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산업자본’ 왜 뺐을까? “모피아 책임회피”

입력 2020.01.16 (21:08) 수정 2020.01.1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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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이렇게 결정적인 론스타의 약점을 한국 정부는 왜 스스로 포기한 걸까요?

이해하기 어려운 분쟁 대응의 중심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론스타 편에 섰던 이른바 '모피아'로 불리는 경제, 금융 관료들이 포진해 있었습니다.

석혜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2년 1월 27일, 금융위원회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아니라며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합니다.

이로써 론스타는 4조 6천억 원의 이익을 챙겼습니다.

[김석동/2012년 매각 당시 금융위원장/2012년 2월 7일/국회 정무위원회 : "론스타가 2003년 인수 당시하고, 그다음에 2012년 1월 27일 기준으로 비금융주력자로 볼 근거가 없습니다."]

당시 금융위원장은 이른바 모피아의 핵심으로 알려지던 김석동, 부위원장은 추경호, 지금은 국회의원입니다.

금융 당국이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최소한 2008년.

하지만 이후 2년 동안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한 번도 하지 않습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그게 이제 2008년 여름이었고요. 진동수 위원장 체제 2년 동안 일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지 않습니다. 1년에 2번, 2년이면 4번을 해야 하는데 전혀 하지 않아요. 문제없다고 면죄부를 두드려주기에는 훗날이 무섭고 그러니까 그냥 이제 좀 저속한 표현으로 깔고 앉아서 뭉갠 게 아닌가?"]

2010년 말 론스타가 일본 골프장 등 비금융 계열사들을 뺀 채 서류를 다시 제출하자 금융위는 발 빠르게 움직입니다.

[최종구/당시 금융위 상임위원/2011년 3월 16일 : "비금융 주력자(산업자본)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당시 론스타의 해외 자산에 대한 실사는 없었습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PGM(골프장)만 판 거예요. 근데 마치 그것만 팔았다고. 산업자본이 아닌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던 거죠. 그것을 가지고 최초로 적격성 심사결과를 발표한 게 김석동 위원장이 방망이를 두들겨준 거예요. 바로 거기서 그것을 이제 금융관료가 산업자본이슈를 그때 덮은 거예요."]

추후 소송 등을 안 하겠다는 론스타의 약속이라도 받아내자는 시민단체들의 제안도 거부됐습니다.

석 달 뒤 론스타가 국제 분쟁을 예고하자 정부는 총리실 주재로 5개 부처가 참여하는 TF를 구성합니다.

이 TF가 KBS가 입수한 한국 정부 서면을 작성한 겁니다.

명단에서 외교부, 법무부, 국세청 소속은 실무자로 보입니다.

핵심은 두 사람.

외환은행 매각 승인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었고 당시 기재부 1차관이던 추경호,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입니다.

이 TF 당시 금융위원장은 여전히 김석동 씨였습니다.

김석동과 추경호 두 사람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2003년.

각각 금감위 국장과 재경부 담당 과장,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만들기 위한 10인 비밀회의에도 나란히 참석했습니다.

[김은정/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 : "내 책임을 인정해야만 우리가 소송을 이길 수 있는데 내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자를 이 소송의 책임을 맡게 한 것 자체가 정부가 이 소송에 어떤 태도로 임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외환은행의 인수와 매각을 도왔던 사람들이 론스타의 부당한 분쟁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 논리를 구성하는데도 관여하고 있었던 겁니다.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의 대응 문건이 '모피아의 변명 보고서'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득의/금융정의시민연대 대표 : "비금융을 왜 안 했느냐. 금융당국의 치부가 드러날까 싶어서 안 하는 거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TF에 들어가가지고 주요하게 답변서를 작성하고 있는 게 우리가 이길 수 있겠냐는 거죠."]

취재팀은 김석동, 추경호 두 사람에게 입장을 물었습니다.

[김석동/전 금융위원장 : "(정부의 공식 입장이 론스타가 산업자본인 것을 알고도 봐줬다는 건데….) 그거는 감독원에 물어볼 일이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니까. 좀 이렇게 하지 마세요~ 아, 이렇게 하지 마세요."]

[추경호/국회의원 : "(소송 각하될 수 있었는데 그거 왜 빼셨는지.) 각하될지 안 될지는 어떻게 단정하고 질문을 하십니까 관련 부처 전문가들과 그리고 법률 자문가들이 우리 국익에 또 소송에 이기는 게 어떤 게 도움이 되느냐 그런 차원에서 결론을 내리고..."]

[추경호/국회의원 : "(왜 아무 조건 없이 그냥 내보내게 해 준 거예요.) 그거 소송 들어온다고 누가 예상했다고 얘기합니까? 모든 걸 단정으로 이야기하지 마시고 그때 관련 자료를 전부 보시고..."]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국민 돈이 1원이라도 나가게 된다면 그때는 저는 그 과정에서 왜 이런 소송전략을 택했는지 그리고 왜 그 당시에 산업자본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덮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책임추궁과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KBS 뉴스 석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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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론스타 ‘산업자본’ 왜 뺐을까? “모피아 책임회피”
    • 입력 2020-01-16 21:13:43
    • 수정2020-01-16 22: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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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이렇게 결정적인 론스타의 약점을 한국 정부는 왜 스스로 포기한 걸까요?

