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확진자 ‘어머니 임종도, 빈소도 못 지켜’

입력 2020.04.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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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어머니 임종도, 빈소도 못 지켜>

삼일장을 치르고 발인이 끝난 장례식장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고요한 적막과 함께 익숙한 육개장 냄새가 뒤엉켰습니다. 엷은 미소를 띤 고인의 영정사진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지난 2일, 취재진은 전남 목포에 있는 한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45살 김 모 씨의 어머니 빈소입니다. 미국에서 입국한 김 씨는 확진 판정 뒤 곧바로 격리돼 어머니의 임종도, 빈소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장남인 김 씨 대신 김 씨의 남동생이 상주 완장을 찼습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준 김 씨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꼬박 14시간 날아왔지만"…. 임종도 못 지켜 >


미국에서 1년 넘게 머물며 목사로 활동해오던 김 씨는 남동생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투병 중이던 어머니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다는 겁니다. 청각장애인인 김 씨를 포함해 삼 남매를 애지중지 우애 좋게 키워주셨던 어머니셨습니다. 김 씨는 가장 빠른 직항 비행기를 찾았습니다. 김 씨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건 지난달 31일. 꼬박 14시간 동안 하늘길을 날아왔지만, 공항에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김 씨는 어머니의 부고를 듣고도 곧장 목포로 향할 수 없었습니다. 정부의 강화된 해외입국자 관리지침에 따라야 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저녁 10시 40분, KTX 해외입국자 전용칸을 이용해 다음 날 새벽 0시 50분쯤 목포에 닿았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하루가 지나서였습니다.

<입관식도 영상통화로…."비참한 현실">


그러나 빈소엔 갈 수 없었습니다. 목포시의 차량을 이용해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향했습니다. 검체를 채취한 뒤, 목포시 용당동에 있는 비어 있는 어머니의 집에서 자가격리됐습니다. 진단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어머니가 없는 어머니 집에 홀로 머물렀습니다. 외롭고 고독한 순간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집에서 장례식장은 불과 15분 거리. 그런데도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하는 건 '이기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며 견뎠습니다.

의연하게 상황을 잘 견뎌오던 김 씨는 어머니의 입관식에서 무너졌습니다. 가족들은 격리된 김 씨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입관식을 함께했습니다. 직사각형의 작은 화면 속에 어머니의 마지막 얼굴이 보였습니다. 김 씨는 끝내 오열했습니다. 임종을 못 지킨 서러움에, 장례식장에도 갈 수 없는 죄스러운 마음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김 씨의 남동생은 김 씨가 "현실이 참 비참하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받고 치료받으러 입국"…. 유언비어 퍼져>


어머니의 생사가 오가는 긴박한 순간이었지만, 김 씨는 귀국 전부터 특별입국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꼼꼼히 따졌습니다. 기침이나 가래, 발열 등의 증상이 없었어도 마스크와 위생장갑을 챙겨 입국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안주머니에 휴대용 손 소독제도 챙겼습니다. 입국 후에도 정부 지침을 어기지 않고 모두 따랐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맘 카페에선 김 씨에 대한 유언비어가 퍼졌습니다. 김 씨가 미국에서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고 심지어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미국은 검사 비용도, 치료 비용도 비싸니 치료를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는 식의 내용도 있었습니다. '해외거주자가 입국한 것이 아니라 확진자가 입국한 것이라'는 비난의 댓글도 줄을 이었습니다.

근거 없는 허위 소문에 가족들은 두 번 상처받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에 더해 장남인 김 씨의 코로나19 확진, 이에 더해 사실과 다른 유언비어까지. 입국 전부터 꼼꼼히 방역지침을 알아봤던 김 씨였기에 가족들의 억울함은 더 컸습니다. 김 씨의 가족들은 김 씨가 자가격리 수칙을 지켰다며 유언비어를 멈춰달라고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어머니도 김 씨를 이해했을 것...코로나19 빨리 종식되어야">


광주와 전남에선 해외 입국자들 가운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오늘(3) 기준으로 광주와 전남지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모두 41명입니다. 이 가운데 해외 유입과 관련된 확진자는 전체 절반이 넘는 23명으로 파악됐습니다. 그중에서도 미국과 유럽발 입국자가 10명 이상입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불러온 경우를 우리는 목격해왔습니다. 만약 확진자 김 씨가 정부의 지침을 어기고 자가격리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다수의 접촉자가 발생했을 겁니다. 김 씨 가족의 이야기는 어떤 상황도 예외 없이 자가격리 수칙을 준수하고, 일상생활에서의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줍니다.
김 씨의 가족들은 "어머니 또한 형의 선택을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아무리 김 씨와 김 씨 가족들의 사정이 안타까울지라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개인보다는 공동체 모두가 노력해 코로나19 상황이 하루빨리 종식되어야 하고, 두 번 다시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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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포확진자 ‘어머니 임종도, 빈소도 못 지켜’
    • 입력 2020-04-03 15:58:22
    취재K
<코로나19 때문에…. 어머니 임종도, 빈소도 못 지켜>

