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혐의자도 주거 평온 보호”…서울역 폭행 피해자 “충격과 분노”

입력 2020.06.05 (16:13) 수정 2020.06.05 (16: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른바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의자인 30대 남성 이 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제(4일) 기각됐습니다. 이 씨가 서울역에서 피해자 김 모 씨를 폭행하기 전, 또 다른 이웃 여성을 폭행했다는 KBS의 보도가 나온 뒤 나온 판단입니다.

[연관 기사] [단독] '묻지마 폭행' 피의자…이웃 여성도 이유 없이 폭행(2020.06.04. KBS1TV 뉴스7)

석방된 이 씨는 거주지인 서울 동작구 상도동이 아닌 지방으로 내려간 상태입니다. 이 씨의 부모는 필요에 따라 아들을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게 하겠다고 국토교통부 소속 철도사법경찰대에 전했습니다. 취재진은 법원이 밝힌 영장 기각 사유를 짚어보는 한편,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해자 김 씨의 입장을 들었습니다.

■"경찰의 위법체포"…체포 당시 무슨 일이

국토부 소속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지난 2일 이 씨를 상도동 자택에서 긴급체포한 뒤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체포된 이 씨는 유치장으로 들어가기 전 "왜 폭행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반성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철도경찰은 체포 당시 이 씨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파악한 뒤, 주거지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다고 전했습니다. 집에서 이 씨가 나오지 않았고, 이후 전화를 걸었으나 반응을 보이지 않자 철도경찰은 강제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잠을 자던 이 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역 묻지마 폭행’ 범죄 직후 달아나는 이 씨의 모습지난달 26일 ‘서울역 묻지마 폭행’ 범죄 직후 달아나는 이 씨의 모습

법원이 이 씨의 구속 영장을 기각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현행범이거나 긴급체포를 제외하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만 체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피의자가 거주지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라고 할 것인데 비록 범죄혐의자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주거의 평온을 보호받음에 있어 예외를 둘 수 없다"고 기각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에 황용환 KBS 자문변호사는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하려면, 피의자를 우연히 마주친 상황과 같이 '긴급성'이 입증돼야 한다"면서 "이 사안의 경우 경찰이 피의자의 신병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당시 피의자가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어서 긴급성을 인정받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철도경찰 "납득 어려워"…경찰, 상도동 폭행 사건도 입건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다음 날인 오늘(5일) 철도경찰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법원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피의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몸을 부딪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해 제2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히 검거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철도경찰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법과 원칙에 따라 여죄 등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검찰과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경찰도 이 씨의 범죄를 더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이 씨가 지난달 초 상도동 인근에서 이웃 여성을 폭행했다는 KBS 보도 이후 사건을 인지해 수사 중입니다. 이 외에도 지난 2월 이 씨가 욕설하고 침을 뱉어 피해를 보았다는 피해자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 "비통하고 괴로워…경찰 일 처리에 실망"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해자인 김 씨는 법원의 판단에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 씨는 오늘(5일)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법원도 뚜렷한 타당성과 근거로 판단을 내렸겠지만, 잔혹한 폭행을 당한 피해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성채라는 아름다운 말과 주거의 평온이라는 안락한 단어가 가해자를 위해서 이렇게 사용될 줄은 몰랐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이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인 어제(4일) 피해자 김 씨 가족이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이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인 어제(4일) 피해자 김 씨 가족이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

김 씨는 경찰의 수사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며 "피해자가 전전긍긍하면서 사건을 공론화하고, 언론을 통해서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해서 피의자를 잡는데 기여했는데 이렇게 어이없는 실수로 피의자가 풀려났다는 점이 황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특히 피의자 이 씨가 석방된 것에 대해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며, 필요하면 경찰에 신변보호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씨의 주거지 인근에 거주하는 '상도동 폭행' 피해 여성은 법원의 기각 결정 이후, 언론 인터뷰에 더는 응하지 않겠다고 전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범죄혐의자도 주거 평온 보호”…서울역 폭행 피해자 “충격과 분노”
    • 입력 2020-06-05 16:13:03
    • 수정2020-06-05 16:58:47
    취재K
이른바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의자인 30대 남성 이 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제(4일) 기각됐습니다. 이 씨가 서울역에서 피해자 김 모 씨를 폭행하기 전, 또 다른 이웃 여성을 폭행했다는 KBS의 보도가 나온 뒤 나온 판단입니다.

[연관 기사] [단독] '묻지마 폭행' 피의자…이웃 여성도 이유 없이 폭행(2020.06.04. KBS1TV 뉴스7)

석방된 이 씨는 거주지인 서울 동작구 상도동이 아닌 지방으로 내려간 상태입니다. 이 씨의 부모는 필요에 따라 아들을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게 하겠다고 국토교통부 소속 철도사법경찰대에 전했습니다. 취재진은 법원이 밝힌 영장 기각 사유를 짚어보는 한편,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해자 김 씨의 입장을 들었습니다.

■"경찰의 위법체포"…체포 당시 무슨 일이

국토부 소속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지난 2일 이 씨를 상도동 자택에서 긴급체포한 뒤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체포된 이 씨는 유치장으로 들어가기 전 "왜 폭행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반성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철도경찰은 체포 당시 이 씨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파악한 뒤, 주거지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다고 전했습니다. 집에서 이 씨가 나오지 않았고, 이후 전화를 걸었으나 반응을 보이지 않자 철도경찰은 강제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잠을 자던 이 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역 묻지마 폭행’ 범죄 직후 달아나는 이 씨의 모습
법원이 이 씨의 구속 영장을 기각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현행범이거나 긴급체포를 제외하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만 체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피의자가 거주지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라고 할 것인데 비록 범죄혐의자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주거의 평온을 보호받음에 있어 예외를 둘 수 없다"고 기각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에 황용환 KBS 자문변호사는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하려면, 피의자를 우연히 마주친 상황과 같이 '긴급성'이 입증돼야 한다"면서 "이 사안의 경우 경찰이 피의자의 신병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당시 피의자가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어서 긴급성을 인정받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철도경찰 "납득 어려워"…경찰, 상도동 폭행 사건도 입건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다음 날인 오늘(5일) 철도경찰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법원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피의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몸을 부딪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해 제2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히 검거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철도경찰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법과 원칙에 따라 여죄 등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검찰과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경찰도 이 씨의 범죄를 더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이 씨가 지난달 초 상도동 인근에서 이웃 여성을 폭행했다는 KBS 보도 이후 사건을 인지해 수사 중입니다. 이 외에도 지난 2월 이 씨가 욕설하고 침을 뱉어 피해를 보았다는 피해자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 "비통하고 괴로워…경찰 일 처리에 실망"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해자인 김 씨는 법원의 판단에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 씨는 오늘(5일)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법원도 뚜렷한 타당성과 근거로 판단을 내렸겠지만, 잔혹한 폭행을 당한 피해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성채라는 아름다운 말과 주거의 평온이라는 안락한 단어가 가해자를 위해서 이렇게 사용될 줄은 몰랐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이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인 어제(4일) 피해자 김 씨 가족이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
김 씨는 경찰의 수사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며 "피해자가 전전긍긍하면서 사건을 공론화하고, 언론을 통해서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해서 피의자를 잡는데 기여했는데 이렇게 어이없는 실수로 피의자가 풀려났다는 점이 황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특히 피의자 이 씨가 석방된 것에 대해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며, 필요하면 경찰에 신변보호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씨의 주거지 인근에 거주하는 '상도동 폭행' 피해 여성은 법원의 기각 결정 이후, 언론 인터뷰에 더는 응하지 않겠다고 전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