 특공' 조건이 크게 강화됐습니다.

다주택자나 남은 임기가 불분명한 기관장, 정무직 공무원을 대상에서 제외한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문이 좁아지기 직전, 부랴부랴 특공 아파트를 분양 받은 고위공직자들이 있었습니다.

퇴임이나 이직을 앞둔 경우도 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이른바 '막차 특공', '먹튀 특공' 실태를 확인했습니다.

탐사 K, 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세종특별자치시의 1200세대 아파트 공사 현장.

지난해 6월 분양했는데 절반인 600세대가 이른바 '공무원 특공' 물량입니다.

경쟁률 2.93대 1. 일반 분양 42:1보다 훨씬 낮지만 공무원 특공치고는 꽤 높았습니다.

[이○○/세종시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이전기관 마지막 특공이었기 때문에 아마 다 집어넣어서…. (다른 때보다도 더 높았나요, 경쟁률이?) 마지막이니까 다 넣어보는 거죠."]

지난달 취임한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지난해 6월 행안부 차관 시절, 이 아파트를 특별 분양받았습니다.

장·차관이나 선출직 등 정무직 공무원은 세종시 특공 아파트 분양 대상에서 뺀다는 방침을 정부가 예고한 뒤였습니다.

올해 초부터 실제로 제외됐습니다.

[윤종인/개인정보보호위원장 : "(장관과 차관 이런 정무직 분들은 2020년 1월부터는 특별공급 대상이 아니다….) 그때 그런 이야기가 나왔나요? (그때 행정예고가 나왔었어요) 그런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게 뭐 구체적으로 남의 부처 일이니까."]

역시 정무직인 이춘희 세종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분양 자격 제한 반년 전인 지난해 6월 시장 재임 중 특공 분양을 신청해 124㎡ 아파트에 당첨됐습니다.

[이춘희/세종특별자치시장 : "(특별공급대상 확인서에 직인을 찍잖아요. 시장님이 찍으세요?) 제가 찍는 건 아닐 것 같은데, 제가 찍는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시장님이 찍으셔야 될 겁니다) 저도 이제 해당이 돼서 신청은 했는데 이제 마침 뭐 하나 돼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 밑에서 민정실장을 지낸 남평오 씨.

세종시에 있는 국무총리실에서 반년 정도 근무하다 2018년 초 세종시 특공에 당첨돼 아파트 분양권을 쥐었습니다.

올해 초 이낙연 전 총리가 퇴임하자 바로 세종시를 떠났습니다.

세종시 이전기관 공무원의 주거 안정 목적과는 거리가 멉니다.

[남평오/전 총리 비서실 민정실장 : "(물론 위법은 아닙니다. 이게) 자격이 안 된다 그러면 물론 문제가 되지만 자격이 됐을 때까지 저희가 뭐 그것까지 생각하고 배려하고 그러지는 못 하는 거잖아요. 무주택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집 하나를 갖는다 이런 꿈도 있었던 것 아니겠어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017년 국무조정실장 신분으로 세종시 특공 분양에 당첨됐습니다.

완공 뒤 입주 시점이 2021년이어서 분양 당시로서는 홍 부총리가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세종시 소재 부처 등의 정무직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지 않은 한 해당 아파트에 반드시 거주해야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홍남기/경제부총리/10차 비상경제회의/지난 7월 10일 : "주택 단기보유자 다주택자의 경우 부동산 투기이익이 사실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입니다."]

홍 부총리는 전매제한 때문에 당장은 분양권을 정리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공 아파트를 분양만 받은 뒤 세종시를 떠나는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김규옥/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 "입주하기 전에 퇴직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팔았습니다."]

[남봉현/전 해수부 기조실장 : "물어보지 마세요, 가슴 아프니까. 너무 일찍 팔아가지고…. 지금 기준으로라면 반값도 못 받고 팔았죠."]

[김채규/전 국토부 교통물류실장 : "(실제 사셨던 건가요?) 분양받고 전세 줬다가 바로 판 거죠. (저는) 출퇴근하고…."]

[안○○/세종 시민 : "먹고 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원래 취지에 맞지 않게 분양을 받은 거 아니냐... 이제 와서 그걸 팔아버렸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차피 여기서 살지도 않을 거면서 굳이 왜 분양을 받아서 우리의 기회를 뺏어가나."]

실제로 세종시 주택을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는 비율을 봤더니 세종 10만 가구 중 3만 6천 가구,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최근 특별 공급 분양에 대해 반드시 수년 동안 실제 거주하도록 하겠다는 안을 내놨습니다.

투기를 막겠다는 건데 모두 수도권만 대상입니다.

정작 세종시 '공무원 특공'은 실거주 의무가 여전히 없습니다.

KBS 뉴스 박현입니다.

촬영기자:김정은/영상편집:김유진/그래픽:이근희 이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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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마지막 기회 잡아라…공무원 특별분양 ‘막차’에 ‘먹튀’까지
    • 입력 2020-09-01 21:34:03
    • 수정2020-09-01 22:12:56
    뉴스 9
[앵커]

세종시 이전기관 아파트 특별공급, 이른바 '공무원 특공' 특혜 논란에 대해 어제(31일) 심층 보도해드렸죠.

쉽게 분양받은 아파트에 하루도 안 살고 팔아서 거액의 시세 차익을 얻은 고위공직자들 보셨는데, 오늘(1일)도 이어가겠습니다.