이해하기 어려운 분쟁 대응의 중심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론스타 편에 섰던 이른바 '모피아'로 불리는 경제, 금융 관료들이 포진해 있었습니다.

석혜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2년 1월 27일, 금융위원회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아니라며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합니다.

이로써 론스타는 4조 6천억 원의 이익을 챙겼습니다.

[김석동/2012년 매각 당시 금융위원장/2012년 2월 7일/국회 정무위원회 : "론스타가 2003년 인수 당시하고, 그다음에 2012년 1월 27일 기준으로 비금융주력자로 볼 근거가 없습니다."]

당시 금융위원장은 이른바 모피아의 핵심으로 알려지던 김석동, 부위원장은 추경호, 지금은 국회의원입니다.

금융 당국이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최소한 2008년.

하지만 이후 2년 동안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한 번도 하지 않습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그게 이제 2008년 여름이었고요. 진동수 위원장 체제 2년 동안 일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지 않습니다. 1년에 2번, 2년이면 4번을 해야 하는데 전혀 하지 않아요. 문제없다고 면죄부를 두드려주기에는 훗날이 무섭고 그러니까 그냥 이제 좀 저속한 표현으로 깔고 앉아서 뭉갠 게 아닌가?"]

2010년 말 론스타가 일본 골프장 등 비금융 계열사들을 뺀 채 서류를 다시 제출하자 금융위는 발 빠르게 움직입니다.

[최종구/당시 금융위 상임위원/2011년 3월 16일 : "비금융 주력자(산업자본)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당시 론스타의 해외 자산에 대한 실사는 없었습니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PGM(골프장)만 판 거예요. 근데 마치 그것만 팔았다고. 산업자본이 아닌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던 거죠. 그것을 가지고 최초로 적격성 심사결과를 발표한 게 김석동 위원장이 방망이를 두들겨준 거예요. 바로 거기서 그것을 이제 금융관료가 산업자본이슈를 그때 덮은 거예요."]

추후 소송 등을 안 하겠다는 론스타의 약속이라도 받아내자는 시민단체들의 제안도 거부됐습니다.

석 달 뒤 론스타가 국제 분쟁을 예고하자 정부는 총리실 주재로 5개 부처가 참여하는 TF를 구성합니다.

이 TF가 KBS가 입수한 한국 정부 서면을 작성한 겁니다.

명단에서 외교부, 법무부, 국세청 소속은 실무자로 보입니다.

핵심은 두 사람.

외환은행 매각 승인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었고 당시 기재부 1차관이던 추경호,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입니다.

이 TF 당시 금융위원장은 여전히 김석동 씨였습니다.

김석동과 추경호 두 사람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2003년.

각각 금감위 국장과 재경부 담당 과장,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만들기 위한 10인 비밀회의에도 나란히 참석했습니다.

[김은정/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 : "내 책임을 인정해야만 우리가 소송을 이길 수 있는데 내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자를 이 소송의 책임을 맡게 한 것 자체가 정부가 이 소송에 어떤 태도로 임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외환은행의 인수와 매각을 도왔던 사람들이 론스타의 부당한 분쟁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 논리를 구성하는데도 관여하고 있었던 겁니다.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의 대응 문건이 '모피아의 변명 보고서'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득의/금융정의시민연대 대표 : "비금융을 왜 안 했느냐. 금융당국의 치부가 드러날까 싶어서 안 하는 거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TF에 들어가가지고 주요하게 답변서를 작성하고 있는 게 우리가 이길 수 있겠냐는 거죠."]

취재팀은 김석동, 추경호 두 사람에게 입장을 물었습니다.

[김석동/전 금융위원장 : "(정부의 공식 입장이 론스타가 산업자본인 것을 알고도 봐줬다는 건데….) 그거는 감독원에 물어볼 일이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니까. 좀 이렇게 하지 마세요~ 아, 이렇게 하지 마세요."]

[추경호/국회의원 : "(소송 각하될 수 있었는데 그거 왜 빼셨는지.) 각하될지 안 될지는 어떻게 단정하고 질문을 하십니까 관련 부처 전문가들과 그리고 법률 자문가들이 우리 국익에 또 소송에 이기는 게 어떤 게 도움이 되느냐 그런 차원에서 결론을 내리고..."]

[추경호/국회의원 : "(왜 아무 조건 없이 그냥 내보내게 해 준 거예요.) 그거 소송 들어온다고 누가 예상했다고 얘기합니까? 모든 걸 단정으로 이야기하지 마시고 그때 관련 자료를 전부 보시고..."]

[전성인/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국민 돈이 1원이라도 나가게 된다면 그때는 저는 그 과정에서 왜 이런 소송전략을 택했는지 그리고 왜 그 당시에 산업자본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덮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책임추궁과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KBS 뉴스 석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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