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바라보는 영국 기자의 시선

입력 2020.07.14 (15:54) 수정 2020.07.1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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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방송은 13일 인터넷판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과 관련한 분석 기사를 실었습니다.

제목은 '4년 간의 성추행 혐의를 받는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기사를 쓴 사람은 BBC방송의 서울 특파원 로라 비커 기자입니다.

비커 기자는 최근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의 형벌이 배가 고파 달걀 18개를 훔친 남성에게 검찰이 구형한 18개월 징역형과 같다는 사실을 들어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등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영국 BBC방송의 로라 비커 기자 트위터 캡처영국 BBC방송의 로라 비커 기자 트위터 캡처

비커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먼저, 박 시장이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이자 잠재적 대권 후보로 평가됐다며, 그러나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이 접수된 지 하루만에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전 비서 측이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박 시장으로부터 4년간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피해 내용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전 비서가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다"라고 심경을 토로한 글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뒤 밤새 조사를 받았으며 박 시장의 죽음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 전 비서의 말도 전했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전 비서가 입장문에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말한 대목도 그대로 옮겼습니다.

비커 기자는 박 시장의 장례식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데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56만 명 넘게 서명했지만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장례 기간 동안 2만여 명이 고인을 추모한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의 정치적 동료들은 그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에 대해 귀를 닫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들이 성추행 의혹 관련 질문을 하자 기자들은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는 것인가" 등의 대답을 들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버럭 화를 낸 사실을 지적한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0일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0일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비커 기자는 민주당 인사들이 여성의 권리를 위해 열심히 싸워온 박 시장에 대한 기억과 그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을 조화시키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민주당에서 최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두 건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비커 기자는 "수십 년 동안 이토록 가부장적인 나라의 여성들은 성추행 피해를 힘겹게 제기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이 힘을 얻으면서 최근 몇 년간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로라 비커 기자로라 비커 기자

그럼에도 비커 기자의 눈에는 "비탄에 빠진 박 시장의 정치적 동료들이 귀를 막은 손을 떼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비쳐졌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권력자들이 귀를 열고 듣는 것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고 권력자들에게 믿음을 보내게 된다는 사실을 한국의 많은 여성들이 분명히 하고 있다"라며 기사를 끝맺습니다.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인이 결국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남성 중심적 사고에 치우친 한국 정치권의 일부 그릇된 인식을 꼬집는 말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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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바라보는 영국 기자의 시선
    • 입력 2020-07-14 15:54:52
    • 수정2020-07-14 19:53:46
    취재K
영국 BBC방송은 13일 인터넷판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과 관련한 분석 기사를 실었습니다.

제목은 '4년 간의 성추행 혐의를 받는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기사를 쓴 사람은 BBC방송의 서울 특파원 로라 비커 기자입니다.

비커 기자는 최근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의 형벌이 배가 고파 달걀 18개를 훔친 남성에게 검찰이 구형한 18개월 징역형과 같다는 사실을 들어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등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영국 BBC방송의 로라 비커 기자 트위터 캡처
비커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먼저, 박 시장이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이자 잠재적 대권 후보로 평가됐다며, 그러나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이 접수된 지 하루만에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전 비서 측이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박 시장으로부터 4년간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피해 내용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전 비서가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다"라고 심경을 토로한 글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뒤 밤새 조사를 받았으며 박 시장의 죽음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 전 비서의 말도 전했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전 비서가 입장문에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말한 대목도 그대로 옮겼습니다.

비커 기자는 박 시장의 장례식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데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56만 명 넘게 서명했지만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장례 기간 동안 2만여 명이 고인을 추모한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의 정치적 동료들은 그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에 대해 귀를 닫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들이 성추행 의혹 관련 질문을 하자 기자들은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는 것인가" 등의 대답을 들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버럭 화를 낸 사실을 지적한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0일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비커 기자는 민주당 인사들이 여성의 권리를 위해 열심히 싸워온 박 시장에 대한 기억과 그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을 조화시키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민주당에서 최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두 건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비커 기자는 "수십 년 동안 이토록 가부장적인 나라의 여성들은 성추행 피해를 힘겹게 제기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투 운동이 힘을 얻으면서 최근 몇 년간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로라 비커 기자
그럼에도 비커 기자의 눈에는 "비탄에 빠진 박 시장의 정치적 동료들이 귀를 막은 손을 떼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비쳐졌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권력자들이 귀를 열고 듣는 것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고 권력자들에게 믿음을 보내게 된다는 사실을 한국의 많은 여성들이 분명히 하고 있다"라며 기사를 끝맺습니다.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인이 결국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남성 중심적 사고에 치우친 한국 정치권의 일부 그릇된 인식을 꼬집는 말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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