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이슈‘코로나19’ 팩트체크
[팩트체크K] 크루즈 감염① “영국 책임” 일본 정부 말 맞나?
입력 2020.02.24 (07:00) 수정 2020.02.24 (07:02) 팩트체크K
[팩트체크K] 크루즈 감염① “영국 책임” 일본 정부 말 맞나?
일본 요코하마에 정박한 크루즈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한 데 이어 사망자까지 나오면서 일본 정부가 방역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현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크루즈에 타고 있던 한 일본인 승객은 "남편이 열이 있다고 호소했더니 해열제를 줬다. 열이 나는데도 같은 방에 대기시켰다"며 추후 남편이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는데도 객실을 소독해주지 않았다는 등 크루즈 내 방역 문제점을 현지 언론을 통해 제기했습니다.

감염 의심 증세가 나타나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검사가 이뤄졌다는 일본인 승객의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여전히 크루즈에 대한 방역 책임이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익명의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난 20일 자 요미우리(讀賣)신문에서 "선박을 소유한 영국이나 미국의 회사가 더 빨리 집단 감염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18일 일본 닛케이(日本経済)신문도 '크루즈선 대응 기국주의의 구멍(クルーズ船対応 旗国主義の穴)'이라는 기사에서 크루즈 내 방역은 일본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 근거로 국제법상 공해에 있는 선박의 관할권을 선박을 소유한 국가에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기국주의'를 내세웠습니다.

日, "UN 해양협약 '기국주의'" 주장…과거엔 "기국주의 약화"

통상 선박의 국적은 선박이 제조 등록한 국가를 따릅니다. '유엔해양법협약 제91조 선박의 국적'에 명시된 부분입니다.

1. 모든 국가는 선박에 대한 자국 국적의 부여, 자국 영토에서의 선박의 등록 및 자국기를 게양할 권리에 관한 조건을 정한다. 어느 국기를 게양할 자격이 있는 선박은 그 국가의 국적을 가진다. 그 국가와 선박 간에는 진정한 관련이 있어야 한다.

같은 협약 '제94조 기국의 의무'에서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1. 모든 국가는 자국기를 게양한 선박에 대하여 행정적․기술적․사회적 사항에 관하여 유효하게 자국의 관할권을 행사하고 통제한다.
2. 모든 국가는 특히,
(a)일반적으로 수락된 국제규칙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소형 선박을 제외하고는 자국기를 게양한 선명과 세부사항을 포함하는 선박등록대장을 유지한다.
(b)선박에 관련된 행정적․기술적․사회적 사항과 관련하여 자국기를 게양한 선박, 그 선박의 선장, 사관과 선원에 대한 관할권을 자국의 국내법에 따라 행사한다.


해적 행위, 노예 거래, 무허가 방송, 무국적이나 국적을 속인 경우 등은 예외로 정하고 있습니다.

닛케이 신문의 보도는 "원래는 크루즈선의 정박을 거부할 수도 있었다(本来はクルーズ船の着岸を拒否することもできた)"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이번 선내 감염병에 대한 조치는 애초에 배를 소유한 영국이나 운영하는 미국이 했어야 하는 것이고 일본은 책임이 없는데도 인도적 차원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10여 년 전 일본 국책연구소에서 낸 보고서의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2007년 7월 일본 국토교통성 국토교통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국제해사협약에서의 외국 선박에 대한 관할권 틀의 변천에 관한 연구(国際海事条約における 外国船舶に対する管轄権枠組の変遷に関する研究)'를 보면, 이미 국제적으로 '기국주의'의 틀이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기국주의'는 유지되고 있지만, 기국에 의한 관할권 행사의 배타적 우월성이 상대적으로 후퇴해 가는 과정에 있다"며 "예컨대 입항 중인 선박에 대한 관할권 행사에 있어 안전·환경·보안·해상노동 등 기국주의를 따르는 것이 원칙이었던 분야 역시 이제는 기항국 및 연안국의 권리가 커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연구보고서 등을 토대로 종합해 볼 때, 관할권 행사에는 다양한 사례가 있을 수 있고 사안에 따라 관할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칼로 무 자르듯 선명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약화되고 있는 '기국주의'만을 내세워 이번 크루즈 방역 실패의 책임이 일본 정부에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공해상의 관할권이 아닌 이미 크루즈가 일본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일본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그렇다면 세계보건기구 WHO는 방역 책임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요?