세종시 '공무원 특공' 문제, 사실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닙니다.

잠시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지난해 3월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였습니다.

[홍철호/자유한국당 의원/지난해 3월/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 "2차관 임기 말에 세종시에 공급하는 고급 아파트를 공무원 특별 분양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때로부터 6~7개월밖에 임기가 안 남으신 분이 장관 되실 거라고 그때 생각하신 거라는 말이에요? 서울에도 집이 있고 분당에도 집이 있는데…."]

최정호 후보자, 결국 낙마했습니다.

이후 올해부터 세종시 '공무원 특공' 조건이 크게 강화됐습니다.

다주택자나 남은 임기가 불분명한 기관장, 정무직 공무원을 대상에서 제외한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문이 좁아지기 직전, 부랴부랴 특공 아파트를 분양 받은 고위공직자들이 있었습니다.

퇴임이나 이직을 앞둔 경우도 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이른바 '막차 특공', '먹튀 특공' 실태를 확인했습니다.

탐사 K, 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세종특별자치시의 1200세대 아파트 공사 현장.

지난해 6월 분양했는데 절반인 600세대가 이른바 '공무원 특공' 물량입니다.

경쟁률 2.93대 1. 일반 분양 42:1보다 훨씬 낮지만 공무원 특공치고는 꽤 높았습니다.

[이○○/세종시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이전기관 마지막 특공이었기 때문에 아마 다 집어넣어서…. (다른 때보다도 더 높았나요, 경쟁률이?) 마지막이니까 다 넣어보는 거죠."]

지난달 취임한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지난해 6월 행안부 차관 시절, 이 아파트를 특별 분양받았습니다.

장·차관이나 선출직 등 정무직 공무원은 세종시 특공 아파트 분양 대상에서 뺀다는 방침을 정부가 예고한 뒤였습니다.

올해 초부터 실제로 제외됐습니다.

[윤종인/개인정보보호위원장 : "(장관과 차관 이런 정무직 분들은 2020년 1월부터는 특별공급 대상이 아니다….) 그때 그런 이야기가 나왔나요? (그때 행정예고가 나왔었어요) 그런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게 뭐 구체적으로 남의 부처 일이니까."]

역시 정무직인 이춘희 세종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분양 자격 제한 반년 전인 지난해 6월 시장 재임 중 특공 분양을 신청해 124㎡ 아파트에 당첨됐습니다.

[이춘희/세종특별자치시장 : "(특별공급대상 확인서에 직인을 찍잖아요. 시장님이 찍으세요?) 제가 찍는 건 아닐 것 같은데, 제가 찍는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시장님이 찍으셔야 될 겁니다) 저도 이제 해당이 돼서 신청은 했는데 이제 마침 뭐 하나 돼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 밑에서 민정실장을 지낸 남평오 씨.

세종시에 있는 국무총리실에서 반년 정도 근무하다 2018년 초 세종시 특공에 당첨돼 아파트 분양권을 쥐었습니다.

올해 초 이낙연 전 총리가 퇴임하자 바로 세종시를 떠났습니다.

세종시 이전기관 공무원의 주거 안정 목적과는 거리가 멉니다.

[남평오/전 총리 비서실 민정실장 : "(물론 위법은 아닙니다. 이게) 자격이 안 된다 그러면 물론 문제가 되지만 자격이 됐을 때까지 저희가 뭐 그것까지 생각하고 배려하고 그러지는 못 하는 거잖아요. 무주택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집 하나를 갖는다 이런 꿈도 있었던 것 아니겠어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017년 국무조정실장 신분으로 세종시 특공 분양에 당첨됐습니다.

완공 뒤 입주 시점이 2021년이어서 분양 당시로서는 홍 부총리가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세종시 소재 부처 등의 정무직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지 않은 한 해당 아파트에 반드시 거주해야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홍남기/경제부총리/10차 비상경제회의/지난 7월 10일 : "주택 단기보유자 다주택자의 경우 부동산 투기이익이 사실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입니다."]

홍 부총리는 전매제한 때문에 당장은 분양권을 정리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공 아파트를 분양만 받은 뒤 세종시를 떠나는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김규옥/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 "입주하기 전에 퇴직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팔았습니다."]

[남봉현/전 해수부 기조실장 : "물어보지 마세요, 가슴 아프니까. 너무 일찍 팔아가지고…. 지금 기준으로라면 반값도 못 받고 팔았죠."]

[김채규/전 국토부 교통물류실장 : "(실제 사셨던 건가요?) 분양받고 전세 줬다가 바로 판 거죠. (저는) 출퇴근하고…."]

[안○○/세종 시민 : "먹고 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원래 취지에 맞지 않게 분양을 받은 거 아니냐... 이제 와서 그걸 팔아버렸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차피 여기서 살지도 않을 거면서 굳이 왜 분양을 받아서 우리의 기회를 뺏어가나."]

실제로 세종시 주택을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는 비율을 봤더니 세종 10만 가구 중 3만 6천 가구,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최근 특별 공급 분양에 대해 반드시 수년 동안 실제 거주하도록 하겠다는 안을 내놨습니다.

투기를 막겠다는 건데 모두 수도권만 대상입니다.

정작 세종시 '공무원 특공'은 실거주 의무가 여전히 없습니다.

KBS 뉴스 박현입니다.

촬영기자:김정은/영상편집:김유진/그래픽:이근희 이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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