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용기는 왜 자꾸 카디즈에 들어올까

입력 2020.03.26 (09: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5일 오전 중국 군용기 1대가 제주도 동남방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35분 동안 진입했습니다. 중국 Y-9 정찰기가 제주 남방 이어도 인근 한중 방공식별구역 중첩 상공으로 들어와 카디즈에 진입했다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자디즈)을 비행한 뒤 다시 카디즈로 진입해 빠져나갔습니다. 10시 6분부터 23분까지 한 차례, 11시 40분부터 다시 진입해 11시 58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모두 35분 동안 카디즈에 머물렀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중국 측이 진입 전에 한중 직통 망으로 통신을 했고, 통상적인 군사 활동이라고 응답했다면서 무단 진입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진입이 올해 들어 처음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지난해에도 중국 군용기는 30여 차례 카디즈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은 왜 이렇게 자꾸 카디즈에 진입하는 것인지 취재했습니다.

中 "방공식별구역은 영공 아냐"

지난해 7월 23일 오전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영공을 2차례 침범했을 당시 중국 군용기 2대(H-6 폭격기)도 러시아 군용기와 함께 카디즈에 무단 진입했습니다. 당시 중국 군 당국은 직통망을 통해 '국제법적으로 문제없는 비행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합참은 전했습니다.

당시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군용기가 카디즈를 '침범'했다는 지적에 "중국과 한국은 좋은 이웃으로 '침범'이라는 용어는 조심히 써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습니다. 카디즈는 한국 영공이 아니며 중국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ADIZ(방공식별구역)는 국가안보 목적상 외국 군용 항공기의 식별을 위해 설정한 임의의 구역입니다. 따라서 방공식별구역이 '영공'이 아니라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려면 사전에 비행 목적과 비행경로 등을 해당국에 통보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이기도 합니다.

이번 카디즈 진입에 대해 중국 측은 사전에 통보하긴 했지만 사전 통보 없이 진입한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해 7월 23일 우리 군 당국은 카디즈를 진입한 중국 폭격기에 대해 20여 차례 무선 경고통신을 했지만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그냥 진입했다가 아니라 '무단 진입'했다고 군은 표현합니다. 중국은 한국방공식별구역 진입은 영공 침범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 통보 없이 진입해도 괜찮다는 입장이지만 우리 군의 입장은 다른 것 같습니다.

카디즈 진입 단골손님인 중국 Y-9 정찰기카디즈 진입 단골손님인 중국 Y-9 정찰기

타국 정찰 목적에 자국 상선 보호 목적도

어떤 군용기가 진입했는지를 보면 카디즈 진입 목적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진입한 중국 군용기는 Y-9 정찰기입니다. 이 정찰기는 신호 정보 수집 기능과 전자 방해기술 등 최신 레이더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군 관계자는 "우리 측뿐만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 등 주변국까지 정찰하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Y-9 정찰기는 카디즈 진입 단골손님입니다. 2018년에 7차례, 지난해에도 수차례 이 정찰기가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레이더, 통신 등 각종 전파 신호들을 파악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정기적인 정찰을 통해 주변국의 군사 정보를 업데이트하려는 목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군사적으로 대립각에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카디즈와 자디즈 진입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겨냥한 목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중국이 자국의 상선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군 관계자는 "중국 군용기가 동해상 카디즈에 진입할 때에는 중국 해군의 함정도 같이 움직이는 때가 많다"면서 이는 "중국 어선이 동해에서 활동할 때 이를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군용기와 함정이 자국 상선 보호를 위해 패키지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한·중·일 중첩된 방공식별구역한·중·일 중첩된 방공식별구역

'분쟁의 불씨' 한·중·일 중첩된 방공식별구역

특히 이어도 상공은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서로 겹쳐 있습니다. 1969년에 일본이 이어도를 포함한 자디즈를 설정했고, 중국도 2013년 11월에 이어도를 포함한 방공식별구역을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 카디즈는 남쪽으로 마라도 남단까지만 포함하고 이어도 상공은 포함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비행정보구역인데도 조난 사고가 났을 때 일본이나 중국에 사전에 통보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2013년 12월, 방공식별구역을 62년 만에 이어도 수역을 포함해서 넓혔습니다.