삼일장을 치르고 발인이 끝난 장례식장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고요한 적막과 함께 익숙한 육개장 냄새가 뒤엉켰습니다. 엷은 미소를 띤 고인의 영정사진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지난 2일, 취재진은 전남 목포에 있는 한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45살 김 모 씨의 어머니 빈소입니다. 미국에서 입국한 김 씨는 확진 판정 뒤 곧바로 격리돼 어머니의 임종도, 빈소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장남인 김 씨 대신 김 씨의 남동생이 상주 완장을 찼습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준 김 씨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꼬박 14시간 날아왔지만"…. 임종도 못 지켜 >


미국에서 1년 넘게 머물며 목사로 활동해오던 김 씨는 남동생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투병 중이던 어머니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다는 겁니다. 청각장애인인 김 씨를 포함해 삼 남매를 애지중지 우애 좋게 키워주셨던 어머니셨습니다. 김 씨는 가장 빠른 직항 비행기를 찾았습니다. 김 씨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건 지난달 31일. 꼬박 14시간 동안 하늘길을 날아왔지만, 공항에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김 씨는 어머니의 부고를 듣고도 곧장 목포로 향할 수 없었습니다. 정부의 강화된 해외입국자 관리지침에 따라야 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저녁 10시 40분, KTX 해외입국자 전용칸을 이용해 다음 날 새벽 0시 50분쯤 목포에 닿았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하루가 지나서였습니다.

<입관식도 영상통화로…."비참한 현실">


그러나 빈소엔 갈 수 없었습니다. 목포시의 차량을 이용해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향했습니다. 검체를 채취한 뒤, 목포시 용당동에 있는 비어 있는 어머니의 집에서 자가격리됐습니다. 진단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어머니가 없는 어머니 집에 홀로 머물렀습니다. 외롭고 고독한 순간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집에서 장례식장은 불과 15분 거리. 그런데도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하는 건 '이기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며 견뎠습니다.

의연하게 상황을 잘 견뎌오던 김 씨는 어머니의 입관식에서 무너졌습니다. 가족들은 격리된 김 씨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입관식을 함께했습니다. 직사각형의 작은 화면 속에 어머니의 마지막 얼굴이 보였습니다. 김 씨는 끝내 오열했습니다. 임종을 못 지킨 서러움에, 장례식장에도 갈 수 없는 죄스러운 마음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김 씨의 남동생은 김 씨가 "현실이 참 비참하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받고 치료받으러 입국"…. 유언비어 퍼져>


어머니의 생사가 오가는 긴박한 순간이었지만, 김 씨는 귀국 전부터 특별입국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꼼꼼히 따졌습니다. 기침이나 가래, 발열 등의 증상이 없었어도 마스크와 위생장갑을 챙겨 입국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안주머니에 휴대용 손 소독제도 챙겼습니다. 입국 후에도 정부 지침을 어기지 않고 모두 따랐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맘 카페에선 김 씨에 대한 유언비어가 퍼졌습니다. 김 씨가 미국에서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고 심지어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미국은 검사 비용도, 치료 비용도 비싸니 치료를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는 식의 내용도 있었습니다. '해외거주자가 입국한 것이 아니라 확진자가 입국한 것이라'는 비난의 댓글도 줄을 이었습니다.

근거 없는 허위 소문에 가족들은 두 번 상처받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에 더해 장남인 김 씨의 코로나19 확진, 이에 더해 사실과 다른 유언비어까지. 입국 전부터 꼼꼼히 방역지침을 알아봤던 김 씨였기에 가족들의 억울함은 더 컸습니다. 김 씨의 가족들은 김 씨가 자가격리 수칙을 지켰다며 유언비어를 멈춰달라고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어머니도 김 씨를 이해했을 것...코로나19 빨리 종식되어야">


광주와 전남에선 해외 입국자들 가운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오늘(3) 기준으로 광주와 전남지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모두 41명입니다. 이 가운데 해외 유입과 관련된 확진자는 전체 절반이 넘는 23명으로 파악됐습니다. 그중에서도 미국과 유럽발 입국자가 10명 이상입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불러온 경우를 우리는 목격해왔습니다. 만약 확진자 김 씨가 정부의 지침을 어기고 자가격리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다수의 접촉자가 발생했을 겁니다. 김 씨 가족의 이야기는 어떤 상황도 예외 없이 자가격리 수칙을 준수하고, 일상생활에서의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줍니다.
김 씨의 가족들은 "어머니 또한 형의 선택을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아무리 김 씨와 김 씨 가족들의 사정이 안타까울지라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개인보다는 공동체 모두가 노력해 코로나19 상황이 하루빨리 종식되어야 하고, 두 번 다시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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