이어지는 글에서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정한 <국제보건규정(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s, 2005)>를 통해 일본 정부의 책임을 따져보겠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코로나19 팩트체크’ 제대로 알아야 이긴다 바로가기
http://news.kbs.co.kr/issue/IssueView.do?icd=19589
  • [팩트체크K] 크루즈 감염① “영국 책임” 일본 정부 말 맞나?
    • 입력 2020.02.24 (07:00)
    • 수정 2020.02.24 (07:02)
    팩트체크K
[팩트체크K] 크루즈 감염① “영국 책임” 일본 정부 말 맞나?
일본 요코하마에 정박한 크루즈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한 데 이어 사망자까지 나오면서 일본 정부가 방역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현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크루즈에 타고 있던 한 일본인 승객은 "남편이 열이 있다고 호소했더니 해열제를 줬다. 열이 나는데도 같은 방에 대기시켰다"며 추후 남편이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는데도 객실을 소독해주지 않았다는 등 크루즈 내 방역 문제점을 현지 언론을 통해 제기했습니다.

감염 의심 증세가 나타나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검사가 이뤄졌다는 일본인 승객의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여전히 크루즈에 대한 방역 책임이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익명의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난 20일 자 요미우리(讀賣)신문에서 "선박을 소유한 영국이나 미국의 회사가 더 빨리 집단 감염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18일 일본 닛케이(日本経済)신문도 '크루즈선 대응 기국주의의 구멍(クルーズ船対応 旗国主義の穴)'이라는 기사에서 크루즈 내 방역은 일본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 근거로 국제법상 공해에 있는 선박의 관할권을 선박을 소유한 국가에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기국주의'를 내세웠습니다.

日, "UN 해양협약 '기국주의'" 주장…과거엔 "기국주의 약화"

통상 선박의 국적은 선박이 제조 등록한 국가를 따릅니다. '유엔해양법협약 제91조 선박의 국적'에 명시된 부분입니다.

1. 모든 국가는 선박에 대한 자국 국적의 부여, 자국 영토에서의 선박의 등록 및 자국기를 게양할 권리에 관한 조건을 정한다. 어느 국기를 게양할 자격이 있는 선박은 그 국가의 국적을 가진다. 그 국가와 선박 간에는 진정한 관련이 있어야 한다.

같은 협약 '제94조 기국의 의무'에서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1. 모든 국가는 자국기를 게양한 선박에 대하여 행정적․기술적․사회적 사항에 관하여 유효하게 자국의 관할권을 행사하고 통제한다.
2. 모든 국가는 특히,
(a)일반적으로 수락된 국제규칙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소형 선박을 제외하고는 자국기를 게양한 선명과 세부사항을 포함하는 선박등록대장을 유지한다.
(b)선박에 관련된 행정적․기술적․사회적 사항과 관련하여 자국기를 게양한 선박, 그 선박의 선장, 사관과 선원에 대한 관할권을 자국의 국내법에 따라 행사한다.


해적 행위, 노예 거래, 무허가 방송, 무국적이나 국적을 속인 경우 등은 예외로 정하고 있습니다.

닛케이 신문의 보도는 "원래는 크루즈선의 정박을 거부할 수도 있었다(本来はクルーズ船の着岸を拒否することもできた)"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이번 선내 감염병에 대한 조치는 애초에 배를 소유한 영국이나 운영하는 미국이 했어야 하는 것이고 일본은 책임이 없는데도 인도적 차원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10여 년 전 일본 국책연구소에서 낸 보고서의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2007년 7월 일본 국토교통성 국토교통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국제해사협약에서의 외국 선박에 대한 관할권 틀의 변천에 관한 연구(国際海事条約における 外国船舶に対する管轄権枠組の変遷に関する研究)'를 보면, 이미 국제적으로 '기국주의'의 틀이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기국주의'는 유지되고 있지만, 기국에 의한 관할권 행사의 배타적 우월성이 상대적으로 후퇴해 가는 과정에 있다"며 "예컨대 입항 중인 선박에 대한 관할권 행사에 있어 안전·환경·보안·해상노동 등 기국주의를 따르는 것이 원칙이었던 분야 역시 이제는 기항국 및 연안국의 권리가 커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연구보고서 등을 토대로 종합해 볼 때, 관할권 행사에는 다양한 사례가 있을 수 있고 사안에 따라 관할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칼로 무 자르듯 선명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약화되고 있는 '기국주의'만을 내세워 이번 크루즈 방역 실패의 책임이 일본 정부에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공해상의 관할권이 아닌 이미 크루즈가 일본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일본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그렇다면 세계보건기구 WHO는 방역 책임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요?

이어지는 글에서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정한 <국제보건규정(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s, 2005)>를 통해 일본 정부의 책임을 따져보겠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코로나19 팩트체크’ 제대로 알아야 이긴다 바로가기
http://news.kbs.co.kr/issue/IssueView.do?icd=19589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

    관련법령에 따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기간(4.2~4.15) 동안 KBS사이트에서 로그인한 사용자도 댓글 입력시 댓글서비스 '라이브리'에 다시 로그인하셔야 댓글 작성이 가능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양해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