하지만 방공식별구역은 영공과 달리 임의로 설정한 구역이라서 국제법적인 효력은 없습니다. 중국이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며 자꾸 무단 진입하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예비역 공군 대령인 서영득 변호사는 "방공식별구역에 대해 강제력을 가진 조항은 없지만, 그동안 오랫동안 유지하고 지켜온 관습적인 유래가 있기 때문에 이것을 법적 효력이 없다 또는 국제법적 효력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방공식별구역은 전 세계에서 20여 개 국가만 적용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나 북한은 방공식별구역이 따로 없습니다. 방공식별구역 진입 시 사전 통보는 누구나 따라야 하는 게 아니라 국제 관례적인 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 간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방공식별구역을 중첩하고 있는 한중일의 경우 특히 더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중국과 러시아의 우리 방공식별구역 무단 진입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중국 군용기는 왜 자꾸 카디즈에 들어올까
    • 입력 2020-03-26 09:42:28
    취재K
25일 오전 중국 군용기 1대가 제주도 동남방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35분 동안 진입했습니다. 중국 Y-9 정찰기가 제주 남방 이어도 인근 한중 방공식별구역 중첩 상공으로 들어와 카디즈에 진입했다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자디즈)을 비행한 뒤 다시 카디즈로 진입해 빠져나갔습니다. 10시 6분부터 23분까지 한 차례, 11시 40분부터 다시 진입해 11시 58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모두 35분 동안 카디즈에 머물렀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중국 측이 진입 전에 한중 직통 망으로 통신을 했고, 통상적인 군사 활동이라고 응답했다면서 무단 진입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진입이 올해 들어 처음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지난해에도 중국 군용기는 30여 차례 카디즈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은 왜 이렇게 자꾸 카디즈에 진입하는 것인지 취재했습니다.

中 "방공식별구역은 영공 아냐"

지난해 7월 23일 오전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영공을 2차례 침범했을 당시 중국 군용기 2대(H-6 폭격기)도 러시아 군용기와 함께 카디즈에 무단 진입했습니다. 당시 중국 군 당국은 직통망을 통해 '국제법적으로 문제없는 비행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합참은 전했습니다.

당시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군용기가 카디즈를 '침범'했다는 지적에 "중국과 한국은 좋은 이웃으로 '침범'이라는 용어는 조심히 써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전했습니다. 카디즈는 한국 영공이 아니며 중국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ADIZ(방공식별구역)는 국가안보 목적상 외국 군용 항공기의 식별을 위해 설정한 임의의 구역입니다. 따라서 방공식별구역이 '영공'이 아니라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려면 사전에 비행 목적과 비행경로 등을 해당국에 통보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이기도 합니다.

이번 카디즈 진입에 대해 중국 측은 사전에 통보하긴 했지만 사전 통보 없이 진입한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해 7월 23일 우리 군 당국은 카디즈를 진입한 중국 폭격기에 대해 20여 차례 무선 경고통신을 했지만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그냥 진입했다가 아니라 '무단 진입'했다고 군은 표현합니다. 중국은 한국방공식별구역 진입은 영공 침범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 통보 없이 진입해도 괜찮다는 입장이지만 우리 군의 입장은 다른 것 같습니다.

카디즈 진입 단골손님인 중국 Y-9 정찰기
타국 정찰 목적에 자국 상선 보호 목적도

어떤 군용기가 진입했는지를 보면 카디즈 진입 목적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진입한 중국 군용기는 Y-9 정찰기입니다. 이 정찰기는 신호 정보 수집 기능과 전자 방해기술 등 최신 레이더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군 관계자는 "우리 측뿐만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 등 주변국까지 정찰하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Y-9 정찰기는 카디즈 진입 단골손님입니다. 2018년에 7차례, 지난해에도 수차례 이 정찰기가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레이더, 통신 등 각종 전파 신호들을 파악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정기적인 정찰을 통해 주변국의 군사 정보를 업데이트하려는 목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군사적으로 대립각에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카디즈와 자디즈 진입이 한미일 안보협력을 겨냥한 목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중국이 자국의 상선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군 관계자는 "중국 군용기가 동해상 카디즈에 진입할 때에는 중국 해군의 함정도 같이 움직이는 때가 많다"면서 이는 "중국 어선이 동해에서 활동할 때 이를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군용기와 함정이 자국 상선 보호를 위해 패키지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한·중·일 중첩된 방공식별구역
'분쟁의 불씨' 한·중·일 중첩된 방공식별구역

특히 이어도 상공은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서로 겹쳐 있습니다. 1969년에 일본이 이어도를 포함한 자디즈를 설정했고, 중국도 2013년 11월에 이어도를 포함한 방공식별구역을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 카디즈는 남쪽으로 마라도 남단까지만 포함하고 이어도 상공은 포함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비행정보구역인데도 조난 사고가 났을 때 일본이나 중국에 사전에 통보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2013년 12월, 방공식별구역을 62년 만에 이어도 수역을 포함해서 넓혔습니다.

하지만 방공식별구역은 영공과 달리 임의로 설정한 구역이라서 국제법적인 효력은 없습니다. 중국이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며 자꾸 무단 진입하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예비역 공군 대령인 서영득 변호사는 "방공식별구역에 대해 강제력을 가진 조항은 없지만, 그동안 오랫동안 유지하고 지켜온 관습적인 유래가 있기 때문에 이것을 법적 효력이 없다 또는 국제법적 효력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방공식별구역은 전 세계에서 20여 개 국가만 적용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나 북한은 방공식별구역이 따로 없습니다. 방공식별구역 진입 시 사전 통보는 누구나 따라야 하는 게 아니라 국제 관례적인 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 간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방공식별구역을 중첩하고 있는 한중일의 경우 특히 더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중국과 러시아의 우리 방공식별구역 무단 진입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